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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스럽고 탁월하다, 롤스로이스 팬텀

롤스로이스는 전통과 미래를 현대로 모아 누구나 꿈꾸는 최고급 세단을 만들었다. 아니, 작품을 빚어냈다

2019.11.07

 

의미가 깃든 시간은 전통이란 유산으로 남는다. 그렇게 이어진 유산에는 들리는 것보다 더 많은 사연이 어리고, 보이는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스민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켜켜이 쌓인 무언가를 논할 때에는 단순히 겉만 보고 판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모습은 그 전통이 배어든 외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롤스로이스 팬텀은 그 생김만으로도 가치와 전통을 논할 수 있을 만큼 수려하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고유의 분위기를 잃지 않고 충분한 존재감까지 드러낸다.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8번의 세대 변경을 거듭하면서도 변치 않고 팬텀을 지휘하는 건 환희의 여신상이다. 1925년 처음 팬텀이 탄생한 그때 환희의 여신상과 2019년 오늘을 달리는 환희의 여신상은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동일한 이상을 향해 날개를 펼친 듯 보인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자태만 그대로가 아니라 롤스로이스의 상징성이 오롯이 담긴 것 역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위아래로 더 확장한 그릴도 여전히 ‘모든 신을 위한 신전’ 판테온을 오마주했다. 약 2000년 전 지어진 판테온은 당대 지어진 전 세계 어떤 건축물보다 잘 보존됐다. 이렇게 오랫동안 온전하게 헤리티지를 이어가고 싶은 롤스로이스의 바람이 이 웅장하고 기품 있는 그릴에 담긴 건 아닐까? 그릴 양쪽으로는 옆으로 긴 사다리꼴 헤드램프가 자리했다. 그릴이 지금까지 100년의 전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면 헤드램프는 앞으로 100년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전 세대에서는 직사각의 형태가 조금 경직돼 보였는데 새로운 팬텀은 좀 더 여유롭고 현대적이다.

 

코치도어의 손잡이 부근에서 시작된 선은 앞으로 쭉 뻗어 나와 보닛 끝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바닥까지 내리 뻗는다. 익숙한 선이다. 지난 2016년 발표한 롤스로이스 103EX 비전 넥스트 100 콘셉트에서 선보인 과감한 선과 형상을 좀 더 간결하게 다듬어 가져왔다. 역시나 미래적인 이미지가 깊이 스며들었다. 중심으로는 찬란한 전통이 모여들고 바깥으로는 미래 비전이 뻗어나가는 형상, 그게 팬텀의 얼굴이다.

 

 

옆모습은 우아하다. 판테온이 담대한 현관을 지나 웅장한 돔으로 이어지듯, 팬텀도 도도하게 흐르는 보닛의 윤곽 뒤로 웅대한 승객석이 이어진다. 반듯한 수평면으로 시작해 자칫 근엄해 보일 수 있지만 풍만하게 면을 부풀리고 뒤로 갈수록 선에 유연함을 불어넣어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실내로 통하는 문은 마치 두 팔 벌려 환영하듯 바깥쪽으로 활짝 열린다. 앞문은 보편적이고 뒷문은 예외적이다. 예외적인 건 코치도어다. C필러에 경첩이 달려 B필러 쪽에서 문이 열린다. 그 안으로 호화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디자인은 사진으로 보는 대로다. 외곽은 직선으로 펼치고 요소는 동그랗게 넣었다. 팬텀 고유의 전통적이며 우아한 실내는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보면서 느끼는 게 더 좋겠다. 스칸디나비아에서 자연 방목했으면서 모기 물린 자국조차 없는 황소 가죽의 연하고 보드라운 감촉과 깊고 영롱한 광택의 패널이 풍기는 신비로운 감각은 도무지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고상하며 기품 있고 아름답다.

 

 

특히 비스포크로 만들어지는 대시보드 ‘더 갤러리’는 이 호사스러운 최고급 세단의 절정이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자리한 디스플레이를 스르르 내리면 호화로운 더 갤러리가 더 넓게 펼쳐져 대시보드 전체를 황홀하게 물들인다. 더 갤러리 역시 주문하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다듬고 매만질 수 있다. 작품을 차 안에 전시하는 개념이라 훨씬 창의적인 주문도 가능하다.

 

 

매끈하게 뻗은 보닛 아래는 V12 6.75ℓ 트윈터보 직분사 엔진이 자리했다.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91.8kg·m를 내뿜는다. 최대토크는 1700rpm에서 터져 나온다. 덕분에 2665kg에 달하는 육중한 무게지만 움직임은 초반부터 내내 여유롭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도 5.3초에 지나지 않는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km에서 제한된다. 아무리 높은 회전수로 치달아도 엔진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변속기도 경이롭다. 워낙 힘이 여유로워 좀 더 긴 시간을 할애해 변속을 판단해도 그리 티날 리 없건만, 그런 치기는 부리지 않는다. 명민하게 변속한다. 그러면서 충격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명석하고 부지런한 변속기 덕분에 소음은 줄고 반응은 빠르며 효율은 올라간다.

 

물론 출력과 토크도 어느 영역에서든 풍부하다. 이렇게 과분한 힘을 발휘하니 계기반에 엔진회전수를 나타내는 태코미터가 아니라 여력을 표시하는 파워리저브가 들어간다. 최대로 뿜을 수 있는 힘을 100%라고 했을 때 현재 더 발휘할 수 있는 힘을 %로 나타내는 계기다. 이건 롤스로이스만이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이자 자부심이다.

 

스탠더드 휠베이스지만 뒷좌석은 한없이 여유롭다. 바닥에는 보드랍고 매끄러운 긴 털이 올라온 카펫이 깔려 있어 로열 스위트를 방불케 한다.

 

승차감은 비교 상대가 없다. ‘매직 카펫 라이드’란 표현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 노면이 움푹 파인 곳을 지나도 타이어만 덜컹할 뿐 차체로 전달되는 충격은 거의 없다. 그만큼 에어 서스펜션의 대응이 재빠르고 정확하다. 물론 에어 서스펜션 혼자 모든 충격을 해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알루미늄으로만 만든 ‘럭셔리 아키텍처’의 역할도 상당하다. 가볍고 강하며 조용하고 기술적이다. 사실 7세대 팬텀보다 길이는 줄었지만 실내는 더 넓은 것도 이 새로운 플랫폼 덕이다.

 

운전자를 더 즐겁게 하는 것 역시 이 플랫폼이다. 그리고 최신예 서스펜션이다. 고속 안정성을 더욱 끌어올렸고 코너에서도 무게중심이 갑작스레 이동하지 않도록 한다. 그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몸놀림은 매우 인상적이다. 단 한 순간도 급격한 변화가 없다. 모든 건 순리적이고 자연스럽다. 움직임조차 호화롭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 여유와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안팎은 물론 그 반응과 몸놀림까지 팬텀은 모든 면에서 호사스럽고 탁월하다. 이번에도 롤스로이스는 차를 작품으로 대하고 빚었다.

 

 

ROLLS-ROYCE PHANTOM기본 가격 6억300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12 6.75ℓ 트윈터보, 571마력, 91.8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2665kg 휠베이스 3552mm 길이×너비×높이 5762×2018×1646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4.8, 7.8, 5.8km/ℓ CO₂ 배출량 310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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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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