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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에 맞서다, BMW 모토라드 GS 트로피

모터사이클을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넘어지고, 미끄러져도 계속 달렸다. GS 정신 때문이었다

2020.04.23

 

뉴질랜드 북섬의 한적한 시골길. BMW F 850 GS를 타고 자갈과 흙이 뒤엉킨 비포장도로 위를 빠르게 달렸다. 디지털 계기반에 속도계가 시속 100km를 가리켰다. 노면이 미끄러운 오프로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찔한 속력이었다. 미세한 컨트롤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방심하는 순간 도로 어딘가에 내동댕이쳐질 것이 뻔했다. 법을 어기고 과속한 것은 아니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생활 거주 구간이나 스쿨존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도로가 시속 100km 주행을 허용한다.

 

이곳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대자연이 국토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길은 형태를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이다. 인구가 밀집한 시내는 포장도로다. 그러나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어느 순간부터 자갈길이 이어진다. 그러고는 곧 오프로드용 자동차도 오르기 힘든 험로, 낭떠러지 옆으로 이어지는 좁은 산길, 부드러운 모래가 깔린 해변, 물살이 거센 강이 내 앞을 막아섰다. 한국에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주행 환경을 수없이 만났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 깊이 담겨 있는 영혼의 소리가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왔다(보통은 욕이다).

 

 

일부러 랠리를 위해 코스를 마련할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시골길을 따라 달리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도전이다. 일부 구간은 상당한 험로였다. 산 중턱을 오르며 몇 번씩이나 스로틀을 놓고 그 자리에 드러눕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모터사이클을 멈출 수 없었다. 내가 멈추면 팀이 멈추고, 팀이 멈추면 대열 전체가 지체된다. 나와 함께 달리는 100여 명의 GS 라이더들이 같은 코스에서 도전을 했다. 단지 모두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달리는 랠리 형식일 뿐이다. 결국 자신과 싸움이었다. 나의 한계를 계속해서 경신하며 앞으로 나가야 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목적지에 무조건 도착해야 한다는 규칙은 심리적으로 나를 압박했다.

 

 

GS 정신을 위해

GS 트로피는 BMW 모토라드가 개최하는 글로벌 랠리 이벤트다. 멀티퍼포스(다목적) 모터사이클을 대표하는 GS 시리즈를 타고, 다양한 주행 환경을 경험하는 것이 목적이다. 모터사이클 단일 브랜드가 개최하는 이벤트 중에선 최대 규모다. 그렇다면 제조사는 무슨 이유로 이런 경기를 여는 것일까? 왜 모두들 사서 고생하는 것일까? 이유는 하나다. ‘GS 정신’을 계승하기 위함이다. GS 정신이란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의 단단한 목표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넓은 세계를 탐험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라이더의 실력을 입증하고, 국가별 팀워크를 발휘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GS 트로피는 2년마다 개최된다. 공식 대회가 끝나면 그다음 해에 국가나 지역별 경쟁을 통해 세 명의 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한번 선수로 참가하면 다시 선수로 참가할 수 없다. 그래서 매번 새로운 선수가, 새로운 전략으로 도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9년 9월 한국팀 선발전에서는 윤연수(23), 권혁용(46), 김현욱(33) 선수가 종합 점수 1, 2, 3위를 차지하며 GS 트로피 참가 티켓을 확보했다. 이들 모두 강인한 체력, 섬세한 라이딩 실력, 뛰어난 정신력을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꿈에 그리던 기회를 잡았다.

 

 

올해 한국팀의 전력은 어느 때보다도 뛰어났다. 어릴 때부터 오프로드용 모터사이클을 타며 각종 대회에서 입상한 윤연수는 젊은 피와 수준 높은 라이딩 실력을 무기로 내세웠다. 팀에서 가장 맏형이면서도, 모터사이클뿐 아니라 다방면에 경험이 많은 권혁용 선수는 팀의 리더로 제격이었다. 김현욱 선수는 분위기 메이커이자 힐러였다. 언제나 뒤에서 부드럽게 모든 팀원을 챙기면서 여러 방법을 동원해 지원했다. 필요할 때 가장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나는 미디어 자격으로 한국팀에 속했다.

 

보통 GS 트로피는 3명의 선수와 1명의 미디어가 한 팀으로 구성되어 호흡을 맞춘다. 그리고 경기가 열리는 8일 동안 모든 일정을 함께한다. 각 팀은 장거리 랠리를 완주해야 할 뿐 아니라, 스페셜 스테이지라고 불리는 경기에 참가해서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 이렇게 얻은 점수와 모터사이클 파손 상태, 기타 페널티 등을 종합해 매일매일 종합 순위를 가린다.

 

올해 대회에는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북아프리카와 중동 같은 새로운 팀을 포함해 총 22팀(40개국 라이더)이 참가했다. 대회 진행을 위한 관계자나 서포터까지 합치면 라이더만 100여명에 달한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국제 여성팀이 두 팀이나 참가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중국팀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문제로 아쉽게도 참가를 포기해야 했다.

 

 

올해로 7회를 맞는 글로벌 수준의 대회이니만큼 경기 진행 노하우뿐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대단했다. 100여 대의 GS뿐 아니라 모든 모터사이클을 정비할 규모의 정비팀과 기술적 지원 장비를 갖췄다. 위성 인터넷과 와이파이의 기술적 지원과 함께 모든 참가자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IT 센터, 픽업트럭과 SUV 등 여러 대의 지원차, 긴급 구조 헬기 등이 행사에 투입됐다. 이 모든 것이 대회가 진행되는 8일 내내 선수들과 함께 이동했다.

 

편도라는 랠리의 특성상 물병 하나도 그 자리에 남겨두고 갈 수 없다. 모든 일행이 뉴질랜드 북섬에서 남섬까지, 8일간 약 2570km를 움직였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적게 달린 날은 하루 280km, 많이 달린 날은 430km를 달렸다. 그중 60%에 달하는 구간은 오프로드였다. 춥고 배고프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었다고 이야기하면 이해가 될까? 설명만으로 실감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현장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참으로 대단했다.

 

 

새로운 경험을 즐기고 빠르게 적응하라

‘It’s not a race. But a team competition.’ BMW가 GS 트로피에서 가장 강조하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경주하듯이 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팀 간 경쟁은 중요하다’는 의미다. 스페셜 스테이지가 대회의 중심에 있는 이유다. 우리가 달리는 코스 중간에는 매일 2~4개 스페셜 스테이지가 마련된다. 여기서 모든 팀은 특정 과제를 수행해서 점수를 획득한다. 문제는 모든 스페셜 스테이지에 대한 정보가 철저하게 비밀이라는 점이다. 경기 직전까지 무엇을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알 수 없다. 이전 대회들에서 나온 유형을 통해 무엇을 할지는 대충 알고 있지만, 규칙이 계속 변하기에 임기응변이 가장 중요했다. 물론 한국팀도 지난겨울 동안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스페셜 스테이지를 꾸준히 연습했다. 무동력으로 모터사이클 끌기, 텐트 빠르게 치기,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 찾기, 눈감고 모터사이클 타며 일정한 거리 가기 등이 대표적이다.

 

 

도전 과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페셜 스테이지나 모터사이클 라인딩만으로 GS 트로피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중요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8일간 우리 모두는 각자에게 지급된 동일한 장비로 생활했다. BMW에서 텐트, 침낭, 안전 보호 장비, 몇 벌의 옷과 양말, 모자 등을 제공했다. 모든 짐은 매일 아침 전용 트럭으로 다음 캠프 장소로 옮겨졌다. 따라서 우리는 사전에 지급받은 120ℓ 크기의 가방에 모든 짐을 최대한 욱여넣어야 했다. 최소한의 짐으로 모든 일정을 효과적으로 소화하는 것. 마치 보이지 않는 스페셜 스테이지 같았다.

 

또 다른 과제는 캠핑이었다. 야외 캠핑은 GS 트로피의 묘미다. 대회 앞뒤로 준비 기간까지 합치면 약 10일간 각자가 개인 텐트를 치고 생활했다. 캠핑 좀 해본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매일 텐트 치고 개인 장비를 정비하면서 모터사이클로 370km 거리를 이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해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실제로 스케줄이 무척 빠듯했다.

 

 

오전 4시 30분이면 이미 옆집에 누군가 부스럭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나도 일어나 잠이 덜 깬 상태로 침낭과 텐트, 개인 짐을 허겁지겁 싼다. 그 후 모든 라이딩 기어를 입고 아침을 먹고, 6시 30분까지 짐을 모두 트럭에 싣는다. 아침 7시에 팀별 브리핑을 한 후 10분 간격으로 두 팀씩 출발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6시까지 주행과 스페셜 스테이지다. 저녁 6시 숙소에 도착하면 다시 적당한 장소에 짐을 풀고 텐트를 친다. 샤워하고, 저녁 먹으면 밤 9시. 매일 밤 9~10시에 그날의 팀별 점수를 공개하고 종합 순위를 발표한다. 밤 10~12시 사이에 취침하면 하루가 끝나고, 다음 날 새벽 5시부터 모든 일정이 반복된다. 처음 3일간 정신이 없었다. 하루가 총알처럼 지나갔다. 물론 모든 부분이 점점 익숙해진다. 그에 따라 행동도 빨라진다. 장비를 처음 받은 날 텐트를 치는 데 30분쯤 걸렸다면, 마지막 날에는 7분 정도면 해결됐다. 일찍 일어나는 것도, 먼지를 뚫고 미끄러운 오프로드를 장시간 달리는 것도, 심지어 스마트폰 없이 사는 삶도 며칠 만에 적응했다. 사람의 적응 능력은 놀라울 만큼 빠르고 정확하다.

 

 

F 850 GS를 타고 오프로드를 달리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내 뒤에서 달리는 윤연수 선수가 말했다. “뒤에서 보니 주행 실력이 매일매일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어제보다 오늘 더 빨라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모터사이클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건 분명 위험하다. 하지만 동시에 즐거운 일이다. 타이어 마찰력이 낮은 노면에서는 뒷바퀴가 계속해서 미끄러진다. 그러면 차체는 곧 넘어질 것처럼 크게 휘청거린다. 200kg이 넘는 기계 덩어리가 불안한 상태에 빠지기 전에 다독이는 건 순전히 라이더의 몫이다. 스로틀과 브레이크, 핸들의 제어뿐 아니라 몸무게를 좌우로 실어 타이어 접지력을 살려낸다. 맞다. 살려낸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오프로드의 매력은 아찔한 순간과 균형 잡힌 라이딩이 공존한다는 데 있다. 때로는 정석대로 균형을 잡아야 하지만 때로는 일부러 균형을 무너트릴 필요도 있다. 뒷바퀴가 사방으로 튈 때, 세상의 모든 균형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끝까지 제어하겠다는 집중력을 발휘하면 넘어지지 않고 원하는 라인을 찾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그 쾌감이 대단하다.

 

 

모두가 주목한 팀 코리아

올해 대회에선 한국팀의 선전도 주목할 만했다. 대회 첫날 ‘도강 코스’와 ‘눈 가리고 코스 통과하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종합 1위로 시작. 둘째 날 ‘자갈밭에서 무동력 끌기’, ‘해변에서 코스 랩타임’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1위를 유지했다. 3일 차에서 스페셜 스테이지 두 개를 아쉬운 성적으로 마무리했음에도 종합 1위를 굳건하게 지켰다. 처음엔 1위라는 사실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주변을 보니 더 중요한 것이 존재했다. 한국팀이 GS 트로피 대회의 중심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많은 팀과 대회 관계자가 우리를 찾아와 축하해줬다. 우리가 손 내밀기 전에 이미 우리에게 다가왔다. 두 바퀴 문화가 아직은 부족한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온 선수들이, 뛰어난 성적으로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사실에 모두가 놀라워했다. 언어적 문제나 문화의 차이로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는 기존 아시아 팀들의 분위기를 과감하게 깨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우리는 성적과 별개로 더 즐길 수 있었는지 모른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그들과 떠들고 춤추며 교감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양치하러 가는 길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서로의 안부를 자연스럽게 물었다. 즐거웠다.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절제된 무언가가 해방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이 세상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물론 그만큼 부담도 됐다. 처음부터 주목 받은 이유 때문이었을까? 아쉽게도 그 후에 여러 스페셜 스테이지에선 운이 따르지 않았다. 열심히 연습한 ‘타이어 교체’나 ‘밀어서 시동 걸기’ 등에선 사소한 문제로 점수를 크게 잃었다. ‘이론 문제 풀기’처럼 예상치 못한 테스트도 있었다. 무엇보다 대회 8일 차, 마지막 경기의 실수가 컸다. 더블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릴레이 코스 랩타임’에서 코스를 이탈하는 실수가 발생했다. 특정 선수의 잘못이 아니었다. 팀 릴레이라는 특성상 모두의 실수이기도 했다. 그렇게 대회 마지막 날, 한국팀은 최종 순위 5위를 기록했다. 운이 따랐다면 2위까지 노려볼 만도 했다. 하지만 따르지 않는 운도 우리의 실력이었다. 그래도 그동안 참가한 한국팀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우리를 위로했다.

 

 

“8일 연속 캠핑했으니 앞으로 8개월은 캠핑 안 할 거 같아요.” 캠핑 마니아 김현욱 선수가 웃으며 말했다.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3년을 고생했는데 이제 끝이네. 여운이 길 거 같아.” 권혁용 선수가 마지막으로 텐트를 접으며 모두를 격려했다. 여운. 그의 말이 맞다. 이번 GS 트로피에 참가하기 위해 나도 2년을 준비했다. 막상 뉴질랜드로 떠나기 직전에는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미지의 세계에 마주한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사히 2740km를 완주한 후엔 산 정상에 오른 듯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그땐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산을 빠르게 내려가고 싶었다. 그런데 일상으로 돌아오니 뉴질랜드에서 고단했던 모든 순간이 그립다. 매일매일 나를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불편함이 가득했던 그 상황을 다시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 그래, 이게 BMW 모토라드가 말하는 ‘GS 정신’이다. 이젠 머리가 아니라 경험으로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다.
글_김태영(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험을 즐기는 BMW F 850 GS

2020년 GS 트로피에서는 기존 BMW R 1200 GS가 아니라 F 850 GS로 참가 기종을 바꿨다. 그만큼 좀 더 날렵한 오프로드 주파 성능을 강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F 850 GS는 탈수록 라이딩에 자신감이 붙는 파트너다. 앞 21인치 휠을 달아 험로 주행성을 강화하고, 전자제어 댐핑과 프리로드 조절이 가능한 뒤 서스펜션으로 주행 성격을 쉽게 바꾼다. 수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엔진이 만드는 최고출력은 95마력. 스로틀을 활짝 열고 달릴 때,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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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BMW 모토라드,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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