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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가장 뜨거운 쿠페, BMW M8

BMW M8은 고급 그랜드 투어러이면서 동시에 트랙을 지배하는 화끈한 스포츠카였다

2019.11.27

 

시차 때문에 몽롱하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포르투갈 알가르브 국제 서킷의 마지막 코너에서 계기반의 디지털 속도계가 시속 165km를 표시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직선 구간으로 시속 240km를 돌파해 곧바로 급제동과 함께 오른쪽으로 두 번 꺾이는 연속 코너로 향했다. 강력한 횡중력에 목이 뻐근하고, 몸속 장기들이 편한 상태는 아니었다. 반면 차는 대단히 민첩했다. 아주 고속 영역에서도 안정적으로 서킷을 누볐다. 명령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움직임이 듬직했다.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가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정확하게 일었다.

 

 

BMW M8 컴페티션 쿠페를 운전하고 있었다. 차를 만만하게 본 건 실수였다. 대형 사이즈 쿠페가 이렇게까지 본격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 BMW M 모델은 차체 크기나 사용 목적에 따라 일정한 주행 특성을 발휘한다. M2는 어떤 차보다 재미있고 정교한 움직임에 집중한다. M3/M4 CS는 서킷에서 선두를 달리는(달려야 하는) 진지한 달리기 성능을 가졌다. M5는 헐크처럼 괴물 같은 움직임으로 주변을 압도한다. 그럼 M8은 이런 흐름에서 어떤 특성을 가졌다고 예상할 수 있을까? 머리털이 쭈뼛 서는 진지한 성능보다는 ‘고급 그랜드 투어링의 고성능 버전’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예상한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8시리즈가 7시리즈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 두 번째는 대단히 복잡하고 많은 전자제어 장비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덩치가 크고, 전자제어 장비의 개입이 많을수록 운전 재미나 예리한 감각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BMW는 반대였다. 이 어려운 과제를 모두 해결했다. 그래서 ‘8’이라는 BMW의 숫자 명명 체계만으로 차를 예상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 실제로 이 차는 M5와 비교할 때 주행 성능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차 길이와 휠베이스가 짧고, 드라이브 트레인 무게중심이 24mm나 낮다. 구조적으론 5시리즈와 7시리즈 어떤 쪽도 아니다. 서브 프레임을 비롯해 섀시의 거의 모든 부분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M8 드라이빙 다이내믹스 책임자는 이 차를 “기존 BMW M의 모든 기술력을 응축한 차”라고 설명했다. M2처럼 재미있고, M4같이 민첩하며, M5만큼 화끈한 차라는 말이다.

 

서킷의 구조를 완전히 파악할 때쯤 스티어링휠에 달린 ‘M2’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엔진과 변속기가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바뀌고, 전자제어 장비 개입과 네바퀴굴림이 스포츠로 변했다.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른 차가 됐다. 움직임 특성이 훨씬 예민했다. 뒷바퀴가 코너의 중간부터 미끄러지면서 원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춤췄다. 625마력(76.5kg·m)을 내 맘대로 다뤘다. 내 맘대로 하도록 차가 호흡을 맞춰줬다. 어느 순간 자세를 제대로 고쳐 앉았다. 나도 모르게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스티어링휠을 잡은 두 손은 놀이기구를 처음 타는 어린아이처럼 힘이 들어갔다.

 

 

M8은 M x드라이브라는 구동 시스템을 쓴다. 네바퀴굴림(4WD, 4WD 스포츠)뿐 아니라 트랙 모드에서 완전 뒷바퀴굴림(2WD)만으로 모드 전환이 가능하다. 드리프트도 된다. 4WD 스포츠에서도 파워 오버를 이용한 오버스티어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안정성이나 효율을 무시하고 운전 재미를 원할 때 2WD로 전환해서 화끈하게 드리프트하면 된다.

 

그럼 트랙 모드는 뭘까? M8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주행 모드 중 하나다. 기존 BMW M은 주행 모드라는 통합 제어가 불가능했다. 엔진, 서스펜션, 스티어링, 변속기를 각각 제어해서 원하는 세팅으로 차를 구성했다. 반면 M8은 ‘M 모드’라는 새로운 통합 제어를 추가해 로드, 스포츠, 트랙으로 기본 주행 환경을 설정한다. 각 모드에 따라 계기반에 보이는 정보와 중앙 디스플레이 켜짐/꺼짐 등이 동시에 제어된다. 쉽게 말해 각 모드에서 실제 주행 환경에 필요한 기능만 제공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구동계를 2WD로 전환하려면 로드에선 불가능하고, 트랙 모드를 활성화해야만 가능하다.

 

 

여기에 ‘세트업’이라는 별도 버튼으로 엔진, 서스펜션, 스티어링뿐 아니라 브레이크까지 2단계(컴포트, 스포츠)로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통합 제어로 인터페이스가 필요해진 셈이다. 그래서 장점은 이전보다 실내가 훨씬 간결해 보인다. 주행 환경 제어 부분엔 ‘M 모드’와 ‘셋업’, ‘가변식 배기’ 버튼만 있다. 변속 시점 변경은 변속레버에 버튼이 별도로 달린다.

 

한국엔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 아직 모르지만, 유럽 기준에서 M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와 드라이버스 패키지는 옵션이다. 드라이버스 패키지는 차의 최고속도가 시속 310km까지 늘어난다(기본 250km 제한). 단, 무작정 제한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제대로 된 운전 실력을 갖추도록 BMW가 교육 지원을 한다.

 

 

트랙 주행을 마치고 M8 컴페티션 컨버터블과 함께 굽이치는 산길을 천천히 달렸다. 그리고 느낀 건 분명 이전과 다른 차원, 차세대 BMW라는 점이었다. 신선했다. 완전히 새롭게 변한 실내 디자인은 보기 좋고, 인체공학적 기능 배치도 훌륭하다. 새로 개발했다는 시트도 장거리 주행을 편안하게 지원했다. 커다란 덩치가 산길에서 부담스럽지 않았다. 시내에서도 마찬가지. 맞춤 의상처럼 운전자에게 감기는 듯하다. 한국엔 당장 컨버터블이 들어오지 않으니 필요 없는 정보일 수도 있지만, 시속 50km로 달리며 소프트톱을 여닫을 수 있다. 소프트톱을 열 때 작동 소음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M8 컴페티션은 분명 BMW의 회심작이다. 사용자의 요구를 잘 파악하고, 정확한 방향성으로 만든 제품이다. 마케팅적으로도 이런 의지가 분명히 보인다. 신모델을 내놓으며 M8 기본과 M8 컴페티션을 동시에 출시한 것이 이런 맥락에 속한다.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뜻. 동시에 더 넓은 영역에서 다양한 경쟁자들과 대결하겠다는 의미다. 이건 자신감이다. 그럴 만하다. 이번엔 BMW가 좋은 패를 들었다.

글_김태영(자동차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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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김태영PHOTO :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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