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택시와 렌털, 누가 이동시켜주나?

이용자는 택시든 렌털이든 깨끗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원한다. 두 사업체는 경쟁할 수밖에 없고 더 많은 손님을 태우기 위해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

2020.04.17

 

1879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현 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난 허츠가 미국으로 건너가 7대의 중고차에 노란색을 입힌 옐로캡(지금의 택시)을 등장시켰을 때는 1915년이다. 저렴한 가격에 차별화된 서비스로 옐로캡은 빠르게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이후 버스 운송사업에 진출했고 수요가 많아지자 택시 및 버스용 자동차를 직접 제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1924년 자동차 렌털 사업의 본격 진출은 운송사업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택시의 자리를 렌털이 빠르게 위협하자 허츠는 운송사업을 렌털로 바꾸고 규모를 확대해나갔다. 이처럼 렌털과 택시는 태생부터 갈등이 내재한 경쟁자였던 셈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본적으로 둘의 차이는 운전을 직접 하느냐, 아니면 누군가 해주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남의 차를 누군가 운전해주는 것을 택시라고 한다면, 똑같은 남의 차를 직접 운전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면 ‘렌털’로 구분했다. 그리고 사업용 운송 체계에서 택시와 렌털은 영역 구분이 확실했다. 태생부터 갈등 요소가 있으니 정부가 둘의 사업 영역을 나눠 불필요한 충돌을 방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렌털도 택시처럼 누군가 운전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받았다. 국내에서 ‘타다’로 불린 11인승 이상 승합차의 기사 포함 렌터카 이동 서비스다. 엄밀하게는 이용자가 자동차를 빌리는 것이어서 기사를 배정받을 수 없지만 11인승 이상은 기사 알선을 허용한 예외 조항이 근거였다. 물론 2014년 법 개정 당시 예외 조항을 둔 배경은 관광 목적 활성화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예외 조항의 해석이 달라졌다. 택시처럼 도심에서 짧게 이동하는 것도 이용자가 관광 목적이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실제 이용자가 관광 목적이 없어도 확인할 수 없으니 포괄적인 시각에서 기사 알선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게다가 이용자들도 환호했다. 냄새 없는 새 차, 카니발 미니밴, 앱 결제, 친절한 운전이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이동 서비스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용자와 달리 공급자는 적자에 시달렸지만 소비자에게 기업의 적자는 걱정거리가 아니었고 기업 또한 투자유치로 적자를 메워가며 서비스를 확대해 나갔다. 일단은 덩치를 키우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택시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같은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정부가 택시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탓이다. 이에 따라 택시도 앱 결제, 친절한 운전, 냄새 없는 차를 내걸고 나왔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항목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카니발 미니밴을 택시로 사용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유는 디젤 택시로 사용 가능한 차종이 없어서다. 물론 법적으로 현재 디젤 택시 판매는 허용돼 있다. 하지만 연료의 세제 혜택이 택시로 디젤 승용차를 판매하는 제조사도 전혀 없다. 승용 대비 보증기간이 길다는 점에서 굳이 돈 들여 택시용 디젤 승용차를 내놓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래서 선택한 차종이 스타렉스 LPG다. 하지만 같은 비용을 낼 때 스타렉스와 카니발이 주는 느낌은 매우 색다르다. 만약 “미니밴 택시의 이용 비용이 같을 때 카니발을 부를 것인가? 아니면 스타렉스를 호출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은 카니발을 선호한다. 그래서 ‘타다’의 혁신을 자동차업계에선 ‘카니발의 혁신’으로 부를 정도다. 엄밀히 보면 타다의 이동 방식을 선호했던 게 아니라 중형 세단 일반 택시보다 비싸되 중대형 세단의 모범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세단보다 훨씬 큰 카니발을 이용한다는 점에 열광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새 차라는 점에서 냄새 없는 것은 부수적으로 따라온 장점이었을 뿐이다.

 

심판자로 나선 정부는 그래서 법을 개정했다. 유상 운송 방식은 다양하지만 결국 택시와 기사 알선 렌털의 사업이 충돌한다는 점에서 ‘플랫폼 택시’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신설해 ‘렌털’의 기사 알선 영업을 법적으로 보장했다. 하지만 ‘플랫폼 택시’도 넓은 의미에선 택시 범주에 편입된 만큼 택시와 마찬가지로 운행대수 총량과 요금이 일정 범위 내에서 통제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반면 요금 이외 사업 확대는 모두 허용한다는 방침도 천명했다. A에서 B까지 이동할 때 택시든 기사 포함 렌털이든 경쟁 조건은 이제 공정해졌으니 운송, 즉 모빌리티 사업자들이 이용자 만족도 향상을 위한 내부 경쟁으로 ‘적자생존’ 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그래서 본격 경쟁은 지금부터다. 생존하려면 택시도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냄새 문제 해결 방안은 노후차를 교체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리고 개인이든 법인이든 새 차로 바꾸는 것은 일종의 선제적 투자에 해당된다. 물론 투자가 선행되면 운행 과정에서 그만큼 투자에 따른 결과를 회수해야 하는데 방법은 이용자를 많이 태우는 게 최선이고 이때 호출 사업자의 영향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최근 모빌리티 업계에서 출고 3년 미만의 택시만 골라 이용자를 연결하려는 서비스가 준비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개정안은 ‘타다금지법’이 아니라 ‘택시혁신법’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50년 동안 변화가 없었던 택시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택시는 좋은 서비스로 수익을 내려면 투자를 해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이때 고민에 대한 호소는 더 이상 정부에 할 수 없다. 친절하지 못해, 냄새가 심해 호출 연결이 되지 않는 건 서비스 마인드 결여에 따른 개인의 결과이니 말이다.

글_권용주(<오토타임즈> 편집위원,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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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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