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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10단으로 가! 캐딜락 CT6 & 포드 익스플로러

한동안 6단이 대세인 듯싶더니 요즘은 기어 단수 늘리기 경쟁이 벌어졌다. 캐딜락 CT6와 포드 익스플로러는 지금 가장 최고 단수인 10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2020.05.18

 

오늘 시승차 포드 익스플로러와 캐딜락 CT6는 10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단 변속기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자동변속기의 시초는 1939년 GM에서 내놓은 2단 자동변속기다. 1950년대 커다란 테일 핀 장식을 얹은 미국차의 자동변속기는 대부분 3단이었다. 언젠가 1953년형 캐딜락 모델을 타본 적이 있는데 V8 5.4ℓ 엔진과 맞물린 3단 자동변속기가 꽤 만족스러웠다.

 

국산차 여명기에는 자동변속기가 없었다. 그때 자동변속기는 수입차에나 달린 특별한 사치품이었다. 기어 변속이 저절로 된다니 얼마나 편할까? 그런 차를 모는 운전기사는 월급도 많을 텐데 운전도 편하니 좋겠다 싶었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국산차에도 자동 4단을 얹은 차가 늘어났다. 1987년 데뷔한 1세대 기아 프라이드는 경제적인 이유로 3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오버 드라이브 4단 기어가 없어 시속 100km를 넘으면 엔진 회전수로 속도를 더해갔다. 고속에서 죽겠다고 울부짖는 모습을 보면서 뭐, 이런 차가 다 있나 싶었다. 수동변속기가 불편한 아내 때문에 웃돈을 주고 산 자동변속기 차였다. 21세기 들어 자동변속기도 5단 이상이 많아졌다. 한동안 6단이 대세인 듯싶더니 요즘은 기어 단수 늘리기 경쟁이 벌어졌다. BMW가 자동 8단, 메르세데스 벤츠와 지프 등이 9단, 포드 머스탱이 10단을 얹고, 현대자동차도 10단 개발을 끝냈다.

 

 

변속기는 엔진 출력을 적절히 바꿔 바퀴로 전달한다. 내연기관은 힘을 내는 회전 영역이 좁아 감속비를 이용해 출발할 땐 1단으로 토크를 크게 하고, 고속으로 갈수록 기어비를 줄여나간다. 변속기는 기어 단수가 많아질수록 엔진 변동 폭을 적게 할 수 있다. 엔진의 변동 폭이 적으면 변속 충격도 작아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연비를 높일 수 있고 내구성도 좋아진다.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에서 힘이 필요한 순간에는 엔진 회전수를 최대토크 상태로 유지한 채 변속기를 운용한다. 정속으로 달릴 땐 엔진 회전수를 가능한 한 낮추고 운동성능을 최대한 끌어낸다. 변속기 단수를 세분화하고 엔진 회전수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연비를 5~10% 높일 수 있다. 정숙성과 가속성능도 좋게 할 수 있다.

 

기어 단수가 많아지는 건 좋지만 변속기가 너무 크거나 무거워지면 안 된다. 강성을 확보하면서 경량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 제작 단가도 올라가면 부담스럽다. 그래서 보통 10단을 마지막으로 본다. 10단 이상이 되면 값이 지나치게 비싸지거나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변속기는 소음과 진동, 변속감 등의 감성품질이 중요하고, 변속할 때 구동력의 단절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급하게 낮은 단으로 변속할 때 여러 단수를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포드 익스플로러

익스플로러는 미국을 대표하는 패밀리카로, SUV 유행을 시작한 차이기도 하다. 1990년 데뷔 이래 800만 대가 만들어졌고 아직도 그 절반이 굴러다닌다. 9년 만에 바뀐 6세대 익스플로러는 구형과 달리 뒷바퀴굴림 기반의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덩치가 크지만 쐐기형 보디가 상당히 날렵해 보인다. 너비도 2m가 넘어 시각적인 안정감도 좋다. 무게중심이 높은 SUV는 과거 뒤집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뒷바퀴굴림 플랫폼으로 바뀌었지만 실내는 오히려 넓어졌다. 앞바퀴를 앞으로 바짝 밀어 휠베이스를 165mm 늘린 덕분이다. 201mm의 최저지상고는 오프로드에서 충분하고, 짧아진 앞 오버행은 접근각을 크게 한다. 시승차의 프런트 그릴 무늬는 레인지로버를 생각나게 한다. 과거 익스플로러를 산 고객에게 구매 이유를 물으면 “랜드로버를 닮아서”라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데 사실 랜드로버에게 플랫폼을 제공한 건 익스플로러였다. 포드는 한때 랜드로버를 소유했다. 하지만 신형 익스플로러와 랜드로버가 닮아있다는 의견은 많지 않다. 익스플로러는 C 필러가 두텁고, 랩어라운드 형태의 뒷유리를 달아 고유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새 플랫폼 위로 얹은 운전석은 시야가 좋고 자세가 자연스럽다. 구형은 커다란 욕조에 빠진 기분도 없지 않았다. 복잡하지 않은 대시보드 버튼과 스위치가 마음에 들고, 실내를 감싼 재질과 끝마무리가 만족스럽다. 대중적인 차인데, 깔끔한 미국차가 새삼스럽다. 다만 실내공간이 여유로운 것에 비해 시트 쿠션이 지나치게 짧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고출력 304마력을 내는 2.3ℓ 휘발유 터보 엔진은 이전 5세대보다 30마력이 높아졌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6.81초로, 2085kg의 무게를 생각하면 상당히 빠른 편이다. 작은 엔진에 대한 기대를 안 해서일까 가속이 세차게 느껴진다. 그리고 지극히 조용하다. 익스플로러는 패밀리카로 일상적인 영역에서 쓰기에 충분한 힘을 지녔다. 연비는 이전 세대보다 1km 좋아져 리터당 8.9km를 기록한다. 연비가 좋아진 건 구형보다 110kg의 무게를 줄인 덕도 있지만 6단에서 10단으로 바뀐 변속기 영향이 크다. GM과 함께 개발한 10단 자동변속기는 6단과 비슷한 크기에 알루미늄 등 신소재로 경량화를 이뤘다. 듀얼클러치보다 빠른 변속 속도와 CVT 같은 부드러운 변속감을 자랑한다.

 

 

기어를 변속하는 순간 진동을 느낄 수 없다. 또 동력 전달에 손실을 느낄 수 없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한참 미끄러진 후 출발했던 과거 미국차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엔진의 힘을 바퀴로 전하는 파워 전달이 깔끔하다. 변속기는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익스플로러는 변속기의 효율을 살려 자동차 전체의 효율을 개선하고자 한다. 달리는 순간 최적의 기어를 고르고,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앞뒤 바퀴로 최적의 구동력을 배분한다.

 

 

코너를 돌아나갈 땐 10단 기어가 적절한 타이밍으로 다운시프트를 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기어를 오래 붙잡는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그 순간 아래 단으로 변속해 다시 가속하는 순간에 대비한다. 스마트한 변속기 매핑으로 중속에서 최대 토크를 끌어낸다. 익스플로러의 10단 기어는 엔진의 힘을 한 치의 낭비 없이 깔끔하게 바퀴로 전한다.

 

 

뒷바퀴굴림용 플랫폼은 핸들링과 승차감에서 유리하다. 엔진을 세로로 배치하면서 운동성능이 좋아졌다. 앞뒤 무게배분이 나아지면서 균형이 좋아진 때문이다. 운전대는 예리하고 고속에서도 안정감이 크다. 10단 기어를 얹어 효율이 좋은, 젊은 익스플로러가 달린다. 미국의 베스트셀링 패밀리카 익스플로러는 온 가족이 즐기는 만능 차로 완벽하다.

 

 


 

 

캐딜락 CT6

수직 램프가 인상적인 캐딜락의 디자인은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하다. 각진 보디 스타일은 BMW의 키드니 그릴만큼이나 소중하다. 캐딜락은 디자인 변화가 다양해 지루함도 없었다. 오랜 전통 속에 첨단의 감각이 번뜩인다.

 

 

콘셉트카 에스칼라의 디자인을 반영한 신형 CT6는 그 자체로 완벽한 조형물이다. 5m가 넘는 길이가 유난히 늘씬하게 느껴진다. 어딘가 영화 <트랜스포머>를 떠올리는 것도 같아 젊은 감각이다. 익스플로러가 대중적인 차라면 캐딜락은 고급차다. 34개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보스 파나레이 프리미엄 오디오를 즐기며 뒷자리에서 리클라이닝 시트의 마사지를 받고, 커다란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한다. 그런데 앞자리 헤드레스트에 가린 시야가 조금 답답하다. CT6는 뒷자리 중심차로 쓰기에 충분히 고급스럽지만 아무래도 내게는 앞자리가 나을 것 같다.

 

 

무게가 2톤에 육박하는 차에 334마력이 슈퍼카 성능은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빠르고 폭발적이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6.7초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속도는 훨씬 빠르다. 회전수가 올라가며 힘을 키워나가는 자연흡기 엔진도 매력이다. V6 엔진은 정속으로 달릴 때 4기통만 작동한다는데, 열심히 달린 오늘 그럴 기회는 없었다.

 

 

CT6가 기름에 미끄러지듯 한다. 조용한 차가 무척 빠르다. 조용한 차가 화살처럼 튕겨나간다.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의 단단한 듯 안정된 감각이 받쳐주기에 가능하다. 단단하면서 부드러운 차는 과거 보트처럼 출렁이던 캐딜락이 아니다. 자잘한 진동을 부드럽게 처리한 승차감이 매끈하다. 속도를 더할수록 엔진 소리도 화끈해지는데, 고속에서 절대적인 안정감이 고속주행을 경쾌하게 한다. CT6만의 매력은 독특했다.

 

 

캐딜락 역시 언제 기어가 바뀌는지 모르게 변속 충격이 없었다. 10단 기어는 작은 범위 안에서 오르내려 달릴 때 변화가 적고 변속이 매끄럽다. 저속에서도 충격 없이 가속성능은 개선됐다. 10단 기어에서 시속 100km로 달릴 때 엔진 회전수는 1500rpm에 머문다. V6 3.6ℓ 엔진의 복합 연비가 8.7km/ℓ에 이르는 이유다. 익스플로러는 10단에 도달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CT6는 평균속도가 빨랐기 때문일까, 주로 10단에 머문다. 급가속을 하자 10단에서 4단으로 단번에 다운시프트하는 패기를 보인다. 거세게 가속하는 CT6에 가슴이 후련하다.

 

 

구불거리는 길에서 무게중심이 낮은 차의 그립력은 SUV에 비할 바가 아니다. 네바퀴굴림의 안정감도 두드러졌다. 코너에서 노면을 부여잡는 CT6를 세차게 몰아간다. 운전대는 민첩하고 생각보다 회전반경도 작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가 손에 익자 CT6가 작은 차처럼 움직인다. CT6는 내가 알던 과거의 캐딜락과 전혀 다른 차다. 그 새로운 주행감각이 흥미롭다.

글 박규철
촬영  협조 세이지우드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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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서인수 PHOTO :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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