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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로 보는 나라별 자동차 취향!

잡지를 보면 그 나라 문화 수준을 알 수 있다고 배웠다. 문화는 모르겠고 취향은 알 것 같다

2019.11.25

 

차덕후의 나라, 독일

“아니, 선배. 왜 이렇게 많이 사왔어요?” 기사 작성을 위해 독일로 출장을 다녀온 선배에게 잡지 구매를 부탁했다. 2~3권쯤 사오겠거니 싶었는데 무려 6권이나 됐다. 그러자 그는 “그것도 골라서 사온 거야. 훨씬 더 많았어”라고 말했다. 앞으로 “차는 독일이지”가 아니라 “자동차 잡지는 독일이지”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일단 표지부터 무척 다르다. 마치 누가 더 많은 차를 표지에 싣는지 대결하는 것 같다. 승자는 <아우토 차이퉁(Auto Zeitung)>이다. 16대의 차가 등장했다. 6권 모두 소프트 커버에 중철 제본 형태다. 쉽게 말하면 표지 종이가 얇고 두꺼운 스테이플러로 찝어놓은 모양새로 책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페이지 수도 100페이지 내외여서 둘둘 말아 주머니에 꽂아 넣을 수 있다. 우리나라 시사 주간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페이지 수가 적은 탓인지 6페이지 이상 넘어가는 기사가 거의 없다. 내용은 시승기가 주를 이루지만 온갖 실측, 계측 수치가 빼곡하다. 믿을 건 숫자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옵션 사항을 비교 정리한 페이지는 흡사 카탈로그 같다. 컵홀더나 와이퍼를 비교 분석한 기사는 독일 자동차 잡지가 유일하다.

 

 

지중해의 여유, 이탈리아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탈리아지만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다르다. 여유가 느껴진다. 구성이 그렇다. 텍스트보단 여백과 사진 위주로 페이지를 채웠다. 이미지를 사용하는 방법도 감각적이다. 사진을 사선 분할로 배치하거나 모서리를 둥글게 깎았다. 색종이를 오려 붙인 것처럼 알록달록한 도형 장식도 눈에 띈다. 두 이탈리아 자동차 잡지를 번갈아 살펴보다가 공통점을 발견했다. 첫 번째 공통점은 클래식카를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토 모빌리스모(Auto Mobilisomo) >는 1세대 지프의 시승기를 담았고 <오토 캐피털(Auto Capital) >(우측)은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열린 클래식카 경주와 1995년형 피아트 1100/103에 대해 이야기했다. 분량도 한두 페이지가 아니라 12페이지에 걸친 긴 기사였다. 두 번째 공통점은 까다롭게 파고드는 기사가 없다는 점이다. 시승기와 신차 소식만 가득할 뿐 <모터트렌드>의 크리틱이나 테크 같은 기사가 없다. 세 번째는 ‘바이어스 가이드’다. 책 후반부에 브랜드별로 제원과 가격을 정리해놓은 부분 말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잡지에는 없다.

 

 

책과 잡지 사이, 프랑스

잡지가 아니라 책인 줄 알았다. 5개 나라 잡지 중 가장 두껍다. 두께만 두꺼운 게 아니다. 내용도 두둑하다. FLAT 6는 제호에서 유추할 수 있듯, 포르쉐에 대한 내용만 담긴 잡지다. 911의 다양한 모델들이 등장하는데 중간중간 카이엔과 마칸 그리고 타이칸을 다룬 기사도 섞여 있다. 1953년부터 2006년까지 포르쉐를 옮기는 ‘트럭의 변천사’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 사진 화보가 특히 흥미롭다. 시대별 911의 사진은 몇 번만 검색해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911을 옮기던 트레일러의 사진은 귀하다. 시승기는 차의 성격에 따라 일반도로와 서킷을 오가며 기사를 구성했는데 텍스트 양이 많은 편이다. 두 번째 잡지는 프랑스에서 판매될 예정인 2020년형 자동차 모델을 국가와 제조사별로 전부 모았다. 2020년판 자동차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다. 국내 브랜드는 현대, 기아, 쌍용이 이름을 올렸다. 세아트, 쿠프라, 알파로메오 등 우리나라에는 들어와 있지 않은 브랜드의 라인업을 한눈에 보는 재미가 있다. 400페이지가 넘는 탓에 LWC라는 얇은 종이를 사용했는데도 잡지 두께가 <모터트렌드> 한국판의 2배에 육박한다.

 

 

잡지공화국, 일본

편의점마다 잡지가 있다. 한두 권도 아니고 최소 10권 이상이다. ‘이런 것도 잡지가 되나?’ 싶을 정도로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자동차 잡지도 그렇다. 자동차 모델 하나로 한 권을 만들기도 하고 자동차 여행 사진으로만 페이지를 채우기도 한다. 그중 <르 볼랑(LE  VOLANT)>은 우리나라 자동차 잡지와 스타일이 가장 닮았다. 단독 시승보단 비교 시승이 많은데 매달 하나의 주제를 정해 특집 기사를 길게 가져가는 식이다. ‘SUV 라이프’라는 주제 역시 경형 SUV부터 대형 SUV까지 전부 모아 잡지의 3분의 1 가까운 42페이지를 할애했다. 사진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스튜디오에서 조명을 이용해 찍기보단 야외에 차를 놓고 자연광을 이용하는 편이다. 아우디 TTS 쿠페를 소개하는 기사에서는 일부러 흔들린 사진을 메인으로 사용하는 위트를 보인다. 책 후반부에 약 20페이지를 다른 종류의 종이로 끼워 넣은 점도 다른 나라 잡지에선 볼 수 없었던 차이점이다. <GT 레이싱 2019>는 레이싱 모델만 모아놓은 잡지다. 월간지는 아니고 특별 에디션이다. 총 164명의 레이싱 모델이 등장하는데 팀의 성격을 살린 옷을 입는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레이싱 모델을 ‘레이싱 퀸’이라고 부른다.

 

 

쑥쑥 자라다오 중국

‘치처 짜즈’라고 쓰여 있다. 번역하면 ‘자동차 잡지’라는 뜻이다. 자동차 잡지의 제호가 자동차 잡지인 셈이다. 양면 제본을 사용한 점이 독특하다. 양면 제본이란 앞표지만 2개인 것을 말한다. 책의 앞뒤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나라 잡지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뭐야. 이거 사진이 왜 이래?” 옆에서 슬쩍 훔쳐보던 박남규 포토그래퍼의 말이다. 그는 “차의 진행 방향이랑 배경 흐르는 방향이 달라. 의도한 거라면 할말은 없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선 어색할 수 있지”라고 덧붙였다. “이 정도면 그래도 많이 좋아졌네. 5년 전엔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어.” 이번에는 <모터트렌드> 디자인을 담당하는 김수현 아트디렉터가 거들었다. 잡지 구성은 전반적으로 시원시원하다. 사진과 글씨가 큼지막하다. 글씨 크기가 작으면 한자의 획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마다 담당한 에디터의 사진이 꼭 들어가는 것도 특징이다. 비교 시승이 하나도 없고 전부 단독 시승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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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호준PHOTO :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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