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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바라본 다양한 색을 지닌, 서울의 밤

서울은 활기차면서 느긋하고 화려하면서 고독하다. 복잡하면서 고즈넉하고 차가우면서 따뜻하다. 그런 서울의 밤 풍경을 넉 대의 자동차와 담았다

2020.05.13

 

오후 7시 30분 여의도
DS DS7 크로스백

여의도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빽빽이 솟은 마천루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면 차가운 도심 풍경이 화려하게 물든다. 여의도는 그렇게 매일 밤 옷을 갈아입는다. 여의대로 옆에 경쟁하듯 들어선 새 고층빌딩은 여의도의 밤을 더욱 눈부시게 만든다. 수십 년 동안 여의도를 굽어보던 63빌딩은 더 이상 여의도의 랜드마크가 아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세월의 흔적을 채 지우지 못한 낡은 건물이 뒤섞여 있다. 큰길 하나를 건너면 이름도 낯선 오래된 아파트와 키 작은 상가 건물이 반듯하게 서 있다. 생경한 풍경에 어리둥절하다.

 

 

DS7 크로스백은 여의도 같다. 밤에 더 아름답다. 스마트키로 잠금장치를 풀면 헤드램프 안에 있는 세 개의 LED 램프가 빙그르르 돌며 영롱한 빛을 발한다. 세모난 보석이 다닥다닥 박힌 것 같은 테일램프도 화려하다.

 

 

시트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면 도어 안쪽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앰비언트 라이트에 자꾸 시선이 간다. 마름모 모양 클러스터가 나란한 디지털 계기반도 남다르다. 나이트비전을 켜면 계기반 전체에 어두운 밤 풍경이 색다르게 비친다. 그렇게 DS7 크로스백은 여의도의 밤에 녹아들었다.

글_서인수

 


 

 

오후 9시 문래동
BMW Z4

키가 작은 문래동은 단단하다. 주변으로 고층 아파트와 빌딩이 올라서는 동안 꿋꿋이 자신의 키를 유지한 채 ‘쇠질’을 잇고 있다. 대부분 작은 철공소들이지만 한데 옹기종기 모여 대형 제철소 버금가는 분위기를 낸다. 지금은 다소 힘을 잃었지만 과거엔 좁은 골목 사이로 기계음을 가득 메우며 철강산업의 전성기를 누리던 문래동이다.

 

 

그렇게 쇠퇴의 길을 걸을 것만 같던 철공소 골목에 젊음이 찾아들었다. 빈 철공소와 공장에 카페, 레스토랑, 공방 등이 들어섰고, 캄캄하던 밤 골목에 화사한 빛이 더해졌다. 그렇다고 골목의 풍경이 바뀐 건 아니다. 기존의 낡고 거친 느낌은 고스란히 남겼다.

 

 

단단하기만 하던 무쇠에 약간의 연성을 더한 것처럼, 문래동 철공소 골목이 유연함을 입었다. 이제는 그 거리 위로 섹시한 로드스터가 들어서도 낯설지 않다. 젊음을 제법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골목으로 거듭났다. BMW Z4 역시 그곳의 분위기를 해칠 생각이 없다.

 

 

낮은 자세로 눈높이를 맞추고, 지붕을 열고 그 공간의 공기를 만끽한다. 기본 모드에선 배기음을 뻥뻥 터트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밤엔 가로등 불빛과 선술집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Z4의 차체를 타고 또 다른 조명을 만든다. 그렇게 Z4는 문래동 거리의 부족한 빛을 함께 메웠다.

글_안정환

 


 

 

오후 10시 청담동
벤틀리 벤테이가

태양이 저문 청담동은 어둠마저도 화려하다. 명품보다 눈부신 조명으로 수놓은 명품 거리의 건물들은 낮보다 더 호화로운 자태를 드러낸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서는 고상한 감각이 뭉근하게 풍긴다. 그 이면으로 파고들어도 밤은 여전히 환하다. 현란한 간판은 밤보다 깊은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내일을 잊은 듯 흔들리는 사람들은 휘황한 거리에서 오늘마저 잊으려 애쓴다. 그렇게 찬란한 밤이 지나면 청담동에는 다시 우아한 낮이 찾아온다. 벤틀리 벤테이가는 청담동의 황홀한 이중성을 닮았다.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은 강직하고 정중하다.

 

 

벤틀리의 깊은 전통을 우아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기다란 보닛 속에는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78.5kg·m를 뿜어내는 V8 4.0ℓ 트윈터보 엔진을 품었다. 단정하게만 보이는 벤테이가는 2.5톤에 가까운 육중한 덩치로 정지 상태에서 불과 4.5초 만에 시속 100km를 돌파해낸다. 야수처럼 거칠고 막강한 성정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렇게 계속 내달리면 시속 290km까지 끊임없이 속도를 올리며 벤틀리 특유의 호화로운 다이너미즘을 여유롭게 내보인다.

 

 

다만 세차게 몰아붙이는 와중에도 벤테이가는 럭셔리 SUV 본연의 정숙성과 안락함을 유지한다. 거친 노면을 거세게 달려도 차체에는 둔탁한 진동이 전해지지 않는다. 오직 여유로운 안정감만 머물 뿐이다. 어쩌면 벤테이가의 이중성은 청담동보다 더 황홀할지도 모르겠다. 이보다 더한 반전이 또 있을까?

글_고정식

 


 

 

오후 10시 30분 이태원
메르세데스 AMG GT 63 S 4매틱+ 4도어 쿠페

도회적인 이태원에 밤이 찾아오면 물건을 흥정하는 손님도, 손님을 잡으려고 입과 손을 분주하게 움직이던 상인들도 모두 시장을 떠난다. 끝까지 내려진 셔터, 아무도 없는 길거리, 홀로 골목을 비추던 가로등 등 시장엔 정적과 어둠만이 남는다. 하지만 해밀턴 호텔 근처 길거리는 밤이 돼서야 비로소 숨을 틔운다. 전위적인 스타일의 옷과 액세서리로 치장한 사람들이 가득 차고, 술집과 클럽에서 나오는 음악이 사람들 사이의 낯선 공기를 메운다.

 

 

다양한 외국어로 방언 터지듯 이야기해도, 손에 갈색 병, 초록색 병이 들려 있어도, 길 한복판에서 미친놈처럼 춤을 춰도 이상하거나 낯설지 않다. 남의 눈치 볼 필요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곳, 이게 바로 이태원의 밤 ‘클라쓰’다.

 

 

‘클라쓰’ 하면 메르세데스 AMG GT 63 S 4매틱 플러스 4도어 쿠페와 함께한 밤을 빼놓을 수 없다. 해밀턴 호텔 길거리 간판이 발산하는 화려한 불빛처럼 도어와 대시보드, 송풍구에서 나오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운전자의 눈을 현혹한다. 모두가 잠들었을 때 V8 엔진의 배기음은 운전자에게만 허락된 유일한 음악이고, 그 음악을 지휘하는 건 가속페달에 올린 오른발이다.

 

 

도로 위에 차가 없는 밤이야말로 저음과 고음을 마음껏 오갈 수 있는, 더없이 완벽한 조건이다. GT 63 S 4도어 쿠페의 앰비언트 라이트와 배기음에 이태원의 불빛과 음악 소리를 얹었다. 둘의 만남이 꽤나 달달했다. 이날 밤만큼은 그야말로 ‘단밤’이었다.

글_김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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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최민석,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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