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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의 미래가 현실이 되다

어릴 적 그들의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2019.12.04

 

지붕에 달린 태양광 돛

초등학교 때 수업 준비물로 챙겨간 계산기에는 검은색으로 된 네모난 패널이 붙어 있었다. 화면도 아닌 것이 뭔가 싶어 연필로 쿡쿡 찔러대다가 계산기 하나를 날려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그게 태양광 전지 패널임을 깨닫고는 그 계산기가 마냥 신기해 보였다. 손으로 가려봐도 작동하고, 책상 서랍 안에 하루 이틀 놔두어도 작동하는 게 마냥 신기했다. ‘어떻게 태양 빛이 전력원이 될 수 있지?’라는 생각과 함께 미니카에 계산기의 태양광 전지 패널을 옮겨 달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초등학생의 단순한 상상이었고 실현은 어려웠다. 대신 과학 상상 그리기 대회에서 태양광 전지 자동차를 그려냈다. 내가 그린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또 그 상상의 차가 현대 쏘나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지붕 위에 얹은 태양광 패널은 차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원이라기보다는 연료 효율을 높이는 정도로 사용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현대차는 실내 개방감을 높일 수 있도록 2세대 반투명 태양광 패널까지 개발 중이라고 한다. 두고 봐라, 머지않아 차체 표면 전체는 자동차의 주요 동력원이 될 테니.
글_안정환

 

 

안에서도 다 보여요

가파른 언덕을 넘으며 간담이 서늘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난 너머가 보이지 않아 운전대를 어떻게 돌려야 할지, 그 너머로 가도 되긴 하는지 판단할 수 없어 순간 ‘멘붕’에 빠졌다. 자동차 기자가 되고 본격적인 험로 시승이 잦아지면서 보이지 않는 너머에 대한 공포는 더 자주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보닛이 투명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가능성을 기대했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길에 대한 불안에 떨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상이 현실로 다가왔다. 랜드로버가 디스커버리 비전 콘셉트를 발표하며 진짜 ‘투명 보닛’을 선보인 거다. 원리는 어렵지 않았다. 앞 범퍼 아래 장착한 카메라 렌즈가 인식하는 영상을 초대형 고해상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닛 위로 겹쳐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물론 어느 시선에서 바라봐도 정확하게 보닛 위로만 투영하는 게 간단치는 않았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8년 랜드로버는 신형 이보크를 선보이며 ‘클리어사이트 그라운드 뷰’라는 기능을 내세웠다. 기능적으로는 투명 보닛과 같다. 다만 보닛 아래 사정을 보여주는 화면이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로 바뀌었을 뿐이다. 거창한 투명 보닛과 비교하면 살짝 멋쩍은 게 사실이다. 허나 어디로 보여주면 어떤가.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해소해주는데. 분명 머잖아 투명 보닛도 ‘짠~!’ 하고 등장할 거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기대가 이렇게 클 때도 없었던 것 같다.
글_고정식

 

키트와 Q7의 연결 고리

사막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검은색 자동차. ‘두둥, 두둥, 두둥’ 하는 전자 배경음. 이 둘의 조합은 자동차에 관한 가장 또렷한 선망을 불러일으킨다. <전격 Z 작전>은 자동차 발전사를 가장 잘 예언한 드라마다. 그때 상상한 기능 중 많은 게 현재 (어느 정도) 실현됐으니까. 수많은 기능 중에서 백미는 자율주행이었다. 부르면 달려오고, 가자고 하면 잘 간다. 자동차가 기계를 넘어 거대 로봇물처럼 파트너로 승격한 첫 번째 순간이었다. 그 감흥은 30여 년 뒤 다시 소환됐다. 아우디 Q7을 탔을 때였다. ‘트래픽 잼 어시스트’라는 기능을 경험하며 <전격 Z 작전>의 키트가 떠올랐다. 밀리는 도로에서 자동차가 알아서 간다니. 안정적으로 잘 간다니. 운전석에서 스트레칭하면서 알아서 주행하는 자동차를 경험하자 키트를 갖고 싶은 어릴 때 욕망이 부풀었다. 이젠 허무맹랑한 바람이 아니다. 소형차에도 부분 자율주행 장치가 탑재되는 기술의 상향평준화 시대니까. 물론 아직은 키트 발끝에도 미치진 못한다. 시간제한도 있다. 하지만 기술은 방향을 잡았고, 그 속도는 내 상상 이상이다. 신형 아우디 A8에는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까지 구현했다.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현하면, 말 그대로 키트가 부활한다. 얼마 남지 않았다. 30년 만에 상상은 현실이 됐다. 앞으로 다가올 그때 내 차에는 키트라는 애칭을 붙이리라.
글_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젠 차 안에서 할 필요 없어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오다 노부나가의 신발을 품에 안고 있었다. 자신의 상관에게 차가운 신발을 신기지 않으려는 소소한 배려였다. 이에 감동한 노부나가는 히데요시를 자신의 심복으로 거둔다. 20년 전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엉뚱하게도 자동차를 떠올렸다. ‘맞아. 차가운 건 정말 싫어. 특히 꽁꽁 얼어붙은 차에 타는 건 끔찍하지. 누가 좀 미리 데워줬으면 좋겠어.’ 보통 그 역할을 담당하는 건 아버지였다. 가족들보다 먼저 집을 나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 덕분에 열선시트가 없던 차였는데도 엉덩이가 시린 기억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아버지의 사랑이 식었다는 뜻이 아니다. 브랜드마다 부르는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커넥티드 카 시대가 열리면서 원격으로 시동을 걸고 공조장치를 조절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굳이 20년 전 상상과 다른 점을 찾자면 사람처럼 생긴 로봇이 직접 걸어가 시동을 거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작동시킨다는 정도다. 조심스럽게 예측해보건대 가까운 미래에는 실내 온도뿐 아니라 차의 거의 모든 기능을 원격 조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신형 쏘나타가 선보인 원격 주차 기능처럼 말이다.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집 안을 따뜻하게 데워놓는 식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모든 걸 원격으로 자동 조절하는 날이 오면 겨울날 미리 시동을 걸고 기다리던 아버지와 은근슬쩍 옆자리 열선시트를 켜주던 남자친구는 이제 무얼 해야 할까?
글_박호준

 

 

이제는 디지털 계기반이 대세

디지털 계기반을 처음 실물 영접한 건 2010년 재규어 XJ에서다. 안팎으로 완전히 새로워진 5세대 XJ에 재규어는 매끈한 디지털 계기반을 달아줬다(당시 재규어는 디지털 계기반을 가상 계기반이라고 불렀다). 시동을 걸면 아무것도 없던 화면에 둥근 세 개의 클러스터가 나타났다. 연료 게이지와 속도계, RPM 게이지다. 속도를 높이면 속도에 해당하는 숫자와 앞뒤 숫자가 진해졌다.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정보가 연료량과 엔진 회전수, 속도 정도였지만 10년쯤 미래로 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상하던 미래 자동차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바늘이 움직이며 속도와 엔진회전수를 알려주는 계기반은 다 구식 같았다.

 

3세대 아우디 TT에 달린 버추얼 콕핏은 나에게 또 한 번 미래를 느끼게 해줬다. 운전대에 있는 버튼을 누를 때마다 속도계 화면과 RPM 게이지 화면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게 새로웠다. 계기반 가득 지도가 뜨는 것도 신기했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세팅하면 계기반 지도에서 길을 안내하는 것도 놀라웠다. 아우디 버추얼 콕핏은 후방카메라와 연동해 후진할 때 뒤쪽 상황도 보여줬다. 똑똑한 녀석 같으니라고.

 

가상 계기반을 처음 만난 지 불과 10년 사이에 많은 자동차가 디지털 계기반을 달게 됐다. 쌍용 베리 뉴 티볼리는 디지털 계기반에 애플 카플레이 화면을 미러링하고, 현대 팰리세이드는 방향지시등을 켜면 그쪽 모습이 디지털 계기반에 나온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신형 GLE에 세상에서 가장 긴 디지털 계기반을 달았다. 이미 미래적인 디지털 계기반은 앞으로 또 어떻게 달라질까?
글_서인수

 

 

아스라다가 내 차 속으로

1990년대 말 TV에서 방영하던 애니메이션 <사이버 포뮬러>를 기억하시는지? 포뮬러카에 적용된 인공지능 시스템인 아스라다가 경주 중인 드라이버 하야토에게 차의 상태와 다음에 나올 코스 등을 코치처럼 알려주기도 하고 하야토가 우연하게 성공한 주행 기술을 저장해 그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자신이 알아서 실행한다. 기계가 인간과 대화하고 합을 맞춰 트랙을 달려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아스라다를 외치며 트랙을 달리진 못한다. 하지만 아스라다의 맛을 약간 볼 수 있는 희망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만나볼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사용자 경험인 MBUX다.

 

MBUX는 음성인식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자연어를 인식해 운전자와 대화하는 게 가능하다. 내일 날씨가 어떤지 물어보지 않고 “내일 우산을 써야 할까?”라는 간접적인 표현도 곧잘 이해한다. MBUX에는 음성인식뿐 아니라 딥러닝 개념이 녹아 있어 운전자의 성향을 학습해 운전자가 필요로 한 것을 찾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특정 요일에 자주 거는 전화번호나 특정 시간에 즐겨 듣는 라디오 채널이 있으면 그때에 맞춰 추천해준다. 과거 하야토와 아스라다에게 벌어졌던 일들이 지금 나와 MBUX 사이에서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MBUX가 한층 발전한다면, 아스라다가 그랬던 것처럼 루이스 해밀턴이나 발테리 보타스와 짝을 이뤄 F1 경주에서도 큰 활약을 하지 않을까? 허황된 상상 같겠지만, 상상은 분명 현실로 이어진다.
글_김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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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 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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