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CHCAR

헤비급 챔피언은 누구? 현대 팰리세이드 vs. 쉐보레 트래버스

체급은 조금 다르지만 시장이 겹친다. 현직 국내 헤비급 챔피언 팰리세이드가 지금 막 헤비급 시장에 뛰어든 트래버스와 붙었다. 결과는?

2019.11.11

 

7~8인승 대형 SUV 시장은 자동차 회사가 군침을 흘리는 시장이 아니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 시장은 눈길도 주지 않는, ‘아웃 오브 안중’에 가까웠다. 그만큼 시장도 작고 수요도 적었다. 하지만 이건 지난해 현대 팰리세이드가 국내에 출시되기 전까지 상황이다.

 

솔직히 현대도 반신반의했을 거다. 아니, 그들도 이런 결과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팰리세이드는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사전계약 대수가 2만대를 넘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현대차는 당황했고, 급기야 생산라인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수요가 생산을 따라가지 못했다. ‘지금 주문해도 6개월 후에나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자 사람들은 더욱 팰리세이드에 관심을 보였다. 원래 매진이나 품절이 뜨면 더 갖고 싶고, 사고 싶은 법이다.

 

 

팰리세이드가 시장을 열었다. 눈치만 보던 수입 SUV도 하나둘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가운데엔 멀리 미국에서 날아온 쉐보레 트래버스도 있다. 크기나 값에서 팰리세이드보다 우위에 있지만 팰리세이드를 사려고 할 때(혹은 살 수 없을 때) 사람들이 고민할 대안 중 하나가 바로 트래버스다. 탄탄한 주행실력과 주행품질,  넉넉한 실내공간은 트래버스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생김새도 대형 SUV답게 우람하고 듬직하다. 과연 트래버스는 팰리세이드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돌려세울 수 있을까?

 

현대 팰리세이드의 V6 3.8ℓ 가솔린 엔진

 

주행 품질과 핸들링

팰리세이드의 부드러운 승차감은 이진우 편집장과 서인수 에디터에게 점수를 얻었다. 다소 낭창거리지만 그래도 매끄러운 주행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출시 초기 시승회에서 만났던 2.2ℓ 디젤 모델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6기통 휘발유 엔진 자체가 진동이 적다는 것, 그리고 다음은 초기 모델보다 확연히 개선된 진동과 소음 대책이다.

 

팰리세이드의 매끄러운 주행 품질은 특히 시가지 속도 영역에서 빛을 발한다. 이 부분은 확실하게 개선됐다.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는 순간 팰리세이드는 양탄자 위를 달리듯 매끄럽게 도로 위를 미끄러진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도로 소음도 매우 낮다. 부드럽게 설정된 쇼크 업소버는 스프링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허용해 팰리세이드에 전체적으로 낭창낭창하면서 경쾌한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느낌이다.

 

 

단, 시가지에서만 이 느낌이 즐겁다. 팰리세이드 서스펜션의 언더 댐핑 설정은 속도가 높아질수록 차체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적절히 억제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감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우수한 앞바퀴 접지력과 민첩한 조향 감각으로 시가지에서는 경쾌하게 사거리의 우회전과 좌회전을 즐겼지만, 속도가 높아지면 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앞바퀴에 비해 뒷바퀴가 느슨하고 허둥대는 느낌으로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 초기 모델에서도 두드러졌던 머리 위 공간의 바람 소리는 여전히 시속 110km 이상에서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파워트레인도 조금 의외다. 앳킨슨 사이클 엔진이기 때문에 고회전보다는 중저속에 특화됐을 줄 알았던 팰리세이드의 V6 휘발유 엔진은 최대토크가 5200rpm에서 나오는 상당한 고회전 설정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중저속 토크는 생각보다 약하다. 변속기는 매끄럽지만 조금 열심히 일을 시키면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과는 이렇다. 조금 강하게 가속하려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생각보다 시원하게 가속하지 못한다. 그래서 조금 더 가속페달을 밟으면 변속기가 갑자기 두 단 이상 킥다운을 일으키고 엔진 회전수가 치솟는다. 비로소 가속을 원하는 만큼 시원하게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평온했던 팰리세이드의 실내를 가득 채운 건 갑자기 고회전으로 돌아가는 엔진 소음이다.

 

분명 팰리세이드는 짧은 기간 안에 뚜렷한 품질 개선을 이뤘다. 주행 질감도 향상됐다. 원천적으로 진동과 소음이 적은 휘발유 모델이 팰리세이드의 성격에 어울릴 것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하지만 시가지의 아늑함이 장거리 고속도로 여행의 피곤함으로 반전을 이루는, 아직은 덜 여문 모델이다. 서인수 에디터가 이런 말을 했다. “팰리세이드는 아직 속이 덜 찬 느낌”이라고.

 

쉐보레 트래버스의 V6 3.6ℓ 가솔린 엔진

 

트래버스는 반대로 속이 꽉 찬 느낌이다. 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할 땐 팰리세이드보다 살짝 소음이 더 있다. 하지만 속도가 올라가도 급격하게 시끄럽거나 진동이 실내로 전달되는 경우는 없다. 팰리세이드보다 조향 응답성은 조금 느리지만 앞뒤 바퀴의 움직임이 속도에 관계없이 조화가 훌륭하다. 그리고 끈끈하게 노면을 붙잡는 느낌도 한결같이 든든하다. 그래서 안정환 에디터가 “덩치 큰 트래버스가 팰리세이드보다 오히려 운전하기 쉬웠다”고 했던 것이다. 한결같다. 바로 이 말이 트래버스의 주행 품질과 핸들링에 대한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아주 고급스럽다가 갑자기 속도를 높이면 당황하는 경우까지 경험의 폭이 불필요하게 넓은 팰리세이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엔진도 그렇다. 배기량이 작은 트래버스의 엔진이 오히려 트래버스보다 출력이나 토크는 높다. 그렇다면 당연히 더 고회전을 사용할 것이라고 추측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요즘 터보 엔진의 중저회전 토크가 부럽지 않을 만큼 28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온다. 그러니까 자연흡기 엔진의 자연스러운 응답성과 풍부한 저속 토크를 다 가진 것이다. 따라서 달리기는 여유롭고 엔진에서 출력을 꺼내 쓰기도 쉽다. 파워트레인 역시 트래버스가 훨씬 숙성됐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현대 팰리세이드

 

주행성능과 테스트 결과

팰리세이드는 느낌이 좋든 싫든 명료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민첩하게 앞바퀴가 노면을 움켜쥐고 속도를 줄인다. 동시에 뒷바퀴가 떠오르는 느낌도 확연하다. 좀 더 강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ABS가 개입하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모든 과정이 명료하다. 그래도 급제동에서 차체가 좌우로 쏠리지 않는다는 건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트래버스는 급제동에도 한결같은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앞머리가 가라앉는 감각이나 뒷바퀴가 떠오르는 감각이 팰리세이드에 비해 확연히 덜하다. ABS의 펌핑 소음도 훨씬 작다. 자극이 덜하다는 뜻이다. 평온하다. 다만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차가 실제로 속도를 줄이기까지 응답성은 아쉽다.

 

쉐보레 트래버스

 

절대 제동 성능에서는 팰리세이드가 앞섰다. 처음 몇 번의 제동 시험에서는 두 모델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다섯 번 이상 반복하자 트래버스의 브레이크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2m 차이에 불과했던 것이 나중에는 10m 이상으로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는 ABS가 펌핑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브레이크가 바퀴를 강하게 붙잡지도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트래버스 같은 차는 많은 사람을 태우고 장거리 여행을 갈 가능성이 높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급경사로가 많고, 관광지가 많은 강원도는 특히 그렇다. 사람을 가득 태운 차가 내리막길에서 제동 성능을 잃어버린다는 건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이다. 이 부분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주행 감각은 발진 가속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팰리세이드는 출발부터 활기차게 달리는 반면 트래버스는 초기에는 약간 굼뜬 듯하다가 중간 이후부터 밀도감 있게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기록에서도 이런 감각이 증명된다. 시속 20km까지 팰리세이드가 1.15초 걸린 반면 트래버스는 평균 1.3초가 필요했다. 시속 40km까지는 팰리세이드의 우세가 이어지지만 엔진 회전수 6500rpm의 시속 50km 부근에서 2단으로 변속하는 팰리세이드를 6800rpm까지 엔진 회전수를 올리며 가속을 계속 하는 트래버스가 시속 60km부터는 앞서나간다. 그다음에는 절대 출력에서 앞서는 트래버스가 간격을 벌려나간다.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팰리세이드가 8.26초, 트래버스는 0.8초 빠른 7.47초다. 추월 가속에서도 중저속 토크가 강한 트래버스가 시험 속도에 관계없이 팰리세이드를 앞섰다.
글_나윤석

 

팰리세이드의 실내는 단정하면서 세련됐다. 버튼식 기어레버 덕에 센터터널 아래에도 수납공간이 있다. 기어 버튼 옆 둥근 다이얼은 멀티 터레인 컨트롤이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

“이제야 저에게 맞는 차를 찾은 것 같아요.” 서울에서 인제스피디움까지 현대 코나 하이브리드를 타고 온 고정식 에디터가(그것도 키 190cm가 넘는 피디와 함께) 콜로라도와 팰리세이드의 운전석을 기웃거리며 말했다. 두 사람이 작디작은 코나를 타고 국도를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콜로라도와 팰리세이드는 모두 7~8인승 SUV다. 몸집이 커다란 만큼 실내 공간도 여유롭다. 하지만 트래버스가 팰리세이드보다 길이가 220mm, 휠베이스가 173mm 길다. 그만큼 공간도 더 넉넉하다.

 

트래버스의 실내는 옛날 차 느낌이 가득하다. 버튼이 직관적이라 사용하기 편하지만 디스플레이와 계기반은 물론 운전대도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모습이다. 그래도 센터페시아 아래 휴대전화 무선충전 패드는 챙겼다.

 

“넓은 공간은 트래버스의 장점이에요. 팰리세이드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트래버스는 광활할 정도예요. 룸미러로 뒤를 본 기분도 묘해요. 이 정도로 깊었던 SUV를 탄 적이 있었나 싶어요.” 김선관 에디터가 트래버스 운전석에 앉아 룸미러를 보며 말했다. “트래버스가 좀 더 여유롭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어차피 큰 차와 좀 더 큰 차의 대결이라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지진 않아요. 전 공간보다 실내 구성을 비교하고 싶어요. 대충 살펴봐도 브랜드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거든요. 트래버스는 전형적인 투박한 미국차, 팰리세이드는 세련된 요즘 차예요.” 안정환 에디터의 말에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팰리세이드에서 트래버스로 옮겨 타면 타임머신을 탄 것 같아. 10년은 과거로 돌아간 것 같다고. 디자인이 기능적일지는 몰라도 ‘이게 5000만원짜리다’ 하는 느낌은 아냐. 특히 팰리세이드가 1000만원 더 저렴하다는 게 놀랍지.” “트래버스는 한 세대 전의 차 같아요. 실내에서 매력적인 부분을 찾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사용하기에 불편하진 않거든요. 이런 게 미국식 실용주의일까요?” 박호준 에디터가 트래버스의 센터페시아 버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팰리세이드의 실내는 흠잡을 데가 없어요. 아날로그 클러스터와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조화를 이룬 계기반은 다양한 정보를 깔끔하게 표현해요. 방향지시등을 켜면 그쪽 모습을 디스플레이에 띄우기도 하고요. 정말 첨단이죠. 하지만 트래버스는 계기반부터 페이스리프트 전 말리부와 이쿼녹스에서 본 것이에요. 더 낮은 등급의 모델에서 가져왔으니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 리 만무하죠.” 고정식 기자의 말이다. 우리는 모두 팰리세이드의 실내가 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대 팰리세이드

 

쉐보레 트래버스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도 팰리세이드가 좀 더 풍성하다. 시승차를 기준으로 두 모델 모두 앞자리에 열선과 통풍 시트, 열선 스티어링휠을 갖췄지만 팰리세이드가 앞차와 거리를 스스로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챙긴 반면 트래버스는 설정한 속도로만 달릴 수 있는 그냥 크루즈컨트롤을 챙겼다. 팰리세이드는 2열 옆창에 햇빛가리개를 달고 3열 시트를 전동으로 접을 수 있는 옵션을 넣을 수 있지만 트래버스에는 아예 그 옵션이 없어 3열 시트를 손으로 접어야 한다. “팰리세이드에서는 현대차의 모든 옵션을 누릴 수 있어요.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은 과속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 속도를 줄이고 벗어나면 다시 올려요. 덕분에 서울에서 인제까지 가는 길이 한결 편했어요.” 김선관 기자가 팰리세이드를 칭찬했다.

 

현대 팰리세이드

 

쉐보레 트래버스

 

2열 공간도 트래버스보다 팰리세이드가 낫다는 게 에디터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두 모델 모두 2열 공간에 USB 포트가 두 개 있는데 트래버스는 송풍구 아래, 팰리세이드는 시트 어깨에 있어 팰리세이드 쪽이 사용하기가 좀 더 편했다. 팰리세이드에는 앞시트 뒷주머니 앞에 작은 주머니가 하나 더 있어 스마트폰을 꽂아두기도 좋다. 두 모델 모두 2열 도어 안쪽에 컵홀더를 마련했는데 팰리세이드는 지름이 다른 두 개의 둥근 구멍을, 트래버스는 네모난 두 개의 구멍을 뚫었다. 캔 커피나 테이크아웃 컵을 놓기에도 팰리세이드가 좀 더 편하다.

 

현대 팰리세이드

 

쉐보레 트래버스

 

“두 차 모두 2열 가운데가 비어 있는 7인승 모델인데 팰리세이드는 운전석과 2열 시트가 같은 형태이고, 트래버스는 1열과 2열의 시트가 생긴 것부터 달라요. 2열에 앉았을 때 안락한 느낌이 드는 쪽은 당연히 팰리세이드예요.” 박호준 기자의 말에 김균섭 어시스턴트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서울로 돌아갈 땐 팰리세이드 2열에 앉아도 돼요?” “그래도 3열은 트래버스가 좀 더 나아. 3열 시트를 펴도 트렁크가 꽤 넉넉하고.”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에 박호준 기자가 덧붙였다. “3열 공간은 확실히 길이가 긴 트래버스가 우세해요. 팰리세이드의 3열은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답답했는데, 트래버스는 비교적 넉넉해요.” 하지만 3열까지 사람이 앉을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그보단 1열과 2열 공간에 더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트래버스는 넉넉한 실내 공간을 자랑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다양한 편의장비와 첨단 안전장비를 누릴 수 없다. 아, 그런데 트래버스 앞자리 가운데에 센터 에어백이 달렸다고?
글_서인수

 

 

 

연비

“이건 누가 더 연비가 높은가보다 낮은가를 찾는 대결이 아닌가요?” 큰 SUV 사이에서 이것저것 살피던 박호준 에디터가 말했다. “대형 SUV에 6기통 휘발유 엔진이라니. 이건 연비가 좋을 수 없는 조합이잖아요. 제원을 보니 트래버스의 배기량은 3564cc, 팰리세이드는 3778cc로 배기량 차이가 크지 않아 두 모델의 실제 연비 차이도 그렇게 클 것 같지 않은데요.” <모터트렌드> 사무실에서 시승 장소까지 시내 30%, 고속도로 70% 비율로 섞인 60km 거리를 달려오면서 트래버스의 계기반에 찍힌 실제 연비는 8.7km/ℓ, 팰리세이드는 9.1km/ℓ로 팰리세이드가 조금 더 높았다. 표시 연비 차이 역시 실제 연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트래버스의 시내와 고속도로, 복합 연비는 각각 7.1, 10.3, 8.3km/ℓ, 팰리세이드는 8.0, 10.4, 8.9km/ℓ다.

 

트래버스와 팰리세이드를 번갈아 타고 온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말을 이어받았다. “박호준 에디터의 말처럼 연비 차이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난 조금 다른 접근을 했어. 방금 주행을 하고 돌아왔는데 엔진 회전 성향이 조금 달라. 팰리세이드는 주행하거나 변속할 때 회전수를 높게 가져가는 편이야. 두툼한 토크로 밀어주는 트래버스보다 엔진을 더 돌리더라고.” 시속 100km 때 엔진 회전수가 그의 의견을 뒷받침했다. 트래버스는 1450rpm, 팰리세이드는 1650rpm이었다. “그렇다고 트래버스의 연비가 팰리세이드보다 좋다고 할 수 있을까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모터트렌드>의 염세주의자 안정환 에디터가 의문을 제기했다. “트래버스는 ‘스위처블 AWD’라는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사용해요. 앞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 모드를 주행 중에 자유롭게 바꾸는 시스템이죠. 하지만 팰리세이드는 전자식 AWD를 사용하고 있어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시승 장소까지 오면서 트래버스는 FWD, 즉 두 바퀴만 굴리며 왔어요. 두 바퀴를 굴리다 특정 상황에서 네 바퀴를 자동으로 돌리는 팰리세이드보단 연비에서 유리해야 합니다.” 대답 대부분을 단답형으로 끝내는 안정환 에디터의 목에 힘줄이 솟았다. “팰리세이드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까지 켜고 왔다면 연비 차이는 더 벌어졌을 거예요.” 참고로 트래버스에는 어댑티브가 쏙 빠진 크루즈컨트롤이 들어갔다.

 

 

“나도 연비 대결에선 트래버스보단 팰리세이드가 우위에 있는 것 같아.” 안정환 에디터와는 늘 반대로 이야기하는 고정식 에디터가 웬일로 팰리세이드의 손을 들었다. “팰리세이드의 엔진과 변속기 세팅은 연비 지향이야. 제원으로도 확인이 가능해. 트래버스와 팰리세이드의 1단 기어비는 각각 4.69, 4.81로 팰리세이드가 더 길어. 그런데 3단에서는 3.01, 1.86으로 팰리세이드의 3단 기어비가 촘촘해. 굳이 제원이 아니더라도 운전을 해보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야. 또 하나 중요한 게 뭐냐면 3.8 휘발유 모델에 앳킨슨 사이클 엔진이 적용됐다는 점이야.” 앳킨슨 사이클은 통상적인 오토사이클 엔진에 비해 구조가 복잡하고 고회전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펌핑 손실을 줄여 연비를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앳킨슨 사이클 적용으로 출력 차이가 크려나? 감이 잘 오지가 않네.” 서인수 에디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나섰다. “제네시스 G80 휘발유 3.8 모델과 비교하면 될 것 같아. G80는 최고출력 315마력, 최대토크 40.5kg·m를 내는데 팰리세이드의 3.8 모델은 295마력, 36.2kg·m를 발휘해. 출력이 20마력, 토크가 4.3kg·m 차이가 나.”

 

박호준 에디터가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자료를 확인하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알아냈다. “왜 트래버스엔 콜로라도에도 들어간 가변 실린더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았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픽업트럭보단 대형 SUV가 장거리 운행이 더 많지 않겠어요?” 가변 실린더 시스템은 항속 주행 또는 내리막 주행과 같은 상황에서 두 개의 실린더에 공급되는 연료를 차단해 효율을 높이는 장치다. 도심 주행에서는 큰 효과가 없지만 고속도로 주행이나 연비 테스트에서는 꽤 큰 역할을 한다. GM의 상당 모델에 이 장치가 들어갔지만 트래버스에는 쏙 빠져 있다. 안정환 에디터는 빠진 이유가 궁금해 쉐보레 측에 문의했지만 명확한 답을 들을 순 없었다. 대신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트래버스에는 가변 실린더 시스템은 없지만 스톱 앤 고 시스템이 포함된 반면, 콜로라도는 스톱 앤 고 시스템이 없는 대신 가변 실린더 시스템은 있다. 연비에 영향을 끼치는 무게나 타이어 등을 더 확인했지만 이미 승리의 여신은 팰리세이드를 향해 웃고 있었다.
글_김선관

 

현대 팰리세이드

 

쉐보레 트래버스

 

구매와 소유 비용

구매와 소유 비용에서 토론이 벌어졌을 때 모든 논리를 한 방에 무너뜨리는 마법 같은 말이 있다. 특히 국산차와 수입차가 대결을 펼칠 때 그 마법의 위력은 배가 되는데, 바로 “1000만원이나 차이 나는데?”이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더 비싼 쪽은 트래버스다. 깡통 트림과 풀옵션 어느 쪽을 비교해도 그렇다. 1억원이 넘는 차가 아니라 3500만~4500만원대의 차여서 그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만약 당신도 이미 ‘1000만원’이라는 마법에 홀렸다면 결과는 볼 것도 없다. 마음속 무게추가 팰리세이드 쪽으로 기울었을 테니 말이다. 에디터들의 속마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1000만원이면 어림잡아도 3년치 기름값을 웃도는 금액이에요. 휘발유 대형 SUV를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기름값이라는 걸 고려하면 소유 비용 면에선 단연 팰리세이드가 유리하죠.” 안정환 에디터의 말이다.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음, 나라면 1000만원을 아껴서 바이크를 한 대 더 살래”라고 농담을 던졌다(그는 이미 석 대의 모터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다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 트래버스의 편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트래버스는 억울하다. 국내에선 트래버스가 팰리세이드와 대형 SUV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사실 둘은 동급이라 보기 어렵다. 트래버스가 팰리세이드보다 220mm 길기 때문이다. 싼타페와 팰리세이드의 길이 차이보다(210mm) 팰리세이드와 트래버스의 차이가 더 큰 것이다. 한 덩치 한다고 소문난 스타렉스와 카니발은 물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보다 더 기다란 트래버스는 ‘초대형 SUV’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실제로 견적을 내기 위해 쉐보레 영업소를 찾았을 때 딜러는 이렇게 말했다. “수입 대형 SUV 중 가격 면에서 트래버스만 한 차가 없습니다. 포드 익스플로러와 비교해도 트래버스가 1000만원 이상 저렴하거든요. 차체와 엔진이 더 큰데도 말이죠.”

 

현대 팰리세이드

 

쉐보레 트래버스

 

“쉐보레는 트래버스를 수입 SUV라고 말하고 싶어 하지만, 과연 국내 소비자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전 아니라고 봐요.” 김선관 에디터가 입을 비죽 내밀며 말했다. 서인수 에디터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 하루아침에 수입 브랜드가 될 수는 없지. 노란 리본은 삼각별이 되고 싶은 걸까? 돈을 더 지불하면서까지 트래버스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에디터들과 달리 트래버스를 확실한(?) 수입차로 인정하는 곳도 있다. 자동차 보험사다. 덕분에 팰리세이드보다 보험료가 약 20만원 비싸다. 당연히 소모품 비용도 트래버스가 더 많이 든다.

 

혹시나 싶어 구매조건을 살펴봤지만 반전은 없었다. 없어서 못 파는 팰리세이드와 출시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트래버스 모두 이렇다 할 프로모션이 없다. 쉐보레는 초저리 장기 할부 이벤트를 전 차종에 걸쳐 진행 중인데 트래버스는 해당 사항이 없다. 재미있는 건 수입차인 트래버스는 늦어도 2주 안에 차를 받을 수 있는 반면 팰리세이드는 여전히 계약일로부터 출고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이다. 디젤 모델은 그보다 더 걸릴 수도 있다. 지난 9월 현대차가 팰리세이드의 생산라인을 늘렸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퍼스트카로 팰리세이드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미리 계약금을 걸어두는 게 현명하다. 지금 계약해도 내년 여름에나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최종 선택은 언제나 소비자의 몫이지만, 구매와 소유 비용만큼은 팰리세이드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1000만원’의 마법을 무력화할 만한 반격기가 트래버스엔 없다. 연비, 보험료, 소모품 비용 그리고 구매 혜택까지 모두 트래버스가 불리하다. 이진우 편집장의 말처럼 팰리세이드 대신 모하비가 왔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글_박호준

 

 

최종 결론

솔직히 차값을 보고 팰리세이드의 압승을 점쳤다. 아무리 미국차라고 해도, 미국에서보다 싸다고 해도 팰리세이드보다 1000만원 남짓 비싸게 시작되는 기본 가격이 트래버스의 발목을 잡을 거라고 예상했다. 팰리세이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몸값에 풍성한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를 갖췄으니까. 하지만 결과는 박빙이었다. 차값이 조금 비싸지만 주행 질감이 좋고, 3열 공간이 여유로운 트래버스에 세 명의 에디터가 손을 들었다. 나머지 네 명의 에디터 역시 트래버스를 영 못마땅해한 건 아니다. 이들은 속이 꽉 찬 듯한 주행 감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브레이크 성능이었다. 제동 테스트에서 트래버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잘 달리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잘 멈추는 건데 트래버스는 테스트를 거듭할수록 잘 멈추지 못했다. 이 결과는 기본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윤석 칼럼니스트를 분노케 했다. 이 결과가 혹시 시승차의 문제일까? 만약 트래버스의 보편적인 문제라면 이건 좀 심각하다.
글_서인수

 

HYUNDAI PALISADE

● 나윤석 승차감이나 주행 안정성은 트래버스가 더 좋았다. 하지만 브레이크 성능이 이게 뭔가? 쉐보레의 기본기도 이제는 조금씩 하락세인 모양이다. 그러면 쉐보레를 살 이유가 점점 사라지는데…. 고속 주행 때 정숙성이나 승차감은 좀 아쉽지만 대부분 영역에서 상품성이 우수한 팰리세이드의 완승이다. 짧은 기간 안에 품질을 끌어올린 것도 칭찬할 만하다.

● 서인수 기본기와 가격 대비 구성의 대결이다. 난 가격 대비 구성에 한 표를 던지겠다. 그렇다고 팰리세이드의 기본기가 그렇게 형편없는 것도 아니고, 트래버스의 기본기가 엄청나게 뛰어난 것도 아니니까. 특히 트래버스의 제동 테스트 결과는 실망스럽다.

● 김선관 처음엔 트래버스에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테스트에서 제동거리가 급작스럽게 늘어나는 걸 보고 적잖은 실망을 했다. ‘쉐보레=기본기’라는 공식이 깨져버리는 순간이었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옵션으로 무장한 팰리세이드의 기세는 정말 무섭다. 국내에 진출할 수입 대형 SUV들이 긴장할 만하다.

● 안정환 두 차는 대형 패밀리 SUV다. 그만큼 목적이 뚜렷하다. 가족을 편안하게 태워야 하고 실용적이면서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비용이 더 저렴하면서도 풍부한 사양을 갖춘 팰리세이드가 답이다. 출고가 좀 늦어지면 어때? 우리 가족의 생활비가 달라질 텐데….

 

CHEVROLET TRAVERSE

● 이진우 두 차는 출퇴근용이 아니라 애초부터 여러 명이 여행을 가는 콘셉트로 개발된 차다. 멀리 여행을 간다고 가정했을 때 승객들의 피로도가 낮은 쪽은 자잘한 진동이 없고 뛰어난 승차감과 핸들링을 지닌 트래버스다.
● 고정식 가격과 편의장비는 팰리세이드를 따라잡을 수 없지만, 좀 더 화끈하고 역동적인 감각을 가진 트래버스 쪽에 마음이 기운다. 아직은 잘 달리는 차가 더 좋다. 특히 변속기는 정말 발군이다. 심지어 겉모습도 내 눈에는 트래버스가 더 멋지다.
● 박호준 ‘3열에 앉을 사람이 있습니까?’ 두 차를 두고 고민이라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가장 중요하다. 동그라미를 선택하면 트래버스, 가위표를 선택하면 팰리세이드가 맞다. 난 3열까지 가족을 태우고 움직일 일이 많다. 그래서 트래버스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현대 팰리세이드, 쉐보레 트래버스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