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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에서 살아 숨 쉰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GT3 에보

흉폭함으로 트랙을 점령하는 람보르기니 우라칸 GT3 에보

2020.02.21

 

이탈리아 로마 북쪽에 있는 발레룬가. 그곳엔 오토드로모 발레룬가라는 4km짜리 레이스 트랙이 있다. 오늘 바로 그 트랙에서 경주용으로 조율된 V10 엔진이 울부짖는다. 외형은 쐐기 모양에 뒤쪽엔 커다란 날개가 달린 차다. ‘브랍, 브랍, 브라아아아압!’ 4, 5, 6단 기어, 왠지 주눅이 들 것만 같은 코너 앞이다. 굽잇길의 정점(Apex)을 지나 왼쪽으로 돌아나가면 바로 출구다. 하지만 녀석은 주춤거림 없이 속도계 바늘을 시속 233km까지 치켜세운다.

 

검은색과 회색, 밝은 초록색으로 장식된 경주차를 위해 차고 안은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그리고 요란한 소리가 슬릭타이어 한 세트가 갓 데워졌음을 알렸다. 내 앞에 있는 최고출력 620마력의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에보 레이스카를 위한 것이다. 슈퍼 트로페오는 유명한 트랙에서 람보르기니 경주를 취미로 즐기는 돈 많은 열성팬들을 겨냥한 프로 아마추어 시리즈다. 2015년에 공개된 2018 개량형 슈퍼 트로페오 에보는 엔진과 서스펜션을 포함한 70% 가량의 부품을 일반도로용 우라칸과 공유한다. 나머지는 6단 X트랙 변속기와 다운포스 향상을 위한 에어로다이내믹 부품, 센터로킹 휠, 안전장비 등의 경주차 부품이다.

 

 

클러치 페달을 밟고 오른쪽 패들을 당겼다. ‘덜컹!’ 소리와 함께 1단 기어가 맞물린다. 낮게 깔린 람보르기니가 속도제한기에 걸린 채 피트 레인을 나서기 시작한다. 피트를 빠져나오는 순간, 속도제한기를 해제하고 곧장 앞으로 뛰쳐나간다. 2단 기어를 넣자 차체에 큰 충격이 전해진다. 커다란 깡통에 아주 무거운 모루를 떨어트린 것만 같은 충격이다. 살짝 매끈해진 느낌과 함께 3단, 4단, 그리고 5단에 도달했다.

 

앞서 슈퍼 트로페오 에보를 운전해 본 적이 있기에, 워밍업 랩 한 바퀴에서부터 친숙한 감각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목에 바짝 힘이 들어가는 가속력, 물리 법칙을 벗어나는 제동, 코너 진입 시의 약한 언더스티어, V10 5.2ℓ 자연흡기 엔진의 흉포한 고함, 코너 탈출 시 겪게 될 상냥하지만 뻔한 오버스티어까지 모든 것이 친숙하다. 나는 6단 기어로 완만한 커브를 조심스럽게 돌진했다. 꽤 괜찮은 랩타임을 기록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든다.

 

그래서 레벨을 조정했다. 이제 GT3다. 약 500마력을 내는(V10 엔진은 경주의 규정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GT3는 슈퍼 트로페오보다 출력이 낮다. 그러나 다운포스가 50%가량 높고, 크고 끈끈한 타이어를 장착했으며, 제대로 된 경주차 서스펜션, 고성능 변속기 그리고 엔진 매핑부터 트랙션 컨트롤과 ABS까지 모든 것을 훨씬 더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는 보쉬 모터스포츠 MS6.4 전자장비까지 갖췄다. 30만9000달러짜리 슈퍼 트로페오가 트랙용으로 최고라면, 52만5000달러짜리 GT3는 진짜 경주용 차라고 할 수 있다.

 

 

에보 업그레이드의 일환으로, GT3는 알루미늄을 절삭 가공해 만든 새로운 서스펜션 부품을 넣었다. 강철 튜브를 용접해 만든 이전 부품보다 40% 저렴하다. 새로운 공기역학 패키지는 드래그 상승을 최소화한 채 다운포스를 20% 향상시키고, 약간 더 큰 타이어가 장착된 앞차축 쪽으로 공기역학 균형을 이동시켜 고속 코너에서 언더스티어를 줄인다. 이전 우라칸 GT3는 한계상황에서 다루기 까다롭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에보 패키지는 점잖은 운전자들도 쉽게 다룰 수 있도록 기획됐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꼼지락대고 있자 람보르기니 스쿼드라 코르세의 수석 엔지니어인 레오나르도 갈란테가 약간 불길한 경고를 날렸다. “당신에게 이 차는 슈퍼 트로페오만큼 재밌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라칸 GT3는 근육질의 슈퍼 트로페오와는 달랐다. 코너를 탈출해 직선 구간으로 내달릴 때, 가속이 탄력적으로 급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커브 진입 속도가 시속 10~13km 줄어들지만 감각은 더욱 환상적이다. 특히 반응이 예리하다.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즉각 방향을 전환하며 향상된 다운포스는 제동력을 더욱 높인다. 또 고속 코너 구간 내내 차체를 단단하게 누른다. 슈퍼 트로페오가 정제되지 않고 장난기로 가득하다면, GT3는 정밀한 도구이자 진지한 프로급 경주차처럼 느껴졌다. 난 이런 걸 좋아한다. 그러나 랩타임은 오히려 퇴보했다.

 

 

몬자와 같은 고속 트랙의 경우 추가적인 다운포스와 끈끈한 타이어는 GT3를 슈퍼 트로페오와 맞붙일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페이스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고속 코너에서 다운포스와 기계적 접지력을 믿는 것이 한 가지 비법이다. 진정한 도전은 저속 코너에서다. 우라칸 GT3 에보는 코너를 진입할 때 아주 정확하고 일관된 라인을 요구한다.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제동을 가하고 푸는지, 어느 곳을 코너링의 정점으로 설정하는지, 그리고 언제 가속페달을 다시 밟을지를 말이다.

 

람보르기니 스쿼드라 코르세 팀의 드라이버인 미르코 보르톨로티는 GT3가 슈퍼 트로페오보다 훨씬 까다로운 주행 성향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신사적인 운전자들은 슈퍼 트로페오를 좋아해요. 장난스럽기 때문이죠. 하지만 GT3는 그렇지 않아요. 미끄러짐이 많을수록 랩타임이 느려집니다” 진짜 그렇다. 우라칸 GT3 에보는 용서가 없다. 대충 달려도, 과도하게 달려도 벌을 내린다. 때때로 기만적인 교묘함으로.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턴-인 반응, 엄청난 고속 접지력과 안정감으로 인해 슈퍼 트로페오보다 빠르다는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원격 계측 시스템이 다른 얘기를 한다고 해도 놀라지 마시라.
글_Angus MacKenz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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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안정환PHOTO : 람보르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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