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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미니, 미니 클럽맨

나도 튀고 싶다. 다만 점잖게 튀고 싶다

2020.05.21

 

최근 기업들이 OPAL 세대를 주목한다. OPAL은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로,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중장년층을 뜻한다. 2030으로 분류되는 Z세대에 비하면 5060은 주류 문화에서 소외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Z세대가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그동안 다져놓은 경제력과 안정적인 삶이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아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업에서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OPAL 세대의 특징이라면 나이에 따라 문화를 구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의 자녀인 Z세대와 같은 제품을 공유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차던 시계를 아들이 찬다든가, 아들이 입는 밀리터리 재킷을 아버지가 입는다. 또한 엄마와 딸이 함께 손을 잡고 뷰티 스토어에 쇼핑을 가기도 한다. 얼마 전 종영한 <미스터트롯>은 중장년층에서 시작된 인기가 젊은 세대로 전파되면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다. OPAL 세대에게 세대 간의 경계는 큰 의미가 없다.

 

자동차 시장도 위와 같은 특징을 보인다. OPAL 세대는 자신의 명예와 남들의 시선을 생각하며 차를 사지 않는다. 대신 성능, 스타일, 실용성 등을 두루 살핀다. 자신을 젊게 표현해주거나 자기 아들, 딸과 공유할 수 있는 차 말이다. 그런데 2030인 나로서는 그런 차가 어떤 차인지 전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모터트렌드>의 대표 OPAL 세대로 꼽히는 박규철 편집위원, 나윤석 칼럼니스트,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 이진우 편집장에게 OPAL 세대에게 어울리는 차를 선정해달라고 했다. 그들은 과연 어떤 차를 꼽았을까? 처음에 내가 예상했던 차는 단 한 대도 나오지 않았다.

 

 

MINI CLUBMAN

내게는 20대의 딸 둘이 있다. 아직은 공부하느라 인생의 재미를 잘 알지 못하지만, 이 아이들도 언젠가 열심히 사는 것 말고도 재미있는 게 많다는 것을 분명 깨달을 것이다(사실 자기 좋아하는 일만 평생 하는 아빠를 보면 금세 눈을 뜰 것 같기도 하지만). 나도 여느 딸 가진 아빠들이 그렇듯 소도둑놈 같은 녀석이 채어 가기 전에 아빠와 함께 재미있게 놀다 갈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하고 싶다.

 

큰아이는 진작에 운전면허증을 땄다. 대학 시절 공부만 하느라 장롱면허가 돼버렸지만, 이젠 졸업도 했고 직장도 생겼으니 언제 운전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작은 녀석은 언니가 운전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금방 따라 할 것이다. 모든 건 시간문제다. 처음부터 좋은 차를 운전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열 살이 다 된 차를 아직도 몰고 있다. 나중에 딸들의 운전 연습용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미니에는 둥근 디자인이 곳곳에 스며 있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도어 안쪽 손잡이, 사이드미러, 헤드램프 등이 그것이다.

 

그다음이 문제다. 차 여러 대를 갖기는 부담스럽다. 실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경차 한 대 정도를 추가하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한 대만 운용하는 것이다. 아내는 ‘넉넉한 세단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면서도 막상 출퇴근을 하려니 부담스러운 눈치다. 그리고 나는 태생적으로 큰 차는 싫어한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어디일까? 일단 크기는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네 식구가 함께 타더라도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운전하는 재미도 좀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아이코닉한 브랜드면 참 좋겠다. 그렇게 고른 차가 바로 미니 클럽맨이다. 미니는 아이코닉한 브랜드다. 운전하는 재미가 있고, 크기도 작기에 복잡한 시내에서 운전하기도 쉽다. 게다가 클럽맨은 컨트리맨처럼 둔중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네 식구가 함께 타기에 문제가 없다.

 

 

일단 아내에게 클럽맨을 보여줬다. 사실 2 년 전에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때는 심드렁하던 아내가 이번에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오, 예쁜데요?’ 곳곳에 녹아있는 동글동글한 디자인과 클럽맨에도 마침내 적용된 유니언잭 스타일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양문형 냉장고처럼 열리는 트렁크 코치도어가 마음에 든 눈치였다.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미니라는 브랜드는 한번 시작하면 끊기가 어렵다는 마약 같은 브랜드다. 원래 미니가 어땠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만약 내가 젊은 사람들 앞에서 ‘너희 말이야, 사실 미니라는 브랜드는 역사가 이렇고 원래 이랬고 저랬고…’ 일장 훈시를 하는 순간, 이미 나는 미니답지 못한 사람이 된다. 솔직히 말해서 미니를 즐기는 요즘의 트렌드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즐긴다기보다 브랜드의 스웨그를 즐기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렇다. 미니는 해방구와 같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의 히피 문화와 같은 일탈의 해방구는 절대 아니다. 그것보다는 보다 폼 나게, 그리고 멋지게 튀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 기왕이면 주류의 대접도 받고 싶다. 절대 자기의 개성 때문에 사회적 위치까지 희생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이른바 개성 추구의 약은 면이다(이렇게 이야기하는 순간 이미 나는 꼰대가 되었다).

 

이 와중에도 나는 합리성을 찾는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미니를 ‘작고 값비싼 쓰레기’라고 욕하기도 한다. 물론 미니는 비싸다. 그 대신 눈에 확 들어온다. 달리는 맛도 남다르다. 그래도 미니를 합리적으로 선택하려고 애쓴 결과는 미니 클럽맨 쿠퍼 모델이다.

 

 

그래, 3기통 1.5ℓ짜리 막내 엔진을 가진 미니치고는 덩치가 큰 차다. 하지만 7단 듀얼클러치가 새롭게 적용돼 시속 160km를 넘길 정도로 나름 박력도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두툼한 중저속 토크로 가뿐하게 시내를 휘저을 수 있는 발칙한 녀석이다. 결정적으로 이 ‘큰’ 미니는 30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 있다.

 

이 정도면 아내가 출퇴근할 때 부담스럽지 않고, 내가 운전할 때 엔진은 조금 힘들어하겠지만 그래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딸들은 ‘운전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구나’ 알게 되는 데 최적의 선택이 아닐까? 물론 10년 된 차로 운전 연수를 마친 후에 말이다.

글_나윤석

 

Tester’s Comments

겉모습만 미니일 뿐, 미니가 미니가 아니다. 커다란 미니는 나이 든 사람이 타도 어색하지 않다. 겉모습만 미니일 뿐, 실제는 BMW 드라이빙 머신 그대로다. 나이를 따지기에 앞서 재미난 차를 놓칠 수 없다.
박규철

 

예전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미니가 젊음의 상징인 이유는 젊은이들이 좋아해서가 아니라 미니를 타면 젊어지기 때문이다.’ 미니는 그런 차다.
이진우

 

주관적으로 미니 모델 라인업에서 포용력이 가장 큰 모델은 클럽맨이라고 생각한다. 청년층이 탄다면 주관이 뚜렷해 보이고, 장년층이 탄다면 안목이 있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미니 특유의 재치는 희석되었다는 뜻이다. ‘클럽맨? 클럽 갈 때 타는 차인가?’ 같은 아재 개그가 재미있게 느껴진다면 장년층, 짜증스럽게 느껴진다면 청년층….
류청희

 

 

 

 

모터트렌드, 자동차, 미니, 클럽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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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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