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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변화, 현대 그랜저 3.3

완전변경 같은 부분변경을 거친 현대 그랜저는 실내에서 느낌표를, 겉모습에서 물음표를 선사했다. 몇 년 전 꽤 좋아하던 노래 제목이 떠오른다.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2020.01.07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신형 그랜저예요”라며 이 차를 보여주면 대부분은 세대 변경으로 생각할 거다. 그만큼 그랜저는 완전히 달라졌다. 겉보기에는.

 

‘계획적 구식화’라는 말이 있다. 제품의 수명을 고의로 단축시켜 빠르게 구형으로 만든 뒤 신형을 내세워 판매 증대를 노리는 마케팅 전략이다. 이 전략은 시장이 독과점 상태일 때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현대 신형 그랜저를 보니 이 계획적 구식화가 문득 떠올랐다.

 

이번에 새로 나온 그랜저는 IG란 코드명으로 잘 알려진 6세대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2016년 11월 정식 출시한 모델을 3년 만에 고쳐서 내놓았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럽다. 자동차 회사에서는 일상처럼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신형 그랜저는 딱 하나가 달랐다. 바로 변화의 폭이다. 원래 부분변경은 소소하게 개선해 상품성을 끌어올리는 수준으로 손을 본다. 디자인이 바뀌는 부분은 대개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앞뒤 범퍼 정도다. 실내는 디스플레이의 크기나 제어부의 버튼 정도에 손을 댄다. 그런데 신형 그랜저는 정말 많이 바뀌었다. 7세대 그랜저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원형의 흔적을 거의 지웠다. 휠베이스까지 늘리는 부분변경은 아무리 생각해도 본 기억이 없다. 실내 레이아웃을 이렇게까지 뜯어고친 부분변경도 당최 떠오르지 않는다. 이로써 바로 지난달까지 기록적인 판매량을 나타냈던 그랜저는 6세대의 ‘전기형’으로 티 나는 구형이 돼버렸다.

 

 

부분변경을 신차급으로 고치지 않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수년씩 개발한 차를 3년만 팔고 또 새 차로 내놓으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특히 이번 그랜저처럼 대폭으로 바꾸면 개발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부품 생산에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현대 입장에서는 수익이 꽤 줄어든다. 그럼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원가절감이 들어가거나 부품 공급업체에 충분한 단가를 맞춰주지 못할 수 있다. 물론 지금 그랜저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개연성이 있다는 것뿐이다.

 

 

그럼 이렇게 해서까지 다 바꾼 그랜저는 더 매력적으로 변했을까? 외모부터 말하면 흥미롭긴 하다. 그러나 끌리진 않는다. 밤엔 괜찮다. 램프만 켜져 있을 때는 볼만하다. 현대가 빛도 디자인 요소로 삼겠다며 내세운 히든 라이팅이 나름 괜찮은 조화를 이룬다. 문제는 ‘쌩얼’이다. 낮에 보는 그랜저의 얼굴은 아직도 적응되지 않는다. 일단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너무 파격적이다. 지나치게 크다. 반복되는 마름모 패턴도 너무 작위적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헤드램프 안쪽까지 먹어버리면서 인상도 너무 흐리멍덩해졌다. 제네시스가 분리되면서 그랜저는 현대의 플래그십이 됐는데 그에 걸맞은 위엄이나 기품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실내는 다르다. 격을 확실히 높였다. 종전에도 만족스러웠는데 훨씬 더 고급스럽게 매만졌다. 디자인은 물론이거니와 색상의 구성과 조화, 소재의 선택과 배치까지 모든 부분에서 한 단계 수준을 높였다. 버튼과 토글스위치, 터치스크린이 조화를 이룬 공조장치 제어부도 만족스럽다. 디스플레이 원가가 뚝 떨어지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최근 디스플레이 사용을 대폭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버튼이나 다이얼이 주는 고급감을 디지털은 아직 대체하지 못한다. 현대차의 플래그십으로 우뚝 선 그랜저이기에 이런 세부적인 꾸밈새는 더욱 중요하다. 뒷좌석 만족도도 상당하다. 휠베이스가 40mm 길어지면서 안 그래도 여유롭던 공간이 더욱 넓어졌다. 여기에 스웨이드로 만들어 따뜻하고 보드라운 목 베개까지 더했다. 대접이 한결 융숭해진 기분이다.

 

 

엔진은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2.5와 가솔린 3.3, LPi 3.0으로 구성됐다. 변속기는 가솔린에 8단 자동, LPi에 6단 자동이 맞물렸다. 시승한 모델은 3.3ℓ 가솔린 엔진을 품은 그랜저 3.3이었다. 신형 엔진은 2.5ℓ 가솔린이었지만 이 엔진의 성향이 그리 호쾌하지 않아 시승 행사에서는 3.3ℓ 모델만 제공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아 K7으로 스마트스트림 2.5 가솔린 엔진을 이미 경험했는데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던 기억이 있다.

 

 

가솔린 3.3에 들어간 V6 람다 엔진은 자연흡기 직분사 방식이다.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35kg·m를 발휘한다. 초반 반응은 그리 예민하지 않다. 승차감이 중요한 그랜저이기에 당연한 선택이다. 그래도 힘은 꽤 강력하다. 언제든 넉넉한 힘을 발휘해 가뿐하게 가속한다. 엔진회전수를 높이 올려도 출력 저하가 크지 않다. 인상적이다. 이미 충분히 검증받은 엔진답다. 변속기는 부드럽게 단을 바꾼다. 높은 단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다. 가속할 때 단을 내리는 타이밍도 흠잡을 수준은 아니다.

 

 

소음은 그랜저답게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대체로 정숙하다. 승차감은 꽤 안락하다. 부분변경 이전보다 살짝 단단해졌지만 여전히 말랑하다. 외모만 파격적일 뿐 주행감은 대체로 전형적이다. 스포티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유려하거나 세련된 감각이 없어서다.

 

 

그래서 그랜저의 완전변경급 부분변경은 파격적인 외모 치장에만 치우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이런 파격이 플래그십 모델에 걸맞은지도 모르겠고. 계획적 구식화 말고 다른 의미는 없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HYUNDAI GRANDEUR 3.3

기본 가격/시승차 가격 3578만원/4663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6 3.3ℓ, 290마력, 35.0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670kg
휠베이스 2885mm
길이×너비×높이 4990×1875×1470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8.3, 11.7, 9.6km/ℓ
CO₂ 배출량 179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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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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