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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이 기능, 나만 별로야?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도입된 기능이 오히려 불편하거나, 불필요하다 싶을 때가 있지 않나? 각자 주관적인 관점에서 있으니만 못한 기능에 대해 이야기했다

2020.05.11

 

님아, 그 스크린에 빠지지 마오
터치스크린

요즘 자동차 브랜드들은 센터페시아를 터치스크린으로 대체하는 데 혈안이다. 우리가 속한 디지털 세계는 어떤 군더더기도 모조리 터치스크린에 집어넣어버릴 기세다. 디지털이 구현하는 고도의 간결함, 그 속에 압축된 디스플레이에 압도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실크 슬립만 걸친 애인처럼 똑 떨어지는 실루엣이 섹시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기능을 스크린 속에 감추고 있어 운전 중 치명적이다. 반면 센터페시아의 조작 버튼과 컨트롤러는 눈을 맞추지 않아도 손끝에 다가와 감응한다. 섹시한 맛은 빠지더라도 직관적이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테슬라의 모델 3는 와이퍼, 에어컨 등 거의 모든 기능을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해야 한다. 나만 터치스크린의 인기가 불편한 걸까? 작년 <모터트렌드> 12월호에는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터치스크린에 관한 불편한 진실’. 기사는 존 S. 매케인호와 유조선의 충돌 사고가 지나치게 복잡한 터치스크린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 아름다운 것이 이렇게나 위험하다.
장은지

 

 

아름다움의 처절한 대가
변속 다이얼

변속기는 늘 레버로 조절했다. 센터콘솔에 있든 스티어링 칼럼에 있든 센터페시아에 있든, 길고 짧은 레버를 위아래로 움직여 단을 맞췄다. 그런데 최근에는 변속기도 전자식으로 바뀌며 버튼이나 다이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좋은지 모르겠다. 다이얼 방식이 특히 그렇다. P가 버튼이고 왼쪽은 무조건 R, 오른쪽은 언제나 D인 방식은 그나마 낫다. P, R, N, D 등으로 나뉜 건 혼동이 잦다. P에 넣은 줄 알았는데 R에 들어가 있던 적도 있었고, D로 맞춘 것 같은데 N이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들어간 걸 매번 눈으로 확인하면 아무 문제 없다.

 

다만 자동차는 안전이 늘 우선이어야 한다. 언제든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오조작을 방지하도록 설계해야 하는데, 다이얼 방식의 자동변속기는 오히려 오조작을 유발한다. 비영리기관인 미국 소비자협회에서 발간하는 <컨슈머 리포트> 역시 지난 2017년 다이얼이나 버튼 방식 변속기에 대해 “직관성이 떨어지고 운전자의 혼란을 야기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기술은 진화해야 한다. 디자인도 좋아져야 한다. 하지만 최우선은 안전이다. 아무리 첨단이라도, 눈부시게 아름답더라도 생명보다 소중할 순 없다.
고정식

 

 

객보다 못한 호스트
순정 내비게이션

내 차에 있는 내비게이션을 쓰지 않은 지 5년도 넘었다. 손바닥만 한 디스플레이에는 늘 날짜와 시간만 떠 있다. 나름 터치스크린이지만 그걸 마지막으로 터치했던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이럴 거면 돈을 더 내고 왜 내비게이션 옵션을 넣었는지 한심스럽다. 시승차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길을 찾아가야 할 땐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연결한다. 만약 차에 그게 없으면 컵홀더에 스마트폰을 끼워놓고 운전한다. 티맵이나 카카오내비보다 정확하고 든든한 순정 내비게이션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아쉬운 건 순정 내비게이션을 쓰지 않으면 계기반에 뜨는 지도나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길 안내를 받을 수 없단 거지만 적어도 엉뚱한 길이나 막히는 길을 일부러 찾아가는 내비게이션 때문에 속 터질 일은 없다. 나만 그럴까? 아마 꽤 많은 운전자들이 순정 내비게이션보단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신뢰할 거다. 모든 차가 순정 내비게이션 대신 쌍용차처럼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계기반에 미러링하는 기술을 넣어주면 좋겠다. 무선이면 더 좋고.
서인수

 

 

무선이라고 편리한 게 아냐
무선 애플 카플레이

나는 ‘얼리어댑터’와는 거리가 멀다. 남보다 먼저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기보다 완벽한 제품을 만났을 때 만족감이 더 크다. 아무리 최신 제품이나 놀라운 기술이라도 기능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가 나에겐 그렇다. 처음 신형 A6를 시승했을 때 케이블 대신 블루투스로 애플 카플레이를 실행하는 모습에 정말 놀랐었다. 애플 카플레이로 여러 기능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내 경우 100% 내비게이션 앱인 T맵을 사용한다. 현대·기아차에 내장된 내비게이션을 제외하면 여타 브랜드의 것은 T맵보다 기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대에 찬 마음으로 블루투스로 애플 카플레이를 연결하고 T맵 내비게이션을 실행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10분도 채 이용하지 않고, 블루투스 연결을 끊고 가방에서 케이블을 꺼내 연결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반응성. 무선 연결이라 그런지 생각보다(유선보다 훨씬) 반응이 늦었다. 애플 카플레이에서 띄우는 내 위치가 실제 위치보다 30m나 뒤에 있었다. 고속도로에서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지만 골목길이 많은 시내를 달린다면 운전자는 혼란에 빠질 게 자명해 보였다. 운전자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어떨 때는 연결이 잘됐는지 순식간에 20m를 따라온다는 점이다. 도무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유선 연결 수준으로 나올 때까지 이 기능은 보류하는 게 좋겠다.
김선관

 

 

누구를 위한 기능인가?
자동주차

사실 10년 전 차를 살 때 폭스바겐 골프에 자동주차 기능이 있는 줄 몰랐다. 차를 사놓고 보니 있었고 처음에는 신기해서 몇 번 사용하다 지금은 전혀 쓰지 않는다. 지난 10년 동안 10번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직접 하는 게 더 빠르기 때문이다.

 

당시 골프에 들어간 자동주차 시스템은 초기형 버전으로 일렬주차만 할 수 있었다. 차는 운전대만 돌려주고 전진과 후진을 내가 넣어야 하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도 내가 밟아야 한다. 그것도 차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자동주차 기능이 풀리면서 작동을 멈춘다. 다시 자동주차를 하려면 차가 원하는 조건에 차의 위치를 맞춰야 한다. 사람의 편의를 위한 시스템인데, 그 시스템이 제공하는 편의를 누리려면 차가 원하는 조건을 맞춰야 했다. 그래서 불편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지금 생각해도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기능이다.
이진우

 

 

손맛이 아쉬워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요즘 웬만한 차에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시스템이 들어간다. 버튼을 당겨 주차 브레이크를 걸고, 눌러서 해제하는 방식이다. 변속 레버를 ‘P’에만 놓아도 알아서 주차 브레이크를 걸기도 한다. 얼마나 편리하고 안전한가. 또 이게 있어야 요즘 많이 사용하는 ‘오토홀딩’ 기능도 누릴 수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에 완전히 멈춰 서는 기능까지 갖추려면 이 역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어쨌든 편리한 주차 브레이크 시스템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썩 내키지 않는다.

 

과거 주로 사용하던 핸드 브레이크가 더 익숙하고 직관적이다. 손으로 직접 당겨야 직성이 풀리고 안심이 된다. ‘지잉~’ 하고 울리는 전자음보다 기계적인 ‘끼리릭!’ 소리에 더 정감이 간다. 또 이 핸드 브레이크를 잘만 활용하면 멋진 ‘J턴’도 구사할 수 있다. 진정한 드라이버라면 역시 핸드 브레이크다. 내 차에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시스템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 하는 소리가 절대 아니다. 나는 손맛을 중시하는 드라이버니까. 수동 변속의 손맛은 빼고.
안정환

 

 

 

 

모터트렌드, 자동차, 불필요한 자동차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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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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