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이지안은 즐거워

모범생 같은 이지안은 자신의 계획들을 하나하나 실행해 나갈 때 즐겁고, 흐트러졌을 때 좀 더 예쁘다

2020.07.07

크롭티는 분더캄머준, 비키니 하의는 데이즈 데이즈, 청바지는 블랙루즈, 네크리스는 미네타니.

 

이번 촬영 콘셉트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였다. 은근한 장난기가 느껴지는 그녀의 맑은 웃음에서 수영복을 입고 정크푸드를 든 모습이 떠오른 까닭이다. 때마침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콘셉트 시안을 내밀자 가장 신이 난 것은 이지안이었다. 이지안은 의상에 대한 의견을 내고 미리 인터뷰 내용까지 체크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촬영 전 이렇게 많은 대화를 주고받은 모델은 이지안이 처음이었다.

 

촬영 당일, 회색 맨투맨을 입은 수더분한 차림의 그녀가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전날엔 장장 12시간 동안 촬영을 했다고 한다. 강행군에 지쳤을 법도 한데, 모든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고개 숙여 인사를 나눴다. 이지안은 2019년 서울모터쇼를 통해 데뷔했다. 그녀는 모델 데뷔 전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한 경력이 있다. 4년 차가 됐을 때 격무에 ‘번아웃’이 왔고 잠시 쉬어 갈 겸 피팅 모델 알바를 했다. “처음부터 레이싱 모델 데뷔를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에요. 피팅 모델을 하던 중 레이싱 모델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잠깐의 경험도 배움이 되겠다 싶었죠.” 가볍게 시작한 일인데 주변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 레이싱 모델에 대한 편견과 곱지 않은 시선들, 오지랖과 마주쳐야 했다. 이러한 반응은 오히려 레이싱 모델에 대한 그녀의 호기심과 오기를 자극했다.

 

 

직업적 성찰도 따라왔다. “흔히 모델 하면 가장 먼저 패션모델을 떠올리죠. 패션모델과 비교하다 보니 레이싱 모델이 무슨 모델이냐고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요. 그러나 패션모델과 레이싱 모델은 엄연히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패션모델은 옷을 돋보이게 하고, 레이싱 모델은 자동차를 돋보이게 한다. 런웨이에 선 패션모델은 대중과 직접 소통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모터쇼에서 레이싱 모델은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온전히 그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카메라를 씹어 삼킬 듯한 모델들의 눈빛, 선이 굵은 동작, 모델의 손짓 발짓 하나에 즉각적으로 들썩이는 반응들. 이렇듯 뜨겁고 자유분방하며, 아드레날린 넘치는 현장을 그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영복은 데이즈 데이즈, 네크리스는 코스, 이어링은 프루타.

 

레이싱 모델로 활동하다 보니 직장 생활을 할 때에는 상상도 못했을 새로운 기회가 열리기도 했다. 현재 이지안은 종합격투기 대회 맥스에프씨(MAX FC)의 모델 ‘맥스 엔젤’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개인 방송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아직은 기획 단계지만 맥스에프씨 활동을 통해 친분을 쌓게 된 영상 감독과 함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계획도 있다. “평소 정치나 사회 전반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감독님과 그 부분에 대한 의견도 잘 맞는 편이고요. 저희끼리 사회적 이슈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콘텐츠가 될 것 같아요.” 이 밖에도 이지안은 5월 말에 출간될 화보집을 준비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촬영 전날 임했다는 12시간의 촬영이 바로 화보집이었다. 인생 중 가장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화보집을 준비하는 지금이 모델을 하길 가장 잘했다 싶은 시간이라 그녀는 말한다. “정해진 콘셉트 없이 무작정 옷을 들고 포토그래퍼와 이곳저곳을 향했어요. 그때의 장소와 시간에 맞게 어울리는 의상을 입고 즉흥적으로 포즈를 취하는 식이었죠.”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은 예상 밖이었다. 사진에 담긴 것은 모델 이지안이 아닌, 인간 이지안의 꾸밈없는 모습이었다. “‘아, 내가 정말 기쁘고 슬플 때 이런 표정이구나, 이런 얼굴이구나.’ 저조차도 낯선 모습이었어요. 제 자신을 제대로 알게 된, 선물 같은 순간들이었죠.”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작고 큰 활동을 통해 이지안은 레이싱 모델에 대한 해묵은 편견을 깨부수고 싶다. 예쁘고 정돈된 모습뿐 아니라 흐트러지고 풀어진, 있는 그대로의 ‘이지안’으로 비춰지길 바란다. 매운 곱창과 닭발로 ‘길티 플레저’를 즐기고, 테니스와 킥복싱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 카메라 앞에서 섹시한 포즈를 취하다, 돌변해 사회문제에 심도 깊은 이야길 하는 것조차 전부 인간 이지안이다. 무수한 모양으로 대중을 설득하고 싶기에 모델 이지안은 아직 할 일이 많다. 그녀는 모범생처럼 앞으로 실행할 계획들에 대해 줄줄 읊었다. 이지안의 여름은 이제 막 시작이다.

스타일링_이승은

 

 

 

 

모터트렌드, 모델, 이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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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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