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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향해 달릴 뿐, 블러드하운드

돌아온 영국의 블러드하운드, 새로운 육상 속도기록을 세울 준비를 하다

2020.03.27

블러드하운드 LSR 운전자 앤디 그린이 칼라하리 사막에서 고속 시험주행을 한 뒤 동료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에베레스트산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잠깐이지만, 이언 워허스트의 말은 기계공학 엔지니어가 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다. 헨리 세그레이브, 조지 이스턴, 존 콥, 맬컴과 도널드 캠벨 부자, 아트 알폰스, 크레이그 브리드러브 브레이브처럼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지상을 달린 사람이 되기를 꿈꾼 돈키호테식 모험가들을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가 방 안 가득 울린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며 이전까지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하는 것 말이에요.” 잠깐의 침묵 뒤에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 점이 매력 있지 않나요?”

 

 

1년 하고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 시점에, 워허스트는 그에게 남은 생에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궁금했다. 미국 업체에 자신의 터보차저 부품 제조업을 매각한 그는 49세인 자신이 앞으로 일할 필요가 전혀 없을 만큼 부유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장남 찰리가 보낸 메시지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아빠, 블러드하운드가 매물로 나온 거 봤어요? 그거 사면 어때요? ㅋㅋ.”

 

블러드하운드. 워허스트는 오랫동안 새로운 육상 속도 기록을 세우기 위한 영국의 프로젝트에 관해 알고 있었다. 그가 1997년에 블러드하운드 창업자인 리처드 노블이 스러스트 SSC로 했던 시도를 지켜봤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시 스러스트 SSC는 영국 공군 조종사인 앤디 그린이 몰아 시속 1227.986km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의 구세주인 이언 워허스트(오른쪽)가 다음 시험 주행에 앞서 정보를 분석하는 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스러스트의 뒤를 이을 도전에 대한 노블의 집념은 2008년에 시작되었고, 워허스트는 그 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왔다. 그는 2009년에 40세 생일 선물로 그의 형제에게서 우수 후원자 인증서를 받았다. 또한, 그는 개인적 열정으로 과학과 공학을 배우는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도록 블러드하운드를 활용하는 모습도 봤다.

 

 

그러나 2018년에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는 자금이 떨어졌고, 차는 영국 콘월에 있는 비행장에서 시속 322km까지 내는 시험 운전을 몇 차례 했을 뿐이다. 워허스트는 “그 차가 사실상 운명이 다해가고 있다는 데 놀랐다”고 회상한다. “그래서 생각했죠. 내가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은행에 돈은 많고 할 일도 없으니까요.”

 

겨우 10개월이 지난 뒤에 워허스트는 칼라하리 사막의 마른 호수에서 블러드하운드가 역사상 여섯 번째로 시속 966km를 넘긴 차가 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것은 전혀 계획한 일이 아니었다. 워허스트가 노블과 연락했을 때, 그는 파산 관리자가 블러드하운드를 잘라내 군용 규격 하드웨어 일부를 매각할 계획임을 알게 됐다. 그는 런던 서부 브리스톨에 있는 프로젝트 본사로 달려가 수석 엔지니어 마크 채프먼을 만났고, 서둘러 결정을 내렸다.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계약하지 않고 그곳을 떠나면, 다음 사람이 앵글 절단기를 들고 그곳으로 들어설 거라는 걸 알았어요.” 일주일 안에 그는 회사를 차렸고 육상 속도기록 팀의 자랑스러운 소유주가 됐다. 워허스트는 “그다음에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인정한다. “저는 그냥 자산을 매입할 뿐이고, 한동안 갖고 있다가 팀에 넘길 생각이었죠.”

 

 

그러나 기술자, 제작자, 지원 담당 직원으로 이뤄진 팀은 자금이 바닥나기 시작하자 흩어져버렸다. 그리고 몇몇 사람은 10여 년간 프로젝트와 함께하기도 했던 후원자들도 떠나갔다. 워허스트가 당장 자신이 가진 것을 지켜보면 볼수록, 사람들이 블러드하운드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박물관에 집어넣기보다는 원래 설계된 목적에 맞는 일,  육상 속도기록을 깰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신념을 굳히게 됐다.

 

“그 차는 그 일을 하도록 설계되고 만들어졌어요.” 그의 말이다. “제가 해야 하는 것은 차를 사막으로 끌어내 달리게 하는 일이 전부였죠.” 블러드하운드는 새로 흰색 페인트를 칠했고, 프로젝트의 이름은 목표를 반영해 바꾸었고(블러드하운드 LSR), 새 로고를 개발했다. 워허스트는 육상 속도기록 주행에 자금을 댈 새 후원자들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기 위해선 블러드하운드가 자신을 입증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블러드하운드에 관한 일은 2008년에 시작됐다. 차는 현재 육상 속도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시속 1609km에 이르도록 설계됐다.

 

블러드하운드는 2008년에 시속 1609km를 기록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대단한 숫자를 목표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워허스트는 그것이 팀이 우선 추구해야 할 목표는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가 시속 1368km에 이를 때까지는 그 차로 시속 1609km를 낼 수 있을지 아무도 몰랐어요.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어요. ‘시속 1368km면 육상 속도기록이야. 대단한 거지. 거기에 집중하자’고요.” 워허스트의 사업가 기질이 끼어들었다. “시속 1609km라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지 모른다면 누가 자금을 대겠어요?” 그는 안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부분 사람이 예산을 두세 배 정도로 생각하고 그들이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기를 기대하느냐고 묻는다. 그는 프로젝트를 그렇게 운영하지 않는다고 고집한다. “저는 제가 어떻게 일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그리고 앞으로 실제 비용이 얼마나 들지 알고 싶습니다.”

 

 

비용을 결정하는 첫 번째 단계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던 케이프 지방의 학스킨 판 건호를 가로질러 달리도록 신중하게 계획한 고속 시험 프로그램과 연관이 있다. “저희가 차로 뭔가 하려고 한다면, 있는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워허스트의 말이다. “저희는 사막에서 실제로 그 일을 해야 했죠. 그래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테니까요.”

 

공개적인 시험 프로그램의 목표는 시속 805km였다. 워허스트는 “시속 805km에 이르면 다음 단계인 육상 속도기록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모두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팀이 내부적으로 정한 목표는 시속 1000km였다. 언론이 기사화하기에 좋을 만큼 멋진 숫자였다. 운전은 현재 기록 보유자로서 여전히 영국 공군에 복무하고 있으면서 프로젝트 초기부터 블러드하운드 운전자로 지목된 그린이 맡을 예정이었다.

 

앤디 그린이 시속 563km 시험주행 후 블러드하운드의 낙하산을 점검하고 있다.

 

블러드하운드는 10월 셋째 주에 학스킨 판에 도착했다. 노블의 원래 프로그램의 일부로, 노던 케이프 지방 정부가 자금을 지원한 인근 마이어 마을 사람 317명이 이전 해부터 22km² 면적의 호수 표면에서 1만8200t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바위를 치웠다. 대부분 음속보다 빨리 달리는 차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작은 돌과 자갈들이었다. 호수는 양쪽으로 넓은 안전구역을 둔 1.6km 길이의 트랙 25개를 표시하기에 충분한 크기다.

 

워허스트에 따르면 차가 햇볕에 탄 진흙 표면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땅을 두 번 달릴 수는 없단다. “트랙이 여러 개 필요했기 때문에, 실제 결과와 이론상의 자료를 비교하면서 속도를 천천히 높이고 시속 81km 단위로 안전하게 속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블러드하운드는 학스킨 판에서 맨 처음으로 사막 규격으로 달릴 예정이었다. 콘월에서 시속 322km로 달릴 때 썼던 고무 타이어는 지름이 899mm, 무게가 각각 90kg에 이르고 원심력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1만200rpm까지 회전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견고한 단조 알루미늄 휠로 교체됐다. 바퀴는 단면이 V자 모양으로 되어 있어, 블러드하운드가 정지해 있을 때는 마른 진흙을 15mm 파고들지만 물 위를 달리는 스피드보트와 같은 속도로 달릴 때는 지면과 같은 높이에 이르도록 설계됐다. 지면과 금속이 닿는 부분이 가장 작아지는 시속 805km에서는 거대한 원판이 바퀴라기보다는 방향타처럼 작동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롤스로이스 EJ200 제트 엔진의 시동을 거는 것이다. 5만4000마력의 추력을 내는 이 엔진은 보통 유로파이터 타이푼 제트 전투기에 쓰인다. 이 엔진은 부식 억제 용액을 채운 채로 2017년 이후 롤스로이스에서 보관했다.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몇 차례 시도해야 했다. 해발 600m인 고도와 사막의 열은 이 일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25명의 든든한 블러드하운드 LSR 팀이 몇 가지 사소한 문제(연료 펌프 센서 고장과 냉각수 탱크 누수 등)를 해결하자, 블러드하운드는 달릴 준비가 됐다.

 

 

블러드하운드가 처음으로 사막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흥분한 사람은 워허스트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저에게 다가와 악수하며 눈물을 흘렸어요. 그들은 정말 오랫동안 열심히 일했고 마침내 차를 움직이게 했으니까요.”

 

그러나 늘 침착한 그린은 신중하게 설계한 일련의 시험 주행을 시험 비행사답게 전문적으로 구분해 치렀다. 먼저 정지 상태에서 엔진 시험을 했고, 이어서 시속 161km에서 스티어링과 브레이크를 점검했다. 다음으로 재가열(애프터버너)을 하지 않고 최고출력을 활용해 시속 322km로 달리고 구름저항을 확인하기 위해 관성을 활용해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가열을 최대한 활용해 - 블러드하운드는 시속 81km에서 시속 483km까지 13초 만에 가속한다 - 시속 563km로 달리며 최고속도 전후의 안정성을 시험하고, 이어서 제트 엔진이 공회전하면서 생기는 추력이 없을 때의 구름저항을 측정하기 위해 엔진을 끄고 관성으로 속도를 줄였다. 이 과정에서 팀은 낙하산 전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시속 1010km에 이른 블러드하운드. 시속 966km 이상의 속도로 달린 사상 여섯 번째 차가 됐다.

 

마침내 11월 16일 아침이 밝았다. 화창한 날씨에 기온은 쾌적한 25℃, 풍속은 시속 5~10km를 넘지 않는다. 그린은 34번째 주행을 위해 안전띠를 맸다. 낮게 깔린 블러드하운드의 앞부분 아래에서 시작하는 흰색 선이 갈색으로 구운 빵 껍질 같은 지면 위로 지평선 너머까지 그려져 있다. 그린은 동력을 높이고 애프터버너를 켠다. 블러드하운드는 시속 161km에서 시속 322km까지 겨우 7초 만에 가속하고, 30초가 지난 뒤에는 시속 966km를 돌파한다. 그린의 차분하고 딱 부러지는 설명은 마치 쇼핑할 물건 목록을 읽는 것처럼 들린다.

 

팀은 이번 주행의 목표인 시속 966km를 기록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 개의 GPS 장치 중 두 개가 그린이 내리기 전에 블러드하운드가 시속 1010km에 이르렀음을 확인했다. 블러드하운드는 육상 속도기록을 깰 잠재력이 있음을 입증했고 시속 1000km를 훌쩍 뛰어넘었다. 워허스트와 팀은 기쁨을 나누고는 짐을 꾸려 영국으로 돌아갔다.

 

 

어려운 부분은 이제부터다. 그리고 그 부분은 자금을 모으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록을 깨려면 블러드하운드는 추력을 높일 수 있도록 로켓 모터를 달아야 한다. 하이브리드 로켓에 쓰인 원래 설계에서는 과산화수소와 탄소 기반 소재를 연료로 쓰고 재규어 V8 5.0ℓ 엔진으로 구동하는 연료펌프가 필요했다.

 

이론상으로는 그 설정이면 블러드하운드를 시속 1609km에 이르게 하기에 충분한 추력을 낸다. 그러나 워허스트는 출력이 낮은 단일 추진제 로켓으로도 육상 속도기록을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10여 년에 걸친 기술적 발전 덕분에 더 단순하고 안전한 해법이 나왔다.

 

 

노르웨이 로켓 제조업체인 남모(Nammo)는 단일 추진제 로켓을 개발했다. 이 로켓은 특수 촉매망을 강제로 통과할 때 증기와 산소로 분해되고 롤스로이스 제트 엔진 추력의 4분의 3을 내며 농축 과산화수소를 연료로 쓴다.

 

연료펌프의 동력원으로는 재규어 V8 엔진 대신 20초 동안 초당 42ℓ의 연료를 로켓 모터로 공급하는 전기모터를 쓴다. 이는 더 안전하고, 작고, 신뢰할 수 있는 장치다. 더불어 배터리 무게를 차에 더 고르게 배분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한 전기 시스템 역시 블러드하운드 엔지니어들이 유압식 시스템을 더 빠르고 안정적인 전기 시스템으로 교체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자금이 마련되면, 2021년에는 학스킨 판으로 돌아가 기록에 도전할 계획이다. 워허스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7월과 8월에 그곳에 가면 기온이 0℃에서 20℃ 사이가 됩니다. 제트 엔진에도, 사람에게도 좋고 농축 과산화수소 연료에도 좋죠. 뜨거운 사막 바닥에 놓인 철제 컨테이너 속에 앉아 있기는 싫거든요.”

 

 

그렇다면 목표는? 정해진 거리를 양방향으로 달려, 평균 1227.986km 이상의 속도를 내는 것이다. 이는 앞바퀴에서 튀어 금속을 휘게 할 수 있는 진흙 부스러기를 감당하며 시속 805km 이상의 속도에서 가벼운 맞바람에 대응해 카운터 스티어를 하면서 긴 시간 동안 초음속으로 달리는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 해낸 차가 없었던 일이다(스러스트 SSC는 1997년 기록 경신 주행 때 1초를 살짝 넘기는 초음속 주행을 하면서 거의 동시에 두 차례의 음속돌파 충격파를 냈다).

 

과학은 그것이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린이 속도를 높이고, 애프터버너를 켜고, 로켓 엔진을 점화해 블러드하운드를 4.5초 미만의 시간에 그 거리를 달릴 때까지는 미지의 영역을 향한 여정이 이어질 것이다.

 

워허스트가 말했다. “이 일로 매일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끝을 맺어야 하기에 계속 하는 거죠.”
글_Angus MacKenz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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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Charlie Sper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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