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버티고 버텨야 살아남는다

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 위기론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동이 억제되면서 이동 수단의 역할이 대폭 줄어든 탓이다. 게다가 소득이 줄어 대차 수요를 막아서니 생산도 축소할 수밖에 없다

2020.05.21

GM 텍사스 알링턴 공장

 

국내 자동차산업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대체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짐작할 수 없고 워낙 변수가 많아 예측조차 불가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임단협이 타결됐다. 오랜 진통 끝에 마무리됐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결과물이다. 타협이 없었다면 수출 물량은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어차피 해외시장도 물량이 남아도는 마당에 GM과 르노 본사는 한국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조차 없다. 따라서 갈등의 지속은 근로자 스스로 일자리를 없애는 부메랑이 된다는 점에서 타협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생산이다. 각 나라의 이동 통제가 점점 심화되고 있어서다. 기본적으로 자동차는 ‘이동 수단’을 판매하는 업종이어서 ‘이동’이 억제될수록 어려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한국지엠이 올해 출시한 트레일블레이저를 두고 ‘흥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미국 내 이동이 억제되면 주문이 끊길 수 있고, 르노삼성의 CUV 수출도 유럽 내 여러 국가의 이동 억제가 지속하면 마찬가지로 배에 실어 보낼 수 없다. 그리고 현실은 시작됐다. 시장조사 업체 IHS 마킷은 최근 세계시장이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완성차 판매가 733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애초에 전망된 8700만 대에서 무려 1400만 대가 줄어든 숫자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은 2019년 대비 26% 감소한 1260만 대, 유럽은 17% 줄어든 1710만 대, 중국은 14% 하락한 2180만 대로 예측을 수정했다. 미국, 유럽, 중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이다. 중국은 현지 생산이라 해도 미국과 유럽에 완성차로 선적되는 수출 물량은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 연간 100만 대가량에 달하는데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이동 봉쇄령을 내렸다. 그러자 대공황보다 더한 불황과 소득 감소가 뒤따르며 자동차 구매가 멈췄다.

 

다임러 AG 슈투트가르트 본사

 

위기를 감지한 GM은 재빨리 현금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6만9000명이 급여 20%를 일괄 삭감했고 확보 가능한 현금을 19조원 모았다. 현금 보유로는 부러울 것 없는 토요타도 11조원을 금융권에서 빌렸고 다임러그룹도 13조원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도 여러 경로를 통해 추가 자금 확보 방안을 세웠다. 코로나19는 기본적으로 이동을 억제하는 감염병이어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통사업과 이동 수단을 만들어 공급하는 제조사 역할은 급격히 축소될 수밖에 없어서다. 물론 하락의 전제는 공장을 포함한 각 나라의 봉쇄조치 연장이다. IHS 마킷은 록다운 연장 가능성을 40%로 점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지금의 코로나19 현상이 반영된 것일 뿐 여파가 지속되면 판매는 훨씬 더 주저앉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나섰다. 각 나라의 긴급 경기부양책 효과가 미미한 상황까지 겹치면 2020년 신차 판매는 7120만 대까지 줄어들 수 있음을 경고했다.

 

올해 예측된 8730만 대에서 16% 감소가 모든 자동차 제조사 및 생산 국가에 적용될 경우 세계 자동차산업이 받을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한국만 해도 16%가 줄면 지난해 생산한 395만 대 가운데 63만 대가 줄어야 한다. 제아무리 수출을 내수로 돌려도 국내 시장은 연간 180만 대를 넘지 못한다는 점에서 수출 대안으로 꼽기도 어렵다. 정부가 긴급하게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5%에서 1%로 내려줘도 마찬가지다. 그러자 자동차업계가 정부에 유동성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1~3차 협력사들의 납품대금용 기업어음의 국책금융기관 매입(7조2000억원),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채권(P-CBO) 매입 규모 확대(1조원), 완성차 및 자동차 관련 유동성 공급지원(7조원), 자동차 수출금융 지원정책 마련(15조2000억원) 등 무려 30조4000억원 규모다. 세계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수출 중심의 자동차산업이 단기간 회복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뒤따르면서 지원이 없으면 공급망이 붕괴해 기간산업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음을 우려한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자동차는 물론이고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지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모두가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자동차 부문의 대규모 지원이 특정 산업의 밀어주기로 보일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필요한 이유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고용된 근로자가 적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부품회사의 어려움이 가중되면 완성차 공장마저 가동 중단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연쇄적 어려움은 사전에 차단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처럼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든 나라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자동차업계에선 자칫 이번 위기가 ‘자동차 민족주의’로 흐를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세계 3대 시장인 중국, 미국, 유럽을 휩쓸면서 해당 지역 내 자동차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 각 나라가 자금을 속속 투입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우선 대상은 브랜드의 국적이며 이들을 중심으로 산업 생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 정부 자금을 지원받은 GM은 미국 내 시민단체들의 애국심 고취에 도움받아 단기간에 부진을 회복했고 그 영향은 한국이 일부 받았다. GM과 경쟁하는 해외 브랜드에 대한 차별이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확산했던 탓이다. 자동차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일단 살아남는 일이고, 지금은 살아남는 것이 곧 경쟁력이다. 그래서 지원이 필요하다.

글_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모터트렌드, 자동차, 코로나로 인한 자동차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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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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