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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커넥티드 기술, 어디까지 왔니?

8세대 골프는 폭스바겐 모델 처음으로 차끼리 소통하는 ‘카투엑스’ 기능을 챙겼다. 캐딜락의 신형 CT5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둘렀다. 내 차와 다른 차, 내 차와 도로가 서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는 날도 머지않았다

2020.02.17

 

10년 전 겨울이었다.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출근을 하려고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강변북로를 타려면 야트막한 언덕길을 지나야 했다. 도로엔 제법 눈이 쌓여 있었다. 운전대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슬금슬금 언덕길을 올라갔다. 바퀴가 슬슬 밀리는 게 느껴졌지만 이미 언덕길 중간을 올라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천천히 언덕을 올라 안도하려는 순간 갑자기 차가 앞으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손쓸 방도가 없었다. ‘어어어어어.’ 정신을 차리자 앞 유리 너머로 이미 미끄러져 눈 더미에 박힌 다른 차들이 들어왔다. 내 차는 운 좋게도 두 대의 차 사이로 처박혔다. 사고는 나지 않았다. 만약 이런 상황을 미리 알았다면 그 길로 가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자동차 통행량이 많지 않은 지방도에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을 리 만무했다.

 

피렐리가 2018 제네바 모터쇼에서 사이버 카 기술을 선보였다. 타이어 안쪽에 손톱만 한 센서를 붙여 이 센서로 파악한 도로 정보를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특한 기술이다. 타이어 공기압 같은 간단한 정보뿐 아니라 도로가 미끄러운지, 돌 같은 방해물이 떨어져 있는지, 깊게 파인 곳이 있는지를 살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단순히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차의 ECU에 같은 정보를 보내 ABS나 ESC, 스티어링 회피 시스템 같은 안전장비를 차가 스스로 사용하도록 제어한다. 도로 한가운데 커다란 돌이 떨어져 있을 때 내가 운전대를 꺾지 않아도 차가 먼저 알고 운전대를 꺾어 피하는 거다.

 

피렐리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사이버 타이어는 사이버 카 기술에서 한 단계 진화해 5G 네트워크를 사용한다. 센서가 노면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정보를 모으면 이 정보를 5G 네트워크로 처리하는데, 5G 네트워크 덕에 운전자는 물론 다른 차나 보행자, 도로 안내판 등에도 각종 정보를 빠른 속도로 보낼 수 있다. ‘500m 앞에 블랙 아이스가 있으니 조심하세요’라는 식으로. 만약 이 기술이 진즉에 상용화됐다면 10년 전 그때 운전대를 부여잡고 잔뜩 긴장한 채 눈 쌓인 언덕을 올라가진 않았을 거다.

 

 

커넥티드 카 시장을 연 GM

V2X(Vehicle to Everything)는 차와 운전자를 비롯해 차와 차, 차와 인프라, 차와 이동단말기, 차와 보행자 사이의 무선통신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무선통신이 가능한 차를 ‘서로 연결돼 있다’는 뜻으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라고 부르기도 한다. 처음 커넥티드 기술을 자동차에 얹은 건 GM이다. GM은 1996년 캐딜락 드빌과 세빌, 엘도라도에 온스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룸미러에 달린 온스타 버튼을 누르면 콜센터와 연결돼 길 안내를 받거나 호텔을 예약하거나 구급차를 부를 수 있다. 차에는 GPS 단말기가 있어 사고가 났거나 도난을 당했을 때 콜센터에서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GM의 온스타는 다른 차와 소통하는 기술까진 발휘하지 못했다. 콜센터와 연결하거나 차의 위치를 파악하는 건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온스타 사용자는 점점 줄었고 GM은 결국 지난해 7월 온스타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신 지난해 4월 뉴욕모터쇼에서 CT5에 얹힌 디지털 플랫폼을 공개했다. 시간 당 4.5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이전 GM 모델보다 다섯 배 더 많은 양이다). 많은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 차는 물론 다양한 외부 스마트 기기와 빠른 속도로 통신할 수 있다. GM은 신형 CT5가 최첨단 자율주행 기술인 슈퍼크루즈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발휘한다고 자랑했다. 속도제한이 없는 북미 고속도로에서 20만km 이상을 스스로 달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새로운 CT5는 올 상반기 국내에 출시된다.

 

 

와이파이냐? 5G냐?

2021년에 국내에 출시될 8세대 신형 골프는 폭스바겐 모델 처음으로 ‘카투엑스(Car2X)’ 기능을 챙겼다. 카투엑스는 차끼리 소통하는 V2X의 한 종류다. V2X는 크게 5G 같은 이동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C-V2X와 와이파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근거리 전용 무선통신(DSRC) 방식으로 나뉘는데, DSRC는 다시 미국 표준인 웨이브(WAVE)와 유럽 표준인 ITS-G5 방식으로 나뉜다(두 방식은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신형 골프는 이 가운데 유럽 표준인 ITS-G5 방식의 카투엑스 시스템을 갖췄다.

 

800m 반경 이내에 있는 차는 물론 운전자, 교통 안내판 등에 공사 중이나 교통사고, 블랙 아이스 같은 도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단, 상대 차나 교통 안내판 등도 카투엑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구급차나 소방차가 오는 것도 미리 전달받을 수 있다. 내 차에 이상이 생겼으면 이를 다른 차에 알려주는 것도 가능하다. 폭스바겐은 골프의 모든 트림에 카투엑스 시스템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2년 후면 도로에서 골프끼리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새로운 골프는 유심과 달리 디바이스 내부에 가입자 정보를 기록한 eSIM 기반 온라인 연결 장치를 품고 있다.

 

V2X 기술 개발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또 다른 회사는 토요타다. 이들은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와 조인트벤처 ‘토요타 커넥티드’를 설립해 커넥티드 관련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같은 해에는 크라운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V2X 기능을 얹고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2017년엔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손잡고 커넥티드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듬해인 2018년에 크라운과 코롤라 스포츠에 라인으로 운전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얹었다. 예를 들어 목적지를 설정한 후 라인에서 ‘기름이 충분할까?’라고 물으면 기름을 더 넣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다녀올 수 있습니다‘라고 차가 답하는 거다. 이후 2018년부터 토요타는 무대를 미국으로 넓혀 미시간주에서 V2X 기술을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하고, 미시간 대학 교통 연구소 등과 협력해 교통안전에 도움이 될 데이터를 수집했다.

 

토요타는 2021년부터 미국에서 파는 토요타와 렉서스 모델에 V2V(Vehicle to Vehicle)와 V2I(Vehicle to Infrastructure) 기술을 얹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토요타가 채택한 V2X 기술은 와이파이 기반의 DSRC 방식 중 전통적인 방식인 미국 표준 웨이브다. 하지만 토요타는 지난해 4월 이 선언을 뒤집고 DSRC 기술을 얹기로 한 계획을 취소했다. 자율주행 시대를 위해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려면 와이파이보다 5G를 기반으로 한 C-V2X가 낫다는 의견이 많은 데다, 유럽연합이 V2X 표준 기술로 DSRC 방식을 채택하기로 한 결정을 미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도 지능형교통체계(ITS)의 주파수 대역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힌 후 지난해 12월 용도 변경을 결정했다. 원래 미국은 5.9㎓ 대역 가운데 75㎒의 폭을 웨이브 용도로 할당했지만 용도 변경 후 45㎒ 폭은 비면허 대역으로, 20㎒는 C-V2X로 분배했다.

 

 

대세는 C-V2X?

지난 1월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0 CES에서 삼성전자는 5G 기술을 적용한 TCU(자동차 통신 장비)를 BMW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삼성의 5G TCU는 2021년에 양산되는 BMW의 새 전기차 ‘아이넥스트(iNEXT)’에 얹힐 예정인데, 영상에 따르면 소방차가 오는 정보를 미리 전달받을 뿐 아니라 보행자가 신호를 기다리며 횡단보도에 서 있는 것도 미리 알 수 있다. 신호가 바뀌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도, 갑자기 골목에서 어린이가 뛰어나오는 것도 경고한다. 그동안 DSRC 방식의 웨이브 기술을 지지해온 세계 최대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 NXP 역시 올해 CES에서 C-V2X 플랫폼을 공개했다. C-V2X 기술에 집중해온 퀄컴은 2020 CES에서 운전석과 4G, 5G 플랫폼을 통합한 C-V2X 레퍼런스 플랫폼을 선보였다.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도로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빠른 속도로 보여주는 플랫폼이다. 이 밖에 현대모비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기업도 5G 기반의 C-V2X 기술을 적극 개발 중이다. KT는 지난해 6월 실제 도로에서 5G 기반의 V2X 기술을 테스트했다.

 

커넥티드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조만간 자동차끼리는 물론 신호등, 교통 안내판이 서로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단, 이 기술이 쓸모 있으려면 ‘커넥티드’할 수 있는 차와 도로 시설이 많아져야 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V2X 시스템으로 교통사고의 13%를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해킹 등의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는데도 우리가 자동차 커넥티드 기술의 상용화를 지지하는 큰 이유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커넥티드 기술이 몇십 중 추돌사고 같은 대형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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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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