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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평택공장 국유화 논란이 시작됐다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신규투자 철회로 또다시 위기에 놓인 쌍용차. 쌍용차가 살아날 방법은 과연 국유화밖에 없을까?

2020.06.11

 

‘차라리 국유화가 낫다’ vs. ‘국유화로는 미래가 없다’. 지난 2009년 쌍용차 갈등이 벌어질 당시 쟁점 가운데 하나가 쌍용차의 국유화, 즉 공기업으로 만들자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자동차 기업의 국유화는 시대에 맞지도 않고 공적 역할이 없다는 점에서 노동계의 국유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못했다. 그런데 최근 인도 마힌드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이자 쌍용차 국유화 얘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에는 국유화에 앞서 전체 근로자가 지분을 일부 인수, 경영에 직접 나서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효율을 높인다면 굳이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쌍용자동차의 시작은 1954년 설립된 하동환자동차제작소다. 주로 버스와 특장차를 제작했는데 1972년 상공부는 신진, 현대, 아시아, 기아 등 4개 기업을 제외한 군소 조립공장의 폐쇄를 결정했다. 이때 하동환자동차는 정부 권유에 따라 신진자동차와 업무 제휴를 시작했다. 제작은 하동환자동차가 하되 브랜드는 신진을 붙이는 방식이었다. ‘하동환’에서 ‘신진’으로 명찰이 달라졌지만 경영은 변동이 없었다. 그리고 1977년 사명이 ‘동아자동차’로 바뀌고 1979년 경기도 평택에 공장을 마련했다.

 

공장이 들어선 곳은 평택시 칠괴동(七槐洞)이다. 동네 이름인 칠괴동은 마을 앞 우물가에 느티나무 일곱 그루가 있던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쌍용차 사람들은 칠괴를 일곱 개의 괴물로 비유하곤 한다. 1979년 자리를 잡은 후 무려 일곱 번에 걸쳐 주인이 바뀐 우여곡절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평택공장 준공 2년 후 동아자동차는 신진의 거화자동차를 흡수했지만 특장차의 한계 속에 어려움을 겪다 첫 번째 주인이었던 하동환 시대를 접고 1986년 두 번째 주인으로 쌍용그룹을 맞이한다.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쌍용자동차는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 등과 기술제휴하며 성장했지만,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1998년 대우그룹에 세 번째 주인의 자리를 넘겨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2000년 대우그룹 해체에 따라 쌍용차의 네 번째 대주주는 채권은행이었던 조흥은행이 맡게 됐다. 금융권이 대주주로 올라선 만큼 경영은 독자적으로 이어갔지만 흑자 전환 후 조흥은행은 주식 매각을 시도했다. 그렇게 2005년 다섯 번째 대주주로 중국의 상하이자동차가 영입됐다. 이후 중국 진출 등의 꿈을 꾸면서 성장을 도모했음에도 노사 갈등과 경유 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 급감을 겪게 된다.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법원은 청산과 기업회생을 저울질하다 구조조정을 전제로 회생을 결정했다. 결국 여섯 번째 대주주는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정부가 된 셈이다. 이후 77일간의 옥쇄 파업 등 엄청난 내적 갈등을 겪으며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마침내 정상화의 길에 오르자 산업은행은 일곱 번째 대주주로 인도 마힌드라를 끌어들였다. 이를 두고 쌍용차 내부에선 드디어 “칠괴의 전설이 마무리됐다”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흘러나왔다. 그리고 “칠괴의 전설이 막을 내리려면 결국 여덟 번째 대주주가 새로 나타나야 한다”는 한탄도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당연히 일곱 번째 주인인 마힌드라가 전설의 마지막이 되길 바라지만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대주주의 지위를 흔들고 있어 안타깝다. 마힌드라가 당초 미래 제품 개발을 위해 쌍용차에 투자하려던 5000억원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지원금이 400억원으로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감염병 탓에 지난 4월 인도 자동차 역사상 최초로 모든 자동차회사의 판매실적이 0대에 머무른 것 자체가 마힌드라의 생존을 위협했다. 더불어 무디스는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떨어질 것이란 예측도 내놓았다. 인도 자국은 물론 세계시장이 쪼그라들었으니, 쌍용차를 돌볼 여유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선 “여덟 번째 대주주로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르노자동차 지분을 일부 인수해 국유화를 유지한 것처럼 쌍용차도 그렇게 하자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국유화의 전제 조건은 경쟁력인 만큼 먼저 쌍용차 직원 전체가 십시일반 돈을 모아 대주주가 되는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근로자 전체가 경영에 책임지고 효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물론 효율이 오르지 못하면 당연히 국유화 등의 진전도 없다. 효율성이 낮은 곳에 국민 세금을 투입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더불어 국민적 합의도 어렵다.

 

물론 국내 전체 자동차산업에서 쌍용차의 비중이 높지 않은 만큼 국유화 자체가 오히려 미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노조를 중심으로 근로자들이 지분을 인수한 후 위기 극복에 성공한다면 쌍용차 국유화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뒤따라올 수도 있어서다. 게다가 지금의 자동차산업 경쟁력은 생산의 효율 경쟁으로 변모했으니 가능성이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누구를 탓할 때도,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인 만큼 쌍용차 직원 모두가 합심해 먼저 행동에 나서고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야 할 때이니 말이다.

글_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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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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