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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자동차 대학을 만든다면

세계 최고의 자동차 대학을 만든다면 이 정도 교수진은 초빙해야 하지 않을까?

2020.03.25

 

학장 / 디터 제체

1976년 다임러 벤츠에 입사해 43년 동안 근무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디터 제체 다임러 AG 전 회장이라면 학과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명쾌하게 처리할 게 분명하다. ‘회장님 차’, ‘나이 든 사람들이 타는 차’로 인식되던 벤츠를 남녀노소 모두 호감을 갖는 브랜드로 만든 그의 능력을 보면 학과의 대외적인 홍보 활동이나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벤츠의 고질병이 관료화라 판단하고 2015년부터 회의에 넥타이를 매지 않고 등장하는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그라면 학생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멋진 학장이 되지 않을까?

 

 

이사장 / 정의선

대학 이사장의 할 일은 무엇일까? 학교에 투자할 자금도 두둑해야겠지만 어떤 사람을 어떤 자리에 앉힐지에 대한 큰 그림이 있어야 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금까지 해온 인재 채용을 보면 이사장 자격이 부족하지 않다. 그의 용병술이라 불리는 경쟁사 임원 영입은 이미 국내외에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BMW M 디비전을 책임지고 있던 알베르트 비어만을 데려와 현대 고성능 브랜드 N을 안착시켰고, 폭스바겐에서 영입한 피터 슈라이어는 기아의 디자인을 한층 더 멋스럽게 바꿨다. 게다가 지난해 4월 닛산의 호세 무뇨스를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로 앉히며 북미 시장에서 좋은 실적까지 챙겼다. 그가 대학 이사장이라면 교수계의 어벤저스를 구성해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것이다.

 

 

자율주행학 / 존 크래프칙(John Krafcik)

수많은 자율주행 전문가를 제치고 선정된 자율주행학과 교수는 웨이모 CEO인 존 크래프칙이다. 2015년부터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담당해 2016년에는 텍사스 일반도로에서 완전 자율주행에 성공했고, 2018년에는 미국 최초의 상업적 자율주행 승차공유 서비스인 웨이모 원 서비스를 선보였다. 자율주행의 기술과 서비스, 두 분야에 모두 정통한 사람들 흔치 않다. 자동차와 도로, 도시에 안전을 가져다주는 자율주행 혁신 솔루션으로 교통 산업을 혁신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평판과 ‘미래에 바퀴가 있는 모든 것은 웨이모에 의해 움직인다’는 그의 원대한 꿈을 두루 살펴봤을 때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모터스포츠학 / 루이스 해밀턴 & 세바스티앵 뢰브(Lewis Hamilton & Sebastien Loeb)

루이스 해밀턴은 현역 드라이버 중 유일하게 월드 챔피언 6회, 폴 포지션 88회의 기록을 지닌 F1 최고의 드라이버다. 세바스티앵 뢰브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WRC 레이서로 9년 연속 월드 챔피언 제패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경주라는 분야는 같지만 완전히 다른 길을 달린 이 둘을 모터스포츠학과 교수로 함께 채용해야 한다. 학생들의 진로 다변화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1학년 때는 모터스포츠학 개론을 듣고 2학년 때부터 전공을 정하는 건 어떨까? 이것보다 더 큰 효과도 있다. 최고와 최고가 손잡고 서킷과 일반도로에서 얻은 경험과 기술을 학생들과 공유한다면 전대미문의 완성형 드라이버가 탄생할 수도 있다.

 

 

자동차 디자인학 /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폭스바겐 뉴비틀, 골프(4세대), 아우디 TT처럼 사람들의 입에 끊임없이 오르는 자동차를 디자인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아차 사장인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한 차들의 공통점은 스타일을 위해 외관에만 치중한 디자인이 아니라 차 내부 요소를 함께 고려한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그는 디자인 작업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닌 디자이너끼리의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들이 서로에게 자극을 받고 다른 사람의 작업을 통해 문제점을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디자인의 완성도가 올라간다고 여긴다. 또한 자동차 디자이너는 디자인은 물론, 상대를 설득하는 협상가적 자질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기 때문에 그의 수업에서 조별 과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전기차 배터리학 / 메이트 리막(Mate Rimac)

메이트 리막은 크로아티아에 있는 전기 슈퍼카 제조업체의 CEO다. 그는 어린 나이에 자신의 BMW E30에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기술들을 특허 신청해, 특허로 번 돈으로 2009년 리막 오토모빌을 설립했다. 현재 리막은 고성능 하이퍼 전동형 시스템과 전기 스포츠카, 고밀도 배터리 시스템에 특화돼 있다. 배터리학과의 장래는 밝다. 전자기기와 전기차의 성능이 올라가면서 배터리가 가장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막은 포르쉐와 현대차가 인정할 만큼 고밀도 배터리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을 지닌 회사다. 리막 밑에서 가르침을 받는다면 언젠가 <모터트렌드> ‘올해의 인물’에 꼽힐지도 모를 일이다.

 

 

자동차 이벤트학 / 찰스 고든 레녹스(Charles Gordon-Lennox)

모터쇼의 흥행이 예전 같지 않다. 이젠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출시 자동차를 얼마든지 볼 수 있어서일까? 하지만 찰스 고든 레녹스의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를 보면 꼭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하루에 15만명의 사람들을 끌어들일 정도로 인기가 좋기 때문. 몇몇은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가 미래 모터쇼가 될 수 있는 페스티벌이라고까지 평가했다. 단순히 단거리 힐 클라임 이벤트와 오래된 차만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드라이빙 체험을 마련하고 굿우드 공항에서는 각종 비행 경연이나 학교를 운영하기도 한다. 찰스 고든 레녹스는 방문객들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는 듯하다. 3월이면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로 현장학습을 갈 수도 있다.

 

 

자동차 역학 / 크리스티앙 폰 코닉세그 (Christian Von Koenigsegg)

크리스티앙 폰 코닉세그는 10대부터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튜너이자 발명가였고 코닉세그 창립 후에도 사장이자 엔지니어로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행동주의자다. 그의 밑에서 자동차 역학을 배운다는 것은 꿈같이 황홀한 일보단 고된 수행에 가까울지 모른다. 타이어, 브레이크를 제외한 서스펜션, 휠, 인테리어, 엔진까지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자동차는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차에 대한 모든 것을 세세하게 알아야 한다. 한 번이라도 수업을 놓치면 따라잡기 힘들고, 행동파 교수님 덕분에 시험은 필기가 아닌 실기로만 치르지 않을까? 하지만 졸업할 때를 생각하면 그렇게 우울하지만은 않다. 차 한 대 정도는 뚝딱 만드는, 걸어 다니는 벤처기업이 되어 있을 테니까.

 

 

자동차 혁신경영학 / 일론 머스크(Elon Musk)

기존의 경영학과 자동차공학으로 테슬라를 설명할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는 자동차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로 성공을 거둔 이후 난데없이 전기차를 만드는 테슬라를 창업했다. 그리고 출시 계획만 있는 모델3 구매자들에게 1000달러의 예약금을 받아 4억 달러라는 자금을 모았고, 이번엔 피라미드처럼 생긴 사이버트럭을 개발해 픽업트럭 시장을 크게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시도와 발상이지만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곧잘 해왔다. 범상치 않은 그의 수업을 범부들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걱정은 하지 마라. < 모터트렌드> 오토모티브 칼리지에도 ‘드롭’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다.

 

 

레이싱 게임 제작학 / 야마우치 가즈노리(Yamauchi Kazunori)

지금은 e 스포츠 시대다. 글로벌 게임 시장 규모는 180조원이 넘었고, 자동차경주 게임은 매년 꾸준하게 성장한다. 레이싱 게임엔 자동차 관련 기술과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전공한 학생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또 하나 생긴 것이다. 야마우치 가즈노리는 자동차경주 게임 <그란투리스모> 시리즈 프로듀서다. 2011년에 닛산 GT R을 타고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출전할 만큼 실제로 경주에 관심이 많다. 야마우치 가즈노리라면 학생들을 제작자부터 게임 테스터, 프로게이머까지 다양한 길로 안내해 줄 것이다. 이미 세계 자동차 산업과 컴퓨터 그래픽에 미친 공적을 인정받아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대학에서 명예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강단에 서도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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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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