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JUST FLEX! WHY NOT?

재력을 뽐내는 걸 “플렉스해버린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재력은 없지만, 상상력은 무한대다. 자동차로 플렉스해버리는 상상을 했다. 상상만 했는데 짜릿하다

2020.03.12

 

플렉스용 팬텀, 마트용 S 클래스

난 벌써 한 번 해버렸지 뭐야. 플렉스. 롤스로이스 팬텀을 샀어. 그거 사는 것만으로 플렉스가 아주 넘쳐흐르지. 옵션? 그거 고르는 거 아냐. 요구하는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자동차 회사가 독심술까지 하는 건 아니잖아. 내 마음을 어떻게 다 알고 옵션을 고르라고 그래. 그것도 패키지로 묶어서. 그거 좀 아니야. 자제해줘. 난 좋고 싫은 게 분명해. 롤스로이스 비스포크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어. 롤스로이스는 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줘. 가죽 대신 데님을 써도 돼. 크롬 대신 금을 써도 되고. 원래 내 맘대로 폼 나게 지르는 게 플렉스잖아. 그게 중요해. 내가 원하는 그대로.

 

팬텀은 조금 불편한 게 있어. 차가 좀 크지. 난 스탠더드 휠베이스 모델을 타는데도 길이가 5m 하고 76cm나 돼. 생각해봐. 보닛은 또 얼마나 길지를. 아이맥스관에서 영화 보고 주차장 빠져나갈 때도 요금 계산하려면 한 번 얘기해줘야 해. 바 좀 올려달라고. 환희의 여신상이 차단용 바랑 키스하기 직전까지 차를 앞으로 빼도 당최 계산해주는 분과 마주할 수 없지 뭐야. 이런 거 해본 적 없지? 나도 모르게 이렇게 또 플렉스해버렸지 뭐야.

 

그런데 솔직히 마트 가는 건 좀 불편해. 내가 또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신선한 재료 직접 보고 사는 걸 즐겨. 그런데 마트엔 내 전용 주차장이 없잖아. 좀 좁아. 내릴 때도 사람들이 쳐다보니까 멋지게 내리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 이건 좀 아니잖아. 그래서 하나 또 살 거야. 장보기용 세단. SUV가 어떠냐고? 그건 노노. SUV는 여행 갈 때 타는 거지. 뷰잉 스위트에 앉아서 석양 보며 와인 한잔하는 용도로 쓸 때가 제일 황홀한 게 SUV잖아. 그건 샀어. 컬리넌. 좀 힙한 게 좋아서 블랙 배지로 골랐지. 아. 나도 모르게 또 플렉스해버린 건가?

 

어쨌든 장보는 건 세단으로 살 거야. 그냥 적당하고 무난한 거 있잖아. 눈에 띄지 않는 흔한 세단. 그래, 메르데세스 벤츠 S 클래스. 그거 한국에서 엄청 팔린다던데. 아무나 다 탄다며. 나도 가끔은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하게 지내고 싶을 때가 있다고. 그럴 때 좀 타고, 마트 갈 때 타고 그럼 되겠다. 그치? 듣자 하니 S 클래스도 익스텐디드 휠베이스가 있다고? 아! 거기는 롱 휠베이스라고 부른댔나? 암튼 뭐 그건 됐고, 그냥 S 클래스가 좋겠어. 콤팩트하게 탈 수 있게. 짧은 걸로. AMG도 안 할래. 소리가 너무 커. 말했잖아. 조용히 지내고 싶을 때나 마트에 갈 때 탈 S 클래스라고. 오버하지 말라고? 무슨 소리야. 나 지금 플렉스해버리고 있는데.
글_고정식

 

아벤타도르를 묻고 더블을 노린다!

덮개를 열고 시동 버튼을 누른다. 피스톤 12개가 일제히 깨어난다. 일상에서 벗어났다고 알려주는 피스톤의 오케스트라. 웅장하고 섬세한 연주가 온몸의 세포를 자극한다.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는 의식 같은 순간이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의 실내는 앨리스의 토끼굴일지 모른다. 일상에서 이 세계로 연결하는 신비한 통로. 극도로 꺾인 앞 유리와 두툼한 A필러는 세상과 단절시킨 채 소실점 같은 시야만 열어준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본격적으로 이 세계로 진입한다. 오른발에 힘을 준 정도에 따라 아벤타도르 S는 음색을 달리하며 울부짖는다.

 

도로를 탐닉하듯 달리다 보면 아벤타도르 S만의 시공간에 진입한다. 주변과 분명하게 선을 긋는 고유한 감각. 아드레날린을 연료 삼아 나아가는 듯한 짜릿한 시간. 비일상의 영역으로 운전자를 인도하는 데 아벤타도르 S만 한 자동차가 있을까. 740마력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몰라도 몸이 알아서 감응한다. 타는 순간부터 아드레날린에 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자동차로 어디를 가든 비일상적 기분에 휩싸인다. 비일상적 공간이라면 감흥은 더욱 배가된다. 그러니까 강원랜드 카지노 같은 곳. 모나코 유명 카지노 앞에 슈퍼카들이 즐비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

 

갬블이라는, 아드레날린이 시종일관 분출되는 장소로 이어지는 선을 그리기에 아벤타도르 S는 적합하다. 무릇 장소에 어울리는 자동차는 따로 있는 법이니까. 그냥 가기만 하면 심심하려나. 이왕 아드레날린에 흠뻑 취하기로 했으니 더 나아간다. 비일상의 순간으로 인도하는 아벤타도르 S로 할 수 있는 가장 비일상적인 행위랄까.

 

강원랜드 아래에는 전당포가 많다. 자동차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사람도 많다. 아벤타도르 S라면 담보가가 얼마가 나오려나. 아벤타도르 S를 맡긴 경우가 있긴 할까. 얼마가 나오든, 결국 아벤타도르 S를 걸고 갬블을 즐기는 셈이다. 그 돈이라면 일반 객장이 아니라 VIP 룸으로 올라갈 수 있다. 게임은 단순할수록 좋다. 그렇다면 바카라 테이블이 제격이다. 갬블도 고민할 필요 없다. 플레이어와 뱅커 하나 정해놓고 쭉, 승부. 한 판에 한 번씩 아벤타도르 S의 문, 스티어링휠, 시트, 마지막에는 V12 엔진까지 걸어본다. 한 번씩 베팅할 때마다 심장이 저릿해진다. 아벤타도르 S의 흉포함에 걸맞은 갬블이랄까.

 

아벤타도르 S가 선사하는 비일상에 온전히 빠져드는 기승전결. 아벤타도르 S를 탈 때부터 아벤타도르 S를 베팅할 때까지, 순도 높은 아드레날린에 흠뻑 취한다. 그러니까 아벤타도르 S로 플렉스하기. 아, 갬블의 결과는 상상에 맡긴다.
글_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

 

리어 데크에 플렉스를 싣고!

겸손을 미덕으로 삼고 살아온 나지만, 돈이라는 든든한 ‘빽’이 있다면 겸손 따위 개나 줬을지도 모른다. 머리로는 언제나 당당하고 높이 바라보지만, 나의 가벼운 주머니는 늘 나를 낮은 자세로 임하게 했다. 이제는 키도 점점 줄어드는 기분이다. 자신감의 원천은 두둑한 주머니 속이다. 만약 전지전능한 머니 파워를 얻는다면, 그 힘으로 허리를 펴고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싶다. 그리고 과시할 것이다, 힘을. 막강한 출력을 자랑하는 슈퍼카도 좋지만 자세가 낮아 별로다. 시선은 위에서 아래로 향해야 한다. 그러려면 메르세데스 AMG G63 6×6가 제격이겠다. 괴물다운 힘에 눈높이는 몬스터 트럭 뺨치니까. 튜너 브랜드 브라부스의 손을 거친 모델이 좋겠다. 일단 넘볼 수 없는 포스가 주변을 압도한다.

 

진짜 플렉스는 용도를 달리 사용했을 때 드러나는 법이다. 루이비통이 여행용 트렁크 브랜드에서 시작된 걸 누가 모르나? 그 비싼 가방을 자동차 트렁크 수납함 정도로 써줘야 멋이 살지. 그리고 루이비통 트렁크 몇 개는 리어 데크 오르내릴 때 발판으로 쓸 거다. 6개의 바퀴 역시 오프로드용으로 쓰는 건 플렉스의 자세가 아니다. 도로 위의 보편적인 것들과 차별화하기 위한 용도다. 험로가 아닌 쭉 뻗은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부산으로 향할 거다. 해운대 더 베이 101에 정박해 있는 요트 타러. 그리고 밤엔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하는 것처럼 선상 파티를 벌일 거다. 음악과 술, 아리따운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겠지? 넘쳐나는 돈은 슈프림의 머니건으로 마구 뿌려댈 거다. 그렇게 ‘뜨밤’을 보내고 요트 아래에 럭셔리하게 꾸며진 방으로 향한다. 요트 창으로 가늘게 들어오는 아침 해가 눈을 간질이면서 잠에서 깬다. 아뿔싸, 요트 창이 아닌 반지하방 유리창이다. 달달했던 어젯밤의 기억, 꿈이라니. 현실로 돌아와 아침엔 1t 트럭 리어 데크에 박스를 싣고 낮엔 전단지를 뿌린다. 그리고 사장님께 허리를 굽힌다. 결국 No Flex. 내 영화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보다 <기생충>에 가까웠지만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것처럼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글_안정환

 

 

한겨울 밤의 짜릿한 플렉스

시간은 상대적이라고 했던가. 새로운 프로젝트 준비로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갔다. 성공은 달콤했지만 서운함도 조금 있었다. 20대의 끝자락에 청춘의 흔적은 없고 업무의 무게만 남았다니. 그런 내가 보기 안쓰럽다며 오랜 친구가 ‘한겨울 밤의 은밀한 파티’라는 곳에 날 초대했다. 전화기 너머 한껏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던 친구는 ‘네가 꾸밀 수 있는 가장 화려한 룩이어야 해’라며 연신 글래머러스한 스타일링을 강조했다. 그래, 오늘 제대로 일탈이다.

 

차고를 열어 벤틀리 벤테이가에 올랐다. 쿠르릉~. 매일 들어도 황홀한 굵고 나지막한 포효가 깊은 밤의 평온을 깨웠다. 차고를 나와 고요한 도로를 사납게 내달렸다. 거친 듯 부드러운 움직임은 내 마음을 밀고 당긴다. 뒤에서 날 따뜻하게 감싸는 시트는 포근한 백허그 같다.

 

조금 더 달리자 한 호텔 앞에 도착했다. 줄지어 서 있는 슈퍼카들이 초대받은 곳을 짐작게 했다. “VIP들이 모두 모인 은밀한 호화 파티겠지.” 조금 늦는다는 친구를 기다리며 바 한쪽에 앉았다. 네그로니로 입술을 적시던 순간, 누군가 내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두 눈을 다시 꼭 감았다 떴다. 대학생활 내내 날 애태우게 하던 A다. “살 엄청 뺐구나.” 4년 만에 만난 사람에게 던지는 첫마디부터 예의나 존중이 느껴지지 않는다. 뻔뻔한 표정까지. 그동안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A만 전혀 눈치채지 못한 느낌이다.

 

안내 방송이 나왔다. 유명 셀럽들의 애장품 경매를 시작한단다. 갑자기? 늦게 온 친구는 “수익은 불우이웃에게 기부할 예정인데, 모금을 늘리기 위해 은밀한 애장품도 많이 내놨대”라고 귀띔해줬다. 소개처럼 다양한 물건이 경매에 나왔다. 그중에는 정말 은밀한 것도 있었고. VIP들이 모인 만큼 가격은 대부분 예상보다 높게 낙찰됐다. 내 옆에 앉아 있던 A는 바싹 다가와 손으로 내 허리를 감싸고 속삭였다. “지금 소개되는 저 시가가 너무 갖고 싶어. 넌 잘 모르지? 워낙 비싸서 본 적도 없을 거야.” 무시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난 속으로 말했다. ‘오히려 네가 더 모를 거야. 비싼 브랜드라서 비싼 게 아니라 헤밍웨이가 실제 소장했던 시가라 비싸다는 걸. 박물관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게 경매 물품으로 나온 거란 걸.’ 역시 A는 A다.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

 

시가 경매는 A와 어느 중년 남성의 대결로 번졌다. 1000만원까지 가격이 오르자 A가 머뭇거렸다. 고민하는 A의 모습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난 손을 들었다.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였다. 사회자가 말했다. “2000만원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토끼 눈을 하고 날 쳐다보는 A의 시선을 뒤로하고 나는 사회자에게 말했다. “아니요. 2억원이요.” 이제 A는 알았을까? 우린 서로 조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단 걸.

 

시가를 받아 호텔을 나왔다. 차라리 잘됐다.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 허망하게 가치를 잃을 뻔했던 이 시가를 내가 가져온 게. 헤밍웨이 박물관에 기증해야지. 다시 올라탄 벤테이가가 나를 반겼다. 우렁찬 바리톤 울음소리가 날 축하하는 듯했다. 웃음이 나왔다. A에게 날린 4년 만의 복수라니. 이대로 들어갈 수 없다는 생각에 운전대를 돌렸다. 오늘은 오롯이 나를 위해 좀 더 플렉스할래!
글_황현수(마케터)

 

언더커버 알바생

플렉스란 말이 성행하기 전부터 오케이션의 ‘NO FLEX ZONE’이란 음악을 들었다. ‘노 플렉스 존’은 힙합 언어로 ‘깝치면 안 되는 구역’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플렉스는 ‘깝치다’의 의미도 있는 건데, 다른 건 몰라도 돈으로 ‘깝쳐본’ 일이 전무한 나로서는 어떤 차를 욕망하고 지능적으로 우쭐대야만 하는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어린 시절 긴 머리에 까만 가죽 재킷을 입고 벤츠 G 클래스 운전석에서 내리는 여자를 잠깐 동경하긴 했지만, 30살을 넘긴 나에게 (현실 세계에서 온전히 본인 능력으로 G 클래스를 끄는 여자는 몇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건 한낱 시시한 목격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차는 뭐가 좋을까, 여전히 각진 차를 좋아하니까 레인지로버? 에스컬레이드?’ 경매장에서 가격을 높여 부르다 얼떨결에 낙찰받을 일도 없는데, 상상마저 상식선이란 테두리에 얽매이는 내가 문득 서글프다. 더구나 미션을 던져준 선배는 나에게 전지전능이란 권한을 주지 않았나.

 

지금부터 내가 몰 차는 16기통에 쿼드 터보 엔진을 장착한 하이퍼카 부가티 시론이다. 집 한 채가 아닌 건물 한 채 값에 버금가는 이 차를 나는 전시나 투자용으로 묵히지 않고 아르바이트 가는 길에 탈 거다. 시론을 살 정도면 먹고사는 일보다 돈 쓸 궁리에 골머리를 썩겠지만 그럼에도 대수롭지 않게 아르바이트할 생각이다. 돈만 믿고 태만하거나 방종하는 인간 부류가 싫기 때문이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위해 향하는 곳은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이다. 아난티 남해의 펜트하우스에 묵으면서 영암까지 시론을 몰고 출퇴근하는 거다. 틈날 때마다 경주 트랙에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1500마력에 최고속도 시속 420km에 달하는 시론을 서울에서만 운전하는 건 용을 지하 던전에 가둬두는 것만큼이나 미련한 짓이니까(그럴 거면 용을 사지 말았어야지). 가능하다면 직원 할인도 받아 알뜰히 트랙을 이용할 생각이다. 알바하는 동안 차는 지상 주차장에 세워둘 거다. 으르렁거리는 슈퍼카들 사이로 말발굽 모양의 그릴과 4개의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헤드라이트가 유유히 들어서면 일제히 시동을 끄고 침묵하지 않을까? 알바를 하는 중 갑질하며 으스대는 슈퍼카 오너들을 혼쭐내줄 수도 있다. 엠블럼이 도로 위 계급이라 믿는 이들을 평정하고, 교도시키는 ‘일개 알바생’이 되는 거다. 이런 게 ‘리얼 플렉스’지.
글_장은지

 

페라리 타고 F1 세계일주

“혹시 차를 호주 멜버른에서 인수해도 될까요?” 내 물음에 페라리 영업 사원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이런 반응을 예상 못 한 건 아니다. 아마 내가 그의 입장이었더라도 충분히 그랬을 것이다. 아니, 미친놈인 줄 알고 쫓아냈겠지.

 

나는 지금 위대한 플렉스를 막 해버리려고 한다. 올해는 1년 동안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22개국에서 열리는 F1의 모든 그랑프리를 관람할 계획이다. 물론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돈으로만 할 수 있는 플렉스는 진짜 플렉스가 아니다. 그건 단순히 돈 자랑일 뿐이다. 시즌 티켓 판매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5000유로나 하는 F1 패독 클럽 입장권 22장을 모두 구입했다. 지난해 계약한 차는 3월 초에 나오도록 스케줄을 맞췄다. 준비하는 데 7억원 정도 들었다. 예상에 한참 못 미쳐 좀 놀랐다. 내 플렉스가 좀 남다른가?

 

F1 순회 관람 투어를 함께할 차는 페라리 GTC4루쏘다. 운전의 즐거움이 살아 있는 F8 트리뷰토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812 슈퍼패스트, 최고출력 1000마력을 내뿜는 SF 스트라달레 등도 후보군에 있었지만 이미 차고에 있기도 하고, 먼 여정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안락한 승차감과 다양한 쓰임새가 매력적인 GTC4루쏘가 딱이다. 게다가 뒷자리에 사람을 태울 수 있어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이라 쓰고 그녀들이라고 읽는다)을 태울 수 있고, 네바퀴굴림이라 어떤 환경을 마주해도 잘 달릴 수 있을 거란 믿음을 준다. 친구와 믿음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차는 페라리에선 GTC4루쏘가 유일하다. 주행거리가 다른 페라리보다 50% 더 길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주유소에 가는 건 생각보다 귀찮으니까.

 

출발하기 전 봉착했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에서 호주, 호주에서 바레인, 아제르바이잔에서 캐나다, 캐나다에서 프랑스 등 배에 차를 싣고 바다를 건너는 일이었다. 관련 정보도 부족하고 배로 이동하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려 자칫하면 몇 경주를 날릴 수도 있다. 영업 사원에게 차를 멜버른에서 인수해도 되는지 물은 건 그래서다. 처음이라도 좀 편하게 가기 위해. 돌아온 건 불가능하다는 대답뿐이었지만, 그게 떠나려는 내 발목을 잡진 못했다.

 

3월 1일, 모든 짐을 싸고 호주로 가기 위해 부산으로 출발했다. 차를 선적하기 위해 선착장 앞에 주차하고 기다렸다. 다행히 내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선적 1순위였다. 크루즈가 들어왔고 차를 선적하는 아저씨가 내게 다가왔다. “뭐꼬? 페라리가? 우린 이런 거 몬 싣는다. 이래 좋은 차를 가지고 오면 우짜노? 배에 매달다가 휠에 기스 날 낀데.” 응? 아저씨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손상에 대한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고 말했다. “내 알 바 아이다. 가라. 우린 절대 몬 싣는다.” 애원해도 소용없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사실 이 방법까지는 쓰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당장 부산으로 차 실을 수 있는 전세기 한 대만 보내줘, 아빠. 나 꼭 호주를 가고 싶어.”
글_김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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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HeyHoney(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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