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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쿠페, 롤스로이스 레이스 & BMW 840i 그란쿠페

럭셔리 쿠페는 멋진 디자인과 첨단 기술로 나를 황홀하게 한다. 럭셔리 쿠페를 타는 나는 경제적으로 능력 있고, 멋을 알 만큼 지성적이며 직접 운전대를 잡을 만큼 건강한 사람이다

2020.03.12

 

럭셔리 쿠페는 보통 모델 라인업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다. ‘헤일로 카’로서 브랜드의 이미지 리더 역할을 한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로 고급스럽고 화려한 이미지를 전체 모델에 전한다. 그런 만큼 럭셔리 쿠페는 뭐든 해볼 수 있다. 멋진 디자인에 첨단 기술을 담아 최고의 역량을 과시할 수 있다. 이 범주에 속하는 모두가 고급스럽고 스포티하며 개성 넘치는 차들이다.

 

값이 비싼 럭셔리 쿠페는 모두를 위한 차는 아니다. 아무나 타는 차가 아니고, 흔한 차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기에 논리적인 잣대를 들이대거나 경제성을 따질 필요는 없다. 쿠페는 실용이 아니라 재미로 타는 차다. 쿠페는 4도어 세단보다 멋지고, 운전의 즐거움도 뛰어나다. 쿠페는 멋을 우선으로 한다. 그러니 좀 불편하더라도 참아야 한다. 예를 들어 뒷자리는 지붕이 낮아 불편하다. 일부러 불편하게 만든 거다. 애써 멋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2도어 쿠페는 도어가 큼직해 좁은 공간에서 열고 닫기가 불편하다.

 

 

쿠페는 원래 2도어 스타일에, B 필러가 없어야 한다. 옆창은 ‘프레임리스’여야 한다. 옛날부터 정해진 룰이다. 해치백이나 노치백, 패스트백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안전 문제로 B 필러를 가진 쿠페가 늘었다. 2004년 데뷔한 메르세데스 벤츠 CLS 이후로 패스트백 디자인의 4도어 세단도 쿠페라 부르는 경우가 생겼다. 벤츠가 4도어 세단을 쿠페라 우기는데 뭐라 할 수 없었다.

 

럭셔리 쿠페를 타는 나는 경제적으로 능력 있고, 멋을 알 만큼 지성적이며 직접 운전대를 잡을 만큼 건강한 사람이다. 남들이 그렇게 봐주기를 바란다. 럭셔리 쿠페를 타는 이유다. 럭셔리 쿠페는 타는 사람의 개성이 진하게 묻어나기에 퍼스널 쿠페라고도 한다.

 

 

BMW 840i xDRIVE GRAN COUPE

BMW에서 8시리즈는 최고를 의미한다. BMW는 신형 8시리즈를 내놓으며 엄숙한 목소리로 ‘THE 8’이라 불렀다. 납작하게 깔린 차가 스포츠 세단의 위엄을 드러낸다. 시승차로 온 그란 쿠페는 멋진 쿠페에 두 개의 문을 더 달았다. 2도어 쿠페를 먼저 생각하고, 그 차의 뒤를 늘여 공간을 더했다. C 필러 부근이 조금 어색한 것도 같지만 2도어 쿠페를 보고 나면 4도어 쿠페 디자인이 이해된다. 4도어 쿠페를 만든 건 메르세데스 AMG GT 4도어나 포르쉐 파나메라 등에 대응할 필요가 있어서다.

 

 

8시리즈 그란 쿠페를 보는 순간 BMW임을 알아차렸지만 이 차가 정말 BMW를 대표할 만큼 고급스러운가 싶었다. 얼핏 보면 5시리즈와 헷갈린다. BMW 모델을 모두 비슷하게 디자인하는 이유는 처음 보는 순간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BMW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모든 모델이 나누고 싶어서다. 그 결과 소형차를 탈 땐 고맙지만 고급차에서는 조금 밑지는 기분이다. 그란 쿠페도 8시리즈만의 고급스러움을 좀 더 강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BMW는 C 필러의 호프 마이스터 킨크가 사라지고 키드니 그릴이 커지는 등 디자인에 많은 변화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나올 BMW 모델의 프런트 그릴이 클 것 같아 그때가 되면 지금의 8시리즈는 클래식하고 점잖은 BMW가 될 듯하다. 운전석은 낮게 푹 주저앉아 무게중심을 낮춰 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한 마음을 다진다. 가파르게 경사진 앞창도 나지막하게 놓였다. 8시리즈는 낮게 쫙 깔린 차다.

 

 

BMW답게 앞뒤 시트의 안락함이 유별나다. 시승차는 시트가 흰색인데, 때 타는 게 걱정된다면 8시리즈 살 생각을 말아야 한다. 럭셔리 카를 대하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그란 쿠페는 2도어 모델보다 길이를 230mm, 너비를 30mm를 늘려 실내가 여유롭다. 뒤 시트가 ‘2+1’이라는 건 고급차의 표시다. 뒷자리에 두 명이 앉아 고급차 분위기를 띠지만 필요할 땐 세 사람도 탈 수 있는 구조다. 그란 쿠페는 2도어 쿠페보다 여유로운 공간은 물론 널찍한 뒷자리가 마음에 들었다. 4도어 쿠페는 스타일을 조금 포기하면서 편리함을 더한다.

 

 

8시리즈에는 직렬 6기통 휘발유와 디젤 그리고 V8 휘발유 엔진 등 세 종류의 엔진이 얹히는데, 시승차는 6기통 휘발유 엔진에 ZF 8단 자동기어를 짝지었다. 부드럽고 활기찬 BMW 6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51.0kg·m에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4.9초에 불과하다. 이 차가 벤츠라면 낮은 단계의 AMG 이름을 붙였을 거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조용하다. 가벼운 차가 나긋나긋하게 도로 위를 달린다. 일상적인 용도로 두루 쓰기에 만족할 고급 세단이다. 그러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가속이 당차다. 스포츠 모드를 누르면 스포츠 댐핑과 스티어링, 엔진, 트랜스미션을 조절해 성격이 다른 차로 만들 수 있다. 차가 거친 듯 그윽한 배기음 속에 야성이 살아난다. 코너를 돌 때마다 타이어는 땅바닥에 들러붙었다. ‘록 투 록’ 2.2회전의 운전대는 BMW만의 예리함으로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BMW 네바퀴굴림 시스템 x드라이브 덕에 겨울에도 안심하고 내달릴 수 있다. 고급스럽지만 재미난 네바퀴굴림 차는 뒷바퀴굴림의 느낌을 살려 드리프트가 수월하다.

 

 

8시리즈 중에서도 작은 엔진을 얹은 차라 어떨까 했던 생각은 괜한 걱정이었다. 840i는 내가 달릴 수 있는 이상의 능력을 지녔다. 내 실력에 충분하다는 뜻이다. 생각보다 조용한 배기음만 아쉬움으로 남는다. 첨단 장비 가득한 시승차는 준자율주행 장비도 똑똑해 그 작동이 분명하고 좋았다. 840i 그란 쿠페는 조용하고 날렵하다.

 

날카로운 핸들링과 매끈한 엔진은 운전자의 지속적인 관여를 유도한다. 8시리즈 중에 센스 넘치는 선택으로, 스포츠 감성이 넘치는 럭셔리 카다. M8의 절반 값에 8시리즈를 만끽한다. 고급스러우며 즐거운 운전을 즐길 수 있다. 두 가지 성격으로 BMW를 즐길 수 있다.

 

 


 

 

ROLLS-ROYCE BLACK BADGE WRAITH

커다란 차가 물결을 헤치듯 느긋하게 달린다. 잔잔한 물 위를 헤치는 요트 같다. 앞머리를 살짝 쳐들고, 꽁무니는 주저앉은 모습이 보트 같은 느낌을 완성한다. 커다란 차체와 큼직한 타이어는 저 아래 도로면과 나를 격리시켰다. 롤스로이스가 속세와 떨어진 세상을 달린다. 시승차는 블랙 배지 모델로 새로운 세대의 고객을 추구한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가슴속에 뜨거운 피가 솟는 사람들이다. 과거의 전통적인 분류에 따르면 벤틀리 고객인지도 모른다.

 

 

블랙 배지가 모두 검은색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걸 오늘 알았다. 시승차는 회색 보디에 검은색 플라잉 레이디와 검은색 프런트 그릴이 돋보인다. 모델 수와 생산량이 많지 않은 럭셔리카와 슈퍼카는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제한된 고객을 상대로 계속되는 관심을 불러내고 화젯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들이 한정판을 내놓는 이유다.

 

 

롤스로이스만의 개성은 너무도 뚜렷하다. 커다란 덩치부터 탱크를 떠올린다. 쿠페는 스포츠카와 통하지만, 롤스로이스는 레이스가 스포츠카이기를 원치 않는다. 우아한 롤스로이스 고객의 스포츠 감성을 살짝 건드리는 것으로 만족한다. 로마의 판테온 신전을 본뜬 프런트 그릴이나 작은 크기의 테일램프 등 롤스로이스는 옛날 차를 마음에 담고 그 실루엣을 따랐다. 롤스로이스에서 낭비로 보이는 모든 것은 ‘있는 자의 여유’일 뿐이다.

 

 

적당한 모순이 차를 황홀하게 만든다. 반대로 열리는 코치 도어는 도어맨이 열어줄 때 빛날 것이다. 롤스로이스는 도어맨을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주문 제작으로 만들어지는 차는 추가 비용과 기다리는 시간에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귀족 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기다림을 즐겨야 한다.

 

 

적당히 높아서 타고 내리기도 편한 차에 오르니 대시보드에 옛날 차의 감성이 물씬하다. 지름이 큰 운전대는 가느다란 림을 달아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여기저기 실내 버튼이 관악기를 떠올리는데, 천장에는 은하수가 영롱하다.

 

 

레이스는 롤스로이스에서 가장 강력한 632마력의 V12 엔진을 얹어 스포츠카의 의미를 완성한다. 1700rpm부터 88.7kg·m의 최대토크가 뿜어나오는데, 0→시속 100km 가속 시간도 4.5초에 불과하다. 사실 이런 건 알 필요가 없다. 롤스로이스는 과거엔 엔진 출력도 알리지 않았다. 그저 충분하다고만 할 뿐이었다. “최고속도는 얼마인가요?” “충분히 빠릅니다.” 롤스로이스에서 모든 스펙은 ‘적당히, 또는 충분하다’로 갈음한다. 태코미터를 대신하는 ‘파워 리저브’ 계기는 전통에 따라 지금 충분한 힘으로 달린다는 뜻만 전한다.

 

 

롤스로이스만의 드라마를 간직한 차는 진정한 신사를 위한 그랜드 투어러다. 롤스로이스에서만 가능한 주행성능이 부드럽고 조용하며 파워풀하다. 2.4톤의 무게지만 차가 가볍다. 그리고 차체 반응이 정직하다. 내 생각처럼 움직이는 몸놀림은 예측할 수 있어 금방 익숙해진다. 만족할 핸들링은 BMW 기술이 더해져 신뢰를 더한다. 그러고 보니 BMW 그룹 최고의 럭셔리 쿠페가 레이스다.

 

 

커다란 차체가 공중을 떠가는 기분이다. 구름을 가르듯 포근한 승차감이다. 다른 차에서 경험하기 힘든 이 승차감을 ‘매직 카펫 라이드’라 부른다. 시승하는 내내 레이스는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세상을 달렸다. 가느다란 림의 운전대가 알 수 없는 향수를 불렀다. 내 마음이 그랬다.
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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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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