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우리는 느리게 달려야 한다

법에서 규정하는 제약은 최소한일 뿐이다. 교통사고는 특례법으로 일반 형법의 사망이나 상해보다 처벌 규정이 약하다. 어린아이처럼 판단력이 떨어지는 약자 보호가 필요하다

2020.01.21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법이나 규칙은 존재하기 어렵다.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초콜릿 케이크라도 당뇨가 있거나 건강을 해칠 정도로 비만인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이를 법으로 만들어 규제할 수는 없다.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논란이 생기고 사회 혹은 정치권이 시끄러워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개인의 정치 성향에 따라 싸움이 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2019년 말에 벌어진 일 중에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그것도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을 기리며 추진되었던 법인 민식이법, 하준이법, 해인이법, 태호 유찬이법, 한음이법을 반대하고 혹은 법의 형평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가 막힌 노릇이다.

 

그중에서도 민식이법에 대한 논란이 컸다. 작년 9월 세상을 떠난 김민식 군의 사고 이후에 발의돼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이다. 크게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도로교통법에서는 기존에 있던 제12조 어린이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 항목에 제한속도(시속 30km 이하)를 초과할 경우 이를 단속할 수 있는 무인교통단속 장비를 설치·관리해야 하는 것이 추가한 4항이다. 또 5항에는 어린이 보호시설의 주 출입문과 가장 가까운 간선도로의 횡단보도에 신호기를 설치·관리하는 것을 지정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사실 논란이 없다. 이슈가 된 것은 처벌 규정이다. 다른 범죄와 비교해도 처벌이 가혹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애초 교통사고는 일반적인 형사법과는 다른 기준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적용된다. 실제 처벌의 기준이 되는 양형 기준만 봐도 그렇다. 타인을 사망하게 했을 때 참작 동기 살인(장기간의 가정 폭력 등에 대한 방어 등)이라도 최소 3년에서 5년형을 받는다. 반면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했을 경우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하고 사고 후 구호 조치와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 등을 충실히 했다면 4~10개월의 징역 또는 금고형이 내려진다. 이미 자동차 사고는 일반 범죄와 비교해 처벌 규정이 약하다. 운전이라는 행위가 일상적으로 많은 사람이 하고,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운전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나 경우가 많아 형법에서 같은 기준으로 처벌을 내리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3조에는 흔히 말해 예외 없이 처벌하는 중과실 12개 항목에 대한 것이 정리되어 있다.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제한속도보다 시속 20km 이상의 과속, 앞지르기 방법 위반,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과 음주운전 등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금고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기준이었다. 그런데 이 항목에는 도로교통법 제 12조, 그러니까 위에 언급한 어린이 보호구역의 지정과 운영에 대한 내용도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 시속 30km로 지정된 최고속도 제한을 지키며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행해야 한다는 것을 위반했을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법은 여기에서 처벌을 더 강화해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게 과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는 다양한 발생원인 때문에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럼에도 보호해야 할 대상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확실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 이번 법의 핵심이다. 법 개정 이전에 발생한 고 김민식 군의 사고도 그렇다. 경찰의 블랙박스 분석 결과 차의 주행 속도는 시속 약 23km로 스쿨존 제한속도를 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사망하게 만든 사고를 일으켰다는 것과, 이 규정 외에도 수없이 많은 법규 위반을 했기 때문에 구속된 것이다.

 

여기에는 도로교통법 제27조 보행자 보호(5항-보행자 횡단 시 일시 정지), 제48조 안전운전 및 친환경 경제 운전의 의무(1항-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금지), 제49조 모든 운전자의 준수사항(2항-가목 어린이가 보호자 없이 도로를 횡단할 때, 어린이가 도로에서 앉아 있거나 서 있을 때 또는 어린이가 도로에서 놀이할 때 등 어린이에 대한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는 것을 발견한 경우 일시 정지할 것) 등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간단하게 설명해 천천히 주의를 기울여 운전하면 된다. 맞은편 차선에 차들이 늘어서 있다면, 그 차들 사이에서 아이가 튀어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즉시 멈출 수 있는 속도로 달리면 된다. 법규 안에서 시속 29km로 달리면 되지 않느냐고? 이 속도에서 1초에 달리는 거리는 8m가 넘는다. 시야가 제한되었다면 더 속도를 낮춰야 한다. 아이를 보고 멈출 수 없어서 발생한 사고는 당신의 책임이지 아이의 문제는 아니다.

 

그 운전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가 잘못이라고, 불가항력적인 사고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더 주의를 기울여 서행해야 한다. 아이들이 예측 가능하다면, 그리고 성인처럼 교통법규와 자동차의 위험성을 알고 스스로 주의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기에 어린이들, 법에서 지정한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더욱 보호해야 할 존재다. 처벌의 형평성이 문제라고? 이미 형법상 살인 사건과 다른 형량을 적용받고 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규제라면 더 강력해도 당연하다. 더욱이 그것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라면 말이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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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 편집부PHOTO : 최신엽(일러스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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