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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가 갖춰야 할 마땅한 품격, 폭스바겐 투아렉

변종 SUV가 넘쳐나는 요즘, 3세대 투아렉은 SUV로서 좋은 본보기가 되어줄 것이다

2020.02.05

늠름한 얼굴로 돌아온 3세대 투아렉. 강건한 MLB 플랫폼을 입고, 시대에 맞는 디지털화를 이뤘다

 

우리네 삶이 꽤 거칠고 험준한가 보다. 문화와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길은 잘 포장된 온로드일 거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자꾸 차를 살 때 SUV를 고른다. 안락한 세단, 섹시한 스포츠카의 구매가 증가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SUV라는 장르가 탄생한 이래, 아니 자동차 역사상 SUV 시장이 이렇게 치열했던 적은 없다.

 

도로 위엔 키 높은 차들이 즐비하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나게 SUV 모델을 찍어낸다. 올해 역시 국내 자동차 시장은 SUV 대풍년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양만 흉내 낸 변종도 많다. 네 바퀴도 굴릴 줄 모르면서 SUV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매끈한 겉모습에만 치중한 녀석들.

 

SUV(Sport Utility Vehicle), 말 그대로 스포츠형 다목적 차다. 험로주행 능력을 갖춰 각종 스포츠 활동에 능한 차. 현재 무수히 많은 SUV가 판매되고 있지만, 사실 본 목적에 부합하지 못한 차들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튼튼한 기본기가 제품력의 밑바탕이 되는 법이다.

 

 

폭스바겐 투아렉은 나름 SUV로서 본분을 잘 지키고 있는 모델 중 하나다. 개발 목표부터 ‘온로드에서는 가장 안락하면서 오프로드에서는 가장 강력한 SUV’를 표방했다. 그렇게 야심 찬 목표를 안고 2002년에 태어난 투아렉 1세대는 다양한 퍼포먼스로 SUV다움을 과시했다. 차력사처럼 155톤에 달하는 보잉 747 여객기를 끌기도 하고, ‘죽음의 경주’라고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 참가해 3연패를 거두기도 했다.

 

그리고 2월 6일, 국내 상륙을 앞둔 신형 투아렉은 세 번의 진화를 거치면서 SUV로서 뿌리가 더 굵고 단단해졌다. 출시에 앞서 지난해 가을, 독일에서 직접 신형 투아렉을 시승하고 왔다. 차가 들어서면 안 될 것만 같은 험로도 달렸고, 시속 200km도 무색하게 하는 아우토반에서도 신나게 밟았다. 그만큼 신형 투아렉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첫 만남부터 인상적이다. 독일 엥겔스키르헨 지역에 위치한 작은 성 안에 여러 대의 투아렉이 도열해 있다. 고풍적인 성의 분위기와 한층 화려해진 신형 투아렉이 제법 잘 어울린다. 건물 앞에 위풍당당하게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마치 궁전의 위병대 같은 분위기다. 물론 이렇게 멋진 곳이라면 어떤 차를 세워놓아도 멋스럽겠지만, 새로 바뀐 신형 투아렉의 얼굴은 확실히 시선을 잡아끌었다.

 

사실 지금까지 투아렉은 디자인 면에서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단조롭고 둥글둥글한 외관 디자인은 플래그십 SUV에 어울리지 않게 힘이 빠져 보인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반면 신형 모델에는 힘이 바짝 들어갔다. 어디에 내놔도 절대 꿀리지 않을 당당함을 가졌다.

 

가로로 길게 뻗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헤드램프와 함께 조화를 이룬다. 아테온에서 봤던 그 레이아웃이다. 같은 구성의 얼굴이지만 아테온은 날렵한 이미지를 강조했고, 투아렉은 웅장함을 내세운 디자인이다. 그만큼 플래그십 SUV에 걸맞은 인상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강인함을 발산하는 눈에는 128개의 LED가 박힌다. 좌우를 합치면 총 256개. 덕분에 밤이 무섭지 않다. 낮의 태양처럼 환하게 앞을 비춰 운전자의 시야를 넓힌다. 단순히 밝기만 높인 게 아니다. 눈에 지능을 더해 전면 카메라,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디지털 데이터, GPS 신호, 운전대의 각도, 주행 속도 등을 계산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상의 빛을 비추기 위함이다. 심지어 이 똑똑한 헤드램프는 우핸들에서 좌핸들 주행으로 변환되는 상황까지 인지한다. 예를 들면,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넘어갔을 경우 지역의 주행 환경을 파악해 배광을 조절한다.

 

 

신형 투아렉은 폭스바겐 그룹의 새로운 MLB 플랫폼(아우디 Q7, 람보르기니 우루스도 이 플랫폼을 사용한다)을 받아들이면서 덩치를 키웠다. 79mm 더 길어졌고, 45mm 더 넓어졌다. 반면 높이는 39mm 낮춰 보다 역동적인 자세를 갖췄다. 몸집이 커진 만큼 실내는 한층 여유롭다.

 

2열의 무릎공간은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고, 성인 세 명이 앉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더욱이 파노라마 슬라이딩 루프의 크기는 1270×825mm에 달해 차 안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810ℓ에 2열 폴딩 시 1800ℓ까지 확장된다. 광활한 짐 공간뿐만 아니라 때로는 나만의 이동식 원룸이 되어줄 만큼 드넓다.

 

널찍한 15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반응이 빠른 편이다. 심지어 손이 닿기도 전에 모니터는 기능 작동을 준비한다. 가령 공조 시스템을 조작하기 위해 모니터 하단부에 손을 들이밀면 미리 인지하고 공조 장치 조작 화면을 띄운다. 손동작을 파악하는 제스처 인식 기능이 들어갔기에 가능하다.

 

실내에서 가장 눈을 사로잡는 건 앞쪽을 꽉 채운 디스플레이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과 센터페시아의 15인치 대형 터치 디스플레이가 나란히 붙어 있는 구성으로, 이음새까지 매끄럽게 처리했다. 그래서 두 개로 나뉜 화면이지만 하나의 커다란 디스플레이로 보인다. 요즘 많은 차가 이렇게 큼직한 디스플레이를 쓰긴 하는데, 투아렉의 것이 가장 압도적이다.

 

테슬라에서 더 큰 17인치 디스플레이를 넣기도 하지만, 계기반과 센터페시아 모니터가 하나로 연결돼 있는 투아렉의 모니터가 훨씬 크게 느껴진다. 심플하게 꾸미다 보니 물리 버튼이라고는 시동 버튼과 비상등 버튼이 전부다. 모든 기능은 터치패널의 조작으로 작동한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젊은 층이라면 금세 적응이 되겠지만, 아직 터치 조작이 낯선 노년층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다.

 

나이트비전

 

주행감각은 플래그십에 걸맞게 풍요롭다. 시승차는 투아렉 중에서도 엔트리급 사양인데도 힘이 넘친다. V6 3.0ℓ 디젤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61.2kg·m의 힘을 발휘한다. 어딜 달리든 전혀 부족하지 않은 체력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부드러운 엔진 회전 질감이다.

 

아무래도 디젤 엔진 특성상 4기통으로는 기분 좋은 감각을 전하기 어렵다. 실린더가 여섯 개는 돼야 크랭크샤프트를 잘게 나눠 돌릴 수 있고, 매끈한 회전 감각을 전하게 된다. 그런 6기통 디젤 엔진 중에서도 투아렉의 것은 유독 차분하며 부들부들하다.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저

 

여기에 맞물린 토크컨버터 방식의 8단 자동변속기는 최대 1000kg·m의 토크를 전달할 수 있을 만큼 내구성이 강하다. 강건한 골격이 이 힘을 떠받친다. 알루미늄과 첨단 철강재로 보강된 골격은 2세대 모델 대비 106kg 가볍지만 강성은 오히려 더 높다.

 

코어(Core)가 튼튼하니 더 강력한 엔진을 심어도 무리 없다. 투아렉은 V8 4.0ℓ 디젤 엔진을 품은 고성능 모델도 갖췄다. 이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 422마력, 최대토크는 91.8kg·m에 달한다. 0→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9초(V6 3.0ℓ 디젤 모델은 6.1초)로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실력이다.

 

V8 4.0ℓ 디젤 엔진 사양의 투아렉은 최고출력 422마력, 최대토크 91.8kg·m의 힘을 낸다.

 

숫자로 먼저 살핀 투아렉의 실력을 제대로 테스트해보기 위해 먼저 산으로 향했다. 생긴 것만 봐서는 자연보다는 도시가 더 잘 어울리는 인상이다. 하지만 SUV의 본분을 파악하기 위해선 얼굴에 흙 좀 묻혀줘야 한다. 주행모드를 노멀(Nomal)에 놓고 비교적 고른 비포장길을 달렸다. 뭐, 이쯤이야 경차로도 충분히 달린다. 언덕길을 좀 더 달리자, 이제 본격적인 험로가 펼쳐진다. 사실 길이라기보다 그냥 숲에 가깝다.

 

주행모드를 ‘오프로드 엑스퍼트(Off-Road Expert)’로 변경하라는 인스트럭터의 무전 내용이 마치 롤러코스터 출발을 알리는 경보음처럼 들린다. 다이얼을 돌려 주행 모드로 바꾸자, 센터페시아 화면에는 오프로드 주행을 돕는 정보창이 뜬다. 그때 에어 서스펜션은 공기를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키가 70mm 더 높아졌다. 밖에서 보면 휠 하우스 안이 훤히 보일 정도다.

 

분할 접이식 2열 시트

 

달리는 차체 밑은 바위와 나무뿌리 등으로 꽤 복잡한 거 같은데, 차 안은 평온하다. 하체만 큰 동작으로 열심히 움직일 뿐 캐빈은 평안하다. 거친 산세를 보고 긴장했던 마음이 안정적인 주행에 금세 풀어진다. 적당한 조향과 부드러운 페달 조작이면 투아렉은 가뿐하게 험로를 통과한다. 그렇다고 절대 차분한 길이 아닌데 말이다. 독일의 숲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울창해서 타고 넘어야 할 나무 기둥과 돌덩어리들이 더 큼직하다. 언덕도 가팔라 기울어지는 각도 크다.

 

숲속의 비좁은 코너는 ‘올 휠 스티어링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다. 앞바퀴와 뒷바퀴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틀어 회전반경을 크게 줄인다. ‘이 좁은 길을 돌아 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투아렉은 무심하게 앞머리를 돌린다.

 

하산은 더 쉽다. 앞으로 기울어지는 각도를 계산해 자동차 스스로 속도를 줄이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고 있어도 차가 알아서 엔진 브레이크를 걸며 서서히 언덕을 내려간다. 보닛 아래 숨겨진 시야는 차 앞에 달린 카메라가 비추고, 그 모습은 센터페시아 가운데의 큰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다.

 

앞을 잘 살피며 간단한 조향만 했을 뿐인데 어느덧 험준했지만 쉬운(?) 오프로드가 끝났다. 신형 투아렉에게 오프로드는 그냥 맘 놓고 달리는 곳이지 피해 가는 길이 아니다. 온로드를 달리듯 오프로드를 달릴 뿐이다. 아주 가볍게.

 

4-코너 에어 서스펜션

 

독일의 아우토반을 달리기 위해 주행모드를 스포츠에 놓자 차체가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시속 120km 이상에선 자세를 25mm 더 낮춘다. 공기저항을 줄이고 차의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저속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틀던 앞바퀴와 뒷바퀴는 이제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덕분에 차선변경과 고속 핸들링이 훨씬 매끈하다. 앞머리를 들이밀고 뒤를 따라오게 하는 게 아니라, 앞뒤가 동시에 이동하는 느낌이다.

 

듬직해진 덩치 때문에 이전 세대에 비해 움직임이 둔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신형 투아렉은 몸집에 비해 민첩한 주행성능을 가졌다. 특히 코너에서 차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잘 억제한다. 새롭게 들어간 ‘전자기계식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제이션 시스템(eAWS)’은 차가 기울어진다 싶으면 전기모터를 이용해 안티롤 바를 반대 방향으로 비틀어 차체가 수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덩치 큰 벤틀리 벤테이가와 스포티하게 달리는 람보르기니 우루스에도 들어간 시스템이다.

 

30가지 색의 앰비언트 라이트가 고급스러우면서도 간결한 실내를 장식한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300km 이상을 달려야 한다. 속도제한 없이 맹렬히 달리는 것도 잠깐 즐겁지 계속 달리다 보면 여느 고속도로처럼 지루하긴 마찬가지다. 운전대 왼쪽에 달린 버튼을 눌러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을 활성화한다. 지정한 속도 안에서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달리는 것은 요즘 소형차들도 쉽게 해내는 기능이다.

 

투아렉은 구글 기반의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연동해 보다 적극적인 반자율주행을 수행한다. 속도제한 구간에 들어서면 제한속도에 맞게 속도를 줄이고, 코너에 접근할 땐 미리 감속해 매끄러운 주행을 잇는다. 물론 차선을 따라 스스로 조향까지 한다. 신형 투아렉은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실력을 갖췄다.

 

12.3인치 디지털 콕핏

 

투아렉은 개발 목표였던 ‘온로드에서의 안락함, 오프로드에서의 강인함’을 기본으로 삼고 3세대까지 진화했다. 그리고 그 근간을 유지한 채 외모를 새롭게 가꾸고 신형 플랫폼을 통해 몸집까지 키웠다. 시대에 맞게 디지털화와 각종 첨단 주행안전 시스템은 기본이다. 어디 하나 얄팍한 곳이 없다.

 

혹여 브랜드 위상을 생각해 투아렉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엠블럼으로만 차를 판단하는 이들. 알아둬야 할 건 투아렉은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농익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이다. 신형 투아렉의 국내 출시와 맞물려 대형 SUV 시장은 더욱 포화를 이루겠지만, 투아렉처럼 SUV의 기본을 잘 지킨 모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SUV가 갖춰야 할 마땅한 품격과 자격, 3세대 투아렉으로 제대로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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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안정환PHOTO : 폭스바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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