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너무한 그녀, 오아희

오아희는 너무하다. 귀여운데 섹시하고, 착하면서 영리하고. 이 여러 개를 무려 혼자 다 한다

2020.02.25

카디건은 자라, 핑크 원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튜디오로 크림색 기아 레이가 들어섰다. 어둑한 저녁 풍경 속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만한, 오렌지색 단발머리의 오아희가 양손에 뭔가를 묵직하게 들고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온다. 짧은 팬츠를 입어 더욱 돋보이는 늘씬한 다리, 모델치고 작은 키에도 훌륭한 비율, 낯선 이라도 첫눈에 무장해제시키는 상냥한 눈웃음. 그런 그녀의 손에 바리바리 들린 것이 촬영 스태프들을 위한 빵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는 배신감마저 들었다. “정말 혼자 다 하는군.”

 

인터뷰를 준비할 당시 SNS로 본 오아희는 금발이었다. 촬영 콘셉트를 영화 <금발이 너무해>로 잡은 것도 그래서였다. <금발이 너무해> 속 주인공 엘 우즈(리스 위더스푼 분)는 ‘핑크 덕후’에 글래머러스한 외모지만, 특유의 기지로 자신을 외모로만 판단하는 사람들의 편견에 하이킥을 날리는 캐릭터다. 오아희 역시 보이는 것과 꽤나 달랐다. 온전히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에서조차 독단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주변 공기를 살피고 함께 호흡할 줄 알았다. 촬영 전 미리 콘셉트를 이해하고 직접 헤어롤 소품까지 준비할 만큼 열성적이었고, 카메라 앞에서 영리하게 움직이면서 스태프들과 소통했다. “레이싱 모델이 화려해 보이지만 저는 남들에게 위화감을 주기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앳돼 보이는 외모와 달리, 사실 오아희는 꽤 오래 활동해온 모델이다. 정식 팀에서는 2013년경에 데뷔했고 아마추어 팀에서 활동한 것은 2011년부터다. 미스코리아 출신과 레이싱 모델들로 이루어진 댄스 그룹 PPL에서 3년간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는 CJ 슈퍼레이싱 본부팀에 4년째 몸담고 있다. 해마다 브랜드가 원하는 이미지로 모델을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한 업계에서 오아희는 한번 일하고 나면 다음에 믿고 다시 찾는 모델 중 하나로 꼽힌다.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임하는 것은 물론, 10여 년간 한결같이 주변을 살피고 남을 배려하는 자세 때문이다. 그러한 그녀의 모습은 인터뷰 촬영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은 레이싱 모델로서 <모터트렌드> 뷰파인더 앞에 섰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는 레이싱 모델 특성상 자동차 관련 일이 아닌 촬영을 할 때도 많다. 뷰티나 게임 업계 등이다. “새로운 콘셉트에 도전하는 것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에요. 다른 모델분들과 차별화된 저만의 장점이라면 어떤 콘셉트도 찰떡같이 소화하는 점 같아요. 제 안에 굉장히 많은 색깔이 있거든요. 마치 팔색조처럼.” 이번에 과감한 컬러로 염색을 시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일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오아희. 그런 그녀가 모델 일을 하며 가장 기뻤던 때는 언제일까? “주변에서 자기 지인이 제 팬이라는 말을 해줬을 때요. 그럴 때면 엄청 뿌듯하죠.” 그러나 언제나 보람찬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장 힘들었을 때를 묻는 말에 그녀는 모델 일을 시작한 초기라 답했다. 당시 레이싱 모델 유니폼은 브라톱과 치마로 한정되어 있었고, 섹시함을 강조하는 레이싱 모델은 세상의 좁은 시선과 맞서야 했다. 오늘날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유니폼도 다양해지고 ‘모터쇼’와 ‘레이싱 모델’이란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며 개성 넘치는 모델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퍼 코트는 홀리넘버세븐, 슈즈는 미우미우, 이너 브라톱과 쇼츠,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미성숙한 시선에 대해 오아희는 아주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섹시한 게 왜요? 섹시가 왜 나빠요?” 그녀 말이 맞다. ‘섹시’는 죄가 없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전부 성장한, 더구나 자신의 매력을 잘 아는 여자가, 표현할 줄 알고 표현할 의지마저 가졌다는 것은 오히려 건강한 일 아닌가. 레이싱 모델을 향한 오해는 모델들의 사진을 악의적으로 편집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다.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너무 좋다는 그녀는 가끔 나쁜 의도와 앵글로 촬영하는 분들이 있다며 서로 최소한의 매너를 지켜줬으면 한다는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그래야 모터쇼와 레이싱 모델이 더욱 건실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터. 과연 외모는 물론 속까지 꽉 찬, 그 누구도 아닌 오아희다운 발언이다.

 

 

 

 

모터트렌드, 모델, 오아희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장은지 PHOTO : 조혜진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