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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을 만난 911, 포르쉐 901 & 959

오리지널 포르쉐와 가장 흥미로운 포르쉐의 만남

2020.06.30

1964년과 1986년 사이 포르쉐만큼 발전한 자동차가 또 있을까? 이건 수사적인 질문이고, 그에 대답은 ‘절대로 없다’이다.

 

50주년을 맞은 1963년 파리 모터쇼에서 포르쉐 901이 등장했다. 반응은 엇갈렸다. “너무 커! 너무 뚱뚱해!” 기자들은 이전의 356과 901을 비교하며 떠들었다. 푸조 임원들은 901이라는 이름이 푸조가 상표 등록한, 숫자 가운데 ‘0’을 넣는 작명법을 침해할 수 있다고 포르쉐에 통보했다. 페리 포르쉐는 변호사를 끌어들이는 대신 이름을 바꾸는 간단한 방법을 선택했다. 그렇게 해서 만인이 원하는 스포츠카, 911이 탄생했다. 하지만 이름이 바뀌기 전 901 배지를 달고 나온 포르쉐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 80대 정도가 1964년 9월 생산됐다.

 

포르쉐 911을 911답게 만드는 모든 것, 그리고 오늘날까지 지속되는 모든 것이 901에 있다. 뒤로 날렵하게 떨어지는 실루엣과 커다란 헤드라이트, 조금 큰 뒷시트(2+2라고 하기엔 크다!), 뒤에 놓인 수평대향 6기통 박서 엔진, 엔진 바로 앞에 놓인 트랜스 액슬, 다섯 개의 원으로 구성된 계기반 등 911의 핵심 요소가 901에서 굳어졌다. 그리고 오늘날의 911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진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연결 고리보다 훨씬 더 많은 유전자를 품고 있는 901은 356의 개량형 버전이다. 최초의 901, 그러니까 처음 만들어진 50여 대의 901과 다른 포르쉐들은 회사가 독일 주펜하우젠으로 본사를 옮기기 전 오스트리아 그뮌트 작업장에서 만들어졌다. 901과 그뮌트산 포르쉐들은 조금 더 오래됐고 조금 더 흥미롭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5년이 지났는데도 911의 모든 DNA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보다 ‘더더더’ 놀라운 건 20년이 지난 후 포르쉐가 959를 내놨다는 사실이다. 959는 901(또는 911)이 등장하고 20년이 채 안 된 1983년 시작된 그룹 B 랠리에서 최초로 알려졌다.

 

포르쉐의 엔진을 본 적이 있나? 2.8ℓ 엔진에서 나오는 444마력은 1980년대 달 착륙 기술처럼 어마어마한 기술이었으며, 오늘날에도 극히 몇 명만 이해하는 기술이다.

 

기술적으로 말하면 그 기간 동안 901에서 959로 넘어간 건 제1차 세계대전 시대의 복엽기가 F16으로 발전한 것과 비슷하다. 901(911)은 공랭식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 130마력을 내고 뒷바퀴를 굴린다. 그에 반해 959는 포르쉐가 서독에서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수랭식 실린더 엔진 헤드(공랭식 피스톤)와 네바퀴굴림 시스템, 두 개의 시퀀셜 터보차저를 얹고 최고출력 450마력을 냈다.

 

 

포르쉐는 지난해 8세대 911인 992를 출시했다. 최신 911 카레라 4S는 수랭식 트윈터보 엔진과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갖추고 최고출력 450마력을 자랑한다. 911이 959를 따라잡는 데 30년 넘게 걸린 셈이다. 하지만 기본형 모델은 여전히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992는 959를 따라잡은 것일까? 992의 최고속도는 시속 307km다. 959는 시속 317km였다. 게다가 959 스포츠는 시속 339km까지 달릴 수 있었다. 항공기 비유를 계속하자면, 수십억 달러짜리 F35 라이트닝 II의 최고 시속은 1931km다. 반면 1974년 처녀비행을 한 F16 파이팅 팰컨의 최고속도는 시속 2414km였다.

 

901과 959, 두 차를 맞비교하는 건 무의미한 일일지 모른다. 이건 코끼리와 개미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가능은 하지만 하고 싶지 않다. 난 그걸 끄집어낼 만큼 유능한 자동차 기자가 아니다. 또 두 차가 너무 거칠고 개성 넘치며 근본적으로 판이하게 달라 비교에 요점이 없을 수 있다. 그래도 일반도로와 소노마 레이스웨이에서 이틀 동안 두 포르쉐를 다뤄가며(다루다는 말이 중요하다) 차이를 느끼긴 했다. 이제 그 소감을 풀어보려 한다.

 

 

901은 오래된 느낌이 든다. 아마도 ‘클래식’이란 말은 이 차를 두고 하는 근사한 표현일 거다. 새빨간 901은 훌륭한 운전대를 지닌 오래된 차처럼 달린다. 개다리 방식의 변속기는 움직임이 모호하다. 힘도 충분하지 않다. 스티어링 감각은 비틀스가 미국에 상륙하기 이전 시대의 다른 차와 비교하면 감탄스럽고 훌륭하지만 스티어링 랙의 움직임이 느리고 서스펜션은 투박하며 타이어는 충분한 접지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도 박물관에 전시될 가치가 있는 901은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운전자를 위한 자동차로서는 어떨까? 내가 959와 함께 이틀을 보냈다고 말했었나?

 

 

959가 양산된 건 1987년이다. 당시 난 열두 살이었고 몇 년 동안 자동차 잡지의 즐거움에 완전히 매료돼 있었다. 그때까지 난 시속 97km를 4초 만에 주파한 셸비 코브라 427이 역대 가장 빠른 자동차라고 확신했다. 누렇게 바랜 모든 책들이 그렇게 말했다. 책 속의 숫자는 말이 됐다. 왜냐하면 오래된 셸비는 괴물 같은 엔진을 작은 차체에 쑤셔 넣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로켓 과학이 아니다. 머슬카 과학이다. 커다란 엔진과 작은 차체의 조합은 마법의 공식과도 같다.

 

가죽은 사양한다. 우린 매 순간 세 가지 색이 조합된 직물 버킷 시트에 몸을 맡길 것이다.

 

그때 포르쉐를 알린 모든 첨단 기술을 동원해 0→시속 97km를 3.6초 만에 끊은 요상한 디자인의 911이 나타났다. 내 작은 세계는 흔들렸고, 내 작은 마음은 동요됐다. 나에게 주입됐던 디트로이트 중심의 세계관은 어떻게 됐을까? 이 독일차가 나에게 배기량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말한 걸까?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여러 책에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준 앞선 기술력을 갖춘 959에 대해 쓰여 있었다(자세히 알고 싶다면 위르겐 레반도프스키의 < 포르쉐 959: 전설의 탄생>을 추천한다). 포르쉐는 최첨단 기술을 가진 게 아니라 그 기술을 매우 날카롭게 연마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911 터보로 잘 알려진 가장 강력한 930(2세대 911)은 수평대향 6 기통 3.3ℓ 터보 엔진에 유럽 시장 전용 옵션인 퍼포먼스 패키지를 달아 325마력의 최고출력과 44.1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930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96마력과 42.0kg·m였다. 반면 959의 최고출력은 444마력이고, 최대토크는 51.0kg·m다. 내 기억으로는 930이 늘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를 이겼다. 930은 월드 클래스급 슈퍼카였다. 하지만 959는 930마저 겸손하게 만들었다.

 

 

959를 매우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기다란 뒷부분에 있다. 하지만 핵심은 차체 안쪽이다. 수랭식 엔진 헤드와 시퀀셜 터보차저, 앞뒤 차축으로 토크를 다양하게 배분하는 네바퀴굴림 시스템, 컴퓨터가 통제하는 댐퍼, 알루미늄-케블라-노멕스 보디 구조, 운전자가 높이를 조정할 수 있는 서스펜션(1954년 시트로엥이 먼저 선보인 기술이다),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속이 빈 마그네슘 휠, 0.31Cd의 공기저항계수, 효과적인 양력 제거 기술(세상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등 특징이 무수히 많다. 포르쉐는 959를 22만5000달러에 판매했고, 대당 27만5000달러를 손해 봤다는 것만 알아두자. 959를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100만 달러 정도다.

 

이제 마침내 15년 동안 전문적으로 운전하고 글을 쓰며 30년 이상 꿈을 꿔온 내가 959를 운전한다. 사실 영상 촬영을 할 때 더 정신없이 즐겼던 것 같다. 신이 그의 흰 고래를 내어주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내가 운전한, 흰색과 회색이 섞인 959는 포르쉐 박물관에 보관 중인 18대의 959 중 한 대로, 1986년에 사전 제작된 훌륭한 물건이다. 회색 톤의 직물 시트에 대해 언급해야 할까? 엄밀히 말하면 이 차는 지상고를 조정할 수 있고 매우 안락한 959 컴포트 버전이다.

 

 

959는 4500rpm 이하에서는 일반 자동차처럼 달린다. 실제로 초창기 렉서스 같은 주행 질감이 느껴진다. 실내는 1980년대 자동차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품질은 뛰어나다. 일반적인 속도에서 일반적인 차처럼 움직일 때, 100만 달러짜리 박물관 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유일한 표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블로오프 밸브에서 나오는 부드러우면서도 ‘쉭쉭’ 하는 소리뿐이다. 그렇게 난 차가 진정되는 것을 알아챘다. 1단 기어 아래에는 대지를 뜻하는 독일어 ‘겔렌데’에서 가져온 ‘G’라고 불리는 기어가 추가로 있다. 아마도 여러분은 메르세데스 G 바겐의 실제 이름인 겔렌데바겐을 통해 익숙한 단어일 거다. 959에서 G는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매우 낮은 1단 기어를 의미한다. 초창기 959가 그룹 B 랠리를 위해 개발됐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스로틀을 계속 밟으면 두 터보 사이에서 마법의 악수가 일어난다. 마치 마라톤 선수가 단거리 선수에게 바통을 건네주는 것과 비슷하다. 5000rpm까지는 수줍어하지만 작은 터보차저로부터 큰 터보차저가 바통을 넘겨받으면 굉장해진다.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점은 시퀀셜 터보차저가 수류탄처럼 터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대신 급경사를 향해 갑자기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내려가는 롤러코스터에 타고 있는 것 같다. 오늘날의 어처구니없는 기준에도 959의 가속도는 맹렬하다. 959의 가속페달을 힘껏 밟는 건 롤러코스터의 입장료를 내는 것만큼 가치가 있다.

 

100만대 이상 팔린 자동차. 포르쉐의 어느 누구도, 당시 자동차업계 사람 그 누구도 911의 세계적인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959를 운전하는 데 유일하게 까다로운 건 두 번째 터보가 터지면 엔진 회전수가 극적으로 상승해 운전자가 기어를 변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설명은 959를 운전하는 일의 예시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3단으로의 힘 있는 변속은 항상 부드럽게 이뤄지지 않는다. 굉장한 H-패턴 변속기다. 엔진 한계 회전수는 7000rpm이다. 따라서 후반부 2000rpm 구간에서 거대한 추진력을 즐길 수 있다. 주의를 기울인다면 959를 즐길 시간은 충분하다.

 

959가 GT3가 아닌 현대적인 911 터보의 조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30년 이상 된 차치고는 핸들링이 놀랍다. 스릴에 완전히 빠져들지 않더라도 능수능란하게 달린다. 솔직히 두 번째 터보차저가 작동하기 전까지 959는 좀 따분하다. 하지만 두 번째 터보가 터지면 힘과 접지력 그리고 절제할 수 없는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모든 게 드러난다. 소노마 레이스웨이의 2번 코너나 오른쪽으로 꺾이는 90°의 업힐 코너를 전속력으로 달릴 때와 같은 매우 극단적인 상황에서 오른쪽 앞바퀴의 이중 댐퍼(각 바퀴마다 두 개가 있다) 중 하나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 난 게의 집게가 부딪히는 것처럼 삐걱거리는 소리를 확실히 들었고 수리비가 엄청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959는 훌륭한 섀시를 갖춘 멋진 기계이자 물건이다!

 

코너에서 901이 요란하게 달리는 걸 직접 보는 건 평생 경험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959와 그 밖의 다른 포르쉐가 많이 전시된 슈투트가르트의 포르쉐 박물관에 방문할 수는 있다.

 

서두에서 난 901과 959를 비교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포르쉐 브랜드와 각 모델이 남긴 유산에 대한 영향력 면에서 두 차는 비슷하다. 901은 여전히 세상을 매료시키며 수백만 대 이상 팔린 스포츠카 911을 낳았다. 하지만 엔진의 위치가 잘못됐고 폭스바겐에 불과했으며, 1981년 생산이 중단됐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포르쉐는 911의 사형 집행을 정지하는 올바르고 훌륭한 결정을 했다. 자동차가 포도밭에서 죽지 않도록 한 그때의 결정은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고 급진적인 기술 혁신은 경주에서의 승리와 고객들에게 스릴을 안겨줄 뿐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주펜하우젠의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보장할 것이다.

 

거의 불가능한 공학을 이끈 959 프로그램의 헌신은 오늘날의 자동차가 왜 끝내주게 좋은 지에 대한 이유가 된다. 그러니 우린 901을 최신 911의 조상이라고 여겨야 한다. 이 뜻은 959가 오늘날 자동차의 아버지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 바로 그거다.

글_Jonny Lieb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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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서인수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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