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CAR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

아름답고 경이로운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의 헤드램프는 한 번 보면 누구나 빠져들 수밖에 없다

2020.01.14

 

장내가 어두워졌다. 곧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신호다. 사람들은 무대 위 록스타를 맞이하듯 팔을 들고 기다렸다. 물론 저마다 촬영기기 하나씩 쥐고서. 앞으로 펼쳐지는 모든 광경을 놓치지 않고 담겠다는 각오도 엿보였다. 새로운 존재와 맞닥뜨리는 순간은 언제나 묘한 설렘이 휘감는다. 어두워진 발표회장에는 그런 설렘과 기대감이 떠다녔다.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이 공개되기 직전, 발표회장 풍경이었다. 숨죽인 공기가 마른침을 삼키게 했다.

 

 

록스타의 공연, 아니 발표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보통 신차의 매력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영상을 상영한다. 그러니까 코너를 탐닉하는 모습이라든가, 고급 리조트를 배경으로 미남 모델이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그 안에서 신차의 위치와 성격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런 영상 대신 무대 양쪽에 놓인 기계 팔이 움직였다. 자동차 공장에서 볼 법한 기계 팔인데, 끝에는 헤드램프가 붙어 있었다. 그러니까 자유롭게 움직이는 헤드램프. 처음 봤을 때부터 정체가 궁금했다.

 

 

무대의 불빛과 함께 기계 팔이 움직이자 궁금증이 풀렸다. 무대 위 화면에 글자가 나타났다. ‘My Name is Digital Matrix LED.’ 기계 팔 헤드램프가 쏘아댄 불빛이 쓴 것처럼 또박또박 문장을 써 내려갔다. 물론 퍼포먼스다. 하지만 뭘 의미하는지는 바로 알았다. 헤드램프 장인 아우디가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는 걸 알렸다. 더불어 이 기술이 e-트론 스포트백의 매력을 좌우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무대 가운데 벽에 전시된 수많은 헤드램프가 번쩍였다. 헤드램프가 매스게임 펼치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발표회장을 뛰어다니는 수많은 불빛이 그 자체로 작품이 됐다. 미디어아트 한 편을 보는 듯했다. 강렬한 인상으로 초반 기선을 제압했다. 현란한 헤드램프 퍼포먼스가 끝나자 바로 e-트론 스포트백이 미끄러지듯 등장했다. 괜히 더 멋져 보였다. e-트론을 각종 미디어로 많이 봐왔는데도 신선했다. 빛의 잔상이 차체에 부딪혀서 그랬나.

 

 

e-트론 스포트백은 간단히 말해 e-트론의 쿠페형이다. e-트론의 지붕 뒤를 날렵하게 깎았다. e-트론이 SUV여서 지붕을 깎아도 극단적인 쿠페 형태는 아니다. 하지만 완만하게 깎인 뒤태가 의외로 더 균형감 넘치고 세련됐다. 군살 쪽 뺀 형태로 각 살리는 아우디의 디자인 방향성과도 맞닿았다. 전체 덩어리 비율이 더 날렵하고 밀도 높으니 눈길이 더 갈 수밖에.

 

 

어떻게 보면 e-트론 스포트백은 e-트론의 서브 모델이다. 하지만 대면하고 보니 e-트론의 완성형으로 보일 만큼 디자인 밀도가 높았다. 옵션으로 달 수 있는 카메라형 사이드미러인 ‘버추얼 익스테리어 미러’도 더 잘 어울렸으니까. e-트론은 디자인이 담담했다. 아우디의 첫 번째 양산 전기차치고는 무난하다고 여길 수 있다.

 

 

e-트론 보고 조금 아쉬워한 사람이라면 e-트론 스포트백은 달리 보일 거다. 선의 높낮이 차이가 전체를 좌우했다. 덕분에 구석구석 신선한 요소가 더욱 부각됐다. 막대 네 개로 양념 친 주간주행등의 그래픽이라든지. 아우디가 잘하는 방식대로 e-트론을 디자인적으로 진화시킨 셈이다. e-트론 스포트백의 첫인상은 헤드램프 퍼포먼스만큼 강렬했다. 자꾸 잔상이 어른거렸다.

 

 

헤드램프 퍼포먼스의 본편은 다음 날 밤에 펼쳐졌다.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를 공도에서 시연했다. 고속도로에 빛의 카펫이 깔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비유가 아닌 정말 차선에 카펫 형태의 빛을 그려냈다. 가운데에는 두 줄로 화살표도 나타났다. 그 부분만 빛을 쏘지 않아 화살표 형태가 나타난 거다. 스마트폰이 아닌 자동차로 경험하는 증강현실이랄까. 감탄사가 절로 터졌다. 기술이 이뤄낸 마법 같은 순간. 미래 자동차를 상상할 때 떠올리던 모습 아닌가.

 

 

마법 같은 솜씨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단지 차선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차선을 변경하려고 하면 빛의 카펫이 변경할 차선까지 확장했다. 완전히 차선을 변경하면 다시 차선 하나에 빛의 카펫이 깔렸다. 절도 있게 착착, 빛이 움직였다. 주변 상황에 대응하기도 했다. 앞에 차가 있으면 빛의 카펫은 짧아지고, 차가 없으면 원래대로 길어졌다. 또다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SF 영화 속 등장인물이 된 기분이랄까. 

 

 

클라이맥스는 따로 있었다. 인스트럭터가 외딴 공터에서 e-트론 스포트백을 멈췄다. 차를 타고 내릴 때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가 어떤 마법을 부리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벽에 프로젝터를 쏜 듯 기하학적 무늬가 나타났다. 변화무쌍한 그래픽을 보며 감탄을 넘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 벽뿐 아니라 바닥에도 투사했다. 투사되는 무늬도 당연히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다. 벽에는 다섯 가지, 바닥에는 두 가지. 각각 시연할 때마다 영화관에 처음 간 꼬마처럼 탄성을 내질렀다. 신세계가 열렸다.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의 핵심은 프로젝터에 적용된 디지털 마이크로 미러 장치(DMD)를 헤드램프에 접목한 거다. 100만 개 넘는 마이크로 미러가 초당 최고 5000회까지 제각각 기울어진다. 그러니까 100만 개 넘는 마이크로 미러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도로에 빛의 그림을 그려낸다는 뜻이다. 설정에 따라 빛의 영역을 가리거나 도로에 직접 쏘거나 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현 기술도 놀랍지만, 이후를 상상하게 했다. 시스템 업데이트로 더 다채로운 그래픽을 그려낼 수 있을 테니까. 무늬뿐 아니라 문장까지. 헤드램프 빛으로 청혼하는 글귀를 보여주는 시대가 온 걸까. 기술적으로 문제 될 건 없다고 했다. 차에서 헤드램프 빛으로 긴급 구조 신호를 보내는 방식도 구현할 거라고 했다.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가 연출할 도로의 풍경이 자꾸 떠올랐다. SF 영화 속 풍경이 더욱 가까워졌다.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자동차 라이트의 변화에서 몇 단계 성큼 나아갔다. 야간 시야만 밝히던 헤드램프가 이렇게 상상력을 자극할 줄이야.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e-트론 스포트백에만 적용된다. 나중에야 전 라인업으로 퍼지겠지만, 일단 지금은 e-트론 스포트백이 유일하다. 시연을 끝내고 내리자 e-트론 스포트백이 달리 보였다.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가 e-트론 스포트백을 완성했다. 미래로 나아가는 전기차로서 쇼맨십까지 갖춘 셈이다.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 덕분에 e-트론 스포트백은 지금 가장 진보한 전기차로 보였다. 섹시한 뒤태보다 헤드램프 기술에 더 끌릴 줄 미처 몰랐다. 왜 발표회장에서 헤드램프를 강조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의도는 적중했고, 효과 역시 탁월했다.

글_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아우디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