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버스월드 2019에서 버스와 트럭의 미래를 엿보다

버스와 트럭이 전동화와 자율주행에 힘을 쏟는 건 핑크빛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다. 당장 눈앞에 닥친 각종 법규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2019.12.17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나이스 투 해브(Nice to have)’라는 말도 있다.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당장 문제 될 건 없다’는 말이다. 두 표현은 우선순위를 정할 때 주로 사용한다. 쇼핑할 때 짜인 예산 안에서 물건을 고르는 순서를 정하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없으면 안 되는 생활필수품이나 의약품 등을 구입하고 간식이나 건강식품은 여유가 되면 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런 표현이 비즈니스 영역으로 오면 좀 더 심각한 뜻으로 업그레이드된다. ‘나이스 투 해브’란 말이 붙으면 정중하게 표현했을 뿐이지 속뜻은 ‘쓸데없는 짓’이라는 말이다. 이에 비해 ‘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없으면 제품이나 프로젝트 등에서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없는 필수 요소를 뜻한다. 다른 말로는 ‘잡 스토퍼(Job Stopper)’, 즉 사업 중단 사태라고 할 수 있다.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른 건 지난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버스월드 2019’에 갔을 때다. 버스월드에서 본 상용차의 미래차 경쟁에서 ‘머스트 해브 아이템’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본, 우리를 더 행복하고 안락하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미래 승용차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상용차 시장이 느끼는 긴장감은 매우 구체적이고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었다. 상용차 시장이 갖는 매우 또렷한 특징 때문이다. 이런 구체적인 동기는 상용차가 승용차를 앞질러 미래차로 나아가는 첨병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상용차가 미래차로 먼저 나아갈 것이라고 판단하는 첫 번째 이유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내버스의 저공해 흐름은 피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도 최근 수도권뿐 아니라 광역시로까지 배출가스 총량 제한을 확대했지만 유럽 역시 시가지에서의 배출가스 감축에 매우 엄격하다. 주로 중소 도시로 이뤄진 유럽의 경우는 도심에서는 지금까지 오염 분산 정책이 우선이었다. 직장이나 상가가 있는 도심에서는 전기로 다니다가 집으로 가기 위해 교외로 나가면 내연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내에서만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시내버스의 전동화는 거의 무조건이다.

 

두 번째 이유는 사업성, 즉 돈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이 장거리 노선을 운행하는 트럭에 먼저 적용될 것이라는 이유도 바로 사업성 때문이다. 유럽은 한 명의 운전자가 일정 시간 이상 차를 몰 수 없으며 무조건 쉬어야 하는 법이 있다. 따라서 장거리 노선엔 두 명의 운전자가 타야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트럭이라면 한 명의 운전자가 몰 수 있다. 인건비가 절약되는 것이다. 트럭의 경우 전동화 단계에서 수소연료전지가 부각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배터리는 무겁기 때문이다. 트럭은 도로 파손을 막기 위해 무게를 가볍게 하는 게 중요하다. 수소연료전지를 배터리 대신 얹으면 가벼워진 무게만큼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충전 시간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짧은 것도 물론 중요한 이유다.

 

이번 버스월드 2019에 가기 전 독일 만트럭버스 공장에 들를 기회가 있었다.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트럭 공장에서 상상하기 쉬운 해머나 커다란 렌치 같은 무거운 공구가 내는 굉음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용접 불꽃도 볼 수 없었다. 새로운 조립 라인에는 양압식 공기 청정 시설이 완비돼 있었고, 우린 생산 라인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 작업자들도 깨끗한 작업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트럭과 버스가 정밀기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건 생산 중인 차 모두 주문 사양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같은 슈퍼 럭셔리 모델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런 호사를 위한 주문 사양이 아니라 고객의 사업 모델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 승용차는 기존의 자동차를 대체하거나 기껏해야 한두 대 추가로 구입하는 정도다. 하지만 운수업자들의 경우는 사업성 또는 법적 의무 사항에 따라 이미 운행하고 있는 차를 일부 대체하거나 추가로 새 차를 구입한다. 따라서 새로운 차가 얼마나 많은 수익을 가져올 것인지를 미리 고려해야 한다.

 

만트럭버스는 이런 사업성 검토를 위한 컨설팅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고객의 기호에 따라 차를 주문·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가장 이득이 될까를 고려하는 컨설팅 결과로 차의 스펙이 결정된다. 몇 년 전까지 미래차의 핵심 요소는 전동화(electrification)와 자율주행(autonomous), 연결성(connectivity) 세 가지였다. 그런데 지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하나가 더 추가된 것을 보았다. 바로 개인화(personalization)다. 그리고 이 개인화, 즉 커스터마이징의 한 차원 높은 절실함을 버스월드에서 볼 수 있었다. 버스와 트럭은 더 이상 낭만의 세계가 아니었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동차 칼럼, 버스월드 2019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버스월드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