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CHCAR

봄이 온다

눈으로 귀로 코로, 그리고 그릴로. 온 얼굴로 잇따라 온다

2020.03.17

 

ORCHID IN PHANTOM

롤스로이스 판테온 그릴에 호접란이 피었다. 하얀 접시귀 같은 호접란 사이로 글로리오사, 앤슈리엄도 보인다. 귀족 여인 같은 난의 기품은 이탈리아 로마 판테온 신전을 모티브로 한 그릴의 위엄과 존엄에 걸맞는다. 호접란은 언뜻 유약해 보이지만 아주 단단한 성질을 지녔다. 며칠이나 물을 주지 않아도 시들지 않는다. 은빛 환희의 여신상처럼 날개가 돋친 글로리오사 또한 덩굴식물로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 화려한 꽃  무리가 드리웠지만 판테온 그릴이 미묘하게 반사하는 은빛 숭고함을 가릴 수는 없다. 위아래를 가로질러 기둥 역할을 하는 바의 비례 역시 이상적. 보랏빛 앤슈리엄은 롤스로이스 벨라도나 퍼플 컬러에 대한 헌사다.

 

 

TULIP FOR 7 SERIES

키드니 그릴은 BMW의 상징이다. 처음엔 직사각형에 가까웠던 키드니 그릴은 점점 옆으로 넓게, 높이는 낮게 변화했다. 하지만 최근에 선보인 7시리즈와 X7의 키드니 그릴은 보닛 끝에 높이를 맞췄고 그릴 가운데가 완전히 붙었다. BMW만큼 그릴 디자인을 오래 고수한 브랜드는 드물다. 그래서 키드니 그릴에 튤립으로 만든 부케를 헌정했다. 튤립만큼 클래식하면서 매일이 새로운 꽃도 없다. 구근식물인 튤립과 샌더소니아는 댕강 잘라도 밑으로 줄기가 자라는 강인한 영혼과 효용을 겸비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여닫을 수 있는 키드니 그릴도 마찬가지다.

 

 

CYMBIDIUM ON ES

렉서스 LF-FC를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을 차마 지울 수 없다. 그릴에 표현된 급진적인 디자인은 양산차에선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대담한 시도였다. 렉서스의 디자이너들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렉서스는 스핀들 그릴을 모델에 맞게 다른 스타일로 적용했는데 LS에는 그물 형태로, ES에는 라인을 세로로 세워 아우트라인을 따라 꺾었다. 엠블럼 높이에선 허리 라인처럼 쏙 들어갔다 아래로 갈수록 치마처럼 퍼진다. 엠블럼에서 시작해 그릴을 따라 심비디움과 거베라를 총총히 심었다. 다가오는 봄을 환영하듯 두  팔 벌린 그릴처럼 만개했다.

 

 

CALLA WITH A8

A8의 그릴은 아우디 모델 가운데 가장 웅장하며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싱글프레임 그릴은 위아래로 분리된 그릴과 공기흡입구를 한 프레임에 담은 형태인데 크기와 생김새에서 주는 압도적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초기에는 윗변이 아랫변보다 살짝 긴 사다리꼴 형태였다. 이후 싱글프레임 그릴은 우람하게 키우고, 각이 조금씩 뚜렷해지더니 A8에 와서 완전한 육각형이 됐다. 거푸집을 깨고 비로소 나비가 된 싱글프레임 그릴에 대한 찬사로 능수버들과 칼라를 어울렸다. 노란 칼라의 꽃말은 환희와 순수. 아직은 앙상한 능수버들은 우리로 하여금 겨울이 주는 교훈을 잊지 않게 한다.

스타일링_김형학(비욘드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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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 장은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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