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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차들과 함께 한, 종로 산책

<모터트렌드>가 종로로 이사 온 지 1년이 됐다. 낡아서 분위기 있고, 촌스러워서 힙한 종로를 둘러본다

2020.04.16

 

LAMBORGHINI HURACÁN EVO RWD

무질서한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이다. 낡은 무채색 건물에 체계 없이 내걸린 형형색색 간판. 그리고 그 안에 뒤섞인 우리말과 외래어. 표준 따위는 필요 없다. ‘비닐’이건 ‘비니루’이건 상관없이 의미만 통하면 그만이다. 대부분의 상호명은 나이 지긋한 사장님의 이름에서 따왔는지 다소 올드한 두 글자로 떨어진다.

 

 

바삐 움직이는 상인과 배송 기사는 방산시장의 원동력이다. 좁은 골목에서 불규칙적으로 이동하지만 능숙하고 빠르다. 시장 안의 모든 것들이 카오스 이론처럼 규칙성 없이 나열되지만, 이러한 무질서가 모여 하나의 아트워크를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 서 있는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는 철저하게 계산된다. 예리하게 다듬은 차체 표면은 마주치는 공기를 기계적으로 가르고, V10 5.2ℓ 자연흡기 엔진은 610마력, 57.1kg·m의 힘을 절도 있게 뿜어낸다.

 

 

단, 뒷바퀴만 굴리는 RWD 모델은 약간의 불규칙을 허용한다. 네 바퀴에 효율적으로 전달되던 출력을 뒤쪽 두 바퀴에 몰아넣으면서 더욱 거칠고 과감하게 달린다. 언제 어디서 흐트러질 줄 모르는 미완의 움직임을 운전자의 유연함으로 정복하는 그 짜릿함. 사람은 체계적이고 질서 정연한 것에서 안정감을 느끼지만, 때론 예측하기 어려운 것에서 깊은 인간미를 느낀다.

글_안정환

 

 

VOLVO XC90 T8​

대체로 낡고 어지럽게 배열된 종로의 거리지만, 종각을 기준으로 분위기는 상반된다. 비교적 반듯한 신식 건물에 도로는 일정한 구획으로 나뉜다. 그래서 흐름이 빠르다. 오가는 발걸음과 유입되는 문화의 속도는 주변과 차원을 달리한다.

 

 

빠른 흐름으로 거리엔 자연스럽게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낮엔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종각의 학원가를 찾고, 밤엔 흥을 찾는 청년들이 종각의 젊음의 거리로 모여든다. 밤낮 분주한 종각이지만 화려함은 해가 진 뒤에 찾아온다. 수많은 네온사인이 강렬한 빛을 발산하고, 그 빛은 청계천 너머의 매끈한 빌딩에 부딪혀 아름다운 윤슬을 만든다. 마치 볼보 XC90의 크리스털 기어레버처럼.

 

 

XC90는 플래그십 모델로 우아한 품위를 지니지만, 치열한 SUV 시장의 흐름에 따라 첨단을 입고 세련된 분위기를 품는다. 더욱이 T8 트림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고 지구의 건강까지 걱정하는 맑은 마음을 가졌다. 어떻게 보면 단조롭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하지만 그 안에 앉아 있으면 지루함보다는 안락함의 농도가 더 짙은. XC90는 고즈넉함 속에서 빛이 나는 종각 같다.

글_안정환

 

 

ROLLS-ROYCE DAWN

태조가 조선의 수도를 한양으로 천도한 게 1394년이다. 서울이, 아니 종로구와 중구의 일부가 한 나라의 수도가 된 지 벌써 626년이나 됐다는 얘기다. 그래서다. 이 오래된 도시에는 아직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았다. 특히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가회동과 계동, 재동 일대가 그렇다. 이곳에는 조선 시대부터 양반들이 모여 살았고 제생원과 제중원이 있어 늘 북적거렸다. 1980~90년대에는 헌법재판소와 현대그룹 본사 같은 건물이 들어섰다. 하지만 위압적이지 않다.

 

 

지붕 낮은 오래된 동네와도 맞서지 않는다. 그 때문이다. 낡은 가게와 예스러운 한옥이 어우러진 소박한 경관은 여전히 이 동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이다. 반면 롤스로이스의 헤리티지는 고결하다. 100년 넘도록 영국 자동차의 자존심을 지켰고 영국 왕실을 대표하며 기품 있게 달렸다. 고매한 116년의 자취 속에 가장 우아하게 빛나는 모델은 던이다.

 

 

정결하게 열리는 소프트톱을 가진 던에는 1950년대 오직 28대만 만들어진 실버 던 드롭헤드 쿠페의 전통이 어렸다. 브랜드의 고상한 품격은 물론 카브리올레의 낭만과 희소한 가치가 롤스로이스 던에 고스란히 스몄다. 하지만 던은 결코 오만하거나 권위적이지 않다. 은은한 맵시를 드러내며 유유히 달릴 뿐이다. 그리고 던은 옛 동네의 정경 안에서 그저 오붓하게 배어들 뿐이다.

글_고정식

 

 

BMW 220d GRANCOUPE​

세운상가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주상복합 상가다. 상가 안 가게 대부분은 전자제품을 판매하거나 수리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몇몇 가게는 문이 닫혀 있고, 다른 가게는 간판에 불만 들어올 뿐 선반 위엔 먼지가 수북했다. 어둠이 찾아오면 세운상가에 정적만이 남았다. 들리는 거라곤 술잔 부딪치는 소리뿐이었다. 하지만 요즘 세운상가는 젊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레트로’와 ‘힙’이 그들을 세운상가로 안내했다. 상가 아래 철물점 앞에서 화보 촬영이 있는가 하면, 테이블 몇 개 안 되는 노포엔 아방가르드한 패션의 청년들이 홍탁을 먹기 위해 줄을 선다. 여기에 서울시의 ‘다시 세운 프로젝트’라는 도시 재생 사업 등에 힘입어 활기가 넘친다. 세운상가가 다시 깨어나는 것이다.

 

 

BMW 2시리즈도 세운상가처럼 새롭게 태어났다. 레트로와 힙이 세운상가 변화의 시작이었다면 2시리즈는 8시리즈와 닮은 말쑥함에 실용을 더해 앞바퀴를 굴린다. 그렇다고 브랜드의 본질과 가치를 저버리지는 않는다. 시대를 반영하며 진보할 뿐이다. 세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세운상가 아래에 잠시 멈춘 220d 그란쿠페, 시간을 초월하는 가치를 공유하며 새 꿈을 향해 나아간다.

글_김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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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안정환PHOTO : 최민석,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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