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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m/kWh? 1km/kg? 연비를 통역하라!

1km/kWh? 1km/kg? 이게 뭐지? 도와줘요, 연비 통역사!

2019.10.22

 

 

낯선 단위는 외국어와 다르지 않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최근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연료 효율과 관련해 낯선 단위들이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온다. 내연기관차 연비도 km/ℓ가 아니면 잘 이해할 수 없는 마당에 km/kWh는 뭐고 km/kg은 또 뭐란 말인가?

 

 

kWh가 얼마야?

전기차 효율의 단위는 kWh/km다. kWh와 km라는 단위는 알 거다. 다만 이 두 단위의 만남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문제다. 전비(연비) 단위의 키워드는 kWh다. 그런데 1kWh라는 단위를 물리학적으로 설명하면 너무 길다. 힘의 단위인 뉴턴과 일의 단위인 줄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려면 가속도의 단위인 m/sec²을 꺼내야 하고 토크의 단위로도 사용하는 Nm를 내놔야 한다. 그건 우리 모두에게 너무 가혹한 짓이다. 솔직히 다들 잊고 살지 않았나.

 

그렇다면 1kWh로 할 수 있는 일을 예로 드는 게 이해하기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1kWh로 우리는 10ℓ의 찬물을 팔팔 끓일 수 있고, 냉동식품 20인분을 뜨끈하게 데울 수 있다. 스마트폰 충전? 까짓것, 1년 남짓도 해드릴 수 있다. 동력으로서 1kWh라면 성인 10명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63빌딩 꼭대기까지 3번 오르내릴 수 있다. 인공호흡기는 2시간 정도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대충 짐작해도 1kWh는 적은 양이 아니다.

 

전기차는 이 단위를 대입해 효율을 나타낸다. 국내 출시 중인 전기차를 보면 공인연비 복합 기준으로 가장 효율이 좋은 르노 트위지는 1kWh로 7.9km를 달린다. 반면 가장 떨어지는 르노삼성 SM3 Z.E.는 4.5km만 갈 수 있다. 서울시청을 기점으로 직선거리를 따지면 SM3 Z.E.는 홍대까지밖에 못 가는데 트위지는 상암동 하늘공원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 하면 보통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만 따지기 일쑤였는데, 실상은 전기차도 이렇게 효율 차이가 난다. 물론 이는 배터리의 용량만큼이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에 영향을 미친다.

 

 

변환해줘! km/kWh!

그런데 왜 하필 1kWh를 전기차 효율의 기준으로 삼았을까? 전력의 기준이면서 전기요금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ℓ가 액체의 기본 단위이면서 기름값을 매기는 단위이기에 연비 기준이 된 것과 같은 이유다. 전기차 충전기를 가정에 설치해 사용할 경우 기본요금은 저압이면 2390원, 고압은 2580원이다. 충전 요금은 시간대에 따른 전력 수요량과 계절에 따라 차등되는데 1kWh당 52.5원에서 232.5원까지 부과된다. 공공기관이나 주차장 등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는 1kWh당 173.8원이다. 그렇다면 1kWh로 6.3km를 달리는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급속충전기에서 5000원만 충전해도 181.2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이 또한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이미 연료비의 기준이 주유비와 내연기관차의 연비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환경보호청은 MPGe라는 것을 발표한다. 1갤런 가격만큼의 전기를 충전했을 때 이 차는 과연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를 표시한 거다. 참고로 MPG는 아직도 야드법을 고집하는 미국의 연비 단위다. 1갤런으로 몇 마일을 가는지 표시하는 것으로 km/ℓ(Kilometer Per Liter)와 같은 개념이다. 아울러 끝에 붙은 e는 eco나 electric의 e가 아니라 equivalent의 e다. ‘대응하는 것’이란 뜻으로 내연기관차의 연비와 대응하는 단위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그럼 한국식 KPLe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2019년 9월 셋째 주 기준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약 1530원이다.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급속충전기에서 1530원어치 충전하면 55.4km를 달릴 수 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KPLe는 55.4인 셈이다. 참고로 코나 일렉트릭의 KPLe는 49.2, 쉐보레 볼트 EV는 48.4, 기아 쏘울 EV는 47.5, 기아 니로 EV는 46.6이다.

 

 

수소차 1km/kg은 뭐임?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와 함께 차세대 친환경차로 각광받고 있다.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을 때는 수소연료전지차가 달리면서 PM2.5 이하의 초미세먼지를 99.9% 걸러내는 것으로 알려져 ‘궁극의 친환경차’라는 수식까지 얻었다.

 

그런데 이 수소연료전지차의 공인연비를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갑갑해진다. 국내에서 대중에 판매하는 유일한 수소연료전지차인 현대 넥쏘의 연비는 96.2km/kg이다. 기존의 내연기관차와 숫자만 비교하면 이렇게 혁신적일 수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럴 리 없을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단위는 심지어 ℓ도 아니고 kg이다. 수소라면 주기율표 첫 번째 칸에 들어가는 세상 가벼운 원소인데 부피 단위도 아니고 kg은 또 뭔가 싶을 거다.

 

수소는 고압으로 압축해 운반하고 충전한다. 자연 상태로는 부피가 너무 막대하기 때문이다. 수소는 육로로 운송 가능한 튜브 트레일러에서 200bar 정도, 수소충전소 용기에서는 400~900bar 수준으로 압축돼 있다. 수소연료전지차에 충전할 때는 700bar 수준으로 충전된다. 그리고 이때 수소 충전량이 kg 단위로 과금된다. 수소 충전 가격은 지역에 따라 다른데 국내에서는 울산 지역이 1kg당 7000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본사에 설치된 수소충전소에서는 무료로 충전할 수 있지만, 이는 수소차 대중화 계획의 하나로 보면 된다. 그 밖의 지역에서는 7000~8800원의 가격으로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수소차는 경제적일까?

수소차의 효율이 km/kg 단위가 된 것도 마찬가지다. 충전하는 단위나 충전 금액의 기준이 되는 단위, 차 안에 수소탱크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가 모두 kg이다. 19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복합연비 93.7km/kg인 넥쏘의 경우 연료탱크 용량이 6.33kg이다. 완전히 비워진 탱크를 수소 1kg당 8800원인 충전소에서 가득 충전하면 5만5704원이 들고, 이를 통해 총 593.1km를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1만원 충전에 100km 이상 달린다는 이야기이므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으로 보인다.

 

이를 보다 확실히 알아보려면 넥쏘도 KPLe를 계산해 비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1530원을 기준으로 구해보면 16.3KPLe다. 복합연비가 93.7km/kg이라고 하니 뭔가 엄청난 효율을 나타낼 것 같은데, 막상 내연기관차와 비교한 비용으로 환산해보니 경제성은 별로 뛰어나지 않다. 물론 수소 충전소를 포함한 관련 인프라 자체가 적어 아직은 수소 가격이 높은 편이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으리라 짐작할 수는 있다.

 

 

연료는 달라도 비교는 허하라!

사용하는 연료가 다르다면 연비를 나타내는 단위가 다른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자동차의 효율을 나타내고, 소비자들이 유지비용을 가늠하는 수치라면,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단위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이자 국민인데 그 정도 배려는 받아야 하지 않을까? 친환경차 시대는 자동차 회사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여는 게 아니다. 차를 구입하고 이용하는 사람들과 열어가는 것이다. 함께 열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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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최신엽(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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