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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기다린 레이스 <포드 v 페라리>

전설적인 레이싱 스토리를 담은 영화가 탄생했다. 맷 데이먼과 크리스천 베일이 주연을 맡은 명화다

2019.12.10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있으면 할리우드 영화로 탄생하기 마련이다. 12월 5일, 국내 개봉 예정인 <포드 v 페라리>가 그 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진지하게 이 영화를 보면 내용상 오류도 있을뿐더러 누락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실제로 캐럴 셸비는 맷 데이먼보다 머리 하나만큼 더 크다. 나는 그를 두어 번 만났는데 맷 데이먼을 보면서 그를 떠올릴 수 없었다. 오히려 빈스 본이 더 어울린다. 그의 키는 196cm이고 느릿느릿한 남부 말투 또한 비슷하다. 심지어 머리도 곱슬곱슬한 갈색이라 누구보다 캐럴 셸비 역에 딱 맞다. 게다가 모든 사람이 명백한 잘못이라고 말하듯 캐럴 셸비의 팔에 금발 여인 문신도 없다. 1966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켄 마일스의 코 드라이버로 활약한 데니 흄은 영화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동차 마니아가 봤을 때 <포드 v 페라리>에서 가장 거슬리는 점은 셸비와 페라리의 갈등이다. 그리고 1964년 르망 24시간 레이스 GT 클래스에서 캐럴 셸비 팀이 일 그란데 베키오의 250 GT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한 사실이 빠졌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거나 화낼 필요는 없다. 대신 위대한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초크가 되거나 색안경을 끼지 말고 <포드 v 페라리>를 살펴보자.

 

포드 GT40은 1966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포디움을 휩쓸었다.

 

1999년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은 미네소타 선언문에서 다큐멘터리 진실에 관한 12가지 원칙을 설명한 바 있다. 이 선언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가치가 있다(특히, 프로레슬러이자 미네소타 주지사를 지낸 제시 벤추라에 관한 부분은 더욱 그렇다). 그중에서도 다섯 번째 원칙이 돋보인다. “영화 속에는 더 깊이 있는 사실이 있는데 이는 시적이고 황홀하다. 또한 신비롭고 정의하기 어려우며 오직 꾸밈과 상상력 그리고 표현을 통해 도달할 수 있다.” 베르너 헤어초크의 관점으로 본 <포드 v 페라리>는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대단하다. 당연히 당신도 빠져들 것이다.

 

위대한 레이싱 전쟁을 다룬 <포드 v 페라리>에 맷 데이먼과 크리스천 베일이 주연으로 나선다..

 

영화 내용은 이렇다. 리 아이아코카(존 번탈)는 포드 브랜드를 성장시키기 위해 고민하던 중 베이비부머 세대가 레이스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는 헨리 포드 2세(트레이시 레츠)한테 거의 파산할 지경인 페라리를 사야 한다며 확고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엔초 페라리(레모 기론)는 ‘형편없는 소형차’를 만드는 미국 회사에 페라리를 팔 생각이 전혀 없었다. 대신 그는 피아트가 자신의 회사에 투자하거나 구제하게끔 포드를 이용했다. 이에 분노한 핸리 포드 2세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출전해 “건방진 이탈리아 브랜드를 출발선에서 한참 뒤떨어지게 만들자”며 캐럴 셸비(맷 데이먼)의 회사를 인수하고 그를 고용한다. 캐럴 셸비는 팀 내 드라이버 겸 미캐닉인 켄 마일스(크리스천 베일), 필 레밍턴(레이 매키넌) 셸비 수석 엔지니어, 로이 런(JJ 페일드) 포드 엔지니어와 함께 몇 달에 걸쳐 레이싱카를 제작한다. 이 차가 바로 당대 최고이자 자동차 역사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포드 GT40이다.

 

켄 마일스

 

영화 퀄리티는 수준급이었고 배우들 연기 또한 A급이다(크리스천 베일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게 분명하다). 그리고 포드 GT40, 페라리 330 P3, 포르쉐 906 카레라, 수없이 나오는 코브라와 데이토나까지 꿈을 현실로 만든 차들의 향연이다. 무엇보다 내용 전개가 빛나면서 끓어오르게 만든다. 만약 천둥 같은 미국 V8 엔진이나 소름 돋는 살인벌 같은 이탈리아 V12 엔진 소리를 좋아한다면 귀로 듣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다. 좋은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나중에 나한테 고마움을 전할 것이다.

 

 

레이싱 장면은 사실과 표현에서 균형을 이뤄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속도를 높일 때 켄 마일스가 기어를 올리는 장면을 보여준다. 운전 장면 역시 훌륭하다. 특히 <더 그레이트 레이스>에 버금가고 마찰과 추돌 그리고 사고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나는 전기 영화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를 좋아한다. 이 영화에서는 헨리 포드 2세를 100% 좋은 사람으로 또 엔초 페라리를 아주 나쁜 사람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영웅인 필 레밍턴은 화면에 충분히 등장한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그는 망치 하나로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위해 노력한다.

 

영화에서는 훼방꾼이 필요한데 포드 스페셜 비이클을 이끄는 이레오 비브(조시 루카스)가 그 역할을 맡았다. 캐럴 셸비는 그를 정말 싫어했고 켄 마일스는 혐오했다. 왜 그랬을까? 그는 포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공정하게 말하면 제작진은 켄 마일스를 사랑스럽지 않은 인물로 묘사했는데 실제로 내가 아는 한 그는 그렇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포드 v 페라리>는 영화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최근에 은퇴한 이안 칼럼 전 재규어 디자인 총괄과 왜 디자인 경연 심사위원을 그만뒀는지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그는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최고의 차를 위한 투표에 엄격한 심사를 할 수 없는 현실에 환멸을 느꼈다고 말했다. 캐럴 셸비, 켄 마일스, 필 레밍턴, 로이 런은 정말 중요한 인물이며, 놀랍고 훌륭한 일을 해냈다. 이야기의 황홀한 진실은 가능한 한 많은 관객을 끌어모을 것이다. 영화 속 캐럴 셸비는 키가 너무 작고 켄 마일스의 성격이 더럽다 하더라도 그냥 영화를 즐길 필요가 있다.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은 선언문을 통해 “영화 속 이야기는 진실이 아니다”고 공표했다. 이는 겨우 피상적인 진실, 회계사의 진실일 뿐이다. 만약 회계사가 싫어하는 한 가지를 꼽으면 그것은 레이싱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포드 v 페라리>를 보고 새로 빠져드는 게 있다면 그것 또한 레이싱이다.글_Jonny Lieb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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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안정환PHOTO : 월트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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