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자동차 저널리스트의 머릿속 자동차 세상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면 온통 자동차 생각뿐이다. 지난달 내 머릿속을 스친 소소하고 잡다한 생각들을 정리해봤다

2020.02.17

페라리 로마

 

1. 고속도로에서 추월할 때 순간적으로 과속을 할 수밖에 없다. 제한속도가 시속 110km 평균 주행속도이니 어쩔 수 없다. 추월하는 순간 제한속도를 넘기는 나는 법을 위반하는 것일까? 차를 타다 보면 알쏭달쏭한 순간이 적지 않다.

 

2. 스포츠카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속도를 높이게 된다. 특히 출력이 높은 모터사이클이 그렇다. 페라리를 타고 제한속도로만 달리는 것도 이상하다. 시속 250km 이상으로 달리게 만든 페라리로 법정 제한속도를 넘는 건 정말 나쁜 짓일까? 위법을 할 수밖에 없는 차들은 왜 만들어 파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몰라서 누구에게든 물어보고 싶었다.

 

3. 서울 곳곳에 제한속도가 시속 50km인 표지판을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 지키기 어려운 제한을 만들어 사람들이 수시로 무시하게 한다면, 법을 우습게 아는 습관이 생길 수밖에 없다.

 

4. PSA와 FCA가 한 회사가 됐다. 1970년대의 푸조와 피아트를 기억하는 나에게 두 회사의 자동차는 너무 다르다. 프랑스 차는 말랑말랑한 서스펜션으로 코너를 휘청 돌아가는 재미가 있고, 피아트는 방방거리는 엔진에 스포츠카처럼 달리는 소형차로 기억에 남는다. 성격이 다른 두 차가 같은 플랫폼으로 만들어지면, 그 차는 푸조인가? 피아트인가? 그동안 플랫폼을 합쳐 성격을 구분할 수 없게 된 차를 많이 봤다. 현대·기아차들이 그렇고, 푸조와 시트로엥이 그렇다. GM 플랫폼을 쓴 사브는 아예 사라졌다. 이제는 거대 자본이 아니면 차를 만들 수 없고, 차들이 점점 재미없어진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재미없을까 봐 걱정되는데, 기업합병은 이런 현상에 부채질한다.

 

현대 쏘나타

 

5. 벤츠와 BMW가 크기만 다를 뿐 비슷한 모양으로 차를 만드는데, 현대·기아는 차마다 모양을 달리하는 게 마음에 든다. 쏘나타의 모양이 내 맘에는 안 들어도, 호불호를 각오하고 만들었다면 그 생각에 동의한다. 쏘나타와 그랜저가 다른 모양인 것에 동의한다. 쏘나타와 그랜저가 벤츠처럼 크기만 다른 같은 모양이라면 숨이 막혔을 것 같다. 현대차는 오래전부터 독일차보다는 토요타를 참고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6. 벤틀리 벤테이가 디자인을 멋지다고 생각한 적 없다. 지금 카이엔은 괜찮지만 1세대 디자인은 끔찍했다. 7억원짜리 구형 마이바흐 디자인도 그다지 별로였다. 가끔 이상한 모양을 한 고급차를 본다. 자동차는 디자인만으로 팔리지 않는다는 증거다. 차에 관심 없는 사람도 많고, 오로지 브랜드 이미지에만 관심 두는 사람도 많다. 부자를 조롱하는 듯한 럭셔리카 디자인에 궁금증이 계속된다.

 

7. 쿠페는 보통 프레임리스 도어를 쓴다. 차에서 내릴 때 프레임 없는 도어가 좀 더 스포티하고 우아하다. 푸조 508 SW 역시 프레임리스다. 앞문은 괜찮은데, 뒷문의 복잡한 유리 구성은 프레임이 없어 너무 약해 보인다. 다칠 것만 같다. 뒷문은 오히려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나을 듯하다. 프레임리스로 기분 내기는 앞 도어만으로 충분하다.

 

할리데이비슨 스트리트 밥

 

8. 정비소에서 모터사이클 엔진 오일을 교환 중이었다. 옆에서 구경하던 할리데이비슨 로드 글라이드 오너가 내 스트리트 밥을 보고 “작고 아담한 게 재미있네요”란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화답한다. ‘아, 저분은 크고 화려한 맛에 할리를 타는구나.’ 나는 커다란 엔진에 가벼운 차체의 스트리트 밥이 스포티해서 좋았다. 모터사이클 즐기는 시각은 다양하다.

 

9. 갖고 싶은 모터사이클이 많은데, 현재 10년 된 스트리트 밥이 너무 좋아서 망설이는 중이다. 내 검은색 스트리트 밥은 크루저 같고, 카페레이서 같고, 클래식 바이크 같아 대안을 못 찾고 있다. 내 눈에 이보다 멋진 할리데이비슨은 없다. BMW R나인T 어반 GS도 갖고 있다. 이 역시 오프로더 같고, 듀얼 퍼포즈 같고, 카페레이서 같다. 할리와 BMW 모터사이클 두 대로 모든 장르의 모터사이클을 커버한다는 생각이다. 모터사이클 두 대 이상은 관리에 신경이 쓰인다. 개를 키우면서 산책을 시켜줘야 할 것만 같은 부담이다. 차마다 자주 타야 할 것 같고, 오일 바꾸는 기간도 신경 써야 한다. 신경을 쓰다 보면 내가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노예인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 느낌조차 즐길 만하지만.

 

10. 벨트라인이 낮을수록 고속으로 달릴 때 차가 무섭다고 한다. 대부분 스포츠카의 벨트라인이 높은 이유다. 나도 빨리 달리는 차가 무서운 적이 있었다. 폭스바겐 골프 R을 타고 달리는데 자신감을 넘어서는 속도에 두려움을 느꼈다. 벨트라인이 낮아서인가, 내가 던져진 기분이었다. 작은 차가 나의 통제력을 넘어선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페라리나 맥라렌에서도 느끼지 못한 두려움이었다. 다른 슈퍼카에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도로의 여건상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일 거다.

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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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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