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제바의 밀도

하나하나 알려주고 싶은 여자가 아닌, 되레 배울 게 많을 것 같은 여자다

2020.05.01

연청 데님은 밀리언코르, 슈즈는 포에버21, 핑크 스윔웨어와 실버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순정 만화에서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꽁냥꽁냥이 시작되는 3~4회쯤, 청천벽력같이 등장하는 남주의 약혼녀 내지는 첫사랑의 (절망적인) 비주얼이라고나 할까. 사연 있는 듯 슬퍼 보이는 눈빛, 상대가 원하는 어떤 환상이라도 충족시켜줄 것만 같은 관대한 미소, 부사가 필요 없는 몸매. 그녀의 선과 굴곡 하나에 이렇듯 쉽게 서사가 쓰인다.

 

촬영 전 제바의 사진과 촬영 시안을 번갈아 보며 포토그래퍼와 상의 도중 포토그래퍼가 물었다. “배경 컬러는 어떻게 할 거예요?” 오렌지? 블루? 어떤 색도 과할 것 같았다. 도무지 그녀와 어떤 컬러를 매치할지 머리가 새하얗다.
“하얀색이요.”
“응? 그냥 흰색?”
“네, 그걸로 충분해요.”
그리고 촬영 당일, 길고 늘씬한 그녀가 카메라가 비추는 하얀 화면 안으로 또각또각 걸어 들어왔다. 연출하고자 하는 느낌을 말하자 벽에 홱 기댔다 털썩 앉으며 프로답게 포즈를 취했다. 강한 조명을 뚫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다른 것은 무엇도 필요치 않았다.

 

 

원래부터 주목받는 것을 좋아했다. 피팅, 뷰티, 웨딩 등 다양한 분야의 모델로 활동하다 지인의 소개로 5년 전 레이싱 모델 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얼굴, 몸짓에서 자연스러운 섹시함을 풍기는 그녀가 왜 그제야 레이싱 모델을 시작했는지는 의아할 정도. 평소 낯을 많이 가린다는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돌변하는 천생 모델이다. “카메라 앞에서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을 연기하는 것이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요. 재미도 있고요.” 아닌 게 아니라 제바는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작년 국내 최대 게임 전문 전시회 <지스타 2019>에서 게임 캐릭터 헤카미오네를 재현한 제바를 두고 ‘제카미오네’란 별명이 붙은 것. 캐릭터로 분한 그녀의 모습은 99%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마치 캐릭터에 담긴 이야기까지 흡수한 듯 말이다.

 

제바는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한국아트라스비엑스 모터스포츠팀의 소속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모델을 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작년 CJ 슈퍼레이스에서 자신이 담당하는 김종겸 선수가 챔피언이 됐을 때를 꼽았다. “함께 고생한 팀이 인정받은 것도 뿌듯하지만 제가 케어하고 응원하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두니 울컥하고 감격스러웠어요. 이 일 하기 정말 잘했다 생각한 순간이죠.” 혼자 잘해서 칭찬받았을 때보다 팀이 사랑받을 때가 더 기쁠 만큼 팀에 대한 애정과 레이싱 모델로서 자부심이 남다른 그녀다. 그러다 보니 팀 성적이 좋지 않거나 선수들이 힘들 때면 아무리 카메라 앞이라 할지라도 표정 관리가 쉽지 않다.

 

블랙 튜브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과 뱅글은 모델 소장품.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줘야 하는 모델 일이 힘들진 않을까? 가장 힘들 때가 언제냐 물었더니 의외로 담담하고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추울 때 얇은 옷 입고 예쁜 척하는 거요?”(웃음) 물론 사람인지라 스트레스 받는 일이 왜 없을까. 그러나 그녀는 ‘일희일비’하기보다 건강하게 털어버리는 쪽이다. 몸매 관리 때문에 자주 못 먹는 매운 닭발을 먹으며 ‘길티 플레저’를 느끼고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시끄러운 곳에 가서 ‘가무’를 즐긴다. 늘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다 집에 돌아와 공허할 때면, 측근을 만나 수다를 떨거나 끊임없이 움직이려 한다. 반려견 ‘발망’과 반려묘 ‘구찌’를 목욕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 황제 페키니즈인 발망은 털이 많아 씻기는 데 3시간은 족히 걸린다.

 

요즘은 친한 모델들과 함께 하는 등산 모임에 흠뻑 빠졌다. 피트니스 센터가 어울리는 외모로 배낭을 메고 산을 향한다. 좋은 사람들과 상쾌한 바람을 쐬고 근사한 풍경을 눈에 담는다. 주변을 전부 태워버릴 듯 뜨겁고, 꺾이면 부러질 듯 꼿꼿하게 살지 않는다. 지금의 제바는 냉정하고 유연하다. 딱 필요한 만큼의 힘을 꺼내 쓰는 그녀는 노련한 여자다. 예쁜 건 당연하고.

스타일링_박선용

 

 

 

 

모터트렌드, 모델, 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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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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