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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착한 자동차 공장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자동차 회사들의 탄소중립 프로젝트에도 속도가 붙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달라져야 하는 건 공장이다

2020.05.14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유엔 본회의가 열렸다. 온 세계가 힘을 모아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회의였다. 여기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버락 오바마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의 평균온도가 2℃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낮추자는 내용을 담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발의했고, 유엔 회원국 모두가 이에 동의했다. 이 협약에서 미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6~28%, 유럽은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출했다. 우리나라도 37%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벤틀리 크루 공장 -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크루 공장 야외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을 붙인 간이 차고를 설치했다.

 

탄소중립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계산하고 그 양만큼 나무를 심거나 청정에너지에 투자해 실질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전 세계 모든 곳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면 전체 탄소 배출량을 낮춰 모두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킬 수 있게 된다. 자동차 회사가 기존 공장을 친환경 공장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면 그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손가락질받던 오명을 조금은 벗을 수도 있다.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 - 투명 공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공장은 2018년 e-골프의 탄소중립을 실현했다.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

공장 하면 으레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나 커다란 굴뚝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독일에 있는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은 다르다. 일단 생긴 것부터 공장답지 않게 깔끔하고 세련됐다. 누가 공장이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박물관이나 전시장으로 생각하기 쉽다(아, 공장 옆에 전시장이 있긴 하다). 온통 유리로 만들어 투명 공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폭스바겐이 페이톤을 조립하는 곳으로 쓰기 위해 2002년 문을 열었다. 2006년까지 유럽 시장에 팔릴 벤틀리 플라잉스퍼도 이곳에서 조립됐다. 하지만 지금은 폭스바겐의 전기차 생산기지로 바뀌었다. 2017년부터 드레스덴 공장에선 오직 전기차만 생산된다.

 

 

이 공장이 남다른 건 유리로 된 근사한 건물 때문만은 아니다. 폭스바겐은 2018년부터 드레스덴 공장에서 생산한 e-골프가 탄소중립을 실현했다고 밝혔다. e-골프를 생산하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양만큼 청정에너지를 생산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었단 얘기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데는 폭스바겐 공장의 전력을 담당하는 나투르스트롬(Naturstrom)의 역할이 크다. 나투르스트롬은 폭스바겐 그룹이 2019년 설립한 에너지 공급 브랜드 일리(Elli)가 제공하는 전력으로, 전력의 대부분이 수력발전으로 얻어진다. 폭스바겐 발전소는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에 수력발전 등의 재생에너지로 얻은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 페어분트(Verbund)와 2025년까지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매년 3600톤의 이산화탄소를 아낄 수 있다. 전체 모델로 보면 연간 3만2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절약하는 셈이다.

 

 

드레스덴 공장만 탄소중립에 열심인 건 아니다. 볼프스부르크 공장은 화력발전소를 가스 증기 터빈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엠덴 공장은 물류에 사용되는 102대의 트럭을 석 대의 열차로 교체해 연간 이산화탄소를 5000톤 남짓 절약했다. 이 공장은 용접한 차를 식히는 데 사용한 물이 뜨거워지면 이를 버리지 않고 바닥에 깐 관을 통해 흐르도록 해 난방에 이용한다. 폭스바겐 공장은 누구보다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힘쓰고 있다.

 

아우디 브뤼셀 공장 - 태양광 패널과 바이오가스로 공장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의 95%를 충당한다.

 

아우디 브뤼셀 공장

2018년 3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아우디 공장이 벨기에의 친환경 인증기관 뱅소트로부터 탄소중립 시설 인증을 받았다. 일찌감치 친환경 공장으로 탈바꿈한 덕분이다. 아우디는 2012년 3만7000㎡에 달하는 공장 지붕을 태양광 패널로 바꿨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일 뿐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규모 공장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규모였다. 이로써 연간 1만7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절약할 수 있게 됐는데, 이건 약 1500명의 사람이 1년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 양과 같다. 아우디는 난방 시스템도 개선했다. 바이오가스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난방을 해결한 거다. 바이오가스는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의 배설물 등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가스다. 태양광 패널과 바이오가스로 브뤼셀 공장이 절약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4만톤에 이른다. 두 에너지는 공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95% 이상을 충당한다. 1948년 문을 연 아우디 브뤼셀 공장은 2018년부터 아우디의 첫 전기차 e-트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아우디의 목표는 2025년까지 모든 모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5년보다 30% 이상 낮추고, 모든 생산 공장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다.

 

 

벤틀리 크루 공장

영국 크루에 있는 벤틀리 공장도 탄소중립 공장 대열에 합류했다. 영국의 친환경 인증기관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는 지난해 10월 벤틀리에 PAS 2060 기준에 부합한다는 인증을 해줬다. PAS 2060은 쉽게 말해 탄소중립 인증이다. 벤틀리가 탄소중립 인증을 받은 건 태양광 패널의 공이 크다. 2019년 초 벤틀리는 공장의 야외 주차장에 1만 개의 태양광 패널을 붙인 간이 차고를 설치했다. 이로써 1378대의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공간이 2.7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발전소로 변신했다(물론 차도 세울 수 있다). 공장 지붕에 빼곡히 붙인 2만815개의 태양광 패널이 생산하는 전력을 더하면 7.7메가와트에 달한다. 1750가구의 1년 치 전력을 충당할 수 있는 양이다. 벤틀리 크루 본사는 1999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ISO 14001 환경 기준을 달성한 이후 20년 만에 탄소중립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탄소중립 실현과 함께 벤틀리의 전동화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오는 2023년까지 모든 모델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2025년까지는 모든 모델의 전기차 버전을 발표할 계획이다.

 

 

BMW 라이프치히 공장

독일 라이프치히의 BMW 공장은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단지 중심에 있던 3시리즈 생산 공장은 원래 세 개의 건물이 떨어져 있었는데 이들을 하나로 연결하기 위해 BMW가 디자인 공모전을 열었고, 자하 하디드의 설계가 채택되면서 2005년 지금의 근사한 모습으로 완성됐다. 공장 내부는 보디 작업부터 페인팅까지 과정을 직원은 물론 방문객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벽으로 완전히 막힌 공간이 없어 곳곳에서 작업 과정을 흘낏흘낏 엿볼 수 있다. 심지어 카페테리아에서도 조립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차를 볼 수 있다.

 

 

BMW는 2010년 이 공장에서 i3를 생산했다. 그리고 2017년 공장 단지에 배터리 저장소를 지었다. i3와 i8에 얹혔던, 혹은 얹힐 700개의 배터리를 저장한 곳이다. 저장소 주변에는 풍력발전기도 세웠다.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전력은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로 모두 충당할 수 있는데, 만약 전기가 남으면 배터리 저장소에서 이를 보관한다. 반대로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이 모자라면 배터리 저장소에서 끌어 쓸 수 있다.

 

BMW 라이프치히 공장 -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된다. 공장 단지에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있다.

 

BMW 라이프치히 공장은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된다. BMW 공장은 아직 탄소중립을 실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적극 사용하는 것에 힘을 쏟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라이프치히 공장은 풍력발전기가 공장을 움직인다. 영국 옥스퍼드 미니 생산 공장은 1만1500개의 태양광 패널이 3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팩토리 56 - 지붕이 남다르다. 태양광 패널을 달고 면적의 40%를 식물로 채웠다.

 

메르세데스 벤츠 팩토리 56

메르세데스 벤츠는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전날 열린 메르세데스 벤츠 전야제에서 새로운 공장을 소개했다. 독일 진델핑겐에 문을 열 팩토리 56이다. 건물부터 남다른 이 공장은 100% 디지털 체제로 운영된다. 전 세계 자동차 공장 처음으로 5G 네트워크를 도입했으며, 인공지능과 스마트 디바이스를 적용해 작업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디지털로 처리할 수 있다. 부품이나 설비 등을 옮기는 건 무인자동차가 대신한다. 필요한 부품을 시스템에 말하거나 태블릿에서 선택하면 자율주행 카트가 가져온다. 곳곳에 놓인 커다란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에선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공장의 또 다른 특징은 친환경 공장이란 점이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 매년 5000메가와트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고, 지붕의 40%에는 식물을 심어 공장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빗물 저장설비도 갖춰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했다. 신형 S 클래스와 새로운 전기차가 이곳에서 만들어질 예정이다. 벤츠는 2022년까지 유럽의 모든 공장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포르쉐 주펜하우젠 공장 -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물류를 기존의 트럭이 아닌 열차가 담당한다.

 

포르쉐 주펜하우젠 공장

포르쉐의 꿈은 환경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 공장을 만드는 거다. 이름 하여 제로 임팩트 팩토리(Zero Impact Factory). 그리고 이를 위해 독일 슈투트가르트 주펜하우젠에 특별한 타이칸 공장을 만들었다. 일단 공장 벽면에는 이산화티타늄으로 코팅한 알루미늄을 붙였다. 알루미늄이 이산화질소를 흡수하는데 햇빛이나 낮은 습도에 노출되면 인체에 해롭지 않은 물과 질산염으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126㎡의 표면에서 테스트를 진행했고, 열 그루의 나무가 이산화질소를 흡수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 밖에 깨알같이 에너지 절약에도 힘썼다. 기존 전구는 효율성이 좋은 LED 램프로 바꾸고, 도장 시설에는 작업 후 남은 열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지난해 5월 포르쉐는 주펜하우젠 공장에 새로운 열병합발전소 두 개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 열병합발전소는 공장에 쓰이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다. 각각 2메가와트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데, 바이오가스나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기에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포르쉐의 열병합발전소는 다른 열병합발전소와 달리 열과 에너지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생산된 열에너지는 공장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난방에 재활용한다. 주펜하우젠 공장은 탄소중립 실현에 바짝 다가가 있다.

 

볼보 셰브데 공장 - 엔진만 전문으로 생산하는 이 공장은 볼보에서 처음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했다.

 

볼보 셰브데 공장

볼보도 계획이 다 있다. 볼보는 2025년까지 글로벌 제조시설 모두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품고 있다. 그 첫걸음이 2018년 1월 이뤄졌다. 스웨덴 셰브데에 있는 엔진 공장이 탄소중립을 실현한 거다. 2008년 이후부터 이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모두 바이오 연료 같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했다. 그래서 볼보는 지역 업체와 손잡고 쓰레기를 태울 때 생기는 바이오가스나 재활용한 바이오 연료 등을 공장 난방에 활용하도록 하는 협의를 맺었다. “환경 관리는 우리의 핵심 가치 중 하나입니다. 탄소중립 공장이 볼보 전체의 탄소 발자국을 크게 줄여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을 지원할 것입니다.” 볼보의 지속가능 경영 총괄이사 스튜어트 템플러(Stuart Templar)의 말이다.

 

 

셰브데 공장을 시작으로 볼보 공장도 바뀌고 있다. 2018년 10월에는 벨기에에 있는 겐트 공장에 1만5000개의 태양광 패널이 들어섰다. 겐트 공장은 이미 풍력발전으로 공장에 필요한 전력의 11%를 충당하는 친환경 공장이다. 2016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40%까지 줄이는 난방 시스템을 채용했다. 볼보는 2019년 10월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자동차 한 대당 탄소 발자국을 40%까지 줄이고, 2040년까지 회사 전체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계획은 착착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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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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