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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세단 편애중계, BMW THE 7 & 아우디 A8 & 제네시스 G90

BMW 7시리즈, 아우디 A8, 제네시스 G90가 <모터트렌드> 에디터들의 편애를 등에 업고 세계 최고의 세단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에 도전하다

2020.03.16

 

#1 국내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S 클래스의 판매량은 6882대를 기록했으며, 프리미엄 브랜드 대형세단 시장 점유율은 50%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이러한 숫자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S 클래스가 많이 팔리는 나라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S 클래스 사랑은 극성에 가깝다.

 

#2 TV 프로그램 <편애중계>가 인기다. 도전을 앞둔 주인공들을 위해 편애 중계진이 이유 불문하고 오롯이 내 선수만을 편애하고 응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각 학교 꼴찌를 데리고 퀴즈 대회를 열거나, 연애 경험이 전혀 없는 솔로나 ‘돌싱’들의 소개팅을 주선해 그 상황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응원하며 중계한다. 물론 응원을 받은 주인공들은 세상 두둑한 배짱을 가지고 경기장에 들어간다. 그들이 경기장에 들어간 순간부터 승패는 중요치 않았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후회 없이 도전했으면 하는 마음 그뿐이다.

 

#3 S 클래스라는 거대한 그늘에 가려진 플래그십 세단 석 대가 있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제네시스 G90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모터트렌드> 에디터들은 이들이 S 클래스와 대적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 한 명의 에디터가 한 대의 자동차에 무조건적인 응원을 약속했다. 이런 편애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싫어서’라는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저평가된 자동차의 매력을 찾아 독자에게 알려주거나 좀 더 다양한 차를 도로 위에서 보고 싶을 뿐이다. S 클래스에도 단점은 있고, 다른 경쟁 모델에도 S 클래스에 없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살펴보기로 했다. S 클래스뿐 아니라 다른 경쟁 모델들과의 비교 역시 주저하지 않았다. 미리 결론부터 공개하자면, S 클래스가 정말 좋지만 꼭 S 클래스일 필요는 없다.

 

장소 협찬_세이지우드CC​ 홍천

 

 

플래그십 세단이 이렇게 잘 달리면 반칙 아니야?

BMW 7 SERIES

BMW 7시리즈가 국가원수를 모시는 대통령 전용차로 사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한국에서. 물론 현재도 7시리즈는 세계 각국에서 정상의 의전차로 사용되고 있다. 프리미엄 대형세단의 대표주자로 널리 인정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시장에서 7시리즈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치열하게 경쟁하던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에게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해 메르세데스 벤츠는 한국에서만 S 클래스를 6882대나 팔아 치웠다. BMW는 7시리즈를 1953대 판매하는 데 그쳤다. 동급 최다판매를 기록한 건 제네시스 G90다. 다만 G90는 판매가가 대개 1억원을 넘지 않는다. 주력 모델의 가격이 1 억5000만원 전후로 형성된 7시리즈, A8, S 클래스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에서 월등하다. 기사를 두고 타는 이런 프리미엄 대형세단에서도 가격경쟁력이 중요하냐고? 당연하다. 기대 이상이다. 프리미엄 대형세단 시장 역시 할인 폭에 따라 판매량이 좌우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G90가 1만7542대나 팔린 데에는 사실 가격도 크게 한몫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7시리즈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 더 이상 S 클래스나 다른 라이벌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7시리즈는 충분히 고급스럽고 그만큼 역동적이다. 뒷좌석에 앉아 담담하게 세상을 관조하고자 한다면 굳이 7시리즈를 권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주체적으로 세상을 이끌고 싶은 정열적인 CEO라면, 판을 뒤집고 싶은 스타트업의 젊은 리더라면 단언컨대 7시리즈다. 7시리즈처럼 역동적인 플래그십이 있을까? BMW가 지향하는 다이내믹 럭셔리의 진수는 바로 7시리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분 변경된 6세대 7시리즈는 인상부터 또렷하고 호쾌하다. S 클래스의 7년이나 된 진부한 디자인과는 결이 다르다. 정체성과도 같은 키드니 그릴을 두 배 가까이 확대해 파격을 담았다. LED 램프로 표현한 특유의 트윈램프는 선명하게 펼쳐 젊고 대담한 인상을 만들었다. 리어램프도 선을 팽팽하게 늘리고 과감하게 꺾어 단호한 모습을 나타냈다. 실내도 완고한 원과 단조로운 선으로 고루하게 다듬은 S 클래스와는 다르다. 7 시리즈는 금속 소재를 과감하게 활용하고 선을 입체적으로 구사했다. 높은 격에 생동감마저 느껴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7시리즈의 다이내믹 럭셔리가 명쾌하게 드러나는 건 단연 주행감각이다. 경량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CLAR 플랫폼의 위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초고장력강을 기본 소재로 하면서도 문과 보닛 등 차체 상단을 이루는 부분에 알루미늄과 탄소섬유를 두루 써 무게중심을 낮췄다. 바퀴와 서스펜션 등이 들어가는 자리에도 알루미늄을 적극 활용했다. 움직임에 예민하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가벼운 소재를 넣어 보다 민첩한 주행감을 만들기 위해서다. 각 필러와 지붕을 이루는 뼈대 등은 탄소섬유로 탄탄하게 세웠다. 코너링 등 각종 주행상황에서 물리력이 집중되는 부분 역시 탄소섬유로 보강해 강성을 끌어올렸다.

 

 

BMW의 첨단 플랫폼과 엔지니어링을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건 승차감이다. 시승한 740i는 컴포트 모드에서 한없이 나긋하다. 노면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낸다. 되도록 차체로 울림이 이어지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진하게 느껴진다. 부유하는 느낌이라면 이해할까? 솔직히 너무 편안해 BMW가 맞나 싶다. BMW의 엔지니어링 팀은 에어서스펜션이 노면 상태에 따라 에어스프링의 공기압과 쇼크업소버의 감쇄력을 끊임없이 조절하도록 만들었다. 안락하고 자연스러운 감각은 럭셔리카의 플래그십으로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꽁꽁 감춰둔 본연의 야성이 드러난다. 손끝부터 생생하다. 팽팽해지는 조향감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다. 급격한 코너에서는 강건한 차체로 중심을 잡아나가며 빠르고 명민하게 돌아나간다. 뒷바퀴를 조향하면서 노즈가 코너로 말려들어갈 듯 돌아나갈 때는 정말 7시리즈가 맞나 하는 쾌감마저 든다.

 

 

직렬 6기통 3.0ℓ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의 반응은 꽤 자연스럽다. 스로틀을 활짝 열어젖힌 게 아니라면 어느 순간 급격하게 기운을 쏟아내기보다 선형적으로 힘을 전달한다. 0→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이 5.1초에 불과할 정도로 강력한 파워트레인이지만 의외로 운전자의 의도와 제어에 충실히 따른다. 때문에 럭셔리 플래그십의 물오른 승차감과 다이내믹 세단의 짜릿한 주행감은 운전자의 마음먹기에 따라 순식간에 오갈 수 있다.

 

그래서 7시리즈는 오직 뒷좌석에 앉아 세상을 따분하게 관조하며 자동차를 이동수단으로만 인식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아깝다. 다이내믹하게 흐르는 세상에서 호기롭게 자신을 드러내고 능력을 펼쳐 보이는 열정적인 사람이어야 7 시리즈의 성정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물론, 이렇게 뻔하지 않은 CEO는 흔치 않다. 그래서 더욱 흔하고 뻔한 프리미엄 플래그십 세단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더더욱 BMW 7시리즈여야 한다.
글_고정식

 

 


 

 

내가 가장 젊은 플래그십 세단이야!

AUDI A8

1년에 수십 대의 차를 타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자동차 관련 전화를 수없이 받게 된다. 질문 대부분은 이것이다. “이번에 차를 사려고 하는데 뭐가 좋겠어?” 차는 그 사람의 경제력과 환경, 운용 방법, 나이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정해지지만, 우리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따질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 나의 경우 차에 대해 문의를 받을 때 어느 정도 답을 정해놓고 이야기한다. 무난하고 실용적인 중형 세단이 필요하다면?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합리적인 스포츠카를 꼽자면? BMW Z4 20i, 진짜 액티비티를 즐길 SUV를 찾는다면? 지프 랭글러. 이런 식으로 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고급 럭셔리 세단에 대해 물어왔을 때 가장 먼저 입 밖으로 나오는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였다. 고급스러운 소재, 승차감, 브랜드가 주는 가치, 운전자의 하차감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건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거다. 최근 판매량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지난해에만 6882대를 판매하며 대형 세단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될수록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물론 큰 문제는 아니다. 잘 팔려서 생긴 문제니까. 길거리에서 너무 많이 보인다는 점이다. 경제학적으로 공급이 많을수록 수요는 떨어진다. 수요란 제품을 구매하려는 의지나 소망을 나타내는 것인데, 여기엔 많은 요인이 있다. 특히 S 클래스같이 값비싼 재화에서는 희소성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부자들은 남들과 같은 제품을 쓰는 걸 정말 싫어한다).

 

 

플래그십 세단 시장은 굉장히 보수적인 시장이다. 치밀한 제품 구성이 필요하고, 변화가 있다면 마땅한 이유가 뒷받침돼야 한다. 아우디 A8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우디는 강점이 매우 뚜렷한 브랜드다. 그들은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기술을 앞세워 젊고 세련된 감각의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패러다임을 꾸준히 추구해왔다. 그렇다고 플래그십 세단이 마땅히 지녀야 할 고급스러움과 기품을 간과한 것도 아니다. 클래식한 스타일과 최신 기능의 어우러짐이 훌륭하다.

 

 

송풍구 형태와 소재, 전체적인 구성은 전통적인 세단의 고급스러움이 묻어 있는데, 12.3인치의 계기반 디스플레이와 10.1인치의 센터페시아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8.6인치의 공조장치 디스플레이를 함께 배치해 첨단의 이미지를 입혔다. 버추얼 콕핏이라 불리는 계기반 디스플레이에 뜬 내비게이션 지도는 언제 마주해도 멋지고, 서라운드뷰 카메라의 이미지와 그래픽 해상도 역시 선명하고 또렷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메뉴 구성이 복잡하지 않다는 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따라가기 바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들이 있다. 이런 시스템은 구성이 복잡하고 전체 시스템을 한눈에 파악하기도 힘들어 사용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A8에서는 디지털 소외감 따위 느낄 일이 없다. 또한 휴대전화를 무선 충전패드에 놓고 깜빡 잊고 내리면 경고가 뜬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A8의 엔진에도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시속 55~160km로 달릴 때 타력 주행으로 엔진이 일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엔진을 최대 40초까지 멈추게 해 연료 소모를 줄이거나 시속 22km 이하로 달리면서 멈출 때에도 엔진이 미리 작동을 멈춰 효율을 높인다. 덕분에 아우디 A8의 연비가 개선됐다. 게다가 엔진 움직이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가볍고 부드럽게 가속한다. 효율성과 성능을 두루 갖췄다는 이야기다. 인상적인 건 실내에서 느끼는 감각이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실내에서는 그만한 속도로 다가오지 않고 평화롭다. 차 밖 풍경은 빠르게 지나가지만 운전자는 느긋하다. 물론 뒷자리 탑승객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A8을 시승한 고정식 에디터는 “실제 반응이 상당히 억제됐다. 스릴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의 말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잘 달리긴 하지만 초반 반응이 둔하고 날렵함과 빠른 반응성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지금 스포티한 주행과 안락한 승차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스포츠 세단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플래그십 세단이 예민하게 움직인다면 승차감을 저해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둔하게 세팅한 것이다. 덕분에 A8의 움직임은 승차감은 시종일관 부드럽고 편안하다. 준자율주행 능력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계기반으로 차선 밖으로 나갔는지 확인할 수 있고 차선 유지 기능을 켜면 가운데 차로로 잘 맞춰 나아간다. 차가 끼어들어도 서서히 속도를 낮춰 안전거리를 확보한다. 그 과정 역시 매끈하다.

 

시승차인 아우디 A8 L 55 TFSI는 같은 급의 경쟁 모델인 S 450 4매틱 L보다 길이가 30mm 더 길고, 연비도 리터당 0.2km 더 달 수 있으며, 가격도 약 2500만원이나 저렴하다. 수치만 봐선 S 450 4 매틱 L보다 앞선다. 수치가 판매량이나 인기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실용적인 부분에서 그만큼 우위에 있다는 이야기다. A8의 더 큰 무기는 젊은 감각이다. 최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돈이 몰리면서 부자의 연령대가 점점 내려가고 있다. S 클래스 역시 젊은 신흥 부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차가 주는 중후하고 무거운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에 반해 A8은 젊고 세련된 스타일에 첨단 기술까지 더하며 지루하거나 다소 무겁던 플래그십 이미지를 탈피한다. 게다가 거리에 숱하게 돌아다니는 S 클래스 사이에서 돋보일 수 있다. 타는 사람의 연령이 낮아진 만큼 플래그십 세단도 젊어질 때가 됐다.
글_김선관

 

 


 

 

꿀리지마! 대한민국

GENESIS G90

우리 솔직하게 시작해보자.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세단이다. 편의 및 안전을 비롯해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 역사와 전통 등 모든 부분에서 이 차의 가치와 명성을 뛰어넘을 세단은 없다. 그야말로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세단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입지에 있는 차는 S 클래스를 제외하면 잘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 차의 대체품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S 클래스가 아닌 다른 대형 세단을 추천하는 건, S 클래스에 지나치게 편중된 국내 시장을 한번 되짚어보고자 함이다.

 

 

지난 1월, S 클래스는 AMG와 마이바흐를 포함해 총 1034대가 팔렸다. 반면 제네시스 G90는 830대가 팔렸다. 그 외 수입차 브랜드의 대형 세단들은 판매량이 미미하다. 잠식까진 아니어도 가장 비싼 S 클래스가 국산차 판매량도 월등히 뛰어넘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굳이 이런 수치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S 클래스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비싼 차가 이렇게 흔하다는 것도 참 신기한 시장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차가 많이 팔리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너무 흔하다는 건 보편적이라는 뜻이고, 보편함은 특별함의 반대편에 있는 단어다. 특별한 S 클래스는 이렇게 우리에게 너무 자주 보이는 보편적인 대형 세단이 됐다. 차가 특별해도 보는 이가 특별하게 느끼지 못한다면 그 차는 더는 특별하지 않다.

 

 

S 클래스 대항마로 모인 7시리즈, A8, G90 석 대의 대형 세단을 보니, 석 대 모두 그릴을 한껏 키워 존재감을 드러낸다. 여기에 특별한 그릴 모양을 특징으로 하지 않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왔다면 그 존재감이 다른 차들보다 희미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7시리즈는 수직으로 늘린 키드니 그릴이 웅장하기는 하나 뭔가 장난스러운 느낌도 있어 대형 세단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A8의 그릴은 이젠 너무 눈에 익었다. 또 아우디의 모든 차가 거의 비슷한 그릴을 지녔으니 A8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G90의 그릴은 유일무이하다. 크레스트 그릴을 가장 먼저 썼는데, GV80에서 그 모양이 변하면서 완벽한 방패형 그릴을 가진 유일한 차가 됐다.

 

 

실내 구성은 석 대의 대형 세단 모두 훌륭하고 고급스럽다. 최고급 소재가 사용됐고 가장 비싼 오디오 시스템으로 무장했으니 어느 차에 타더라도 극진히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각 브랜드의 색채를 잘 드러낸다. 7시리즈는 크롬을 많이 쓰면서 세련된 이미지가 강하고, 아우디는 적당히 절제된 화려함으로 은은한 멋을 낸다. 두 차에 비해 G90는 화려함과 세련됨이 떨어지지만 눈이 편하고 우아하다. 그리고 다른 차들이 따르지 못하는 게 있다. 최고의 사용성이다. 가장 크고 또렷한 모니터를 단 덕분에 폰트를 크게 할 수 있었고 덕분에 눈에 잘 띈다. 터치감과 반응속도도 가장 뛰어나다. 버튼과 다이얼도 큼지막하고 조작감도 좋다. 차를 1~2년 탈 게 아니고 오랜 시간 같이하고자 한다면 이쪽이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또 한번 솔직해보자. 승차감에선 아직 메르세데스 벤츠에 미치지 못한다. 단단함과 부드러움 사이엔 우주만큼이나 넓은 세계가 있는데, 메르세데스 벤츠는 그 세계에서 탑승자가 가장 편하고 안락하게 느끼는 지점을 알고 있다. S 클래스를 타면 몸에 힘이 풀리고 나른해진다. 이동이 주는 긴장감 같은 건 없다. S 클래스에서만큼은 이동이 휴식이다. S 클래스가 세계 최고의 세단이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명품과 제품은 이런 디테일에서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G90의 승차감이 불편하다는 건 아니다. 이 차는 한국 역사에서 가장 크고 비싼 세단이다. 이제껏 국산차 중에서 이렇게 편하고 안락한 차는 없었다. 큰 타이어가 노면을 지그시 누르는 느낌이 좋고, 스프링이 늘고 주는 시점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는 댐퍼도 훌륭하다. 단지 S 클래스의 우주와 같은 그것에 미치지 못할 뿐이다.

 

승차감이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는 시장이지만 그 외의 것에선 꿀릴 게 없다. S 클래스 못지않은 준자율주행 능력을 지녔고, 특히 막히는 길에서 스스로 조향하고 가고 서기를 반복하는 고속도로주행보조(HDA)는 출퇴근길이 많이 막히는 국내 도로에서 완벽하게 작동한다. 내비게이션과 연계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도 과속카메라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부드럽게 속도를 낮추고 높인다. 터널 등 공기질이 좋지 않은 곳에선 스스로 창문을 올린다.

 

 

돈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비싼 G90가 1억5000만원 정도 하는데, 비슷한 가격으로 S 클래스와 7시리즈, A8을 구매하면 엔진 출력이 훅 떨어지고, 타이어도 작아지며 편의장비도 빠진다. 차가 작아지기도 한다. G90는 같은 가격에 훨씬 풍요로운 출력으로 더 많은 옵션을 누릴 수 있다.

 

S 클래스가 한국에서 많이 팔리는 이유는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브랜드 가치가 주는 오너로서의 만족감도 무시할 수 없다. 제품보다 명품을 선호하는 경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무형의 가치는 대형 세단 시장에서 더 큰 무게감을 지닌다. 그런데 무형의 가치보다 실리라는 유형의 가치에 무게를 둔다면 G90는 높은 만족감을 준다. 자기만족이 아닌 실질적이며 실리적인 만족을 추구한다면 S 클래스보다는 제네시스 G90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비싼 차를 사는 사람은 실리보다는 가치를 위한 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S 클래스가 많이 팔린다.
글_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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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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