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모든 것이 새롭다, 랜드로버 디펜더

신형 디펜더는 겉모습만 새로워진 게 아니다. 안팎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2020.03.17

랜드로버 디펜더는 뛰어난 오프로드 주행 성능으로 유명하다. 신형은 구형에서 부족했던 편의장비와 안전장비, 안락한 승차감 등이 더해졌다.

 

마이크 크로스가 나무 사이를 노리고 차를 총알처럼 몰기 시작했다. 보닛 안에 놓인 405마력짜리 직렬 6기통 엔진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젖은 자갈 위를 넘는 타이어 소리가 차 안으로 들이쳤다. 움푹 파인 곳을 지나가자 철퍼덕거리며 흙탕물이 튀었다. 그 순간에도 크로스는 운전석에서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하지만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올 것 같았다. 그는 운전대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높게 달린 기어 레버를 잡기 위해 오른손을 주기적으로 짧게 뻗었다.

 

재규어 랜드로버의 엔지니어링 책임자 크로스는 곧게 뻗은 길에서 오른발에 힘을 줬다. 우린 시속 160km를 넘었고, 유격이 긴 에어 서스펜션 덕분에 분화구 같은 길을 호버크래프트처럼 떠갔다. 뒤이어 그는 빠르게 다가오는 직각 코너에 진입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고 뭉툭한 기어 레버를 재빨리 세 번 조작했다. 그렇게 크로스는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고 코너를 돌아 다시 가속페달을 밟았다. 크로스가 손목을 잽싸게 움직여 차체를 진정시키기 직전, 거대한 SUV가 잠시 잠깐 우아하게 미끄러졌다. 그리고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질퍽거리는 노면을 파고들어 다음 코너로 우리를 인도했다.

 

 

완전히 새로운 랜드로버 디펜더에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한 3.0ℓ 터보 엔진이 들어 있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더해지고, 전자제어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짝을 이룬다. 여러 단계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과 20인치 알로이 휠, 열선 시트와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어우러진 안락한 실내도 있다. 우리 아버지들이 탔던 디펜더와는 다르다.

 

난 디펜더만큼 오래된 아버지의 1960년형 랜드로버 시리즈 II로 운전을 배웠다. 군용 녹색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얼룩덜룩한 그 차는 시속 48km 이상으로 달릴 때 캔버스 지붕이 허리케인 속 텐트처럼 펄럭였다. 1단과 2단 기어 사이에는 싱크로메시도 없었다. 하지만 시속 160km까지 속도를 낼 수 없는 그 차로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난 구형 시리즈 II를 사랑했고 아직도 그 차를 갖고 싶다는 욕망을 품고 있다.

 

물론 시리즈 II에 무언가를 싣고 하루 종일 운전하는 건 고문이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떼면 클리블랜드의 비 오는 주말보다 시끄러운 소리가 차 안으로 들이치고, 브레이크 감각은 굼벵이처럼 느리다. 클러치는 머리를 뒤에서 잡아채는 것처럼 울컥거리고, 운전대를 돌리려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 차로 출퇴근을 했다면 정말 끔찍했을 거다.

 

 

2016년 생산이 중단된 이전 세대 디펜더는 대충 만든 구형 시리즈 II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4기통 디젤 엔진의 토크는 풍부했고 6단 수동변속기는 모든 기어에 싱크로메시가 있었다. 상시 네바퀴굴림은 세련됐고, 코일스프링과 디스크 브레이크 덕분에 승차감도 부드러웠다. 하지만 구형 디펜더는 꽉 막힌 도로에서 구약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므두셀라보다 더 오래된 느낌이 들었다. 이처럼 예스럽고 별나며 시간을 왜곡하는 자동차는 생명력이 길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 동안에도 이 차들은 개발이 멈춰 선 막다른 골목에 조용히 주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차로 먼 거리를 운전하는 일은 정말 고역이다.

 

신형 디펜더를 비판할 거리는 많다. 일단 너무 무겁고 복잡하며 비싸다. 낙관적인 시각으로 제원을 살펴보면 이런 비판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크로스와의 시승에서 증명했듯 신형 디펜더는 변덕스러운 구형보다 다양한 지형을 아우르고 재주도 많다. 그리고 더 효율적이며 안전하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새로운 디펜더가 잘 팔릴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신형 디펜더는 구형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SUV의 특징과 능력을 지녔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날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안락함과 유용성도 지녔다. “디펜더는 최고의 오프로드 자동차였습니다. 우리는 이미 그 목적을 달성했죠. 그래서 우린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포장도로에서도 훌륭한 차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신형 디펜더가 일상에서 좀 더 쓰기 편한 차가 되기를 원한 겁니다.” 마이크 크로스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재규어 랜드로버, 신형 디펜더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Angus MacKenziePHOTO : 랜드로버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