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예전엔 당신도 도로 위 약자였다

도로 위의 약자를 괴롭히고 그들에게 잘못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겐 약한 비겁자들이다. 어쩌면 당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2020.05.26

 

독자 중에는 없겠지만, 일부에서는 총선에서 찍을 사람이 없어 투표하지 않았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를 대신해 법을 만들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국회의원을 뽑는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본인이 직접 나서서 무엇을 할 생각도 없고 투표 제도를 통한 간접적인 참여조차 하지 않겠다는 말 아닌가. 세상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할 자격조차 가져선 안 되는 사람들이다.

 

‘N번방 사건’으로 불리는 불법 성착취 범죄도 충격적이었다. 교묘하고 악질적인 범죄 자체도 그렇지만 일부에서 나온 말은 귀를 의심하게 했다. 몇몇 피해자들이 본인의 개인 SNS에 노출이 심한 사진을 올렸다는 사실을 들어 ‘당해도 싸다’는 말부터 ‘저런 여자들이 있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댓글도 많았다. 기본부터 잘못된 생각이다.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빼내 협박해 영상을 찍게 하고 그걸 돈을 받고 팔았으며, 또 돈을 내고 보겠다고 온 사람들의 잘못이다.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범죄 사실을 숨기는 것 이상으로 나쁜 일이다. 만약 내 SNS에 올린 콘텐츠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자. 이건 그냥 욕을 좀 먹으면서 끝날 일이다. 하지만 그걸 빌미로 협박하고 돈을 착취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 과연 내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사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이렇게 약자를 선택해 그들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초보 운전자에 대한 폭력이다. 실제로 자동차 운전은 꽤 복잡하다. 눈과 귀로 주변의 정보를 받아들여 상황은 물론 어떻게 행동할지 판단하고 손과 발을 조작해 차를 움직여야 한다. 한 문장으로 쓰여 있지만, 운전을 익숙하게 잘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쌓여야 하고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운전을 얼마 하지 않은 초보 운전자는 미숙하고 실수할 수밖에 없다. 사실 초보가 실수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일부 나쁜 운전자들은 이런 실수를 받아들이지 않고 적극 공격에 나선다. 마치 응징이라도 해야겠다는 듯이 욕설을 퍼붓고 위협 운전을 한다. 특히 이런 일은 작은 차를 탈 때 자주 있다. 상대적으로 큰 차들이 위협적으로 밀어붙이고 차선변경을 방해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더욱이 운전자가 여성이면 이런 피해를 자주 본다.

 

얼마 전 뒷유리에 초보운전 표지를 붙인 빨간색 소형 SUV를 모는 젊은 여성 운전자의 차에 탔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오른쪽으로 차선을 변경하기 위해 깜빡이를 켰다. 분명 공간이 넉넉했음에도 급가속하면서 간격을 줄이는 차들이 많았다. 이미 차선을 절반쯤 넘어갔는데도 바짝 붙어서 신경질적으로 클랙슨을 울리기도 했다. 웃기는 일은,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고 내가 조수석에서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그 차의 운전자를 바라보면 다들 멀어졌다. 심지어 그 차를 운전할 때는 빵빵거리면서 옆으로 붙는 차도 있었는데, 창문을 열어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좌회전한 적도 있었다. 초보 운전자인 줄 알고 왔다가 저렇게 도망을 가다니, 얼마나 비겁한 선택적 정의감인가.

 

 

도로 위 약자를 향한 선택적 정의는 모터사이클에서도 나타난다. 덩치가 큰 바이크는 그렇지 않은데, 유독 스쿠터를 타고 나간 날에는 불쑥 차선을 바꿔 끼어드는 차들이나 골목에서 나오면서 멈추지 않고 큰길로 합류하는 등 마구잡이로 운전하는 차들이 많다. 물론 이들도 운전석 옆에 서서 헬멧을 벗고 얼굴을 마주하면 “죄송하다”며 사과와 변명을 한다. 험상궂게 생긴 나이 든 남자에게는 사과하고 어린 사람이 탈 것 같은 스쿠터에는 막 대해도 된다는 생각, 얼마나 치사하고 졸렬한 수준인가.

 

어린이 보호구역 강화에 대한 온라인 댓글 반응에서도 알 수 있다. 아무리 천천히 달려도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이들로 인한 사고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인데, 예측할 수 없는 아이들이니까 자동차를 운전할 정도로 이성을 갖춘 어른들이 먼저 조심하고 보호해야 한다. 시속 30km를 지켰냐 아니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위험 상황에서 바로 멈출 수 있느냐 없느냐를 생각해 속도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야 진정으로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다.

 

초보 운전자, 여성 운전자와 스쿠터, 어린이 등 도로 위의 약자들에 대한 폭력과 가해는 의외로 자주 벌어진다. 무엇보다 이런 잘못된 행위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에 따라 뺑소니와 중앙선 침범, 시속 20km 이상의 과속, 음주운전 등 중과실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면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다. 거꾸로 말하면 이런 중과실은 반드시 형사처분 대상이 된다는 말인데 위에 언급한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의적 보복 운전도 여기에 포함해야 한다. 약자를 깔보고 협박한 사람들에게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말이 있다. 당신도 어렸을 때는 자동차가 위험한 줄 모르는 철부지였고, ‘여자가 밥이나 하지 왜 차를 몰고 나왔냐?’고 비난하는 그분은 당신에게 밥을 해주던 어머니였다. 지금의 여유 있는 운전을 하기 전에 당신도 벌벌 떨며 다른 사람들의 길을 막던 초보 운전자였다. 모두가 공유하는 도로를 평화롭게 만드는 것은 당신의 선택이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초보운전에 대한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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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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