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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MT 어워즈, 장하다 장해! - 2부

올해도 우린 각 분야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자동차에 상을 주기로 했다. 잘해서 주는 상도 있지만 아쉬워서 주는 상도 있다

2019.12.19

메르세데스 벤츠 EQC

 

최고의 인포테인먼트
메르세데스 벤츠 MBUX

메르세데스 벤츠는 그간 불편하기 짝이 없는 커맨드 컨트롤러로 화를 불렀다. 벤츠는 운전 중 조작하기에는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보다 안전하다고 주장했지만, 메뉴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해 컨트롤러를 확인하느라 고개를 내리는 게 고개를 들어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터치’하는 것보다 안전할 순 없다.

 

사실 가장 안전한 건 아무것도 조작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말로 하면 된다. 벤츠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는 똑똑한 음성인식 기능을 품고 있다. 말로 차 안이나 시트 온도를 조절하거나, 라디오를 켜고 전화를 걸 수 있다. 반가운 건 한국어를 꽤 잘 알아듣는다는 거다. “안녕, 벤츠?”라고 말을 건네면 “지금 말하세요”라고 대답한다. 그다음 “라디오를 켜줘”라고 하면 “방송국을 말씀하세요”라고 대답한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목소리를 가려듣는 것도 기특하다. 예를 들어 운전석에서 “나 좀 추운 것 같아”라고 말하면 “운전석 에어컨을 끄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조수석에서 “나 좀 더운 것 같아”라고 하면 “조수석 에어컨을 켜겠습니다” 또는 “조수석 온도를 20℃로 낮추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시답잖은 질문에도 꽤 잘 대답한다. “BMW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으면 “룸미러로 보이는 BMW의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고, “농담 좀 해줘”라고 말하면 “전 독일인이 만들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난감한 질문에는 “저런” 하고 말끝을 흐리기도 한다. 대화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 MBUX는 운전대에 달린 버튼으로 조작하거나 센터터널에 있는 터치패드로 조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말로 하는 게 가장 빠르고 편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한국어를 잘 알아듣는 인포테인먼트는 없었다.
서인수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성공한 PPL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방영한 드라마 <SKY 캐슬>은 비(非)지상파 드라마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국민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높은 인기를 얻다 보니 화면에 등장하는 소품도 함께 주목받았다. 등장인물이 입은 옷은 물론 그들이 사용한 제품, 심지어 타고 다니는 자동차까지 말이다. 화면에 잠깐 스쳐 지나가도 높은 간접광고 효과를 누렸다. 특히 한서진 역을 맡은 배우 염정아의 자동차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는 ‘예서 엄마 차’라고 불릴 정도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SKY 캐슬>에는 벨라 말고도 재규어·랜드로버의 여러 모델이 등장했는데 유독 벨라가 조명받았다. 벨라의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상위 0.1%의 상류층 품격에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실제 드라마 방영 이후 벨라에 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물론 판매량 호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SKY 캐슬> 덕을 많이 본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몇 달 뒤 <호텔 델루나>라는 드라마에선 신형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출연시켰다. 아마 드라마 속 PPL의 달콤함을 잊을 수 없었을 거다.
안정환

 

쉐보레 콜로라도

 

미친 존재감
쉐보레 콜로라도

지난해 ‘기억하라 2018-MT 어워즈’에서 잊힌 존재감으로 쉐보레 이쿼녹스를 뽑았는데 그때 쓴 마지막 문장이 생각난다. ‘요즘 사람들의 입에선 이쿼녹스보다 출시도 하지 않은 콜로라도가 더 많이 오르내린다.’ 사람들의 입방아가 GM에 닿아 2019년 드디어 콜로라도가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픽업트럭이라곤 쌍용 렉스턴 스포츠(스포츠 칸 포함)밖에 없는 픽업트럭 불모지에 아메리칸 정통 트럭이 등장한 거다. 일단 크기부터 존재감이 상당하다. 길이는 5400mm가 넘고 너비 또한 1900mm에 육박한다. 여기에 타이어를 감싸는 휠 아치를 부풀려 더욱 강한 모습을 드러내고, 곳곳에 붙은 크롬은 콜로라도의 인상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풍기는 포스만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비견될 만하다.

 

엔진도 특별하다. 보통 국내에선 픽업트럭을 상용차로 많이 사용하기에 효율이 좋은 디젤 엔진을 얹지만 콜로라도의 보닛 아래엔 V6 3.6ℓ 자연흡기 엔진이 얹혔다. 힘은 넘치고 발휘하는 과정도 시원하다. 픽업트럭의 장점이라면 역시 적재 공간이다. 모터사이클을 싣거나 캠핑 장비를 달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 더 많은 짐 공간이 필요하면 트레일러를 연결하면 된다. 콜로라도는 연결된 트레일러 무게에 따라 변속 패턴을 바꾸거나 브레이크 답력까지 조정한다. 이런 기능을 국내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당연하다. 이런 기능은 국내에서 오직 콜로라도에서만 누릴 수 있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실내는 온통 플라스틱으로 덮였고, 열쇠를 꽂고 돌려 시동을 걸어야 하며 사이드미러도 손으로 접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단점이 불편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건 불편이 아니라 남자들의 로망이다. 올해도 <모터트렌드> 편집부는 억 소리 나는 많은 차를 시승했다. 하지만 도로에서 시승하던 우리를 따라와 차를 한 번 볼 수 있냐며 부탁받은 차는 콜로라도가 유일했다. 이 정도면 ‘미존쉐콜’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김선관

 

기아 셀토스

 

신인왕
기아 셀토스

후속 모델과 첫 모델은 출발부터 다르다. 후속 모델은 이전 모델의 후광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첫 모델은 아무것도 기댈 게 없다. 그야말로 내 힘으로 싸워야 한다. 더욱이 올해는 SUV 초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다양한 SUV가 국내에 출시됐다. 길이가 4m를 조금 넘는 몹시 콤팩트한 SUV부터 5m를 넘는 7인승 대형 SUV까지 다양한 SUV가 피 튀기는 경쟁을 했다. 그런데 셀토스는 출시 초부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출시 첫 달인 7월에 2247대를 시작으로 8월에 5469대, 9월에 7016대로 판매대수가 올라갔다. 지난달 판매대수가 조금 주춤해 5511대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5000대를 넘는 수준이다. 출시 넉 달 만에 2만대 가까이 팔렸으니 이 정도면 신인왕을 주기에 충분하다.

 

셀토스의 이런 인기는 그간 콤팩트 SUV 시장을 군림하던 티볼리를 철저히 벤치마킹한 덕이다. 그러면서 티볼리보다 한 끗 차이로 나은 모습을 보였다. 실내는 조금 더 여유롭고 시트는 조금 더 안락하며 편의장비는 조금 더 풍성하다. 셀토스는 시장을 제대로 이해했다.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가 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틈을 잘 파고들었다. 당분간 콤팩트 SUV 시장은 셀토스가 접수할 듯하다.
서인수

 

아우디 A5 스포트백

 

‘지못미’ 뒷북
아우디 A5

벌써 4년 전이다. 지난 2015년 터진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게이트 여파는 한국에도 상당했다. 폭스바겐은 물론 폭스바겐 그룹 산하에 있는 아우디까지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 물론 Q7이나 A4 등 일부 모델을 내놓기는 했지만 전과 비교하면 정상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디젤게이트는 전 세계적으로 연비 인증 기준의 대변혁을 함께 불러왔다. NEDC라는 낡은 연비 인증 사이클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WLTP의 도입을 꽤 앞당겼고, 도로를 직접 달리며 연비와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RDE 도입도 부추겼다. 배출가스 측정 기준과 방법이 달라지고 강화되면서 이미 판매 중이던 많은 모델과 판매를 앞둔 모든 차들이 새로운 기준으로 환경 인증을 받아야 했다. 인증 신청 차종이 몰리니 인증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인증 역시 상당 시간이 소요됐다. 아우디 코리아의 새로운 날갯짓 또한 점점 더 미뤄지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8월 26일 아우디는 2세대 A5를 국내에 전격 출시하며 재도약을 알렸다. A5는 쿠페와 컨버터블, 스포트백으로 구성된 모델로 세단인 A4를 기반으로 한 역동적인 라인업이다. 아우디의 젊고 세련된 이미지와 잘 어울려 새로운 날갯짓에 걸맞아 보였다. 그런데 한국에 2세대 A5가 출시되고 딱 보름 뒤인 9월 10일 독일에서 2세대 A5의 부분변경 모델이 공개됐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미디어 콘퍼런스를 통해서다. 많이 바뀌진 않았지만 램프 구성이 대담해졌고, 실내에는 MMI 컨트롤러를 없애고 터치를 지원하는 새로운 MMI 시스템이 적용됐다. 덕분에 신형과 구형은 확연하게 구분됐다.

 

지난 8월 국내에 출시된 2세대 A5는 사실 2016년 6월 2일 독일 잉골슈타트의 아우디 본사에서 처음 공개됐다. 그러니까 A5의 국내 출시는 무려 3년이나 늦은 뒷북이었던 셈이다. 어쩔 수 없는 사정도 있었지만, 3년이나 늦게 국내에 선보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심지어 보름 차이의 부분변경 모델 공개 타이밍도 절묘했다.
고정식

 

닛산 알티마

 

안타까운 불운아
닛산 알티마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국내 일본차 불매운동은 꽤 거셌다. 렉서스, 토요타,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의 국내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 영업 위기를 맞은 한국닛산은 ‘한국 시장 철수설’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이들은 철수설을 진화하긴 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는 않다.

 

가격 대비 구성을 앞세워 꾸준한 인기를 이어오던 닛산 알티마도 예외는 아니다. 판매량은 물론 중고차값까지 떨어졌다. 6세대로 거듭난 신형 알티마를 선보였지만 신차효과는 무색했다. 보통 신차 출시는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기사가 쏟아지기 마련인데 신형 알티마의 국내 데뷔는 뜨뜻미지근했다. 몇 안 되는 알티마 기사엔 “이 시국에 일본차라니!” “한국닛산은 당장 철수해라!”는 식의 거친 반응이 이어졌다. 한국닛산은 알티마의 미디어 시승 행사를 열려고 초청 메일까지 돌렸지만, 상황이 부담스러웠는지 돌연 취소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여러모로 6세대 알티마는 국내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거리가 먼 미국에선 호평을 얻는 모델인데 말이다. <모터트렌드> 미국판에서는 ‘감동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좋아졌다’는 평과 함께 ‘2019 올스타 콘테스트’에서 꽤 높은 점수를 가져간 알티마다. 2020년엔 불운을 걷어낼 수 있을까?
안정환

 

 

 

 

모터트렌드, 자동차, MT 어워즈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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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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