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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로 알아보는 금속 3D 프린터

자동차 부품마저 프린터로 출력하는 시대다. 도면을 입력하고 Ctrl+P를 누르면 된다

2020.05.14

징어 21C

 

“안녕하세요, ‘3D 펜 장인’ 사나고입니다.” 현재 23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사나고’ 덕분에 3D 펜과 프린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의 놀라운 작업물들은 ‘비싸고 어려울 것이다’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았고, 3D 펜이 대중에게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나고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3D 펜은 FDM(Fused Deposition Modeling) 방식의 3D 프린터를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크기로 만든 제품이다. 플라스틱 소재의 필라멘트를 뜨거운 노즐을 통해 녹여 얇은 층을 쌓아 올리는 FDM 3D 프린터는 이미 교육, 의료, 건축 등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교육용 장난감이나 인공장기, 미니어처 건축물 등의 복잡한 내부 구조를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다만 자동차의 뼈대를 이루는 부품으로 사용하기에는 플라스틱 소재라는 한계가 있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을 통해 전달되는 지속적인 충격이나 큰 하중을 버티기에는 강도가 충분하지 않다. 완성차 중에서도 프린트된 플라스틱은 최고속도가 낮은 일부 초소형 전기자동차의 차체를 만드는 정도로 쓰인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슈퍼카 회사 ‘징어(Czinger)’는 자신의 슈퍼카 21C의 주요 골격을 3D 프린터로 출력했다. 이들은 어떤 프린터를 사용했기에 가능했을까?

 

 

징어가 사용하는 3D 프린터는 레이저로 금속 분말을 녹여 형태를 만드는 SLM(Selective Laser Melting) 방식이다. 원리는 이렇다. 먼저 제품이 만들어지는 공간인 체임버의 바닥에 고운 금속 분말을 아주 얇고 일정한 두께로 퍼뜨린다. 여기에 입력된 도면을 따라 네 개의 레이저가 금속 분말을 빠르게 녹여 얇은 금속층을 만든다. 하나의 금속층은 제품을 수평 방향으로 수백에서 수천 개로 쪼갠 것 중 하나의 단면이다. 그리고 금속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결(Sintering)이라고 한다. 한 층의 소결이 끝나면 체임버의 바닥은 아주 미세한 높이로 내려간다. 그 위에 금속 분말이 또 한 번 고르게 퍼뜨려진다. 여기에 다시 레이저를 쏘면 이전에 소결되었던 금속층과 새로운 금속층이 결합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점차 입체적인 형상이 만들어진다. 이후 제품에 남은 금속 분말을 털어내 표면을 매끈하게 처리하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SLM 방식은 금속 덩어리를 깎아 만드는 절삭형이나 주조 방식에 비해 부품 설계와 제작에 대한 장점들이 있다. 우선 다양한 내부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절삭형은 금속의 겉면만 가공할 수 있어 내부를 여러 모양으로 만들 수 없다. 하지만 3D 프린터는 안쪽과 바깥쪽을 동시에 쌓아 올리기 때문에 속을 비우거나 복잡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 동시에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낼 수 있어 무게도 가벼워진다. 낭비되는 재료도 줄일 수 있다. 금속 덩어리에서 잘려 나간 조각들은 마찰열에 의해 변형이 생겨 재사용될 수 없다. 그에 반해 소결되지 않은 금속 분말은 별도의 저장공간으로 보내져 다음 작업에 사용할 수 있다. 또 설계 변경이 빠르다. 주조된 금속 부품의 모양을 수정하려면 주조 틀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반면 3D 프린터는 도면만 수정해 다시 입력하면 된다. 같은 기계로 새로운 부품을 만들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는 뜻이다. 이 장점들 덕분에 21C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1. 앞 범퍼 구조물은 단순한 알루미늄 덩어리처럼 생겼지만, 그 속은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앞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의 상부 암은 경량화를 위해 속을 비웠다. 3D 프린터이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창의적인 구조다.

 

 

2. 엔진 주변은 주로 레이스카에서 볼 수 있는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로 감쌌다. 3D 프린터로 연결부를 만들고, 그 사이를 탄소섬유 튜브로 이어 강성을 확보했다. 트윈터보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내뿜는 1250마력의 힘을 견뎌낸다.

 

 

3. 21C의 서스펜션 암과 너클은 흔한 기계 부품들과는 다르게 생겼다. 곡선과 곡면으로 된 유기적인 구조가 마치 인간의 근육이 서로 연결된 모습을 연상시킨다. 설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충격을 견디는데 필요한 부분만 남긴 결과다.

 

 

4. 양쪽 터보차저에서 이어지는 한 덩어리의 배기파이프 커버는 열 배출이 쉽도록 일정한 간격으로 육각형의 구멍이 뚫려 있다. X자 모양의 불꽃을 내뿜는 독특한 배기 머플러는 후방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하도록 만들어졌다.

 


 

 

징어(Czinger)는?

징어는 창립자 케빈 징어가 만든 신생 슈퍼카 회사다. 원래 다이버전트 3D라는 이름의 회사였다. 여기에서 케빈 징어는 5년 전, 21C 개발의 발판이 된 블레이드(Blade)라는 이름의 슈퍼카를 만들었다. 블레이드의 엔진은 튜닝을 거친 700마력의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X의 엔진이었다. 2인승이지만 시트가 차의 정가운데에 달린 1+1 구조를 가졌다. 차의 뼈대는 탄소섬유 튜브와 3D 프린터로 만든 티타늄과 알루미늄 부품을 서로 조립해 만들었다. 21C에는 더욱 개선된 섀시와 새로운 엔진, 전기모터가 얹어졌다. A필러에서 시작해 엔진룸까지 이어지는 구조물은 탄소섬유로 통째로 만든 간단한 형태로 바뀌었다. 서스펜션 암과 너클은 더 가볍고 튼튼해졌다. 덕분에 21C는 블레이드보다 민첩하고 빨라졌다.

 

 

차의 중심에는 징어가 직접 개발한 엔진을 얹었다. 950마력의 V8 2.88ℓ 트윈터보 엔진이 7단 시퀀셜 변속기를 거쳐 뒷바퀴를 굴린다. 여기에 앞바퀴를 굴리는 두 개의 전기모터가 더해져 총 1250마력을 내뿜는다. 최고속도는 일반도로용이 시속 432km, 트랙 주행용은 시속 380km다. 터보차저를 엔진의 양쪽 옆에 장착하고, 2kWh 용량의 리튬 티타네이트 배터리를 양쪽 도어 아래 스커트 속에 숨겨 무게중심을 낮췄다.

 

 

21C는 몸값이 무려 한 대당 2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최초로 3D 프린터를 사용해 만든 소량생산 슈퍼카라는 이유만으로도 가격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가끔은 막대한 자본을 가진 대기업보다 이런 작은 슈퍼카 회사가 우리에게 놀라움을 주기도 한다. 21C는 트랙용 25대와 일반도로용 55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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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동현 PHOTO : 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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