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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열어라, 로터스 엘리스 & BMW Z4

주말에 로드스터로 달리는 인생은 즐겁다. 지붕을 열고 달리면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친다. 그래서 우리는 로드스터를 꿈꾼다

2019.11.29

 

2인승 로드스터를 타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주말에 로드스터로 달리는 인생은 즐겁다. 스포츠 드라이빙은 누구나 갈망하는 취미생활이다. 주말을 기다리는 나의 삶이 풍요롭다. 한편 2인승 컨버터블 한 대만으로 사는 나의 삶 역시 젊고 멋지다. 주말에 타는 레이싱 머신이 아니라 매일 타는 컨버터블은 나의 영혼을 자유롭게 한다. 비가 내리면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가슴을 적시고, 언제든 홀로 떠날 수 있는 여행은 나의 싱글 라이프를 찬란하게 한다. 오늘 시승은 두 가지 삶을 경험하고 꿈꾸는 기회였다.

 

 

LOTUS ELISE

로터스 엘리스를 보면서 ‘지붕 여는 재미’와 ‘운전의 재미’ 중 어느 것이 앞설까 궁금했다. 지붕을 벗겼을 때 즐겁지 않은 차가 없지만 엘리스의 운전 재미는 그만큼 압도적이다. 엘리스를 직접 보면 너무 작은 차라는 데 놀란다. 옆에 세운 미니가 미니밴 같아 보인다. 차가 작아 그 안에 탄 나의 커다란 얼굴이 ‘언밸런스’한 것이 문제다. 사소한 시비를 걸자면 엘리스에는 두툼한 B 필러가 있어 완벽한 오픈카라 할 수는 없다.

 

 

엘리스의 운전 재미는 타는 게 고통스러운 데서 시작한다. 지붕을 씌운 상태에서는 차에 타는 것부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지붕을 열면 타고 내리기가 한결 낫지만 그래도 쉬운 일은 아니다. BMW Z4의 지붕은 버튼을 누르면 10초 만에 열리고 닫히지만, 엘리스는 지붕도 손으로 돌돌 말아야 한다. 당연히 달릴 때는 조작이 안 된다. 달리는 도중 갑자기 터널이 나오면 숨을 참고 그냥 달리는 거다.

 

 

프레임 역할을 하는 작은 상자 안에 엉덩이를 구겨 넣는다. 시트는 앞뒤 조절만 될 뿐 다른 것은 고정된 형태다. 그런데 그 자세가 꽤 편하다. 공간이 좁은 관계로 두 발을 공손히 모았다. 계기반도 작고 운전대도 작고, 모든 것이 작다. 운전 공간이 비좁고, 페달 사이 간격도 좁다. 운전석에서 보면 보닛 양쪽으로 불룩 솟은 펜더가 슈퍼카 그 자체다.

 

이 차의 또 하나 약점은 짐 싣는 공간이 별로 없다는 거다. 엔진 뒤로 작은 트렁크가 있지만 조금만 달려도 금세 뜨거워져 넣을 물건이 마땅치 않다. 떼어낸 지붕 뭉치나 넣어둘 만하다. 두 사람이 며칠 여행한다면 짐을 어떻게 싸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게 재미다. 엘리스는 토요타 캠리의 1.8ℓ 엔진에 로터스의 슈퍼차저를 달아 217마력을 낸다. 토요타 세단의 평범한 엔진은 내구성이 좋고 정비도 쉬울 거다.

 

 

엘리스는 무게가 914kg에 불과하다. 미드십 엔진은 무게중심을 차 가운데로 몰았다. 바닥에 들러붙어 달리는데 절대적인 핸들링을 자랑한다. 스포츠카에 최상의 밸런스가 마련됐다. 스포츠카로서 본능에 순수함이 있다. 파워가 아닌 운전대는 도로의 정보 전달이 그 어느 차보다 정확하다. 엘리스는 로터스 설립자 콜린 채프먼의 철학에 충실한 모델이다. 가벼운 것이 최고의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철학 말이다. 그리고 가장 흔한 토요타 엔진을 얹었다. 차를 가볍게 해서 평범한 엔진을 여유롭게 쓰는 거다. 0.1톤의 내 몸무게가 가벼운 차의 운동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아 걱정이다.

 

보디 전체가 울림상자인 엘리스는 항상 악을 쓰며 달린다. 잘 조율된 배기음이 기분 좋게 우렁차다. 6단의 수동기어를 매끄럽게 몰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조금 거칠게 다루면 차가 터프해진다. 내 기분에 따라 차가 함께 움직인다. 엘리스 스포트 220은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4.6초, 최고속도는 시속 234km에 달한다. 217마력으로 내는 성능이다. 그러면서 복합 연비는 리터당 13.3km에 이른다. 무게가 가벼운 덕분이다.

 

 

교차로에서 멈췄다가 뛰쳐나가는 정도가 화살 튕기듯 한다. 뛰쳐나가는 박력이 지나쳐 살짝 두려움을 몰고 올 정도다. 그럼에도 217마력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의 크기 안에 있다. 내 말을 잘 따르는 몸놀림으로, 내가 언제나 차를 컨트롤할 수 있다. 엘리스는 구불거리는 길에서 람보르기니보다 빠르다는 전설을 지녔다. ‘백야드 빌더’의 DNA를 제대로 간직한 영국차는 매력이 넘쳐흐른다.

 

 

엘리스의 운전석에 앉는 순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엘리스가 나를 그렇게 만든다. 이 차를 살살 몰고 다닌다면 정신과를 찾아야 한다. 이 차를 출퇴근용으로 타고 다닌다면 아침마다 차에서 기어 나오는 모습이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엘리스는 주말에 타기를 권한다.

 

 

엘리스는 1996년 데뷔했다. 로터스는 그동안 주인이 여러 번 바뀌는 등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엘리스의 성공으로 버틸 수 있었다. 2000년에 S2로 바뀌고, 2010년 S3로 바뀌었지만 약간의 페이스리프트에 그쳤다. 엘리스는 나온 지 오래지만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세계에서 1630대를 판 로터스는 지난 9년 동안 새 차가 없었다. 다행히 중국 지리자동차의 자본 참여로 얼마 전 200만 파운드(약 29억원)짜리 전기 하이퍼카를 내놓기도 했다. 앞으로 같은 그룹이 된 볼보의 플랫폼을 이용한 새 모델이 나올 예정이라 한다. 앞으로 나올 새 차가 기대되지만, 로터스의 기본 정신에 충실한 차가 이 차만 할까 생각하니 지금의 엘리스가 무척 소중하다.

 

 


 

 

BMW Z4

BMW Z4를 생각하면 6기통 엔진의 M40i가 멋져 보이지만 오늘은 2.0ℓ 엔진을 얹어 197마력을 내는 Z4를 시승한다. Z4 라인업에서 가장 아랫급 모델이지만, 엔진 배기량이 크지 않은 컨버터블은 오픈카의 의미에 더 충실한 게 아닌가 싶다. 1960년대 MG MGB나 피아트 124 스파이더 같은 왕년의 명차 모두 평범한 엔진을 가진 컨버터블이었다. 지붕을 벗긴 차가 꼭 고성능일 필요는 없다. 그 시절 로터스 역시 평범한 포드 엔진을 얹었지만 차체를 가볍게 만들어 성능이 좋았다.

 

포르쉐 718 박스터의 반값으로 탈 수 있는 Z4는 언뜻 평범하게 생겼다. BMW 3시리즈 세단을 잘라 2인승으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다. 로터스와 함께 시승하니 더 그랬을 것이다. 평범한(?) 차는 실용적이고 마음 편하게 다룰 수 있다. 적당한 엔진 힘은 엔진을 쥐어짜는 재미가 있고, 내 실력으로 다룰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 2인승 컨버터블은 아무렇게나 생겨도 멋지다. 컨버터블은 지붕이 열리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직물로 된 지붕은 하드톱보다 스포츠카의 본질에 더 가까운 차를 뜻한다. 사람들에겐 작고 가벼운 스포츠카는 직물 지붕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오리지널로의 회귀, 클래식한 차, 고급스러운 감성으로 돌아가는 거다. 소프트톱은 스포츠 성격을 부각할 뿐 아니라 벗기고 씌우는 것에 따라 무게중심의 이동도 적다. 하드톱보다 가벼워 차의 무게중심도 낮게 만든다. 하드톱 컨버터블에 비해 잡소리가 적고, 상대적으로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Z4의 전동식 지붕은 시속 50km 이하로 달릴 때도 10초 만에 여닫을 수 있다. 터널이 나오면 달리면서 지붕을 씌울 수 있단 얘기다.

 

 

Z4는 두 사람에게 넉넉한, 실용적인 공간을 가졌다. BMW 세단과 비슷한 대시보드 디자인은 컨버터블만의 환상을 심어주는 데 조금 아쉽지만, 일상적인 차로 쓰기에 불편이 없다. 다만 계기반의 각진 속도계와 태코미터가 아쉽다. 과거 독일차만의 감성을 자랑하던 둥근 계기반이 그립다. 암레스트 커버를 열어야 나오는 컵홀더도 조금 불편한데, 생각해보면 스포츠카에 컵홀더 존재가 고마운 거다.

 

 

BMW의 범용 플랫폼으로 만든 Z4는 엔진과 변속기 역시 BMW에 두루 쓰이는 것을 달았다. 직렬 4기통 2.0ℓ 엔진은 트윈 스크롤 싱글 터보를 달아 197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1.5톤의 무게로 0→시속 100km 가속을 6.6초 만에 마치는 차는 충분히 스포츠카 기분을 낼 만하다. 1450rpm부터 가능한 32.6kg·m의 최대토크로 운전이 쉽다. 넘치는 힘은 아니기에 있는 힘을 모아 쥐어짜는 재미가 있다. BMW 8단 변속기는 최고의 변속기로 평가받는다. 복합연비도 리터당 10.7km 정도다.

 

엔진이 앞 차축 뒤에 자리해 앞뒤 50:50의 무게배분을 이룬 Z4는 BMW에서 비틀림 강성이 가장 강한 오픈카다. 스티어링 감각도 예리하고, 그에 따른 몸놀림이 정확하다. 급하게 차선을 바꿔도 거동이 깔끔하다. 4기통 엔진의 배기음은 생각보다 웅웅거린다. 스포츠카 감성이 충만한 가운데 가볍고 경쾌하게 달린다. 궁극의 달리는 즐거움을 주는 차가 BMW의 핵심이다. 하지만 엘리스와 같이 타서인지 서스펜션의 쫄깃한 맛은 부족한 느낌이다. 운전석에 상대적으로 높이 앉아 조금은 허둥대는 듯했다.

 

 

스포트, 컴포트, 에코 프로 등의 드라이브 모드는 스티어링, 댐퍼, 기어, 그리고 엔진 반응에 변화를 준다. 전자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과 어댑티브 댐퍼, 그리고 스티어링의 조합이 Z4의 다이내믹스를 만들어낸다. s드라이브는 뒷바퀴 양쪽에 토크를 최적으로 배분해 오버스티어를 보정하면서 코너링을 빠르게 한다. 그렇게 Z4는 뒷바퀴굴림 차의 정석처럼 움직인다.

 

Z4의 액티브 크루즈컨트롤은 멈췄다 출발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자동주차 기능도 갖추고 있고, 후진 어시스트는 50m까지 가능하다. 많은 보조 장비는 Z4를 일상적인 차로 쓸 만하게 만든다. 매일 타면서 내 삶에 감성을 더하는 차를 기대한다. 조금의 불편이 따르겠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2인승 컨버터블 하나로 살아가는 인생을 꿈꾼다.
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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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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