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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후광효과는 존재하는가?

현대판 모세의 기적을 본 적 있나? 앰뷸런스가 지나가도록 길을 터주는 것 말이다. 그 때 어느 에디터가 말했다. “롤스로이스를 타도 저렇게 비켜주던데?”

2019.10.21

 

자동차 후광효과가 있을까?이진우자동차는 인간의 부와 명예 등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오브제야. 늘 인간과 함께하면서 크기도 커서 눈에 잘 보이거든. 그래서 사람들은 더 크고 비싼 브랜드의 자동차를 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어. 우리 같은 프로레탈리아는 그런 걸 허영과 자만이라 부르지만, 한편으론 부러워하는 것도 사실이잖아. 부러움의 일면이 후광효과거든. 난 김선관이 부럽지 않지만, 김선관이 S 클래스를 타면 부러울 거 같아. 그게 차가 가진 후광효과야.

 

김선관솔직해지자.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자동차 브랜드의 후광효과는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존재할 거다. 사실 자동차 브랜드의 후광효과는 여자보다는 남자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브랜드를 더 잘 알기에 그렇다. 예를 들어 남자들 모임에 포르쉐나 마세라티를 타고 나타났다고 생각해보자(내 지인들은 포르쉐나 마세라티에 환장한다). 그날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박호준있긴 있다. 그게 없다면 럭셔리 브랜드는 진즉 망했을 거다. 비싸고 멋진 차를 타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나아 보이는 건 사실이다. 여기서 잠깐, <모터트렌드> 애독자라면 내가 소개팅과 자동차의 상관관계를 다루었을 땐 “비싼 차에 의존해 호감을 구걸하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해놓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꾼다고 느낄 수 있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남녀 관계라면 말이다. 하지만 이 세상엔 남녀 관계 말고도 비즈니스 관계 등 수많은 관계가 존재한다. <모터트렌드> 편집 디자인을 담당하는 김수현 실장이 무리해서 메르세데스 벤츠를 구매한 것도 거래처 대표가 자신의 준중형 국산차를 보고 무시하는 듯한 말을 했기 때문이다.

 

‘롤스로이스를 타면 차들이 알아서 비켜주더라’는 말에 동의하나?이진우100%까지는 아니지만 90%는 동의해. 내가 그러거든. 솔직히 롤스로이스가 내 앞으로 들어오면 비켜줘. 그리고 거리를 띄우거나 아예 차선을 변경하지. 롤스로이스는 내 자동차보험 대물보상보다 훨씬 더 비싸거든. 롤스로이스뿐 아니라 벤틀리,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초고가 차들이 앞으로 오면 아무렇지 않듯 자연스럽게 거리를 벌리지. 가끔 나 자신이 비겁하고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해. 그럴 때마다 ‘만약을 대비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나 자신을 위로하지. 오늘도 회사와 집을 오가며 나 자신을 여러 번 위로했어.

 

김선관뭐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강남에선 아무리 비싼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를 끌어도 도통 비켜준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대신 서울 강남을 멀리 벗어나면 ‘강남의 그랜저’라 불리는 E 클래스만 타도 양보를 잘해주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상대성이다. 상대성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브랜드도 있다. 롤스로이스나 페라리 같은 초고가 브랜드 말이다. 몇 달 전 촬영을 위해 롤스로이스 컬리넌을 타고 강남, 더구나 청담동을 돌아다녔는데 우람한 크기와 환희의 여신이 주는 압박감 때문인지 자동문 열리듯 길이 열렸다.

 

박호준얼마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가슴 아픈 사진 한 장을 봤다. 사진 속엔 롤스로이스와 부딪힌 배달 오토바이가 있었다. 망연자실하게 허공을 응시하는 배달원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그의 보험 한도가 5억 이상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이세상에 교통사고를 내고 싶어 내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으로 사고가 난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 평소 도로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려 애쓰는 편이다. 하지만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것과 비켜주는 건 다른 이야기다. 롤스로이스가 아니라 부가티가 오더라도 길을 비켜줄 이유는 없다. 종종 ‘나는 비싼 차를 타니까 슬쩍 끼어들어도 봐주겠지’라고 생각하는 차들이 있다. 국물도 없다. 난 법 앞에선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고 배웠다.

 

자동차로 어깨에 힘 좀 주려면 어떤 차를 타야 한다고 생각하나?이진우길거리에 수입차가 너무나 많아진 시점에서 차를 가지고 자랑하는 게 쉽지 않아. 웬만한 수입차는 길바닥에서 다 볼 수 있잖아. 그러니 막연한 차 자랑보다는 특별한 자동차로 이미지에 변화를 주거나 감각을 더하는 게 현명할 거야. 슈트를 멋지게 차려입고 지프 랭글러를 타는 남자를 생각해봐. 무언가 멋진 스토리가 있을 거 같지 않아? 오픈카 타는 백발의 노년, 바이크 타는 날씬한 아가씨도 특별한 이야기를 지닌 거 같고.

 

김선관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아우디만 타도 먹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각종 금융 프로그램과 할인 정책으로 인해 흔하디흔한 자동차가 됐다. 어깨에 힘을 주려면 몇 가지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첫 번째, 비싼 차여야 할 것. 두 번째, 아버지 차를 훔쳐 타고 나온 듯 무거운 차는 아닐 것. 세 번째, 그렇다고 졸부 느낌이 폴폴 나는 차도 아닐 것. 네 번째, 세단과 SUV 같은 흔한 장르의 차가 아닐 것. 다섯째, 뚜껑이 열려야 할 것. 써놓고 보니 떠오르는 차가 한 대 있다. 페라리 포르토피노다. 포르토피노라면 어깨에 벽돌 스무 장쯤 올린다.

 

박호준2012년 리쌍이 발표한 ‘개리와 기리 세번째 이야기’의 가사 중 이런 구절이 있다. “적어도 벤틀리는 타야 인정해주잖아. 100억 정도 돼야 좀 있어 보이잖아.” 시간이 지날수록 자동차로 어깨에 힘을 주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금요일 밤 도산대로에 30분만 서 있으면 알 수 있다. 모터쇼가 부럽지 않을 만큼 비싸고 멋진 차가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진우 편집장 말에 공감이 간다. 차에 스토리가 담길 때 멋지다. 오프로드에 맞춰 개조한 랭글러나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공랭식 911 같은 것들 말이다.  

 

차를 구매할 때 브랜드 이미지가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이진우자동차 구매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가격이야. 같은 가격대에서 더 좋은 그리고 내게 맞는 차를 구매하는 게 합리적이지. 내 경우 브랜드 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아. 굳이 숫자로 표현하자면 20% 정도가 아닐까 싶어.

 

김선관처음 차를 샀을 때만 해도 브랜드 이미지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성능과 디자인을 넘어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브랜드 레벨이 높을수록 비싸다는 만고의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우선이었던 기준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박호준1도 없다. 오로지 가격대비 성능과 효율만 본다. 브랜드 이미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월 할부금은 눈에 보인다. 예전보다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의 격차가 줄어든 까닭도 있다. 하지만 돈이 정말 많은 사람이라면 브랜드 이미지가 구매에 꽤 큰 영향을 줄 것 같다. 비싼 차일수록 성능의 차이보단 성향의 차이가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후광효과는 계속될까?이진우요즘 젊은이들은 운전하고 싶어 하지 않아. 그 시간에 스마트폰을 봐야 하기 때문이지. 차에 대한 관심이 적으니 자동차 브랜드마다의 특징에 대해서도 잘 몰라. 이들이 소비의 주체가 되는 시기를 생각해봐. 차가 스스로 주행하고 자동차를 대규모로 공유하는 시대와 점점 가까워질 거야. 그런 그들이 마이카로 으스대고 브랜드를 보고 오너를 평가할까?

 

김선관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후광효과는 없어지지 않는다. 자동차와 명품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시그널이다. 그 신호를 받아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딱 두 부류다. 아예 세상과 담 쌓고 산 사람이거나 이미 그것들을 모두 소유한 사람.

 

박호준더욱 심해질 것이다. 양극화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상상해보라. 윙윙거리는 전기차 일색인 도로 사이로 새빨간 12기통 스포츠카가 우르르쾅쾅 굉음을 내며 홀로 지나가는 광경을 말이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 것이다. 그리고 우린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 관심이 능력이자 돈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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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호준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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