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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에 파격을 더하다, 롤스로이스 블랙 배지 컬리넌

블랙 배지 컬리넌이 가장 호화로운 고성능 라인업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로 선택됐다. 시승해보니 알겠다. 롤스로이스는 계획이 다 있었다

2020.02.07

 

블랙 배지는 힙하다. 언제나 우아하고 기품 있는 롤스로이스에 블랙 배지가 들어가면 생동하는 세련된 쿠페와 컨버터블, 세단이 당차게 등장한다. 블랙 배지 컬리넌은 이 오랜 전통의 최고급 브랜드에 가장 젊고 강력하며 힙한 라인업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이다. 롤스로이스는 블랙 배지 컬리넌을 사상 가장 어두운 롤스로이스로 내세웠다.

 

블랙 배지 컬리넌은 사실 이종(異種)의 이종이다. 컬리넌은 전통적인 차종만 선보이던 롤스로이스가 시도한 퓨전 장르의 서막이다. 블랙 배지는 브랜드 최초의 강렬하고 관능적인 고성능 라인업이다. 사상 가장 짙은 어둠의 롤스로이스란 건 어쩌면 힙한 블랙 배지 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이고 근사한 모델이 바로 블랙 배지 컬리넌이란 의미일지 모른다.

 

 

환희의 여신상도 고광택 블랙 크롬을 입었다. 하지만 이 작은 여신은 과감한 블랙 배지 컬리넌에서도 롤스로이스의 정체성을 우아한 자태로 고스란히 드러낸다. 블랙 크롬은 장엄한 판테온 그릴에도, 곳곳을 꾸민 금속 장식에도 들어갔다. 심지어 롤스로이스 고유의 더블 R 로고에도 어둠이 내렸다. 검정 바탕에 은색 로고다. 사실 은색과 검은색이 서로 자리만 바꿨을 뿐인데 젊고 세련됐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블랙 라벨 같은 느낌이다. 22인치나 되는 휠은 오직 블랙 배지 컬리넌만을 위해 만들었다. 그 안으로 보이는 캘리퍼가 빨갛다. 빨간 브레이크 캘리퍼는 롤스로이스 사상 처음이다.

 

 

실내에도 블랙 배지만의 시그니처가 있다. 테크니컬 카본(Technical Carbon)이다. 이런 정교하고 입체적인 무늬의 고급 소재는 오직 블랙 배지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는 온통 가죽으로 감쌌다. 대시보드 아래쪽은 사피아노 패턴의 천연가죽을 둘러 무척이나 세련됐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오른쪽에 바늘이 붉은 아날로그 시계가 있다. 그 아래 무한대 로고가 보인다. 이는 생전에 지상 최고속 기록과 수상 최고속 기록을 보유했던 맬컴 캠벨 경(Sir Malcolm Campbell)이 20세기 초 사용하던 상징이다. 블랙 배지는 한계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있음을 차 안 곳곳에 새겨진 이 무한대 로고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천장에는 1344개의 별이 빼곡히 들어찼다.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다. 롤스로이스에서만 볼 수 있는 황홀한 장식인데 별똥별도 떨어진다. 무려 8곳에서. 천장에서 쏟아지는 8개의 별똥별은 영롱하고 아름답다.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소원을 빌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블랙 배지 컬리넌은 어둑한 판테온 그릴 뒤로 V12 6.75ℓ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을 품었다. N74 계열로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개선해 V12 엔진의 수명을 2023년까지 연장시켰다. 그때까지 예정된 환경기준은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만큼 배출가스 수준을 개선했다는 얘기다. 최고출력은 600마력, 최대토크는 91.8kg·m를 내뿜는다. 일반 컬리넌에 비해 29마력, 5.1kg·m 강해졌다. 블랙 배지 컬리넌을 위해 엔진을 매만진 덕인데, 때문에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엔진회전수가 5250rpm으로 250rpm 올라갔고, 최대토크를 뿜어내는 엔진회전수가 1700rpm으로 100rpm 상향됐다. 변속기는 독일 ZF의 토크컨버터 8단 자동이 맞물린다.

 

 

파워트레인 반응은 일반 컬리넌보다 예민하다. 일상적인 제어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가속페달을 조금 깊이 밟으면 블랙 배지 컬리넌의 활력이 배는 증가한다. 최대토크가 저회전 영역에서부터 쏟아져 언제든 채근하면 힘차게 반응한다. 가속은 경쾌하다. 2760kg이라는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5.1초. 컬리넌보다 0.1초 빠르다. 기어레버에 있는 ‘로(LOW)’ 버튼을 누르면 파워트레인은 거의 각성하는 수준에 이른다. 배기음부터 낮고 굵어지며 적극적으로 높은 엔진회전수를 사용한다. 반응은 예민하고 명료하다. 그대로 몰아붙이면 블랙 배지의 응축된 힘을 한꺼번에 내지른다. 블랙 배지 컬리넌의 로 버튼은 스포츠 모드라 생각하면 된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플랫폼은 이 강력한 반응을 여유롭게 받아낸다. 빈틈없이 조인 딱딱한 스포츠카의 플랫폼과는 달리 강성을 유지하면서도 유연함을 잃지 않는다. 이로 인해 체감적인 컬리넌의 기운은 실제보다 조금 약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언제든 안락해야 하는 롤스로이스라 생각하면 이 정도가 최선이겠다는 생각도 든다.

 

 

서스펜션은 영리하다. 더블위시본 구조의 앞 서스펜션과 5링크 방식의 뒤 서스펜션은 모두 스스로 높낮이를 조절하는 에어스프링, 전자제어식 댐퍼와 함께 작용한다. 노면을 강하게 누르고 차체를 유연하게 떠받치는데 롤스로이스의 노하우가 깊이 느껴진다. 윈드스크린 상단에 있는 스테레오 카메라가 노면을 스캔해 실시간으로 감쇠력을 조절한다. ‘매직 카펫 라이드’는 블랙 배지 컬리넌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코너에서는 몸놀림이 제법 빠르다. 상황에 따라 뒷바퀴가 조향돼 반응이 꽤 영민하다. 가끔 노즈가 너무 빨리 코너로 말려든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민첩하다. 물론 롤은 좀 있다. 블랙 배지지만 컬리넌이다. 그리고 롤스로이스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다만 이토록 훌륭한 승차감과 이다지 예리한 움직임을 동시에 보여주는 SUV는 본 적이 없다.

 

 

역시 블랙 배지는 그저 외모로 성취하는 게 아니다. 안팎의 조화와 노련한 완급 조절, 오감으로 느껴지는 태생적인 고급스러움이 블랙 배지를 이룬다. 블랙 배지 컬리넌은 이 호화로운 고성능 라인업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이다. 자격은 충분하다.

 

ROLLS-ROYCE BLACK BADGE CULLINAN​

기본 가격 5억390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V12 6.75ℓ 트윈터보, 600마력, 91.8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2760kg
휠베이스 3295mm
길이×너비×높이 5341×2000×1835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4.5, 6.9, 5.4km/ℓ
CO₂ 배출량 330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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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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