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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거면 바뀌지 말지 그랬어!

모델 체인지가 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모두의 환영을 받는 변화도 있지만 누군가의 고개를 젓게 하는 변화도 있다. 우린 이들의 변화가 못마땅하다

2019.10.23

 

페라리 488 GTB
소리가 아쉬운 V8 트윈터보 엔진
누군가는 강제로 밀어 넣은 공기로 강력한 폭발력을 일으키는 터보 엔진의 토크를 더 선호할지 모른다. 변속기가 몇 단에 있는지, 엔진 회전수가 얼마인지 상관없이 가속페달을 밟기만 하면 뿌듯하게 가속하는 그 힘은 터보 엔진의 특징이다. 그런데 터보 엔진은 뜨거운 배기가스의 에너지를 과급을 위해 터빈에서 모두 뽑아 쓰기 때문에 배기음에 힘이 없다. 2013년까지 V8 2.4ℓ 자연흡기 엔진을 얹던 F1 경주차는 2014년부터 V6 1.6ℓ 터보 엔진으로 바뀌었다. 당장 유튜브에서 뒤져보면 얼마나 멍청한 소리를 내는지 알 수 있다. 페라리 V8 엔진이 터보차저를 달았을 때 가장 아쉬운 건 사운드였다. 특히 458 이탈리아에서 488 GTB로 갔을 때가 그랬다. 458에 쓰인 V8 4.5ℓ 자연흡기 엔진은 직분사 기술을 끝까지 끌어올려 9000rpm부터 시작하는 레드존과 3000rpm부터 토해내는 묵직한 토크가 일품이었다. 이게 488로 바뀌면서 배기량도 3.9ℓ로 줄고, 터보차저가 달려 엔진 회전 한계가 8000rpm이 됐다. 지금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F8 트리뷰토가 무려 720마력을 내는데, 출력이 높아지긴 했지만 소프라노의 아리아처럼 자극적인 ‘디바’는 사라졌다. 물론 플래그십 모델인 812 슈퍼패스트나 GTC4 루쏘의 V12 자연흡기 엔진이 남아 있긴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BMW 7시리즈
너무 거대한 프런트 그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키드니 그릴을 돼지코로 만들었을까? 더불어 멀리서 보면 귀여운 토끼 이빨처럼 보이기도 한다. 위로 거대하게 늘리고 두 개의 콩팥을 붙여버린 이 그릴이 난 도통 적응되지 않는다. 물론 존재감이 확실하다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이 럭셔리 대형 세단의 존재감에서 돼지와 토끼가 떠오르는 게 문제다.글_이진우

 

 

BMW 3시리즈
무색해진 호프마이스터 킨크
호프마이스터는 1955~1970년까지 BMW 디자인을 총괄한 빌헬름 호프마이스터의 이름이다. 그리고 호프마이스터 킨크는 그가 고안한 역동적인 C 필러, 혹은 D 필러의 라인을 말한다. C 필러를 따라 흐르던 그린하우스 뒤쪽 선이 아래쪽에서 급격하게 뒷바퀴 쪽으로 방향을 틀며 꺾어진 부분을 호프마이스터 킨크라고 한다. 이런 스타일의 디자인을 BMW에서 처음 사용한 건 아니지만 빌헬름 호프마이스터가 1961년 처음 발표한 BMW 3200 CS와 뉴 클래스를 시작으로 마치 BMW의 상징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비로소 BMW를 대표하는 디자인이 됐고, 뒷바퀴굴림차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요소가 됐다. 이게 왜 뒷바퀴굴림차의 역동성을 상징하느냐고? 자동차 옆모습을 보면 느긋하게 뒤로 뻗는 C 필러를 따라 자연스럽게 트렁크로 시선이 이동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호프마이스터 킨크는 극적으로 방향을 틀어 시선을 뒷바퀴 쪽으로 전환시킨다. 하지만 신형 3시리즈는 호프마이스터 킨크의 극적인 분위기를 상당히 상쇄시켰다. BMW가 무색해진 호프마이스터 킨크를 부디 되돌려놓기를.글_고정식

 

 

포르쉐 911
너무 매끈한 디지털 계기반
아우디 버추얼 콕핏을 처음 봤을 때 10년쯤 미래로 간 기분이 들었다. 운전대에 있는 버튼을 누를 때마다 속도계 화면과 RPM 게이지 화면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게 마냥 새로웠다. 계기반 가득 지도가 뜨는 것도 신기했다. 하지만 이건 아우디에 달렸을 때 얘기다. 신형 911이 디지털 계기반을 챙겼다. 가운데 둥근 RPM 게이지만 아날로그로 남기고 나머지 둥근 창은 모두 디지털이다. 매끈한 디지털 계기반이 자꾸 어색하다. 다섯 개의 둥근 창으로 이뤄진 아날로그 계기반은 포르쉐의 상징과도 같았다. 헤리티지를 잇기 위해 다섯 개의 창을 그대로 남긴 건 다행이지만 디지털로 바뀌진 말았어야 한다. 폼이 안 난다. 그러고 보니 센터페시아도 너무 매끈하다. 포르쉐, 아니 911 같지 않다.글_서인수

 

 

인피니티
VC 터보 엔진

장장 20년이 넘는 세월을 들여 개발한 2.0ℓ VC 터보 엔진은 기존 V6 엔진보다 27%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주행 상황에 따라 압축비를 조절하도록 설계한 덕이다. 점점 까다로워지는 배출 가스 기준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기까지가 제조사의 입장이다. 소비자는 다르다. 체감이 어렵다. 운전할 때는 물론이고 제원표를 보더라도 동급 모델과 차이가 미미하다. 이럴 거면 차라리 바뀌지 말지 그랬어!글_박호준

 

 

현대 쏘나타
직관적이지 못한 버튼식 변속레버
신형 쏘나타(DN8)의 기어 변속 방식이 쥐고 당기는 것에서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 덕에 센터스택 주변이 깔끔해졌다. 그런데 눈으로 보고 버튼을 누르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전진과 후진을 반복할 땐 앞을 본 다음 사이드미러를 보고, 고개를 내려 변속 버튼까지 봐야 한다. 좁은 곳에서 차를 빼기 위해 앞뒤로 넣고 빼고 할 땐 정말 환장할 것 같다.글_이진우

 

 

랜드로버 디펜더
이건 너무 귀엽잖아!
온라인상에 테스트카의 모습이 나돌 때부터 불길했다. 아무리 위장막으로 덮어놨다 해도 겉으로 드러난 실루엣은 가릴 수 없었으니까. 그래도 위장막 안에는 디펜더만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이 잘 반영돼 있으리라는 믿음은 놓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신형 디펜더의 베일이 벗겨지는 순간, 내 믿음은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차라리 디펜더라는 이름도 같이 버리지 그랬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요즘 스타일로 둥글게 다듬은 디펜더는 나에게 있어 디펜더가 아니다. 랜드로버의 디펜더라 함은 두꺼운 철판을 툭툭 잘라 붙여놓은 듯한 탄탄한 모습에 네모반듯한 외형이 주는 든든함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예쁘장하게 꾸며진 디펜더를 끌고 어떻게 거친 사막과 험난한 바위를 타 넘으란 말인가. 투박함이 주는 매력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실내 역시 온갖 첨단이 들어선 테크노밸리 느낌이다. 돌아와, 디펜더.글_안정환

 

 

메르세데스 벤츠 CLS
어정쩡한 뒤태
내 마음속 CLS는 ‘디자인만 보고 산다’는 잘생긴 차였다. 앞모습은 또렷하면서 우아하고,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시작해 루프를 지나 트렁크 리드까지 이어진 옆 라인은 숨이 멎을 정도로 유려한 곡선미를 자랑했다. 뒷모습은 또 어떻고. 트렁크 리드에 달려 있는 번호판 위를 가로지르는 크롬 바며, 리드 윤곽선을 따라 붙어 있는 테일램프를 보면 각기 다른 부분들을 하나로 만들어내는 짜임새가 이렇게 촘촘할 수 있을까 감탄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2017년 LA 모터쇼에서 3세대 CLS의 뒷모습을 보고 탄식이 터져 나왔다. 1세대와 2세대에서 봤던 디자인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번호판이 트렁크 리드가 아닌 범퍼로 자리를 옮겼고 테일램프는 역삼각형 모양인데 어딘가 모르게 어눌해 보이고 밋밋하다. CLS 특유의 라인과 정체성이 흐릿해지고 뒷모습이 주는 긴장감도 누그러졌다. 그러고 보니 요즘 출시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쿠페들이 번호판을 뒷범퍼에 다는 경향이 있는데 유독 CLS에만 실망감이 크다. 이전에 보여줬던 독보적인 디자인 때문일까? 물론 몇몇 디자인 요소를 제외하면 여전히 완성도가 높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글_김선관

 

 

 

 

모터트렌드, 자동차, 모델 체인지, 바꾸지 말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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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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