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세상을 구원하는 착한 드라이버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화나는 일이 많다. 누군가 꼭 화를 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도 우린 종종 착한 운전자를 만난다

2020.03.16

기아 카니발

 

1. 유리창을 온통 시커멓게 칠하고, 한두 명 탄 차가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것은 잘못됐다.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법을 무시하는 풍조를 만들었다.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거의 모든 국산 미니밴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 하긴 세상에 이런 모순이 이것뿐이겠는가? 그런데 오른쪽 차로에 많은 차 사이로 달리는 스타렉스와 카니발이 있다. 국산 미니밴이지만, 6명이 타지 않아 천천히 가기로 한 차들이다. 법을 지키는 착한 드라이버다.

 

2. 비가 내린다. 대낮이지만 흐린 날씨와 물보라 때문에 뒤따르는 차가 잘 안 보인다. 내 뒤를 따르는 차들이 라이트를 켜면 식별이 쉬워 안전 운전에 도움 된다. 라이트를 켜서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이들이 고맙다. 안전 운전에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요즘은 주간주행등 달린 차들이 많아 다행이다. 착한 드라이버는 자신의 존재를 내보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반대로 날이 어두워도 라이트 켜기를 주저하는 차들을 보면 무지하거나 도망자 같아 보인다. 제발 라이트 스위치를 오토에 놓고 운전해주시기 바란다.

 

라이트를 켜지 않는 드라이버는 아마도 몰라서 그럴 것이다. 1차로를 고집하고 달리는 차는 추월차로라는 것을 몰라 그럴 거다. 또 우리나라 법은 자동차 전용도로와 국도에서 1차로가 승용차 주행도로라 되어 있다. 법을 만든 이조차 국제적인 일반 규정을 몰라서 그럴 거다. 도로 위의 자동차는 착한 드라이버와 나쁜 드라이버가 아니라 모르는 드라이버와 아는 드라이버로 나뉜다.

 

©FranckinJapan

 

3. 장애인 주차장에 차가 들어온다. 그런데 내리는 운전자가 멀쩡하다. 왜 우리는 이런 법 하나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걸까? 언젠가 이 문제로 장애인 주차구역 허가를 다시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세우고 당당하게 걸어 나오는 이들은 행복할까? 그게 궁금하다.

 

외국에서 장애인 주차구역에 세운 차는 운전자가 내리는 데 무척 힘들어 보인다. 혼자 힘으로 휠체어를 펴고, 몸을 돌려 옮겨 앉는 과정을 보면 옆에서 돕고 싶다. 장애인 주차구역은 걷기 힘든 사람이 직접 운전할 때 사용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주차구역을 출입구 가까운 데 두는 이유다.

 

장애인을 모시고 대리 운전하는 차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세울 수 없다. 장애인을 모시는 착한 드라이버는 장애인을 문 앞에 내려드린 후 일반 주차구역에 주차해야 한다. 장애인 주차구역을 걷기 불편한 이들에게 한정하면 장애인 주차장 숫자도 지금보다 줄일 수 있을 거다.

 

4. 최근 들어 ‘바쁘지 않은’ 앰뷸런스를 몇 대 보았다. 앰뷸런스를 볼 때마다 항상 비상출동 상태인데, 그 앰뷸런스는 신호등을 따르며 다른 차들과 함께 달렸다. 그런 착한 앰뷸런스도 있기는 하다.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비상시가 아니면 경광등은 꺼주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앰뷸런스는 시동만 걸면 경광등이 들어오는 것 같다. 비상시가 아닌데 번쩍이는 경광등은 시민들을 헷갈리게 한다. 경찰차도 마찬가지다.

 

1982년형 푸조 604

 

5. 시간이 흐를수록 차들이 점점 커진다. 50년 전 최고급차 신진 크라운, 푸조 604 같은 대형 세단을 보면 요즘 중형차보다 작은 차임에 놀란다. 요즘 경차 크기의 브리사를 당시에는 택시로 썼다. 뒷자리가 좁아 세 사람이 타면 옆으로 어깨를 포개 앉았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흘러 넉넉해진 차 크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큰 차만을 고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몸이 커지고 욕망도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 팰리세이드와 기아 카니발이 인기다. 미국 시장에 특화된 큰 차다. 모두가 팰리세이드를 타면 어떻게 될까? 주차장에서 대란이 일 거다. 모두가 차를 세우고 문을 열지 못하는 사태가 걱정된다. 나 몰라라 하며 주차 면적 2개를 차지하는 때도 빈번할 거다.

 

많은 일본차와 유럽차가 미국에 수출되지만, 자국에서 미국 수출용의 큰 차를 즐겨 타는 나라는 우리뿐인 듯하다. 유럽과 일본의 내수용은 작은 차를 따로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가 큰 차만을 좋아하니 주차공간이 걱정이다. 큰 차를 좁은 주차공간에 세우고, 문콕을 원망하는 세태가 바보스럽다. 착한 드라이버는 작은 차 타며 공간을 알뜰하게 쓰고, 큰 차에 양보의 미덕을 보인다.

 

오늘 신문을 보니 앞으로 이산화탄소 규제가 심해질 듯하다. 하루아침에 SUV같이 덩치 큰 차들은 사라지고 소형차 세상이 올 수도 있겠다. 크고 무거운 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 지구환경에 해롭다. 미세먼지는 동네 문제지만,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생존 문제다.

 

작은 차를 타면서 착한 드라이버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다. 주차장에서 내 작은 차가 옆자리의 팰리세이드에게 약간의 공간 여유를 제공한다면 그 또한 기분 좋은 일이다. 커다란 차 팰리세이드와 카니발을 살 때는 아파트에 사는 나의 주차에 문제는 없는지, 혹시 내 차가 옆 차에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한번 돌아볼 만하다.
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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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FranckinJapan,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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