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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시대, 두 개의 아이콘, 포르쉐 917 & 918

수십 년의 역사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포르쉐의 정신

2020.06.26

 

키를 꽂고 돌려 엔진을 깨웠다. 기어가 4개인지, 5개인지 잘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H 패턴이다. 엔진 공회전은 약 1000rpm. 하지만 진짜 힘은 높은 영역에서 나온다. 따라서 클러치에서 발을 떼는 순간 엔진 회전수를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 앞에서 전설적인 포르쉐 917의 시동을 꺼트릴 것이다.

 

트랙의 노면은 매우 차고 약간 축축했다. 운전석에 잠깐 앉아보니 실내 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917의 레인 타이어에는 이상한 홈이 몇 개 파여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젖은 노면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트랙 중간에서 우리와 합류한 멋진 영국 남자가 “스로틀을 과하게 여는 것만 피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국 남자의 이름은 리처드 앳우드, 1970년 포르쉐의 첫 번째 르망 우승 때 917K의 운전대를 잡았었다. 하지만 그의 옆에 있던 르망 우승 동료인 데이비드 도노휴는 “스로틀 조작에 확신이 없으니 자신의 911을 따라오라”고 했다.

 

누군가 내 귓구멍에 욱여넣은 이어폰으로 뭔가 말했지만, 등 뒤에 위치한 12개의 공랭식 실린더가 내지르는 광기 어린 비명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1969년에는 무전기 성능이 지금처럼 좋지 못했다. 그래서 경주팀들은 손바닥만 한 보드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했다. 몇 초 이상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두려워하던 중, 가슴에 끼워진 마이크를 향해 손을 움직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저는 그저 데이비드가 가는 방향대로 따라갈 뿐입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피트 안에 있는 어느 누구도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행동을 주저한 이유는 917의 통제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니었다. 완만한 코너를 달리는 사소한 상황에서도 두 손으로 조작해야 하는 논파워 스티어링이 문제였다. 더군다나 이 차는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어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야만 문을 닫을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비좁아 헬멧은 천장에 있는 경첩에 부딪히고 있었다.

 

차를 편안하게 조종할 수 있는 지렛대 효과의 도움을 받기 위해 운전대를 돌릴 때마다 한 손을 운전대 아래로 움직였다. 그래서 흔적만 남아 있는 조수석(경주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설치됐다)에 왼쪽 팔꿈치가 부딪힐까 봐 운전하는 내내 신경 쓰였다. 다행히 조수석에 닿을 정도로 팔이 꺾이지는 않았다.

 

 

허리 부분이 시트 등받이로부터 15cm 정도 떨어져 있는 것 같다. 내 짧은 다리는 유격이 긴 페달을 바닥까지 밟기에 딱 알맞은 위치에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연약해 보이고 귀여운 변속기로 3단 기어를 넣을 때마다 섬유유리로 된 차체 측면에 손가락을 계속 부딪쳤다. 나는 소리로 변속 시점을 잡았다. 손목시계처럼 작은 엔진 회전계를 보기 위해 오랫동안 시선을 트랙에서 거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앳우드는 7000rpm 이하를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앳우드는 917K에 관한 유용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천장에 닿는 헬멧에 대해서는 그냥 머리를 오른쪽으로 조금만 기울이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정말 이렇게만 하면 되는 걸까? 그와 그의 동료들이 내구 레이스를 하는 몇 시간 동안 이렇게 고개를 꺾으며 운전했을지 의문이 가득했지만, 막상 해보니 자연스러웠다.

 

미로 같은 변속기에서 적절한 기어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변속에 실패한다면 그냥 새 엔진을 넣으면 됩니다. 우리는 꽤 많은 엔진을 갖고 있었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앳우드는 있는 사실 그대로 말했다. 그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빈티지 경주차의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낙관적이었다. 브레이크 예열이 필요할까? 아니다. 브레이크는 괜찮다. 타이어는 어떨까? 날씨가 너무 춥지만 어차피 타이어 예열은 하지 않을 테니까 살살 다루면 그만이다. 좋다. 이제 달리면서 확인해야 할 때가 왔다.

 

경량화와 경주용 타이어 VS 더 강한 힘과 컴퓨터가 강화한 핸들링. 둘 중 어느 쪽이 더 빨리 달리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처음 몇 바퀴를 달리는 동안 도노휴는 나를 살살 다뤄줬다. 트랙은 점점 말라갔지만 진흙이 있던 곳에는 흙이 흩날렸다. 우리는 흙을 피하기 위해 트랙 여기저기 이상한 라인을 그렸다. 달리면서도 내 머릿속에 가득한 건 ‘차를 부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가장 염려되던 부분은 타이어다. 타이어 상태에 대한 도노휴의 경고가 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해보고 나서 알아차렸다. 그는 아주 신중한 성격이다. 날씨가 쌀쌀하더라도 경주용 타이어는 내가 달리고자 하는 속도에 필요 이상의 접지력을 발휘한다. 속도는 어떨까? 알 수가 없다. 이 차엔 속도계가 없기 때문이다.

 

스로틀에 대한 앳우드의 경고 역시 조금은 과장된 것 같다. 페달 유격이 3m나 되는 것 같지만 바닥에 닿을 때까지 놀라울 정도로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세게 밟으면 뒤 타이어의 접지력이 완전히 사라진다. 차를 신중하게 살피면서 더 강하고 빠르게 코너를 달리자 점점 더 자신감이 생겼다. 적어도 내가 이 빌어먹을 변속기를 제대로 쓸 수 있다면 말이다.

 

필수 요소 수온계, 엔진 회전계, 오일 압력계, 그리고 한 쌍의 경고등

 

1단은 3단이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 3단은 예상하는 것보다 약간 오른쪽에 위치한다. 2 단은 1단의 왼쪽 뒤로 길게 빼야 한다. 4단은 3단 바로 뒤에 있기 때문에 찾기 쉽다. 아마 5단이 있을 수도 있다(박물관 직원조차 5단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난 계속해서 3단을 제대로 넣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3단 변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3단 대신 1단을 넣는 바람에 엔진 회전수가 한계치까지 치솟았다. 이를 예상한 내 왼발이 미리 준비하고 있었고, 엔진이 폭발하기 전에 클러치를 밟았다.

 

냉간 시 변속기는 뻑뻑하지만 열이 오르면 느슨해진다. 빠른 변속 요령을 터득하기 전까지 2단과 3단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아무도 내 랩타임을 측정하지 않았고, 누구도 나에게 빠르게 달리라고 채근하지 않았다. 내 랩타임은 남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변속기를 천천히 다루자 매번 원하는 곳으로 집어넣을 수 있었다. 도노휴와 앳우드는 내 심정을 이해한다고 했다. 도노휴는 나에게 그의 아버지가 탔던 917/30에서 같은 경험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기어 단수를 찾을 수 없던 탓에 나는 코너를 탈출하는 동안 몇 번이나 그에게서 멀어졌다.

 

그래도 기록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도노휴는 나를 의도적으로 세게 내몰았다. 코너에 진입하기 전 직선주로에서 내가 스로틀을 마음껏 열 수 있도록 공간을 내주기도 했다. 이 차가 다루기 쉽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한 나는 도노휴가 피트로 빠졌을 때 더 빠르게 달렸다. 얼마나 많이 트랙을 돌았는지 기억할 수 없었고, 아무도 숫자를 세지 않았다. 1000바퀴도 부족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더 이상 917K와 함께할 수 없었다. 918 스파이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918을 한계 상황에서도 다루는 게 어렵지 않았다. 까다로운 소노마 레이스웨이를 이미 경험했거나 변속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 됐든 나는 추운 날씨에 일반도로용 타이어를 끼운 채로 달리는, 덜 이상적인 조건의 트랙 주행이 편하다.

 

917과 918은 공통점이 있다. 두 차 모두 빠르게 달리는 것이 놀랍도록 쉽고, 움직임이 아주 안정적이다. 여느 차들은 트랙에서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앞바퀴 접지력이 없거나, 뒷부분이 끊임없이 코스 밖으로 이탈하기 때문이다. 모든 코너를 진입하고 탈출하는 게 모험이다. 하지만 917과 918은 그렇지 않다.

 

918의 단점이라면 코너 진입할 때 발생하는 오버스티어다. 나는 코너에 들어갈 때 제동을 하면 뒷부분이 가벼워지고 오버스티어를 유발하는 트레일 브레이크를 좋아한다. 이 방법은 몇몇 자동차로 코너를 탈출할 때 도움이 된다. 하지만 911의 전통이 담긴 918은 뒤가 많이 돈다. 내가 한 번도 옆으로 달려본 적 없는 코너에서 918은 옆으로 달리며(드리프트) 코너를 진입했다. 918의 특징을 인지하면서 트랙을 달렸다. 방향을 틀기 전에 제동을 마무리하면 918은 최고의 주행 파트너가 된다.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반응과 함께 코너를 탈출하는 방식은 (비록 위험을 수반하겠지만) 918의 스로틀을 아주 많이 여는 것이다.

 

바닥까지 페달을 밟아 드래그 레이스를 했을 때 누가 이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전속력으로 가속하면 두 차 모두 똑같이 눈이 휘둥그레진다. 몇몇 프로 레이서들이 피트 레인 주변에서 랩타임을 측정하고 있었다. 두 차를 운전하는 방식에는 몇몇 분명한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918의 스티어링은 손가락으로 움직일 수 있을 만큼 가벼워 육체적인 부담이 덜하다. 한 덩어리로 제작된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경주용 시트는 917과 정반대의 문제를 갖고 있다. 나는 헤드레스트가 헬멧을 살짝 앞으로 밀어주는 느낌이 들도록 꼿꼿하게 앉았다. 그러는 바람에 턱을 치켜세우려면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여야 했다. 혹시나 해서 강력 접착테이프를 챙기긴 했지만 다행히 천장에 머리가 닿지는 않았다.

 

918 스파이더의 배기파이프는 엔진에 바로 붙어있다. 배기효율을 높이기 위해 길이를 줄였기 때문이다.

 

변속기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트랙 주행의 부담을 상당히 덜어준다. 그러니까 주행 라인, 제동 시점, 정확한 스로틀 조작 등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포르쉐 PDK 변속기는 최근 몇 년 동안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나는 변속기를 자동 모드로 뒀다. 내가 바꾸고 싶은 기어는 PDK가 알아서 바꿔준다.

 

수동변속기가 달린 차로 완벽한 주행을 하면 성취감이 느껴진다. 운전자가 직접 수많은 변수를 관리하고, 어떤 실수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에 도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적인 자동변속기 차로 완벽한 주행을 해도 성취감은 느껴진다. 클러치나 변속기 조작을 하지 않고, 최상의 집중력을 유지하며 세밀하게 조율된 모든 코너를 빠르게 달리면 알게 된다.

 

918에는 속도계가 있지만 나는 그것을 볼 수가 없었다. 917을 운전할 때보다 더 빨라 계기반을 볼 새가 없었다. 하지만 속도 차이는 크지 않다. 운전에 훨씬 더 집중했고, 이는 917에서 하지 못한 경험이다. 나는 덜 위협적이고 덜 위험한 차를 거침없이 코너로 밀어붙였다. 918과의 주행은 친한 친구와 함께 하는 놀이 같다. 조금의 일이라도 잊히지 않도록 모든 감각의 순간을 정리해야 하는 일생일대 한 번뿐인 순간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918과 함께한 시간은 모두 끝이 났다. 피트에 주차된 두 차 사이에 서 있으면서 수십 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포르쉐가 언제나 운전자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탄했다.

 

3개의 원형 게이지로 구성된 계기반은 여전히 똑같지만,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오늘날 포르쉐는 운전대를 돌리고, 변속기를 조작하고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밟는 데 들어가는 입력량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는 방식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터스포츠에서 경험하며 얻은 이런 방식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운전자의 피로를 줄인다는 걸 증명했고, 그래서 포르쉐는 이 방식을 따른다. 이 방식은 최초의 917이 만들어졌던 1969년의 회사 정책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본질적인 이해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운전하기 쉬운 차를 만들고, 운전자가 차를 빠르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말이다.

 

917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은 일단 차가 정렬되면 시속 322km에서 운전대를 잡은 손을 놓아도 차가 매우 안정적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도 자동차를 타고 시속 322km로 달려봤다. 그래서 그 발언이 쉽게 말하고 넘길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두 차 중 어느 쪽이 됐든 나는 기꺼이 그들의 말을 시도해 볼 것이다. 917은 5점식 하네스가 장착된 반려동물 케이지 같은 모든 충돌 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볍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몇 바퀴만 주행하고 나면 918을 믿는 만큼 917을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쉐가 운전하기 쉬운 도로용 자동차와 경주용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그들의 운전자를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한다는 걸 깨달은 유일한 제조사는 아니다. 하지만 70년 동안 꾸준히 이런 방식으로 차를 만들어 온 유일한 브랜드다.

글_Scott Evans

 

 

 

 

 

모터트렌드, 자동차, 포르쉐, 917K, 918 스파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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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Marc Urb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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