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CAR

슈퍼 세단을 위해 기도를, 캐딜락 CT6-V

캐딜락의 슈퍼 세단 CT6-V를 처음 만났지만, 어쩌면 이 만남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2020.02.18

 

V8 트윈터보 엔진을 얹은 캐딜락이 캘리포니아 윌로 레이스웨이 위에서 포르쉐 911, 토요타 수프라, 콜벳 C8 같은 차들 한가운데서 포효하고 있다. 가파르고 굽이진 메릴랜드 외곽 순환도로 북쪽에서 550마력을 내뿜는 CT6-V를 몰아본 뒤, 우리는 이 차가 격정적인 차분함으로 13개의 코너가 이어진 2.57km의 윌로 서킷을 질주하며 <오토모빌> ‘2020 올스타 어워드’를 수상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매년 진행하는 ‘지루하지 않은 차’ 결선에 올라올 만큼 흥미로운 미국차가 없다고 탄식하는 마이크 플로이드 <오토모빌> 편집장에게 이야깃거리를 줄 수 있을 만한 자동차가 드디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V8 4.2ℓ 트윈터보 엔진으로 새 단장한 캐딜락의 블랙윙 모델 때문에 CT6-V는 등장하자마자 단종 단계에 들어서게 됐다. 중국에만 판매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만 남고 다른 CT6 모델들도 같은 수순을 밟는다. 우리가 아주 작은 기적을 바라며 ‘올스타 어워드’ 후보에 올리고 싶어도 올해가 CT6-V를 경험해볼 수 있는 유일한 해인 것이다. 이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캐딜락은 CT6-V를 2019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선보였는데, 그 후에 일어났던 일은 인터넷 시대에서만 발생할 만한 일이었다. CT6를 생산하던 디트로이트 햄트래믹 공장이 CT6-V 출시 몇 달 전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서 온라인 주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레임덕 상태가 된 것이다. 게다가 CT6-V가 한 차례만 생산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예비 구매자들은 키보드 앞에서 대기했고, 초기 할당량인 275대가 두 시간 만에 판매됐다.

 

캐딜락에 따르면 압도적인 V8 엔진을 얹은 블랙윙의 이름은 디트로이트를 설립한 ‘앙투안 드라 모르트 카디야크(Antoine de la Morthe Cadillac)’ 가문의 문장에서 가져왔다. 블랙윙은 문장 위에 그려진 다리 없는 오리들, 혹은 발 없는 새의 이름이다.

 

그래도 너무 아쉬워하지 마라. 캐딜락은 블랙윙을 수동으로 조립하는 6명의 엔진 기술자에게 미국과 캐나다에 판매할 2019년형 CT6 600대의 추가 생산을 지시했다. 여기엔 500마력 버전의 블랙윙과 기본형 슈퍼 크루즈를 기본 사양으로 한 9만7490달러짜리 CT6 플래티넘 모델이 포함된다. 2020년형 CT6-V 375대도 생산됐는데 아직 판매를 시작하지 않았다.

 

기존의 GM V8 엔진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엔진을 품은 블랙윙은 V8에 고출력 터보를 얹었다. 9.8의 압축비와 E68이라 불리는 새로운 엔진 제어 유닛에 개별적인 연료 및 점화 장치를 갖췄고, 8개 실린더 중 4개의 동작을 멈출 수도 있다. CT6-V의 블랙윙 버전은 엔진 튜닝에서 플래티넘보다 높은 힘으로 설계해 0→시속 97km에 도달하는 데 0.6초가량 더 빠르다.

 

 

CT6-V를 포함한 모든 CT6 모델은 캐딜락의 오메가 플랫폼을 사용한다. 이 플랫폼이 사라지면 최신 알파 플랫폼에서만 캐딜락 뒷바퀴굴림 라인업이 생산된다. 하지만 캐딜락 사장 스티브 칼라일에 따르면 오메가 플랫폼에 쓰인 알루미늄과 철제 혼합 구조 기술은 지난 1월에 예고했던 럭셔리 크로스오버를 포함한 미래 전기차에 쓰인다.

 

CT6-V의 주행성능과 핸들링의 조합은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독특한 쇼크업소버와 스프링 튜닝, 브렘보 브레이크, 그리고 밝은 색상의 멀티스포크 알로이 휠을 적용한 플래티넘 B8의 19인치 사계절용 타이어와 대조되는 어두운 니켈 소재의 5스포크 알로이 휠에 맞춰진 20인치 여름용 타이어로 더욱 향상됐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캐딜락 CT6-V는 고상하고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엄숙하다. 노이즈 캔슬링이 더해지면서 스포츠 세단이 아닌 럭셔리 세단처럼 출발한다. 밸런스가 좋은 스포츠카처럼 속도를 높이면 꽤나 가르랑거리는 엔진이 클래식한 머큐리 머린 선박 엔진 같은 소리를 낸다. 높은 압축비의 V8 엔진 사운드가 평온한 실내로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다. CT6의 수석 엔지니어 롭 코타락은 이것을 ‘구분된 정밀함’이라고 부른다. CT6-V가 주는 피드백에서는 어떤 것도 동떨어진 것이 없다. 단단한 스로틀은 진동 없이 활기차고, 네 바퀴로 달릴 때 여름용 20인치 타이어는 직선보다 코너에서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전형적인 럭셔리카들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는 반면 CT6-V는 단순 명쾌한 요소들로 재미를 선사한다.

 

 

휠에서 봤듯이 CT6-V의 스티어링은 불필요한 무게 없이 면밀하고 민첩하며, 손의 움직임에 따라 솜씨 좋게 9시에서 3시 방향으로 움직인다. 메릴랜드 주변 도로를 달릴 때 CT6-V의 서스펜션은 컴포트 혹은 스포츠 모드 설정에 따라 반응하고, 무엇보다 10단 변속기가 명민하게 움직인다.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노면에 따라 지속적으로 재조정한다. 주행성능과 핸들링은 균형 잡힌 차를 만들던 BMW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한다. CT6-V는 7시리즈나 S 클래스와 비슷한 크기지만, 오히려 5시리즈에 가깝거나 그보다 작은 차를 운전하는 것 같다. 정비되지 않은 도로를 달리면서 스포츠 모드를 끄지 않아도 괜찮다. 승객을 괴롭힐 일은 없으니까. 정말 캐딜락 CT6 라인은 의전용 차에 완벽한 세단처럼 집 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비록 CT6-V에서는 캐딜락의 레벨 2+ 준자율주행 모드인 ‘슈퍼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전방 추돌 경고, 전방 자동 제동, 어드밴스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긴급 제동 시스템, 후방 보행자 감지 기능, 고화질 후방카메라, 전방 보행자 감지 및 비상 제동, 서라운드 비전 레코더, 헤드업 디스플레이, 그리고 나이트 비전과 같은 쓰임이 쏠쏠한 운전자 주행 보조 기능이 포함된다. 커다란 선루프, 마사지 시트, 뒷좌석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4존 에어컨, 무선 충전, 내비게이션, 로터리 방식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 그리고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서라운드 시스템은 기본 사양이다.

 

 

시각적으로 CT6-V는 프리미엄 라인과 다르다. 독특한 블랙 메시 그릴, 탄소섬유로 된 리어 스포일러, 미세하게 낮춘 차체, 그리고 ‘V’ 배지를 갖췄다. 메르세데스 벤츠 AMG S 클래스가 영화 <맨인블랙> 시리즈 오디션에 나갈 것처럼 보이는 시대에 신선한 절제미로 다가온다.

 

CT6-V에서 눈에 띄는 유일한 단점은 CT6 라인업이 출시됐을 때부터 지적된 것들이다. 실내는 여전히 독일 경쟁 브랜드들보다 한 수 아래다. 심지어 최근 CT6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한 이후에도 조작이 불편한 부분이나 저렴한 소재를 사용한 곳들이 눈이 띈다. 소재는 캐딜락 신형 XT6 크로스오버보다 낮은 수준이다.

 

 

꼭 슈퍼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포함되지 않아도 CT6-V의 주행성능에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플래티넘 블랙윙은 50마력 더 강력하지만 중간 혹은 그 이상의 영역에서 큰 감동을 주지 못한다. CT6 V8 모델 두 대를 연이어 타보면 CT6-V가 얼마나 좋은 차인지 알게 될 것이다.

 

비록 GM과 미국 자동차 노조 사이의 계약이 디트로이트 햄트래믹 공장을 살린다 해도 2016~2020년 캐딜락 CT6는 과거 GM이 1984~1988년 폰티액 피에로를 단종 직전에 크게 개선했던 사례와 비교될 것이다.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CT6는 처음 출시할 때부터 정말 좋은 차였지만, 수십 년간 독일 경쟁 차를 구입해온 고객들의 편견과 일반적인 수준의 인테리어 때문에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우리는 CT6-V를 기꺼이 ‘2020 올스타 어워드’ 후보에 올릴 것이라는 사실이다.
글_Todd Lassa

 

 

 

 

모터트렌드, 자동차, 캐딜락, CT6-V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캐딜락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