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카셰어링과 전기차 시대의 내로남불

공유하는 차를 깨끗하게 쓰고 전기차 충전공간을 비워두는 것은 기본이다. 왜 당신의 편안한 10분을 위해 내 10분을 희생해야 하는가

2020.02.21

 

최근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2018년과 2019년을 지나면서 순수 전기차의 판매는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3년 전인 2017년, 국산 전기차는 단 4개 차종에 1만1200대가 팔리는 수준이었다. 주행가능거리도 200km가 최대였고, 충전도 어려웠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동차로서 매력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던 것이 2018년 8개 차종으로 늘고 판매량도 두 배를 훨씬 넘은 2만9021대가 팔렸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고속충전 시설이 늘어났고, 주행가능거리 300km를 넘긴 차들이 나오면서 판매량이 증가했다. 지난해도 판매가 늘어 3만3877대의 순수 전기차가 팔렸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까지 합치면 11만대를 넘는다. 말 그대로 친환경차 전성시대다.

 

대세는 기울었다. 어쨌든 환경보호를 위해 모두가 나설 때가 되었고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여기에 올라탔다.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 전기차, 하이브리드는 물론이고 내연기관 자동차들도 배출가스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기술이 담긴다. 아마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운전을 할 수 있는 나이인 2040년이 되면, 새로 구입할 수 있는 자동차의 80% 정도가 전기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게다가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개념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 아직까지 수익을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과연 우리나라에서 가능할까 싶었던 카셰어링 업체들의 매출이 매년 30% 이상 꾸준히 늘어날 정도로 필요할 때만 차를 빌려 쓰는 경우가 증가했다. 이는 차를 구입하고 소유하는 과정에서 부담해야 할 차값, 감가상각비, 보험료와 주차비 등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상황에 맞춰 대중교통을 포함해 스쿠터, 카셰어링과 자가용 등 거의 모든 방법을 쓴다. 주차가 불편한 동네에 살기 때문에, 여럿이 탈 차가 필요한 경우 카셰어링을 이용한다. 특히나 주행거리에 따른 이용요금이 없는 전기차를 쓰는데 최근 겪은 일들은 황당함을 넘어 화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는 돈을 받고 빌려주는 회사에서 차를 깨끗하게 유지할 의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벌금을 물어야 하는, 예를 들어 차 안 금연 같은 규정은 그럭저럭 잘 지켜진다. 하지만 여전히 컵홀더 안쪽에 휴지나 쓰레기가 숨어 있고, 매트에 흙이 잔뜩 묻어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꼭 페널티 때문이 아니라도 기본적으로 차를 깨끗하게 쓰는 것은 습관에 가깝다. 모두가 차를 소유할 수 없기에 공유하는 것이라면, 다음 사람을 위해서라도 매너를 지키는 것이 옳지 않을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전기차 충전구역 주차다. 카셰어링 업체의 차들은 공공주차장에 지정 주차구역을 만들고 충전기를 함께 설치한다. 즉, 그 장소는 지정 주차장으로 정해진 곳인데 막상 차를 반납하러 돌아오면 다른 차가 세워져 있기 일쑤다. 주차공간 바닥과 옆에 ‘주차를 삼가 달라’는 표지판이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이런 일은 아파트 등 공공 주택의 전기차 충전구역마다 자주 벌어진다.

 

이미 2018년에 발표되어 2019년부터 시행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전기차 충전구역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일반 자동차를 세울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왜 전기차만 지정된 구역을 주차 공간으로 쓰느냐”는 불만은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급속충전기가 설치된 구역에서는 전기차라도 1시간 이상 차를 세울 경우 단속 대상이 된다. 오직 충전을 위해서만 세우고 충전이 완료되었다면 반드시 차를 옮겨 다른 곳에 세워야 한다. 아직 꼼꼼하게 단속을 하지 않고 있지만 전기차 보급 대수가 늘어날수록 이웃 주민끼리 얼굴을 붉힐 일이 분명 생길 것이다.

 

 

얼마 전에도 차를 반납하러 돌아오니 일반 차가 서 있었다. 여러 번 전화해서 간신히 연결된 차주는 “돌아가려면 2시간은 걸린다. 그냥 다른 데 세우라”고 했다.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차하면 과태료 10만원이다”라고 말하자 그는 15분 만에 나타나서 차를 뺐다. 이런 경우도 있다. 전화는 쉽게 연결되었지만 “금방 오겠다”는 말과 달리 10분이나 지나서야 느긋하게 걸어왔다. 과태료도 부과되고 주차하면 안 되는 이유도 설명했지만, 성의 없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이었다. 기다리지 말고 그냥 신고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차도 견인해 버리는 게 나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종종 있는 장애인 주차구역의 씁쓸한 기억도 떠오른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입구 가까운 곳을 전용 구역으로 지정하는데, 이곳을 습관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신고해서 과태료 고지서를 받고 난 다음에도 자기는 잠깐 세웠을 뿐이고 이웃 사이에 너무한다는 둥 온갖 악담을 해댄다. 본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파렴치한 인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알면 인류애 따위는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은 전기차 오너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다. 전기차는 소유주들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지만 아직까지는 내연기관차보다 차값이 비싸고 사용하는데 불편하다. 그럼에도 내 주변에 전기차가 많을수록 공기는 더 맑아진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전기차가 늘면 공기가 맑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친환경은 다른 사람들의 일이고 나는 상관없는 걸까? 최소한 전기차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 잠깐은 괜찮다고? 왜 당신의 10분을 위해 내 10분을 희생해야 하는가. 역지사지는 만고의 진리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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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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