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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가 사랑한 자동차는?

세계를 주름잡는 산유국들이 즐비한 중동에는 왠지 천문학적인 재산을 자랑하는 부자도 많을 것 같다. 중동은 정말 럭셔리 자동차의 천국일까?

2020.05.11

 

만수르라는 이름은 한국에서 부자의 대명사다. 오일머니가 보여준 막대한 재력이 한국인들을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 연방의 부총리인 만수르는 공식 재산만 34조원이다. 주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인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정유사다. 한국에 상장된 모든 회사를 다 합해도 아람코의 주가총액보다 적다. 국제통화기금의 2020년 추정 1인당 구매력지수(PPP)를 보면 1위 카타르, 7위 아랍에미리트, 8위 쿠웨이트, 14위 사우디아라비아, 21위 바레인, 26위 오만이다. 뒤이어 28위가 일본, 29위가 한국이다. 빈부격차까지 반영된 수치는 아니지만, 최소한 부자가 많다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현실이 이러하니 세계 최고급 브랜드들은 오일머니의 영향력을 꽤 받을 수밖에 없다. 기본가 240만 유로, 한화로 30억원이 넘는 부가티 시론의 경우 초기 예약된 300대 중 약 23%인 70대가 중동에서 계약됐다. 부가티는 판매대수와 관련한 통계를 발표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부가티의 중동 지역 판매량을 전체 물량의 25% 정도로 예상한다.

 

롤스로이스도 중동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20년 5152대를 판매하며 116년 역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한 롤스로이스는 중동에서 통상 10~15%를 판매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롤스로이스는 중동에서 600대 정도 판매했다고 한다. 전년 대비 29%나 증가했다. 이 지역은 롤스로이스 최초의 SUV인 컬리넌 판매 비중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고 전했다.

 

 

반면, 최고급 SUV 벤테이가를 판매하고 있는 벤틀리는 지난해 중동에서 고전했다. 2018년 974대를 판매했는데 지난해에는 852대로 떨어졌다. 전 세계 판매량은 1만494대에서 1만1006대로 4.9% 증가했지만 중동에서는 14.3%나 하락했다. 벤틀리는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서는 모두 초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동과 중국을 비롯한 그 밖의 시장에서는 일제히 실적이 떨어지며 편중된 성적을 나타냈다. 벤틀리의 성장세는 콘티넨탈 GT 쿠페와 컨버터블이 주도했다. 전년 대비 판매량이 54%나 증가했다. 콘티넨탈 GT는 스포츠 성향이 강한 2도어 GT다.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지역의 럭셔리카 시장은 스포츠카나 GT보다는 SUV나 세단을 더욱 선호한다. 벤틀리의 판매량이 지역에 따라 크게 갈린 건 바로 그 때문이다.

 

페라리는 지난해 중동에서 309대를 판매했다. 2019년 페라리의 전 세계 실적이 1만131대였으니, 비중으로 따지면 3.1%에 불과하다. 부가티와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비교하면 중동 시장의 비중이 꽤 낮다. 참고로 페라리의 중동 시장은 한국보다 구매력지수가 높은 중동 7개국에 레바논 한 나라만 더한 집계다. 페라리의 인기는 유럽에서 확실히 높다. 단일 국가로는 영국이 1120대로 1위, 독일이 967대로 2위다. 홍콩과 대만을 더한 중국의 판매량이 836대인 걸 감안하면 꽤 높은 인기다. 각각 559대, 454대, 452대를 기록한 이탈리아와 스위스, 프랑스와 비교해도 중동 전 지역의 페라리 판매량이 더 낮다. 8502대로 전 세계에서 전년 대비 43% 성장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거둔 람보르기니는 2019년 중동에서 387대를 판매했다. 비율로 따지면 4.7%다. 마찬가지로 중동 시장은 스포츠카를 그리 선호하진 않는다는 걸 드러내는 성적표다.

 

실제 2018년 기준 아랍에미리트의 신차 판매 비율을 보면 SUV가 46%, 세단이 33.8%를 차지했다. 80%에 가까운 사람이 편안한 차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스포츠카와 해치백은 각각 8.3%와 7.6% 선택받았다. 물론 모래사막으로 유명한 중동에서도 대체로는 포장된 도로를 달린다. 하지만 장거리를 이동한다면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일도 여전히 많다고 한다. 또 왕가에서는 매사냥 등 여가를 즐기기 위해 사막으로 향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래서 벤틀리는 뮬리너 프로그램을 통해 벤테이가 팰컨리라는 중동 맞춤형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팰컨리(Falconry)는 매사냥이란 뜻이다. 벤틀리가 중동에서 인기 있는 건 이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들의 마음을 살피는 이유도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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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벤틀리,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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