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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엔진은 괜찮다, 메르세데스 벤츠 GLE 300 D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는 아쉽지만 새로운 4기통 디젤 엔진은 훌륭하다

2019.11.11

 

메르세데스 벤츠 GLE는 BMW X5보다 2년, 아우디 Q5보다는 11년 먼저 태어났다. 당시 이름은 GLE가 아니라 M 클래스였다. 벤츠의 새로운 작명법에 따라 2015년 4월 GLE로 이름이 바뀌었다. GLE의 전신인 M 클래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벤츠에 SUV가 없던 건 아니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함께 럭셔리 오프로더의 왕으로 군림하던 G 바겐이 있었다. 하지만 G 바겐은 성격이 확실한 SUV였다. 그만큼 시장도 확실했다.

 

벤츠는 G 바겐과는 시장도, 성격도 다른 SUV를 만들기로 계획했다. 당시만 해도 SUV는 실용성을 무척 중요시하는 서민(?)들이 타던 차라고 인식됐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를 원하는 시장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었다. 벤츠의 믿음은 판매대수로 증명됐다. GLE는 전 세계적으로 200만대 이상 팔리며 벤츠의 효자 SUV로 자리 잡았다.

 

 

오늘 만난 GLE는 2018 파리 모터쇼에서 처음 모습을 공개한 4세대 모델이다. 헤드램프에 각이 생기고, 테일램프도 날렵해져 앞뒤 모습이 좀 더 강렬해졌다. 하지만 변화는 실내에서  두드러진다. 아날로그 계기반과 터치가 되지 않는 디스플레이, 무수히 많은 센터페시아 버튼이 대시보드의 반을 차지하는 기다란 디스플레이와 깔끔한 버튼으로 정리됐다.

 

벤츠가 와이드 스크린 콕핏이라 부르는 이 디스플레이는 크게 두 개의 화면으로 구성된다. 왼쪽에는 속도와 rpm 게이지가 뜨는 계기반이, 오른쪽에는 내비게이션이나 오디오 정보 등을 띄울 수 있는 화면이 있다. 운전대 양쪽에 달린 손톱만 한 터치패드로 왼쪽과 오른쪽 디스플레이를 조작할 수 있다. 둥근 속도계와 rpm 게이지가 뜨게도, 연비 정보와 에코 디스플레이가 뜨게도 바꿀 수 있다.

 

신형 GLE는 실내가 완전히 새로워졌다. 대시보드에 가로로 기다란 와이드 스크린 콕핏이 달렸다.

 

왼쪽 화면은 당연히 터치스크린이 아니지만 오른쪽은 터치스크린이다. 시트 열선이나 오디오, 내비게이션 등을 손끝으로 설정할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놓인 센터터널 위 터치패드로도 조작할 수 있다. 참, 터치패드 아래에 가죽으로 감싼 건 변속레버가 아니다. GLE의 변속레버는 대부분의 벤츠 모델처럼 운전대 뒤쪽에 기다란 막대처럼 달렸다.

 

국내에 판매되는 GLE는 직렬 6기통 3.0ℓ 휘발유 엔진에 벤츠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EQ 부스트를 더한 450 4매틱과 직렬 4기통 2.0ℓ 디젤 엔진을 얹은 300 d 4매틱 두 종류다. 300 d 4매틱은 벤츠가 2016년 공개한 새로운 OM654 디젤 엔진을 얹었다. 기존의 2.2ℓ 디젤 엔진을 대체하는 엔진인데, 배기량을 줄이는 대신 벤츠 최초로 실린더부터 헤드까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무게가 30kg 남짓 줄었다.

 

 

이뿐 아니다. 실린더 벽을 나노 슬라이드로 코팅해 마찰 저항도 줄였다. 연비를 높이면서 소음과 진동을 개선한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그런데 OM654는 지금의 C 220 d와 E 220 d에 얹는 엔진과 같다. 제원표를 살피다 문득 궁금해졌다. C 220 d와 E 220 d의 최고출력은 194마력인데 GLE 300 d의 최고출력은 245마력이다. 어떻게 같은 엔진으로 출력이 60마력 남짓 높아질 수 있을까? 해답은 2 스테이지 터보차저 기술에 있었다.

 

벤츠의 직렬 6기통 터보 디젤 엔진에도 쓰이는 이 기술은 작은 고압용 터보차저와 큰 저압용 터보차저를 일렬로 달아 저회전 영역에서는 고압용 터보차저가 배기가스의 흡입 효율을 높이고, 고회전 영역에서는 저압용 터보차저가 실린더에 배기가스를 보낸다. 이로써 저회전에서 터보 지체 현상을 줄이고 각 회전수 영역에서 과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아래 터치패드로도 오른쪽 디스플레이를 조작할 수 있다. 그 아래 가죽으로 감싼 건 기어레버가 아닌, 손목 받침대다.

 

출력이 높아진 덕에 가속감은 시원하다. 1600rpm부터 최대토크를 뿜어내 초반 가속도 경쾌하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묵직한 바리톤의 엔진 소리가 기분 좋게 들린다. 소음과 진동을 너무도 잘 다스린 덕에 체감 속도는 실제보다 덜한 느낌이지만 쭉 뻗은 도로에서 묵직하면서 부드럽게 내달리는 맛이 좋다. 고속에선 좌우로 출렁이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심하게 요동치는 정도는 아니다. 코너를 돌아나갈 땐 바닥에 좀 더 붙는 느낌도 든다.

 

벤츠의 에어매틱 서스펜션이 지면에 따라 네 바퀴의 높이를 각기 다르게 조절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속으로 코너를 돌아나갈 때 궤적을 벗어나지 않고 안정적으로 돌아나가는 폼이 인상적이다. 붓으로 한 번에 둥근 선을 그리듯 그렇게 깔끔하게 돌아나간다. 울퉁불퉁한 길을 달릴 땐 에어매틱 서스펜션의 고마움이 더 커진다. 차고를 40mm까지 낮출 수 있어 매끈한 노면을 달리는 듯한 승차감을 전한다.

 

 

벤츠가 자랑해 마지않는 MBUX 인포테인먼트는 한국말을 꽤 잘 알아듣는다. “안녕 벤츠?”라고 인사를 건넨 후 “너무 추워” “라디오를 틀어줘” 같은 말을 건네면 대답을 하고 즉각 실내 온도를 높이거나 라디오를 켠다. 64가지 색으로 바꿀 수 있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실내 분위기를 은근하게 띄워준다. 센터페시아 아래에 휴대전화 무선충전 패드가 있는데 경사지게 만들어 휴대전화를 올려놨을 때도 화면을 잘 볼 수 있다.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니다. 9000만원이 넘는 벤츠 모델인데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물론 통풍 시트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그냥 크루즈컨트롤은 있다), 선루프가 없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실행할 수 없다. USB 포트는 곳곳에 많지만 모두 C 타입이라 기존의 USB 포트를 꽂을 데가 없다. 모래밭이나 진흙더미에 빠졌을 때 네 바퀴의 서스펜션이 춤추듯 움직이면서 탈출하도록 돕는 E-액티브 보디 컨트롤도 빠져 있다. 하지만 신형 GLE는 지금 가장 강력하며 조용하고 효율이 좋은 4기통 디젤 엔진을 품었다.

 

 

MERCEDES-BENZ GLE 300 D 4MATIC기본 가격 903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직렬 4기통 2.0ℓ 터보 디젤, 245마력, 51.0kg·m 변속기 자동 9단 공차중량 2300kg 휠베이스 2995mm 길이×너비×높이 4930×2020×1770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10.0, 11.4, 10.6km/ℓ  CO₂ 배출량 183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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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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