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현대차와 삼성의 만남에 기대를 건다

5월 13일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회동을 가졌다. 그리고 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7대 기간산업에 40조원을 투자하는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한국 미래차 컨소시엄’이 탄생할 절호의 기회다

2020.06.12

 

내가 몇 년 전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하고 다닌 이야기가 있다. ‘한국 미래차 컨소시엄’이다. 처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독일 자동차회사에서 근무할 때다. 2008년쯤 국내 지사에 부품구매 부서가 생기고 국내에서 부품 공급처를 직접 수소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에도 규모가 있는 부품회사의 경우 유럽 지사에서 직접 납품을 추진해 성공한 예는 있었지만 이젠 독일 제작사가 국내 판매법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구매 업무를 개시할 정도로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산업에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제품 기획과 개발을 담당하던 우리 부서에서 국내용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국내에서 개발해 독일 본사의 검증을 받았다. 그런데 이게 의외의 방향으로 발전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공급하던 국내용 내비게이션 모듈이 본사의 모듈이 공급되지 않는 여러 소규모 시장의 지역 내비게이션 모듈로 발전한 것이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까지 우리가 개발한 한국 시장용 내비게이션을 품게 됐다. 이 일로 우리나라의 아이디어와 제품력을 알릴 수 있었고 독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뢰성까지 만족시킬 수 있었다. 자신이 생겼다.

 

2010년대 초반 현대차가 세계 5위의 자동차 제작사로 성장했다. 21세기에 성공적으로 성장한 자동차 제작사를 갖게 됐다는 건 우리나라에도 커다란 기회였다. 앞에서의 경험으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부품산업 경쟁력을 확인했던 난 현대차를 중심으로 수많은 부품회사들과 함께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래차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테슬라가 전기차도 럭셔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오토파일럿으로 자율주행의 신세계를 열었다. 이후 폭스바겐발(發) 디젤게이트가 터지고 세계는 전동화의 길로 급격히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나라의 2차전지 산업이 각광을 받게 됐다. LG화학은 세계적인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고 삼성 SDI는 독일 보쉬와 SB 리모티브라는 2차전지 전문 제조사와 합작했다(3년 만에 헤어지기는 했지만 그건 서로간의 라이벌 의식이 원인이었다). SK이노베이션도 약진했다. 급기야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오디오 그룹이자 커넥티비티 전문 기업 하만 그룹을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가 미래차의 핵심 부품 공급처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어느새 우수한 순수 전기차를 다양한 모델로 판매하는 전기차의 강자가 됐다. LG화학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예약한 고객이 아니면 들어갈 수도 없는 콧대 높은 부품회사가 됐다. LG그룹은 GM의 순수 전기차 볼트 EV의 주요 모듈을 석권하며 전체 원가의 60% 남짓을 독식하는 독과점 부품회사가 됐다. 차체만 있으면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러던 차에 결정적인 기회, 아니 위기가 왔다. 한국지엠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군산 공장을 매각하기로 한 거다. 난 이때부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군산 공장을 미래차 전문 개발단지와 파일럿 생산기지로 활용하자는 것이 골격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미래차 산업 합리화 조치를 발표하고 현대·기아차와 LG전자,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관련 중소기업을 참여시키자는 게 구체적인 방안이었다. 지금까지는 대기업 간의 라이벌 의식과 주도권 경쟁 때문에 한 지붕 아래 모이는 게 쉽지 않았다. 정부가 강제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 전반과 고용 안정성, 그리고 지역 경제까지 위협하는 한국지엠 사태는 정부가 산업 합리화 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기대와 정반대로 흘러갔다. 현대차의 섀시 모듈 공급사이자 전 현대차 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MS오토텍 계열사 (주)명신이 군산 공장을 인수해 중국의 바이톤이 개발한 M 바이트를 생산하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기회는 또 다른 위기를 통해 다가왔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경제를 뿌리부터 흔들어버렸다. 유럽의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은 자동차 판매량이 80% 이상 줄었고, 지난 4 월 인도 시장은 단 한 대의 자동차도 팔지 못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도 수출 시장의 몰락으로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는 내수 경제와 계획한 듯 쏟아내는 새 모델 효과로 내수 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이 사이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삼성 SDI 배터리 공장을 방문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회동을 가진 것, 그리고 정부가 고용 안정과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7대 기간산업에 40조원을 투자하는 뉴딜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더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다. 내가 바라던 것들이 시작됐다. 정부의 자동차산업 관련 정책이 발동됐고 대기업이 협력하기 시작했다. ‘한국 미래차 컨소시엄’이 탄생하기를 다시 한번 바란다. 지금은 ‘K 방역’을 통해 진정한 선진국으로 위상이 높아진 대한민국이다. 국가 브랜드 경쟁력을 업고 성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자동차의 변환기인 지금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후발주자를 넘어 리더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현대차, 삼성전자, 한국 미래차 컨소시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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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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